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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21012 연극 세인트 조앤

by All's 2022. 12. 12.



캐스트 - 백은혜 강현우 김다흰 김수량 박상종 박용수 박진호 유연수 윤성원 이동준 이승주 장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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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무지랭이에 중고등학교 때 정치 수업 들을 때도 글자로만 기억해서 속 의미를 모르고 살았는데 봉건지주제가 국가주의로 진행되는 게 한 개인의 권리에 대한 의식의 변화로 인한 발달이었다는 걸 이 극을 보면서 이제야 진짜 제대로 생각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민주주의 세상에서 사느라 전제군주제가 봉건지주제와 어떻게 달랐기에 정치 체계가 그렇게 변하게 된 건지를 진짜 그냥 몰랐는데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된다는 거, 더 큰 단위의 국가로 묶인 세상의 일원으로 살게 된다는 건 민중 개개인에게 오히려 권리를 주는 거였구나.

존재는 어느 것에도 종속될 필요없이 자기 생각과 신념에 따라 살아가도 되는 게 당연하며 그것은 그 누구에 의해서도 빼앗길 수도 주어질 수도 없다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 않았고 또 아직까지도 당연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진짜 많이 가슴이 찔리듯 전해받은 건 처음인 것 같아

좋은 이야기+백은혜가 함께 하는데 몸의 피로가 그것에 집중하는 걸 막아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교만한 건 나야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계층과 사람과 이해관계가 조앤을 승리의 수단, 정치적 이득을 부술 분란의 싹, 이단이나 악마에 사로잡힌 마녀, 혹은 무지한 세상에 의해 희생당한 성인으로 보든 말든 조앤은 조앤일 뿐이었다. 2022년이 된 아직까지도 조앤이 다시 살아나서 또 화형 당하지 않을 세상이 되었다는 건 비극이고, 이걸 비극이라 하는 나라는 존재마저 조앤이 되어있지 않다는 게 부끄럽지만 180분 동안 근사한 메시지를 가진 멋진 연극을 보았다는 사실에 취해서 뻐기는 걸로 끝내지 않고 살아가는 건 내 몫이겠지. 천부인권이라는 게 뭔지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세상에게도 그게 얼마나 어떻게 당연해야하는 지 조금이라도 계속 고민하며 살아가야지. 공연 시작 전 극장의 계단의 개수를 안내하고 안내원의 위치를 박수로 안내하는 것이 신기한 상태로만 남는 건 오늘의 시간을 진심으로 사치스럽게 만들 거야

캐스팅 발표 보고 왜 여성 배우가 조앤 역 뿐일까 속으로 툴툴거렸었는데 왜 그랬어야 했는지 납득했고 백은혜 배우가 한 사람이자 여성과 전 인류이자 그렇기에 한 사람을 온전히 표현하는 걸 보는 건 정말 값졌다. 공연이 너무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충분했고 피곤하다고 징징거린 게 무색했다

군더더기 없다고 좋아한 부분이 어디서 만들어진 건지 알고 나니 내 연극 취향이 어디에서 생기기 시작한 건지 새삼 알겠네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046369


1막 마지막, 두 줄의 조명으로 표현된 기울어진 십자가와 꼿꼿이 서있는 조앤의 대비 같은 건 진짜 배우의 힘과 단순함이 주는 깊이를 모두 잘 아는 이라서 만들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에필로그에서 샤를이 자신 역시 자신의 위상을 위해 조앤을 이단 마녀에서 성인으로 추앙하는 청문회를 만들어냈으면서 조앤을 향하는 추앙과 변명의 교차 때 조앤을 바라볼 때의 표정이 1막에서 조앤이 당신은 진정한 왕이 되어 신의 뜻을 대리하여 토지를 다스리게 될 그 존재라 말할 때와 머리 속에서 겹쳐지면서 그를 '우상'으로 대했던 조앤이 '우상'이 되어가는 순간을 바라보는 걸까, 그 순간이 샤를의 꿈 속이라는 설정 안에서 못난 멍청이와 용맹한 왕 사이에서 주변의 필요에 따라 진정한 그가 아닌 남들이 바라는 그가 되었던 존재가 완전하지는 않아도 조앤을 그리고 안쓰러워한 걸까 싶어져서 마음이 정말 복잡해졌었다. 그 순간 샤를의 눈으로 조앤을 바라보게 한 건 조앤 또한 온전히 결백하지는 않음을 말하려 한 걸까, 아니면 조앤을 바라보는 자 마저 바라보게 하여 작금의 현실을 더 직접적으로 말하게 한 걸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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