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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30412 뮤지컬 어린왕자

by All's 2023. 4. 16.


캐스트 - 안재영 황민수 정우연

 

 


@_winter00_1
  결님 초대로 어왕🌟🌹🦊
감사합니다💕💕💕

(+) 트윗감상 옮김


말랑말랑하고 다정하게 어린왕자를 읽고 노래해주는 공연이라 오히려 너무 어려서 그 책을 이해하지 못 했던 어른이 그저 그대로 사랑해주고 곁에 있어주고, 그렇게 온전히 사랑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말하는 이야기였다는 걸 아주 뒤늦게 일러주는 순간에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내 마음과 생각과 순수한 상상을 있는 그대로 시간과 마음을 들여 바라봐 주지 않는 어른들을 원망했던 어린 베리가 오히려 그런 어른들의 시선에 맞추어 어른들의 언어인 지리와 수학 등을 배워 자신 역시 그때 그 어른들처럼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만, 자기가 원하는 것만 생각하는 어른이 되었다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되었던 시간 동안 잃어버린 사랑과 나 자신을 깨닫고 그리워하고 그리고 되찾고 싶었던 이야기였구나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네. 어린왕자를 어릴 때 여러번 읽어보았지만 내가 놓친 것조차 아직은 없던 어린 시절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그저 어떤 것과 관계가 생긴다는 건, 마음과 시간을 함께 했다는 거고 그런 관계로 인해 소중한 존재와 마음이 생길 수 있는 거라는 이야기겠거니 그것마저 그저 대충 생각만하고말았던 이야기에 대해 이제야 제대로 만나기 시작한 것 같다.

어린왕자에게 소행성 B612호에서의 꽃은 그 장미 하나 뿐이기에 온 마음을 쏟을 수 밖에 없고 소중했다는 것만 생각했지 어린왕자에게 괜스레 투정을 부리고 까탈스럽게 굴고 자존심을 세웠던 장미의 마음에 대하여 장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장미에게도 눈을 뜨고 태어나 만난 유일한 존재인 어린왕자가 얼마나 소중했을지, 자신을 만나러와주고 바라봐주고 물을 주고 유리돔을 씌워주는 어린왕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특별하고 싶었을 지 한 순간이라도 자신에게 더 있어주었으면 해서 열심히 말을 거는 그 마음은 어땠을 지, 그런 순간들이 그 속의 마음이 아닌 껍데기인 말에 가시만이 어느 순간 어린왕자를 찔러 왕자가 장미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 얼마나 아팠을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너무 가슴이 아파서 이제야 장미의 마음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 후기를 쓰면서 역시 그 안의 진심이 아니라 그냥 껍데기만을 바라보는 것과 그렇게 잘못된 껍데기를 보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큰 잘못이자 실수인지도. 근데 그렇게 나도 내가 사랑하는 존재도 상처입히고 그래서 사랑하고 있다는 진심마저 잊게 해 스스로의 마음마저 속이게 만드는 기만이 타인과 나 사이가 아니라 나와 나 사이에도 있다는 걸 그렇게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진짜 오롯한 '나'를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나의 진심도 모르고 살아가는 바보가 바로 어른이라는 걸 조종사와 여우와 꽃이 어느 순간 베리와 교차되어 연기되면서 눈 앞에 그려지자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어린왕자는 베리에게 스카프를 남기고 베리는 마지막에 어린왕자의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나겠지. 소설의 무대화가 어쩌면 더 다양하고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이야기를 구체화된 이미지화로 인해 한정짓는 게 된다고 여기며 안 좋아하는 분들도 계실 수 있지만 난 이렇게 내가 너무 어려서, 그리고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려내지 못 했던 이야기들이 이렇게 무대에서 선명하게 눈으로 전해질 때, 파악하지 못 한 상태로 글에서 읽어내지 못 했던 표정과 몸짓과 소리로 몰랐던 마음과 이야기를 만날 때가 너무나 좋다. 오늘 공연을 보지 못 했다면 어린왕자를 바라보며 먼저 말을 걸어왔던 장미의 진심도, 어느 순간부터 조종사와 어린왕자를 다정하게 바라보던 베리의 얼굴에 서서히 고통과 슬픔이 차오르는 걸 그저 또 책을 다시 읽어보는 것 만으로는 절대 몰랐을 거야. 그러니 해설을 읽고 이건 생텍쥐페리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부분의 진짜 의미가 베리가 그리워한 건 미지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타인이 아니라 순수했으며 어떤 존재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았던 자기 자신이라는 것도 머리로도 파악 못 했을 거다.

뮤지컬치고 넘버가 많지는 않고 특히나 어린왕자와 '나'가 함께 하는 순간들은 인형극을 기반으로한 연극적인 느낌이 많은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인데 극 초반부터 끝까지 중간중간 꼬박꼬박 울컥하며 눈물이 났지만 전날 3시간 수면의 여파로 살짝씩 조느라 꼼꼼히 보여주고 들려주는 말과 표정들을 조금씩 놓치고 만 게 아쉽다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왕자가 이런 이야기였다는 걸 이제 알았어ㅠ하고 마음이 몽글몽글 행복해하며 나왔다고 합니다ㅠ 우연 나와서 보고 싶긴 한데. 요즘 너무 피곤하다는 핑계로 안 보고 있던 극인데 겨울님 덕에 보고 어린왕자 소설도 다시 읽고 싶어짐ㅠ

정말 소매넣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흑흣ㅠㅠ 아 우연꽃의 순간들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정말. 우연에게서 차미 때도 그런 면을 정말 좋아했는데ㅠ 미호에게 거부 당했을 때 파르르 흔들리던 눈빛 같은 거ㅠ 그리고 제인에서 로체스터일 때 제인에게 마음이 흔들려 휘청일 때 같은ㅠ 우연 좋아ㅠ

오늘 셋의 소리적 조합이 재영배우 음색도 창법도 깔끔하면서 보드라워서 어지간하면 화음 상성이 좋은 배우인데도 (이건 내 컨디션이 나빠서 귀가 날카롭게 느꼈나 싶기도 한데 오케 소리는 또 좋게 들려서ㅠ) 베리와 왕자와 나 셋 모두든 셋 중 어느 조합의 듀엣이든 아주 딱 좋네 싶은 느낌이 나게 좋은 순간은 없었어서 음악적 충족감은 3인조 오케(?)가 준 부분에 비해 약간 의아하게 다가오긴 했지만 진짜 조그맣고 귀여운 민수왕자랑 크고 듬직한 재영베리랑 이미지 대비도 좋고 그리고 둘 사이를 우연 '나'가 오갈 때 섞이는 느낌이 재밌고 특히 세 배우가 서로서로 역할이 오고 갈 때 서로 꽤나 다룬 비주얼의 인물들이 사실 하나로 묶이는 순간 자체가 극의 이야기를 구현하는데 큰 역할을 해서 참 좋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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