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후기

20210217 연극 아마데우스

by All's 2022. 11. 29.



캐스트 - 차지연 박은석 홍서영 김태한 육현욱 이상훈 박소리 김하나 배훈 유희지 한동훈 이지우 최재웅 길을동 박준혁




(+) 트윗 감상

극이 너무 성긴 걸. 희곡 자체를 읽지 않았지만.. 이게 희곡 자체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랐다면 그래도 현 시점에 이 큰 극장을 채울 때에 걸맞는 밀도를 만들었어야 하는 거 아닐까. 배우들 움직임 안무나 그런 부분이 이건 연극도 음악극도 뮤지컬도 아니게 애매하다. 뮤지컬이었다면 노래 음악으로 채웠을까 싶은 여백이 연극에서 느껴지게 짜여져 있다는 건 그냥 글 자체를 무대에 올릴 때 느껴질 공백을 대사를 뛰어넘은 분위기로 채우지 못 했다는 거겠지. 오늘 캐스팅 다 좋아하는 배우들이고 캐릭터 해석과 수행도 나쁘지 않거나 좋거나를 오가고 있지만 배우가 열일해서 채울 수 없는 휑한 공간이 극을 보는 내내 느껴지는 걸 어찌할 수가 없네. 아마데우스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영화랑 비교해서 느끼는 아쉬움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이걸 배우 낭비라고 하기에는 줄거리가 이상한 건 아니라 또 뭐한데.. 그냥 뭐랄까. 너무 휑해.
 
내가 이런 스타일의 연극에서 치밀함을 강하게 원하는 건가 고민도 되고. 그냥 프로덕션이 추구하는 분위기 자체가 적당히 가벼움인데 내가 너무 많은 걸 원하나.

배우낭비가 아니라고 했던 1막을 취소하자니 배우가 빛나는 순간들이 극본이 의도하지 않은 부분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괜찮다고 하자니 너무 극 자체가 허허벌판인데 거기서 열일하는 거 보고 있자니 지치고 정말 사람 피곤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신의 특별한 은총으로 온 세상 그 자체를 음악으로 만들어낸 천재와 신의 영광을 담은 영원한 음악을 남기고 싶지만 음악에 대한 그릇 자체가 다른 평범함을 증오하는 못난 인간의 대비를 그리려고 했던 거는 알겠는데 그게 명확히 드러나는 순간이 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는 모차르트의 독백 단 한 순간이고 나머지는 애매하게 메시지 겉핥기 하고 있는데 또 굵은 줄기를 이해하는 배우들이 순간순간 무대와 세트와 안무 등등 하여간 모든 것이 뒷받침해주지 못 하는 열악함 속에서 그 굵은 줄기를 뽑아내는 순간들을 봐야해서 너무 피곤했다.

모차르트가 신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순수하게 음악으로 세상을 그려내고자 한 순수 그 자체 였다는 것 까지야 나타나긴 했는데 문제는 그 빛남을 질투하는 평범함에 대한 증오자 그 자체인 살리에르가 모든 평범한 이들의 이해자이자 용서자가 되겠다고 하며 근사하게 인사하며 끝나는 끝이 뭐래 니가 뭐라고 그걸 해라고 삐딱한 기분이 든다는 거였다. 그 대사 뱉는 방식과 동작 안무가 매우 구리게 느껴졌다고 해도 살리에르가 목을 긋고 죽음이라도 본인이 선택하고자 했지만 그렇지 못 해서 사람들의 비웃음만 산 장면까지만 하고 뒤에 암전으로 끝이 났다면 특별함을 쫓다가 자신을 모두 잃은 못난 이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지나친 질투와 시기로 자신마저 파괴하는 한 인생을 보며 그런 후회로 내 삶을 낭비하지 않게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자라고 생각이라도 할텐데 평범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들을 평생 이해하지 못한 살리에르가 평범한 이들을 용서, 이해 이런 말 하는 거에 그래 내가 너의 마음을 이해해 이러고 싶지 않다. 그가 마지막 순간, 목을 긋기 전에 느낀 후회가 모차르트가 그게 진짜 삶이고 음악이라고 한 모든 것 속에 자기 자체가 있었음을 깨달은 부끄러움이라면 모를까 끝까지 신에게 이겨보겠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버린 자를 나의 대리자로 세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정말 비참한 마지막을 그려내지 않고 멀끔한 모습으로 배우를 세우고 막을 내려서 가뜩이나 지루하고 휑한 극이 허무하기까지 하네.

차살리가 서영콘스한테 진짜 사랑해서 서툴렀던 척하는 장면이랑 그런 살리를 끌어안으며 미소에서 비웃음으로 그의 가식을 콘스가 까발리는 1막 씬, 모차르트가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없이 경박할 뿐이던 그가 왜 숭고한 음악의 전승자인지 증명하는 2막 씬 외에는 슬프게도 의미없는 155분이었다.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으니 후회할 것까지는 없지만 yes포인트 쏟아부어서 꽤 싸게 본 게 다행이었다 싶긴 하고. 그때 차서영 볼 걸 그랬나 후회하지는 않을 게 다행인 거겠지.

이지나 연출의 극에 대해 호불호를 오가기는 해도 공간활용과 움직임에 대한 아름다움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미적으로도 여러 부분 실망스러워서 슬프네. 그래도 서편제 올라오면 사랑하겠지만, 내 믿음이 추억이 되는 건가 생각하면 씁쓸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