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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30621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한국어 공연 밤공

by All's 2023. 6. 23.

 

 

캐스트 - 이아름솔 김지우 박혜나 김지선 솔지 홍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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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EX-WIVES
02. NO WAY
03. DON'T LOSE UR HEAD
04. HEATR OF STONE
05. HOUS OF HOLBEIN
06. GOT DOWN
07. ALL YOU WANNA DO
08. I DON'T NEED YOUR LOVE
09. SIX
10. MEGASIX


ㅋㅋㅋㅋ콘서트 셋리처럼 있길래 기억용으로 찍어야지하고 찍었는데 너무 막 찍음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든 공연이었어ㅠ 줄거리 약하다고 단점이라는 얘기 많이 듣는다는데 이 극은 진짜 필요한 부분만 이야기하고 쓸데없는 거 과감히 패스해서 헨리8세 그 놈과의 결혼 생활이 어땠는 지가 아니라 그냥 여섯 여왕들이 각자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랄까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서 바로 그 얘기를 하자는, 극이 하고 싶어하는 말 바로 그 자체라고 난 생각해ㅠ 앞의 한 시간 동안 헨리 8세와의 불행한 결혼 생활 비극 대결한 게 뭔 상관이야. 남은 5분이라더 진짜 자기들의 마음을 말하는 게 중요한 걸. 왜냐면 지금부터 미래는 다를 수 있으니까.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연결이 엉성하면 아무리 그래도 그걸 말로 퉁치는 건 좀 이라고 할 때도 있지만 파가 자기 차례 때부터 공연을 중단하고 자신의 진짜 비극은 그를 원하지도 않았던 거라는 걸 전하는 순간부터 이미 이야기의 색이 변하시 시작한 걸. 하워드까지의 이야기가 엄숙주의에 기반한 역사 고증 타임이었던 것도 아니고 이런 이야기와 인물들을 이런 식으로 가볍지만 재밌게도 엮어낼 수 있는 거구나 너무 새롭다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나라로 치면 숙종에 인현왕후 장희빈에 숙빈최씨 이야기로 이런 거 만들어질 수 있나 같은 생각도 하면서 보고 있었는 걸.

너무 행복하게 본 거까지는 좋은데 들떴다고 오타가 아주ㅋㅋㅋ 하지만 정말 정말 정말 좋았다ㅠ 일단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번쩍번쩍한 무대 위에서 성대랑 춤실력이랑 존재감 뽐내는 것만으로도 황홀할텐데 여섯이 노래 스타일 다 다르고 하워드가 클레페 외모 디스하는 부분 정도빼면 유머의 수위 조절이나 타이밍도 진짜 너무 좋았다. 사실 하워드가 클레페 외모 디스하는 부분도 우리나라가 그런 외모 비난 함부로 안 하는 문화면 오히려 무대 위 캐릭터가 하는 과장된 행위같을 텐데 현실이 외모 평가랑 비하가 일상이라서 객석에서 순간 강한 반응 나온 거인 듯ㅇㅇ 진짜 잘 만들었다ㅠ

장르가 다양해서가 아니라 한 넘버 안에서도 마냥 달리는 게 아니라 관객이 마냥 환호하며 달릴까 싶을 때 잠시 쉬고, 다시 들뜨게 하는데 그 타이밍도 마냥 일정한 게 아니라서 객석이 적절히 긴장하며 무대 위 배우들과 밴드의 타이밍에 집중하게 하는 것에도 감탄했다.

첫 넘버 시작 때 '다시 쓰는 우리의 이야기' 이런 키워드로 여성 인물 여섯이 무대에 올라와서 노래하는 거 자체가 그냥 반칙인데 싶었는데 천명하고 시작하는 말이 아쉬울 부분에 치트키로 작용하는 극이 아니라 그 말 그 자체로 잘 짜인, 그런데 신나고 재밌고 멋지고 다양하기까지 해서 행복했다ㅠ 그리고 이렇게 여섯명이나 되는 멋진 배우들이 다 다르지만 다 동일하게 중요한 인물로 내내 무대 위에 있는 극이라는 게 너무 좋았다. 여섯 캐릭터 모두가 각자 캐릭터나 개성이 뚜렷한데 이렇게 역할이 많으니 이 좋은 배우들이 다 자기 잘함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너무 뭉클했다. 아무리 많은 공연이 올라와도 좋은 극이나 좋은 역할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고 여배우들은 그 안에서도 더 극악하게 적은 기회들 속에서 적은 자리를 놓고 너무 가혹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으니 이 무대 위 사람들이 서로 같은 역으로 겨루지 않을 상황을 보장할 수 없는데 식스는 모두 각자 자기 자리에서 반짝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 진짜 식스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식스같은 극도 많이 만들어지고 올라오면 좋겠다. 그럼 더 많은 여배우들이 이렇게 자기한테 맞는 옷을 입고 무대하겠지. 그거보다 아름다울 일이 어딨겠어ㅠ

솔지 하워드 너무 귀엽고 노래도 너무 잘하는데 앗 연기? 연기가 좀 이게 진짜 찐 완전 첫 뮤지컬이신가요 생각하며 약간 난감한 기분도 있었는데 All you wanna do 4절이 맞으려나? 진짜 다를 거라 믿었던 토마스마저 자신에게 원한 게 다른 남자들과 같았다는 것에 무너지는 표현이 진짜 솔직하고 순수해서 그 순간 화해함ㅠ 그래서 진짜 여섯 다 좋앗다ㅠ 그리고 그 중에서는 름솔 잘하는 거 당연히 알고 느껴왔지만... 와 진짜 내가 원래 제일 좋아할 인물은 내가 지희를 본사 배우 중에서 제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냥 파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오늘도 파 그 담으로 좋긴 한데, 름솔 아라곤이.. 너무.. 너무 멋있음. 1등 고르기 의미없다로 끝난 극이지만 그냥 내가 너무 멋있고 새삼 반해서 그런데 름솔아라곤한테 크라운 드리면 안 될까요? 제 군주 해주시면 좋겠는데요ㅠㅠㅠㅠ

전에 다른 후기에서 본 내용인데 마지막 순간에 노래하는 순서가 파 - 하워드 - 클레페 - 시모어 - 불린 - 아라곤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그렇게 거슬러 올라간 뒤 하나되어 노래하는 게 감동적이라는 이야기였고, 공연에 꼭 같은 마음을 느꼈다. 헨리8세와 결혼한 순서대로 자신들의 불행에 대해 이야기하던 이들이, 다시 말하기 시작한 역사, 다시 말하기 시작한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 시작점이 된 파에서 거슬러 올라가 하나로 목소리를 모으게 된다는 게 너무 뭉클했다. 역사와 세상을 다시 보는 건 현재부터, 지금부터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가는 거지. 그렇지 싶었어.

름솔아라곤이 너무너무 멋있어서 당일에는 아라곤 얘기를 썼지만, 개인 취향 섞어서 캐릭터로는 파가 정말 좋았다. 지희배우 특유의 외유내강적인 면모가 너무 잘 맞는 인물이었는데, 역사적으로는 그저 살아남은 마지막 왕비일 수 있지만, 바로 그 생존자라는 속성으로 시작해서 살아남았기에 헨리8세의 아내들의 비극이 끝난 자로서 그의 아내로서가 아니라 그저 '나'라는 사람으로 나와 우리 모두가 이야기되어야 하고 그들 스스로도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시각을 제시함으로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게 너무 좋았다. 이혼한 뒤에 오히려 자유롭고 부유한 삶을 살았던 클레페와 비교해도 역사가 기록한 부분으로는 원치 않았음에도 결혼을 했고 그저 상황에 순응하고 헨리8세와 그의 자식들을 잘 돌본 순종적이기만 했던 사람으로 보여질 수 있는 부분을 시각을 전환하고 변화의 시작이 되게 만들어내는 역할을 준 것도 그걸 너무 잘 해낸 지희배우도 다 너무 좋았어ㅠ 왕의 불륜 대상에서 왕비가 되었지만, 그의 외도를 참아줄 수 없어 외도를 했다는 이유로 참수 당한 앤 불린의 부조리함이나 왕의 진실한 사랑이었다고는 하나 왕자를 낳지 못 하면 자신의 위치 역시 불안해질 수 있을 것이라 걱정한 시모어의 번뇌도, 외모가 맘에 들지 않았다고 버림받았으나 사실 여생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보냈던 클레베의 아이러니도 하나하나 다 좋았다. 나는 헨리8세에 대해서도, 그의 여섯 왕비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한국인이지만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그동안 전해져온 시선과 새롭게 다시 봐야할 시선을 지루하고 딱딱하지 않게 잘 전달하면서 뮤지컬이라는 상업 예술의 재미를 최대로 끌어내어 다채로운 음악과 안무 속에서 쉬지 않고 재밌을 수 있게 만들어냈고, 그걸 완전하게 소화해내는 배우들을 무대에 세웠다는 것도 다 너무 좋았다. 막공주에 보게 된 터라 전캐 찍기를 못 하는 불행한 날 위해 재연이 빠른 시일 내에 꼭 올라와주면 좋겠다ㅠㅠ 진짜 너무 좋았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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