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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공항 가는 길

by All's 2023. 5. 7.

 

 

*좋아하는 드라마인 공항 가는 길 관련해서 트위터에 풀어둔 잡담 모아두기

 

공항 가는 길을 처음 보고, 다시 보고. 서너 번은 재탕을 했으면서도 수아가 도우에게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알겠는데 도우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만 생각하고 마음 자체는 수아의 마음을 알겠는 거와는 확연히 다른 깊이로 알았었는데 오늘 다시 보는데 이번에는 진짜 알 것 같네

수아는 박진석에게, 도우는 김혜원에게 타고난 그대로 지켜지지 못 하고 어우러진다기보다는 깎여지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만났을 때 감정과 상황이 일탈처럼 보인 부분이 사실 자기를 찾게 되는 시간들이었네. 도우가 은우가 있어서 지켜보던 혜원에 대한 마음의 색이 변한 건 누군가를 키워낼 만큼 마음의 밭이 있는 사람이라 여겼기 때문이었을까 생각이 들고.. 아주 나중의 혜원을 생각하면 그런 씨앗이 없던 이는 아니지만.. 여유가 없어서 자신을 위해 은유마저 깎아내는 혜원을 무의식적으로 느낀 도우에게 발화하지 못 한 씨앗에 물을 주는 건 더는 버거운 일이었겠구나 싶다

수아는 도우와의 관계와 그가 가정이 있다는 걸 실감할 때면 자기에게 벌을 내리듯 상처받고 도우와의 감정과 관계에서 자신을 끊어내고 숨도 쉬기 갑갑해하는 집에 들어가는데, 도우는 자신의 현실이 아니고 비행 중 잠시의 환상같은 거니 끝내야 하는 거라고 그러는 건데.. 그냥 맘이 아파. 그렇게 들어간 집과 자기 가족들과의 삶 속에서 맘 편해하면 차라리 나을 것 같은데 그게 자기에게 주는 벌처럼 보여서 슬퍼. 살아오던 삶이 버거움을 깨닫게 할 계기가 있었다는 건 삶 자체가 버거웠기에 가능한 건데.. 그걸 인정하면 안 된다는 듯 괴로워하는 게 안쓰럽고 안타깝다.

드라마도 픽션이 맞지만 공항 가는 길 보면서 뻘하게 찐 판타지인 부분은 등장 인물들이 비행기 잡아타는 거에서 돈을 고려하지 않는 부분ㅋㅋ 진지하게 보다가 근데 쟤네는 진짜 돈이 많다...우와 하게 됨.

전에 볼 때는 박진석이 수아한테, 혜원이 애니한테 하는 거만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졌었는데 이제 다시 또 찬찬히 보니 혜원이가 도우한테 하는 것도 꽤나 대단하고.. 내가 너무 도우한테 관심이 없었네. 차근차근 다시 보니까 많은 게 보이네. 수아는 많은 걸 잃고 잃은 부분이 채워지지 않아서 아둥바둥 버티고 있고, 도우는 하나하나 잃어가고 있고.. 늘 아슬아슬하게 버티면서 자신이 깎인 게 수아라면 믿고 있던 게 거짓 위의 성이라는 걸 알고 삶이 흔들리면서 잃어가는 건 도우고. 서로가 근데 서로에게는 숨 쉴 자리가 되어주면서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사람들이었네.

아 근데 정주행 두번 끝낸 뒤에 입맛 따라 초반부랑 후반부 좋아하는 장면들만 돌려본 적이 많아서 오늘처럼 안 넘기고 풀로 차근차근 곱씹는 건 오랜만인데 새삼 박진석... 너어는 진짜... 에휴. 박진석은 배우가 연기를 잘해서 노답쓰레기인데 이상하게 연기보는 맛이 재밌어서 다행이었지 연기 지금에서 진짜 1g이라도 못 했어도 박진석 꼴 보기 싫어서 드라마 풀로 다시 보는 거 못 했을 듯.

도우가 정 힘들면 스스로에게도 자기에게도 거짓말 하랬는데 미진이한테 그 사람 좋아한다고 거짓말 안 하는 게 참.. 그런 사람이지 수아지.
아니지 못 하는 거지. 에휴ㅠ

내가 여유가 없어서 김환희 배우가 연기한 효은이 역의 마음은 제대로 안 살폈는데 이번에는 효은이가 보여서 새삼 맘이 아리네. 초등학교 5학년 12살 답게 어리면서 근데 어른들 착각과 달리 알 걸 다 알고, 밝은 것처럼 보여도 그것마저 아이로서도 참는 거고. 진짜 섬세한 역인데 너무 잘하네. 얼마 전까지도 나도 어릴 때 집에 혼자 있었는데(그게 옳은 건 아니지만 옛날에는 많이들 그랬는데 그딴 생각함) 드라마 속 효은이가 너무 혼자 못 있네 이상하네 했는데 자매가 많았는데 아무도 없는 집에 하원하고 하교했을 때 문을 열고 엄마가 먼저 퇴근해 들어오기 전까지 항상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함과 외로움이 있었다는 게 불현듯 떠올라서.. 그게 생각나게 극본도 연기도 다 잘 되어있는 걸 내 맘이 닫혀서 몰랐다.
 
그 묘사가 뭔가 캐릭터의 매력을 너무 단순화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잘 안 쓰려고 하는데 서도우 진짜 레알 FOX..... 2016년은 그 밈이 없어서 안 그랬는데 요즘 방영됐으면 서도우 폭스라고 도배되었을 듯ㅎㅎ ....정주행하던 그 어느 때보다 박진석에 대한 강렬한 분노가... 진석이가 지금 다 죽여버릴 거야 하는데 나야말로 널...🔪

이기적인 것과는 좀 다르게 나를 제대로 생각하고 나를 알고 산다는 게 어쩜 이렇게도 힘든 건지.


공항 가는 길 보는데 틈틈히 매다리 생각이 난다. 프란체스카는 가정을 지켰고 수아와 도우는 이혼을 했고, 프란이 가정을 지킨 선택과 수아 도우는 이전의 결합이 너무나 가혹했다는 걸로 욕 먹지 않을 까방권을 준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난 둘다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치열함과 깊이 깔려있는 따뜻함이 좋다. 결국 모두 나를 찾는 거라 애틋하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사랑이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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