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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10317 뮤지컬 위키드 밤공

by All's 2022. 11. 29.



캐스트 - 옥주현 나하나 서경수 이상준 김지선



저번 시즌에 자첫자막한 위키드는 나한테는 행복해하면서만 보기에는 너무 슬픈 이야기였다. 하나배우 좋아해서 하나 글린다 위주로 보려고 간 거였는데도 하나글 너무 귀엽고 너무 잘해서 광대 탈출하며 헤벌쭉하면서 보다가 디파잉 그래비티 보면서 또 슬퍼서 푹 퍼져버리게 되더라ㅠㅠ 저번 시즌에 본 차엘피는 애초에 좀 포기가 보이는 인물인데 옥파바는 심지어 좀 더 어리고 좀 더 강하게 애정을 바라는 인물이라 옥파바가 너무 슬퍼서 디파잉이 너무 슬프더라ㅠ 진짜 위키드 1막 단짠이 너무 나한테 컸다. 그래도 2막을 보는데 그때보다는 희망차게 맘이 정리되었다. 하나글린다가 있는 오즈는 왠지 바뀔 수도 있다는 마음이 든다는 트친님 후기를 본 적 있는데 진짜 그 마음이 들어서 가득 차오르는 슬픔이 조금은 눌러졌다.

자신이 알게된 진실의 조각들을 모두 밝히지는 않았지만 글린다는 그저 마법사와 모리글의 꼭두각시로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웃고 마는 마스코트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자리에서 끌어내고 자신이 앞에 서는 것을 택했으니까. 그저 웃고 사랑받는 것 이상의 선택을 스스로 한 게 확 와닿았다. for good에서 이야기하는 너로 인하여 달라졌다는 건 깨달음을 넘은 맹세로 다가왔어. 완벽할 수도 어쩌면 소소할 수도 때로는 비겁할 수 있어도 엘파바와 함께하며 얻었던 모든 다짐들을 하나글린다는 지켜내기 위해 자신은 밝혀지지 않은 친구의 진실에 눈물 지어도 끝까지 진짜 선이 되기 위해 살아갈 게 보였다. 저번 시즌에 본 글린다가 그런 게 없었다는 건 아니고 썸머로 봤는데 썸머글린다가 엘파바와 헤어진 뒤 마법책 끌어안고 슬퍼하다가 오즈민들에게 가던 그 사이가 너무 가슴이 저려서ㅠㅠㅠㅠ 그 뒤 글린다의 각오를 볼 마음의 여력이 나에게 없었어서ㅠ 재연 떄는 이 날과 다른 끝맛인 혁명가의 좌절로서 위키드를 느끼면서도 그래도 그 사이에 보여준 모든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 갈등 이후의 화해와 연대와 진실의 가치에 대한 간절함 등이 아름답고 현실고발적인 면이 근사한 극이라고 생각했지만 좀 더 희망의 결을 느끼게 되니까 위키드가 보여준 것처럼 세상에도 희망이 싹트길 늘 기원하는 나의 삶의 희망과 더 가까이 맞닿아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런 끝맛에 특히 더 큰 영향을 준 하나글린다에게 정말 사랑이 샘솟았고... 하나배우 잘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본체가 밝고 쾌활하지만 애교섞인 모습은 쑥쓰러워할 타입인 거 원래 성격 모르는 사람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그냥 밝고 자기 위주고 자기 욕망에 충실한 것 같고 그러면서도 결국 진짜 선의가 뭔지 생각하고 마음 속에 숨은 희망 하나를 자꾸 보이고 싶어하는 거 글린다의 복잡한 면모를 애교섞인 모습 뒤에 풀어내는 거 너무 잘해서 진짜 막 감탄하고 있었는데 굿 뉴스 성악 발성도 너무 제대로 해서 사랑이 터져버렸다. 나 나하나 사랑한다 흑흑

내가 굉장히 모나고 표현 방법이 못난 반골 기질 뿜뿜 인간이라 자기 혐오적인 측면에서 엘파바와 아이다를 마음 깊이 품지 못 하는 한계가 몇 년 전에 있었는데 약간이지만 세월이 흘러서 보니까 위키드와 아이다의 구도가 여러 군데 겹치면서 그들이 아프고 다쳤기에 갖게 된 서툰 면이 보여서 오늘 위키드를 보면서 더 슬프면서 인물들은 더 잘 와닿아서 극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만큼 이제 다시 이 시선으로 아이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과 그 아이다의 암네리스가 하나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근데 아이다 끝났어ㅠ 이제 없어ㅠ 신시 새 버전 나오면 사와주세요ㅠ

옥파바 좋다좋다 얘기는 많이 들었다만 위키드를 많이 안 봐서 이제야 보았는데 노래는 당연한 거고 옥파바 캐릭터가 참 좋더라 나는! 사람들한테 너무 배척 당해서 그 배척이 더해지는 걸 막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다는 걸 표현하는 것의 반대 급부로 괜히 역정을 내고 먼저 화를 내고 그래놓고 역시 사람들이 놀라는 구나하고 속에 슬픔을 쌓는 게 너무 잘 보여서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랑 잃을까봐'라는 디파잉의 가사가 너무 와닿는 엘파바였어ㅠㅠ 몇 주 지났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도 그 부분 생각하니까 가슴이 저린다ㅠㅠ 옥언니는 내가 그 표현이 섬세해서 특히 그런 역 하실 때 더 좋아하긴 한다만 외강내유 연기 정말 잘하시고.. 상처를 감추기 위해 날을 세우는 모습도 자신을 향한 애정에 기뻐하면서도 믿지 못 해 어리둥절해하는 모습도 그리고 한 번 갖게 된 마음들에 최선을 다하는 그 열심도 참 애틋해서 맘이 아렸다. 초록색 피부, 특별한 능력, 세상을 보는 조금 다른 시선 등으로 배척받고 이상하고 심지어 악한 취급을 받는 엘파바가 그저 모든 선하고 평범한 '인간'임이 다가와서 그녀를 특별하게 하는 세상의 부조리가 참 아파. 피가 뜨거운 사람이지만 사실 외로움이 많은 옥파바 진실을 위해 맞서 싸우는, 세상에서 차별받는 외로운 사회운동가의 상징인 엘파바를 정말 잘 표현하시더라. 잘하니까 인기있는 거겠지만 잘 하겠거니 하는 거랑 내가 잘하는 거 보는 거랑은 역시 다르니까ㅎㅎ 진짜 진실을 알고 세상을 위해 이제 몸 담고 있던 세상을 찢어내고 싸움의 길을 가려는 엘피를 둘러싼 오즈민들의 저주 역시 가슴 아팠고.. 디파잉은 아프지만 정말 근사해ㅠㅠ 엘파바의 피부색과 행동과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사회 운동을 하는 마이너 인생의 상징 그 자체인 부분이 너무 많고 그게 참 현실적이잖아. 현실 차별의 고통은 옥엘피에게, 그럼에도 끝나지 않고 생겨나고 이어지는 희망은 하나글에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나글 경피에로를 일부러 맞춘 건데 경수배우는 그냥 피에로가 한국에서 태어난 수준이던데ㅋㅋㅋㅋㅋ 아니 당연히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너무 잘 어울리고 또 너무 잘해서 잘한다는 말 이외의 말을 못 찾겠다ㅋㅋㅋㅋㅋ 경피에로의 모든 순간이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순간은 보크와 글린다의 대화를 조각상 뒤에서 지켜볼 때 스치던 옅은 실망감과 파티에서 엘파바를 보면서 짓던 역시 옅은 경외감. 가볍고 얄팍하게 구는 겉모습 속에서 누군가를 열렬히 찾고 있었음을 그런 한 순간들로 보여주는 거 참 설렜다.

우리 푸딩 왜 거기있어요 우리 푸딩 내가 너무 좋아하는데 등장하자마자 속으로 울게 만든 상준 마법사는 내가 숄레로 보고 싶은 게 욕심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더 비중 높은 극에서 여전히 잘하고 계시더라ㅠㅠ 전에 경주 마법사는 그냥 대충 생각없이 사는 사람이 휘둘리면서 살아서 지 팔자 지가 꼰 느낌이었는데 상준 마법사는 본인이 진짜 야망이 있어서 난 그냥 아버지가 되고 싶던 외로운 사람~~아무리 이래봤자 아니야 너도 진짜 찐 한 패거리 쓰레기ㅂㄷㅂㄷ하게 해주는 게 그거대로 좋았다.

임규형 보크는 더블 캐스팅에서 봤을 때는 너무 야망 뿜뿜으로 뒤 회차로 갈수록 캐릭터보다는 본인이 보이게 무대를 해서 호감이 깎였었는데 정작 무대에서는 괜찮고 좋더라. 네사로즈 극혐 연기의 밀도가 좋았어ㅎㅎ 그런데 네사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네사로즈가 비중에 비해서... 이예은 네사가 배우 낭비였던 걸 머리로 알기는 하는데, 관객 자아가 그런 거 다 필요없고 예은이 다시 데려와 울고 싶게 하는 연기더라. 네사로즈가 마냥 순하고 착한 애가 아니고 엘파바에게 보살핌 받는 걸 사실 수치스러워하는 지 아버지같은 면이 있다는 걸 1막에서 잘 보여줘야 2막의 흑화 네사가 납득이 가는 건데 1막에서 그냥 마냥 순하고 보크가 말 걸어줘서 신나고 보크한테만 집착하는 걸로 보여서... 회전문 도시는 분들은 오히려 이제 화해하고 잘 보시던데 내가 예은이... 예은이 하면서 울었다ㅠㅠ

마무리 어케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대충 음향이랑 자리 얘기.. 음향... 블퀘 음향은 나에게 늘 복불복이지만 이번 위키드는 예술의 전당 때보다는 나은데 많이 별로였다. 소리는 따가운데 그렇다고 빵빵 터지게 시원하지도 않고 예당 때는 오피 2열에서, 이번에는 그냥 2열에서 봤는데 무대와 객석 사이가 훨씬 가까운 만큼 배우들 육성도 가까워서 더 잘 들리는 거 플러스(그래도 예당보다 블퀘 기본 음향이 더 뮤지컬하기에 좋음)해서 보기에 무리는 없는데 맘에 들지는 않더라. 가까운 거 짱 신나고 중블 살짝 왼쪽 치우친 자리라 글린다도 잘 보이고 다 좋았지만 정말 공연 자체를 더 잘 즐기기에는 역시 5~6열이 더 좋겠다 했다.

후기 쓰다보니 역시 행복했던 관극이라 다시 보고 싶은 맘이 차오르는데... 돈도 없고 시간 여유도 없다ㅠㅠ
손나/ 옥정 or 손정으로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어찌되려나 내 관극생ㅠㅠㅠㅠ
여튼 위키드 여전히 좋네.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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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위키드는 행복해하면서만 보기에는 너무 슬픈 이야기다..

하나글 너무 귀엽고 너무 잘해서 광대 탈출하며 헤벌쭉하면서 보다가 디파잉 그래비티 보면서 슬퍼서 푹 퍼져버리는 것입니다..

하나배우 잘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본체가 밝고 쾌활하지만 애교섞인 모습은 쑥쓰러워할 타입인 거 원래 성격 모르는 사람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그냥 밝고 자기 위주고 자기 욕망에 충실한 것 같고 그러면서도 결국 진짜 선의가 뭔지 생각하고 마음 속에 숨은 희망 하나를 자꾸 보이고 싶어하는 거 애교섞인 모습 뒤에 풀어내는 거 너무 잘해서 진짜 막 감탄하고 있었는데(굿 뉴스 성악 발성도 너무 제대로 하시고 진짜 최고임ㅜㅜ) 아.. 옥파바가 너무 슬퍼서 디파잉이 너무 슬픈 거야ㅠ 진짜 위키드 1막 단짠이 너무 나한테 커ㅠㅠ

옥파바 사람들한테 너무 배척 당해서 그 배척이 더해지는 걸 막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다는 걸 표현하는 것의 반대급부로 괜히 역정을 내고 먼저 화를 내고 그래놓고 역시 사람들이 놀라는 구나하고 속에 슬픔을 쌓는 게 너무 잘 보여서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랑 잃을까봐라는 디파잉의 가사가 너무 저려. 진실을 위해 맞서 싸우는, 세상에서 차별받는 외로운 사회운동가의 상징 그 자체가 엘파바의 피부색과 행동과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모두 함축되어 있어서.. 진짜 진실을 알고 세상을 위해 이제 몸 담고 있던 세상을 찢어내고 싸움의 길을 가려는 엘피를 둘러싼 오즈민들의 저주가 아프다

재연 때 자첫자막한 이유도 너무 슬퍼서였는데.. 아 역시 너무 슬퍼ㅠ 그래도 2막을 봅시다ㅠ

하나글린다가 있는 오즈는 왠지 바뀔 수도 있다는 마음이 든다는 트친님 후기를 본 적 있는데 진짜 그 마음이 들어서 가득 차오르는 슬픔이 조금은 눌러졌다.

자신이 알게된 진실의 조각들을 모두 밝히지는 않았지만 글린다는 그저 마법사와 모리글의 꼭두각시로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웃고 마는 마스코트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자리에서 끌어내고 자신이 앞에 서는 것을 택했으니까. 그저 웃고 사랑받는 것 이상의 선택을 스스로 했고 너로 인하여 달라졌다는 건 깨달음을 넘은 맹세니까. 완벽할 수도 어쩌면 소소할 수도 때로는 비겁할 수 있어도 엘파바와 함께하며 얻었던 모든 다짐들을 하나글린다는 지켜내기 위해 자신은 밝혀지지 않은 친구의 진실에 눈물 지어도 끝까지 진짜 선이 되기 위해 살아갈 거니까. 난 하나글 믿는다.

오늘과 다른 끝맛인 혁명가의 좌절로서만 다가왔던 때의 위키드 역시 그래도 그 사이에 보여준 모든 차별에 대한 논재 재기, 갈등 이후의 화해와 연대와 진실의 가치에 대한 간절함 등이 아름답고 현실고발적인 면이 근사한 극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처럼 그래도 희망의 한 자락을 잡을 수 있는 끝이 세상이 제발 그렇게 되길 바라는 나의 희망과 더 가까이 맞닿아 있어서 더 좋았다. 그리고 그런 끝맛을 준 하나글린다에게 너무나 큰 감사를 보낸다. 하나배우 최고예요ㅠ 가능하면 하나배우 필모 챙겨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던 과거의 나 너무 잘했어ㅠㅠ

내가 굉장히 모나고 표현 방법이 못난 반골 기질 뿜뿜 인간이라 자기 혐오적인 측면에서 엘파바와 아이다를 마음 깊이 품지 못 하는 한계가 몇 년 전에 있었는데 약간이지만 세월이 흘러서 보니까 위키드와 아이다의 구도가 여러 군데 겹치면서 그들이 아프고 다쳤기에 갖게 된 서툰 면이 보여서 오늘 위키드를 보면서 더 슬프면서 인물들은 더 잘 와닿아서 극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만큼 이제 다시 이 시선으로 아이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과 그 아이다의 암네리스가 하나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근데 아이다 끝났어ㅠ 이제 없어ㅠ 신시 새 버전 나오면 사와주세요ㅠ

옥언니는 내가 그 표현이 섬세해서 특히 그런 역 하실 때 더 좋아하긴 한다만 외강내유 연기 정말 잘하시고.. 상처를 감추기 위해 날을 세우는 모습도 자신을 향한 애정에 기뻐하면서도 믿지 못 해 어리둥절해하는 모습도 그리고 한 번 갖게 된 마음들에 최선을 다하는 그 열심도 참 애틋해서 맘이 아렸다. 초록색 피부, 특별한 능력, 세상을 보는 조금 다른 시선 등으로 배척받고 이상하고 심지어 악한 취급을 받는 엘파바가 그저 모든 선하고 평범한 '인간'임이 다가와서 그녀를 특별하게 하는 세상의 부조리가 참 아파.

경수배우는 그냥 피에로가 한국에서 태어난 수준 아닐까? 아니 당연히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너무 잘 어울리고 또 너무 잘함ㅋㅋㅋㅋㅋ 경피에로의 모든 순간이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순간은 보크와 글린다의 대화를 조각상 뒤에서 지켜볼 때 스치던 옅은 실망감과 파티에서 엘파바를 보면서 짓던 역시 옅은 경외감. 가볍고 얄팍하게 구는 겉모습 속에서 누군가를 열렬히 찾고 있었음을 그런 한 순간들로 보여주는 거 참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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