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차지연 송원근 남경주 채태인 이도경 유희지 김민철 성아인 차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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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은 송화가 소리와 세상을 사랑하기만 하던 어린 시절의 종말인 걸 이제서야 진짜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저 사랑하기만 해서는 그 존재를 다 알 수 없는 거지. 그렇게 사랑하던 소리에 대한 집착으로 동호를 보내고 자신의 눈이 멀게 되면서 과연 소리란 것에 이리 집착하는 게 맞는가
이걸 사랑하기만 하는 게 맞는가 소리를 사랑한 생애 동안 만나온 모든 존재와 사건들을 반추하며 차송화가 번데기 안에 들어가는 순간을 보았다.
자둘을 하면 자첫 때 보고 아 이 시즌에 이거 왜 이래하는 부분들을 보통을 넘기게 되긴 하는데 동호가 햇덩이 넘버 전에 입으로 설명 다 하는 건 역시 아무래도 안 된다ㅠ 요즘 정통 사극도 없어서 흰 무명천 두 개가 당겨졌다 풀어졌다 하는 게 출산 과정의 은유임을 알 수 없는 관객이 많긴 할텐데 아무리 그래도 유봉이 태양같았고 어머니가 그의 아이를 낳다 죽었고를 넘버 전에 구구절절하게 설명을 다 하는 건 아 이건 진짜... 너무 과하고 음악으로 이어져야하는 감정선이 중간에 툭 끊겨서 화해 불가다ㅠ
부양가와 살다보면 리프라이즈의 차송화가 참으로 자유롭게 보였다. 절절하게 슬프면서도, 담담하게 서있음에도. 그렇게 차송화를 사랑한다 해놓고 송화가 심청가를 부른 다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나만 보고 사는 아버지' 가 버거웠다고, 자신의 삶을 찾지 못 하고 누이를 찾아 떠도는 동생이 무거웠다고. 너무나 사랑하는 이들이지만 그들에게 묶인 삶이 사실 힘들기도 했어서 홀로 남았을 때 외롭지만 비로소 자유로웠고 떠도는 거 같아도 나 자신을 오롯이 홀로 세우고 진정한 나를 찾게 되어 충분해졌다고 그녀를 너무 사랑했던 그녀도 사랑했지만 그렇기에 버거웠고 피할 수 밖에 없었던 동생에게 사실 내가 힘들었다고 너로 인해서도 그랬다는 미안함을 담은 고백이었다.
심청전 속 심청이 인당수에 뛰어든 이유를 그냥 교과서에서 말하는 대로 효심이 뛰어나서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렇게 눈도 보이지 않는데 동냥젖을 빌어먹여서 겨우겨우 자신을 키워낸 아버지를 평생 부양해야하는게 심청에게 어떤 무게였을지를 왜 생각 못 했을까. 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인당수에 몸을 던진 건 오롯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봉사 아비를 평생 봉양하며 살아야하는 버거운 생을 끊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란 걸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득음에 대한 한이 가득한 아비를 그럼에도 핏줄이라 사랑하는 송화가 자신의 스승이자 올가미인 유봉을 얼마나 버거워했을지를 오늘에서야 알았다. 눈이 멀고 아비보다 어느 한 구석 불편한 존재가 되어 그를 부양하는 이가 되지 않을 수 있어 한 구석 맘이 편했고 아비가 세상을 떴을 때 온전히 세상에 혼자 남으며 자유롭게 홀로 날아다닐 수 있는 나비가 됨이 기뻤던 거다 송화는.
용왕이 심청을 구해서 왕후를 만들어놓고도 심봉사의 눈을 띄어주지 않은 건 송화가 바란 게 단지 심봉사가 눈을 뜨는 게 아니라 그를 책임지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던 거였어서고, 혼자 아버지를 떠맡지 않아도 되는 왕후가 되었기에 남은 죄책감에 아비가 눈을 떴는지 봉사 잔치를 열어 찾던 청이 앞에서 내가 자기 눈 뜨겠다고 자식 새끼 죽인 쓰레기임을 고백하는 때에야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한 건 너는 이제 그에게서 온전히 풀려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거였다는 것도. 이제야 다 알았다. 차송화의 심청가가 사실 사랑하는 이들을 짊어진 삶이 버거웠다는 고백이었음을 이제 알았어.
그렇기에 너무 그녀를 사랑해 본인의 세상을 온전히 꾸리지 못 하는 동호를 위해 동호를 만나지 않았던 송화를 이제 아니까 정말 여전히 너무 사랑하지만 이제 차송화를 억지로 붙들고 있지 않으려고 한다. 서편제의 차송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서편제로 그녀를 붙드는 족쇄가 되게 하지 않을래.
가족에 대한 애증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들끊던 속을 차송화가 사랑하지만 증오스럽기도 한 가족을, 혹은 세상을 용서하고 이겨낸 이의 마음을 보여주던 심청가에,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며 웃어주던 살다보면의 위로가 언제나 너무 벅차고 따스해서 평생 서편제 해달라고, 송화 해달라고 매달렸는데, 오늘 차송화의 심청가에서 만난 청이이자 송화가 사랑마저 버거웠음을 인정하고 그걸 고백하는 걸 보았는데 계속 떼를 쓰면 안 되겠구나 싶어졌다. 사랑하는 존재가 온전히 기쁨일 수 없었음을 인정하며 자신과 온전히 화해한 이가 전하는 솔직한 고백을 들었으니 이제 진짜 잡지 않으리. 정말 많이, 정말 많이 사랑했어요. 애끓는 애증에 먹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보여준 시절에 덕분에 힘을 냈는데 사실 자유롭고 싶었다는 솔직한 고백에 무작정 다 이겨내지 않고 그저 나도 그런 사람이어도 된다고 준 위로도 또 사랑합니다. 정말 많이 고마웠어요 .
런동호는 배우 본연의 건강하고 단단한 기질이 어쩔 수 없어서 특히나 1막 동안 유봉과 붙는 모든 신에서 그를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버거워하는 듯이 느껴지지 않는 게 아쉽긴한데 그에게 소리는 사실 송화이고 송화에 대한 절절한 그의 애정이 송화가 동호가 온전히 그로 살아가려면 동호를 만나지 않기로 결심할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이 정말 잘 보여서 2막이 좋다. 그래서 송화를 끝내 못 놓는 것이 아니고 송화가 바라는 건 동호 자신이 소리로 그냥 겉보기 성공을 이루는 게 아니라 그녀 없이도 온전히 살 수 있길 바라는 자유라는 걸 깨닫고는 송화가 원망에서 이루는 유년 시절과의 작별을 사랑이여에서 완전히 해내고,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평생 그릴 거지만 그 기억에 파묻힌 게 아니라 기억을 떠올리며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누이를 찾아가서 그녀가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게 참 곱고 착해.
작년 봄에 참 많이 만났던 승수ㅎㅎ 많이 컸더라 정말ㅎㅎ 크고 또랑또랑하게 잘생겨서 입술 삐죽이며 아버지한테 투덜거리는 게 런동호랑 싱크가 너무 딱 맞았네ㅎㅎ 아인송화는 다시 만나도 너무 좋았다. 어린 시절 송화가 동호에게 어떤 흔적이었을지 참 잘 그려낸다. 멋진 배우야.
동호와 송화의 관계는 그게 아니어도(동호의 짝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는 사람들이 아니 피 안 섞여도 그래도 남매인데!!!하는 게 부담스럽다 생각하는 건지 미니와 동호의 럽라를 없앤 건 그래라 싶긴한데 저번 시즌에도 한 생각이지만.. 그래서 미니의 역할 자체가 축소된 건 슬프다. 내내 같은 밴드로 활동하는데 밴드 이름인 스프링 보이즈인 밴드에서 걱정해주는 동료 중 1명...으로 여주 원탑극의 캐릭터 중 한 여캐의 역할과 비중이 줄어든 게 슬퍼ㅠ
그리고 플러스로 정말 bbch홀 서편제는 말이 너무 많고 직접적이라서 뮤지컬인데 왜 음악과 무대로 이야기를 안 전하고 자꾸 대사로 읊어준 뒤에 저러나 답답해죽겠기는 한데 그래도 2층 무대처럼 만들어 오케를 올리지 않은 대신에 무대의 저 끝까지를 다 풍경을 채워 산골의 깊이를 표현하는 건 역시 좋기는 좋다. 잃은 게 크지만 얻은 게 있긴 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그래도 한 번만 더 유니버셜 3연 프리뷰 기간 서편제를 보고 싶다는 미련을 지울 수는 없긴 하다. 하늘하늘 많이도 펄럭이던 한지도, 한이 쌓일 시간 뒤 유봉을 돌로 내리치려다 도망쳐버리던 동호도, 잔잔하게 끝나던 다른 소릿길도. 이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지. 어쩔 수 없는.
이번 동호모 다정배우 태인배우 다 노래 참 잘하시고 굳이 가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자첫 때도 쓴 것처럼 극 전반적인 분위기가 좀 가벼운 부분이 동호모에 대해서도 디렉팅이 들어가 있는 거 같아 그게 좀 아쉽기도 하다. 동호랑 유봉한테 너무 산뜻하게 웃게 해..ㅠ
남경주유봉은 난 유봉이 뻔뻔한 쓰레기일수록 극에 잘 이입하는 편이라 나쁘지 않았다. 자기가 잘못 했고 길이 틀어졌음을 알지만 허세와 고집으로 버티는 이기적이고 나약한 인간의 자기합리화가 자기 뿐 아니라 송화 인생도 갉아먹어 가는 게 설득력 있었다. 박자 밀당과 엠알에 박자 못 맞춤의 경계에 선 느낌으로 넘버를 부르시던데 넥 때에 비해 서편제가 음향을 잘 잡아서 그때랑 비교해서 소리 뻗는 게 더 잘 들려서 비교 효과로 난 오히려 상대적으로 잘 들었다.
살다보면 리프라이즈에서 무대 한 가운데 서서 가만히 소리를 채우는 송화와 회전무대를 걸어가는 동호로 짜놓은 동선 bbch홀 서편제 연출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이들은 말하지 송화가 떠돌고 동호가 찾아다닌다고. 송화는 자신을 찾았기에 그저 '나'의 자리에 있기에 언제나 머물러있으며 동호는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 해 떠돌고 있음을 그림 그 자체로 말하는 연출이라 정말 좋다.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소리와 움직임과 무대로 보여줌으로 이야기가 완성되는 순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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