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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21005 뮤지컬 마틸다

by All's 2022. 12. 12.



캐스트 - 임하윤 장지후 방진의 강웅곤 차정현 김기정 김주혁 정아인 은시우 정혜람 임동빈 정은서 이서준


(+) 트윗 감상



복권은 포카세트! 마그넷 예쁘다ㅠㅠㅠㅠ 영수증 문구는 늘 똑같으려나ㅎㅎ




다들 너무 잘해서 첫공 안 같아ㅠㅠㅠㅠ 그냥 진짜 다들 너무 잘함ㅠㅠㅠㅠ 공연 시작 전에 연출님 나와서 첫 공연이고 하윤 마틸다 데뷔 무대니까 응원 부탁드린다 했는데 그냥 넉넉한 마음의 응원 필요없다 다들 너무 좋고 잘하니까ㅠㅠ

디큐브가 엘아센보다 작은 극장인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공간 지각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체감해본 적은 없는데 디큐브가 아담해서 무대가 진짜 꽉 찬 느낌이긴 하다 엘아센 규모를 기억하다보니 약간 답답하긴한데 대신에 (5열 기준) 한눈에 다 들어오는 건 장점! 디큐브 2층이 1층을 일찍 덮어서 초키 조명이 어떻게 보일지가 좀 궁금한데 (5열 기준) 단차는 앞사람이 크면 발끝이 좀 잘려서 좀 아쉽긴한데 그래도 시야 자체는 맘에 든다. 그리고 내가 이미 공연을 본 사람이라 그런 걸 수 있지만 음향을 잘 잡았은 건지 아이들 넘버랑 대사도 잘 들려!

아 근데 마틸다는 잘하면 슬픈 극이라서ㅠㅠ 진짜 1막에 목이 꽉꽉 메였다ㅠ 하윤틸다 슬픔이 너무 잘 보이는데 이렇게 슬픔에 질 수 없다고 자신을 달래면서 너티할 때 개구짐이 씩씩한데 허니가 널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할 때 처음으로 자신을 인정해주고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어른을 만난 순간의 감격이 너무 마음을 아리게 해서 진짜 허니를 향한 마틸다의 포옹이 너무 절실해서 가슴이 아렸다. 진짜 얼마나 그런 순간을 바라왔을까.. 얼마나ㅠ

자기를 직접적으로 괴롭히는 아빠에게 장난으로 반항하면서도 학대에 동조하고 방관하고 마틸다를 무시하는 엄마에게 그래도 조금이라도 사랑받고 이해받고 싶어서 자꾸만 말을 붙여보는 게 너무 안쓰러운데 그 대답받지 못 했던 사랑을 처음 받아본 그 아이의 울컥함이 너무 목이 메였다

사랑해




천천히 다 만날 수 있길 이 위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마틸다들을




저번 시즌 자첫 때도 한 생각이었지만 마틸다는 내가 만난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혁명 이야기다. 사랑해.

학대 받고 자란 어른이 자신이 아닌 또 다른 한 아이를 위해 지치고 나약한 자신을 다독이며 손을 뻗고, 그 아이는 자신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이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부조리에 대항하다가 작고 어리다고 그들을 망가뜨리려는 세상에 마침내 소리를 내고 용기를 낸 아이들과 함께 부조리한 폭력에 저항하여 서로를 구하고, 마침내 자신의 자리를 찾고 소리낼 수 있게 된 이에 의해 다시 구원받는 이야기. 마틸다가 특별한 건 똑똑해서가 아니라 옳지 않음을 옳지 않다 말할 수 있어서고 포기하지 않아서야. 그 아이가 포기하지 않았기에 제니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다른 아이들도 자신의 친구인 마틸다와 함께 그들을 인내와 다정함과 사랑으로 온당히 그래야할 태도로 제니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일어날 수 있었던 그 순간이 너무 벅차다.
 
그리고 미스터 웜우드가 스페인으로 도망가기 전에 마틸다를 딸이라고 부르는 부분을 마틸다에서 거의 유이하게 안 좋아하는데 마틸다가 불가리아 마피아에게서 웜우드를 구하게 된 단 하나의 계기였구나 오늘 이해했다. 그럼에도 마틸다가 너무 자비롭다 생각하지만 그 애가 개운하다면 좋아

어른들 중에는 경력직들이 꽤 계셨지만 아이들은 주환이도 저번 시즌에는 에릭이었어서 다들 진짜진짜 처음일텐데 진짜 너무 어쩜 이렇게 잘할까ㅠ 평균이 평균 이상인 걸 말이 되게 해ㅠㅠ 아인라벤더 객석을 진짜 쥐었다 폈다하고 주혁브루스 춰퀄릿 발음도 너무 사랑스러워ㅠ 동빈 나이젤 마이클로 봤을 때는 깜찍하게 연기 너무 개구지게 잘했는데 침대에서 일어난 척 진짜 뻔뻔하고 사랑스럽고ㅠㅠ 시우토미, 혜람앨리스, 아람아만다, 서준에릭 다 그냥 구색때문에 쓰는 게 아니라 다 잘해ㅠ 리볼팅 칠드런이 그래서 너무 감동적이었다ㅠ 생생하게 반짝이며 아이들 하나하나 일어날 때 너무 벅찼어ㅠ 소현호르텐시아가 중심 단단히 잡아주는 건 또 말해뭐해ㅠ 첫공이구나 싶은 건 알파벳 송 때 블럭 조금 늦게 들어간 타이밍 한 두번 있던 거 말고 진짜 없었다. 공연 끝나고 기립말고 박수랑 함성이 터져나왔는데 퀵보드 타며 노래하는 그 순간을 다들 모두 온전히 보고 싶어서 안 일어나고 박수치며 보고 있는 구나 싶게 마음이 꽉 차게 아름다운 첫공이었다. 무대인사 촬영된다는 게 뭔가 소감을 길게 말할 줄 알았는데 커튼콜 노래 끝나고 스태프진도 나오셔서 전체 인사를 짧게 하고 들어가는 거라 제대로 못 찍었고 그냥 박수만 쳤는데 안 아쉽다 내가 너무 아름다운 순간에 객석에서 박수를 보낼 수 있다는 게 그냥 행복했어ㅠ

하윤틸다의 모든 순간이 마음을 두드렸고 그 조그만 몸으로 보여주는 슬픔과 담담함과 부끄러움과 분노와 용기, 호기심 등 모든 게 다 신기하리만치 멋졌고 좋았지만 하윤틸다의 quiet 를 처음 본 오늘을 아주 오랜 시간 곱씹게 될 미래를 객석에 앉아있던 현재에 느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이해해서도 안 되는 폭력이 덮치는 순간, 그 폭압적인 환경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세상에서 나를 차단하는 방어 기제가 나타날 만큼 괴로웠던 순간에서 결국 그 침묵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여 세상을 움직이게 되는 용기. 힘든 상황에서 그저 숨기만 하고 두려워만 하던 어른은 하윤틸다의 그 용기가 너무나 정말 부럽고 고마웠다.

기억이 틀린 걸 수도 있지만 미스터 웜우드가 사기친 대상 원래는 러시아 마피아였던 거 같은데 불가리아 마피아로 바꾼 게 맞자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마틸다 속 텔레비전의 역할은 아무래도 이제는 스마트폰이 대체한 상황이라 어린 관객들은 올드하고 자유도도 낮은 텔레비전으로 왜 저런 얘기를 하나 싶을까 걱정이 되지만서도 그거까지 뒤집어 엎는 건 아무래도 어렵지ㅇㅇ 난 티비 세대라 익숙해서 다행 아닌 다행이려나. 이 아름다운 극이 언제나 사랑받으면 좋겠는지 기술의 발전이 만든 사회상의 변화가 관객의 시대와 거리감을 만들어서 극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깎을까 걱정이 될 만큼 마틸다가 좋다.

진의허니가 여전히 너무 좋다. 삶의 시작부터 너무나 오랜 시간, 너무나 많이 아팠기에 지치고 연약해진, 그러나 선량하고 다정한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조금씩 더 용기를 내며 다가가는 것조차 두려웠던 존재에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아이들과 함께 소리칠 때, 그리고 마틸다에게 손을 내미는 모든 과정이 깊은 위로가 된다. 스스로가 아무 힘도 없고 나약하다고 자기 비하에 빠졌으면서도 자신이 아닌 마틸다를 위해 몇 번이나 용기를 내고 길을 찾으면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성장이 희망이 된다.  누구나 강해질 수 있다는 빛이 되어준다.

지후트런치불 노래고 연기고 몸 쓰는 거고 진짜 나무랄데 없이 너무 잘하는데(리본은 못 잡았지만ㅋㅋㅋ) 근데 좀 귀엽고 은근 정이 가서 이렇게 덜 역겹고 덜 징그러워도 되는 건가, 제식훈련마저 귀여운데?하고 고민했는데 그렇게 은근히 사랑스럽던 존재가 my house 뒤에 천둥과 붉은 빛 속에 걸어나올 때 내가 스토리를 이미 다 알고 있음에도 미묘한 배신감이 들면서 두렵고 역하게 다가올 때의 충격이 예상치 못 한 방향인데 좋았다. 아이들을 학대하고 마틸다의 이야기 속 공중 곡예사의 언니의 모델임을 알고 있음에도 극 속에서 웃음을 주고 멋진 퍼포먼스를 해서 생기던 유대감이 깨지는 게 주는 충격이 허니가 이모에게 갖는 두려움과 닮았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웅곤 미세스 웜우드 정말 너무 멋진 게 진짜 한 치의 여지도 없이 생각없고 정말 아름답고 육감적이다. 했던 역을 다시 하게 되면 더 달라지고 새로워지고 다른 뉘앙스를 더 해야하는 거 아닐까하다가 삐끗하거나 과하게 다른 여지를 넣을 수도 있는데 칼 같이 노력해서 이기적이고 생각없는 인물을 해내는 균형감각이 새삼 감동적이었어. 정현 미스터 웜우드도 너무 잘하셨고 분명히 초연 때 안 하셨을텐데 왜 이렇게 잘하시지 신기해서 초연 캐스트 다시 보고 왔다.

키즈 스윙 및 성인 앙상블들 포함해서 뉴캐스트든 초연 멤버든 다들 너무 신기하고 멋졌던 게 잘하는데 그 잘함이 첫 공연이니까 엄청 잘해낼 거야하고 기합 빡 들어간 긴장된 잘함이 아니라 언제나 그래왔듯이 잘하는 자연스러운 잘함이라 더 신기하고 멋졌다. 이게 프리뷰라는 게 믿기지 않아.

어른이 되면이 그네인 건 그네는 날아가다가 다시 내려오게 하는 존재라서 그런 거겠지.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거라고 아이들의 꿈은 하늘을 날지만 어른도 땅에 발 붙인 존재일 뿐이라 다시 내려오게 되는. 하지만 극이 말하는 게 절망이 아님이 좋다.

난 로얄드 달이 아이들을 싫어해서 찰리의 초콜릿 공장이랑 마틸다 같은 이야기를 쓴 거라는 의견은 영원히 동의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을 행복하고 아이답게 살아가고 그래서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나지 못 하게 하는 어른과 세상을 싫어하는 이라고 생각해. 트런치불을 물리친 뒤 마틸다가 초능력을 쓰지 못 하게 된 것마저 아이가 살아남기 위해 특별해져야 하는 게 부조리하다는 걸 말하는 걸. 소설 마틸다의 사려깊은 이야기를 이렇게나 완벽하게 무대 위에서 말하고 노래하고 그려진다는 게 너무나 좋다.

그럼에도 정말 너무나 사랑하는 이야기지만 문장의 뜻을 아이들이 읽기 때문에 알려주기라도 하는 chalk writing 이 있대도 칠판 글씨가 계속 영어인 건 참 아쉽긴 하다. 아동극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극이기도 한데 guilty는 '유죄' 나머지 문장들도 한글로 바꿔도 될 것 같은데ㅠ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께ㅠ 러시아를 불가리아로 바꾸는 융통성을 칠판 글씨 언어를 라센 국가의 글자로 바꾸는 데에도 발휘해주세요ㅠ

초연 때도 그랬지만 난 마틸다의 헝클어진 부스스한 머리가 너무너무 슬프다. 비즈니스의 기본이 헤어 스타일이라고 하는 아빠도, 탈색을 위한 과산화수소를 욕실에 상비해두는 엄마도. 아무도 그 아이의 숱많은 머리를 빗어주지 않아서 부스스하게 뻗쳐있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 라벤더와 아만다의 정성 가득 담긴 다르게 땋여진 머리랑 너무 다르잖아... 그 아이가 충분히 사랑받고 보살핌 받지 못 하고 있음을   제일 높은 층 가장 끝 자리의 관객도 모를 수가 없는 그 머리 속에 파묻힌 작은 아이가 씩씩하게 학대 속에서 살아가는 게 애틋해.

펠프스 선생님역의 기정배우는 무겁지 않게 극을 차분히 끌어가시는 게 참 좋은데, 나는 펠프스 선생님이 마틸다가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 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끊임없이 그 아이에게 마틸다 너를 자랑스러워 하실 거야 너는 정말 특별한 아이야라는 말이 자신의 불행을 먼저 꺼내고 싶어하지 않는 그 아이에게 줄 수 있는 펠프스 선생님의 응원 같아서 너무나 뭉클하다. 너는 정말 특별한 아이야 그걸 알고 있으렴이라는 응원으로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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