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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90414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밤공

by All's 2020. 6. 22.

 

캐스트 - 김지현 박민성 이경수 구준모 조태일 김진태 김정렬 민시양 선한국 조환지 박이든

 

지현여옥 3월에도 잘하시더니ㅠㅠㅠㅠ 세상에ㅠㅠㅠㅠ 16살 여옥이와 조금 더 자란 여옥 차이 더 명확해진 거 대박이셔ㅠㅠㅠㅠㅠㅠ 아 사랑해요 지현여옥ㅠㅠㅠㅠ

좋은 공연은 언제나 같은 감동을 준다.. 감사합니다 여명의 눈동자. 좋은 공연 만나서 감사했어요. 지현배우 감사드려요. 지현배우가 하신다는 이유로 이 극을 보았고 그래서 여옥과 여명을 만났네요. 그저 함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저 또 만나길.

 

어쩌다보니 3월 초부터 막공인 오늘까지 서너번 보는 동안 전부 같은 캐스팅으로 봐서 캐스팅 안 섞인 김에 여명 아카이빙의 의미와 극에 대한 사랑을 담아 다 퉁쳐서 후기 올리기.

원작 드라마 줄거리를 모르는데 오래 전 드라마라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 줄거리 스포 접하기 어려운데 근현대사 4.3 사건이나 신탁 통치 정도만 안다면 줄거리 모르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첫 시작 장면이 액자식 구조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래서 첫 장면 지현여옥 첫 대사부터 눈물이 막 나와서ㅠㅠㅠㅠ 투자 사기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의도치 않았겠다만 해야만했을 미니멀리즘이 연출가의 연출적 노력을 최대치로 가동하게 만든 것 같은 면이 있고 좌석이 안 차서 이렇게 많은 앙상블들 페이는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차고 넘칠 만큼 앙상블 떼창이 훌륭하다ㅠㅠ 동시대 인기 드라마였어도 모래시계와 달리 여명의 눈동자는 드라마 줄거리를 전혀 모르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우리 민족의 아픔이 간결하게 잘 드러난 줄거리라 드라마가 왜 명작 소리 들었는 지 알겠더라.

잔인한 시대의 풍랑에 아픈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각자의 아픔과 고통을 가지고 있지. 친일파에 대한 불필요한 공감까지 유도하지 않고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인, 행복하고 싶었을 뿐인, 사람으로 살고 싶었을 뿐인 사람들의 처절한 고통과 희생을 그려내는 극을 얼마 만에 보는 건지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인 극이다.

어정쩡하게 우리 모두 다 시대의 희생자라 하는 치졸한 타협없이 요즘 핏대 높여서 외쳤던 악역다운 악역이 있는 점도 좋아다. 최두일처럼 극악무도한 악역이 있어야 그 시대 비겁한 기회주의자들이 얼마나 나빴는지 제대로 된 비판이 되는 거지. 일제 시대에는 친일파, 미군정 시대에는 친미파, 그리고 선량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놓은 뒤 자신을 위해 그렇게 조작된 역사대로 민중들을 속이고 죽이고 기만하는 최두일을 보며 마음껏 나쁜 놈을 욕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 지 몰라.

그리고 뮤지컬답게 이야기도 좋지만 음악 정말 좋아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스피커를 크게 키우긴 했지만 그렇다해도 배우들 실력을 떠나서 넘버며 안무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눈과 귀로 느껴져서 너무 뭉클하고 이런 공연이 무려 3.1운동 10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로 올라오는데 투자 사기 당했다는 게 볼 때마다 정말 속상했다ㅠㅠㅠㅠ 무대 자체를 런웨이형으로 조직하고 좌우에 나비석이라는 이름의 무대석을 만들고 무대와 소품들을 최대한 간결하게 하면서 일반석에 앉은 관객의 눈에서는 무대 사용이 좀 많이 깊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투자 사기 안 당했으면 지금 앞뒤로 표현하는 무대 사용이 좌우로 이용되어서 덜 발생했을 일이라는 게 너무 또 속상하고ㅠㅠㅠㅠ 그렇지만 지금 무대 연출도 나름의 멋이 있다. 최대한 일반석 관객에게도 무대 위 나비석 관객에게도 고른 시야를 주고 싶어하는 고민이 느껴졌다. 무대 중앙에 아주 큰 스크린이 있고 중간중간에 스크린 자막으로만 설명하고 넘어간 부분들이 있는데 그 부분까지는 도저히 현재 자금적 여력으로 구현할 수 없는 스케일이러서 그런 거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공연 가격을 확 낮춘 것 같고ㅠ  원작이 소설(1977)-드라마(1991)-뮤지컬(2019) 순으로 나왔는데 소설도 드라마도 시대를 생각했을 때 만들어진 용기에 울컥하는 내용이지... 가장 늦게 최근에 올라온 뮤지컬이 투자 사기를 당하는 사연이 있다는 게 아직 이런 이야기가 올라올 때도 기회주의자들이 사기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게 슬프지만 또 현재이기에 더 이해받을 만한 게 독특한 지점이었다. 사회주의 자본주의 다 떠나서 우리는 모두 한민족이고 그저 민중들은 이념을 앞세운 사람들의 욕심에 떠밀린 시대의 피해자라는 이 이야기를 남북화해 무드인 지금이 아니었다면 요즘같은 마음으로 깊이 받아들이지는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해.

앞에서 주절주절 썼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극들이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대도 좀 이야기적으로 허술하거나 연출적으로 안이하거나 극적 재미가 정말 없거나 등등의 문제가 있으면 역사의 비극에 공명하는 시민으로서는 좋은 부분만 보고 싶어도 공연을 취미로 하는 관객으로서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기도 하는데 여명의 눈동자는 뮤지컬로서 극적인 재미가 있어서 그게 정말 좋았다. 아무리 메시지나 소재가 중요해도 의무감만으로 소비하는 건 한계가 있는데 이건 극이 공연으로서 좋다. 좋다는 말 너무 반복했지만 재밌다는 말을 안 쓰려니 반복이 심하네ㅠㅠ

비중있는 역들은 다들 입체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원톱이기도 한 윤여옥 역은 정말 너무 좋다. 시련을 겪는 여성 인물의 캐릭터의 서사적 조형으로 윤여옥 너무나 잘 되어있어. 여옥의 삶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만 여옥은 그저 불쌍하기 위해 불쌍한 인물이 아니야. 위안부로 난징에 끌려가고 이름도 생의 의지도 잃고 절망했던 여옥이 대치의 말과 행동을 통해 삶의 의지를 되찾은 이후 계속 자신으로서 살아가고 자신이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데.. 풍랑이 이는 역사 속에서 너무나 끝없이 시련을 겪어가면서도 그렇게 삶을 선택하고 이어가는 여옥은 정말 정말 대단하고 멋지고 눈물나ㅠㅠ 세상이 아무리 여옥에게 가혹해도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의지... 정말 너무 대단한 사람이야. 그녀의 삶의 의지가 무력해졌던 하림을 바꾸는 것으로 다른 이를 또한 살리는 사람이 된 거 너무 당연하고. 부서질 것처럼 연약한 순간의 연기도 잘하시지만, 나 자신을 오롯이 지탱하는 한 줄기 강한 의지를 품고 있는 역을 할 때의 지현배우는 정말 너무나 빛나고 근사하고 대단하고.. 사랑해요ㅠㅠ 

대치와 하림은 각자 공산주의자와 미군정을 비롯한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사람의 삶을 대변하고 있지만 둘다 시대의 아픔을 담고 있고 원작 드라마에 비하면 양쪽 다 줄거리와 캐릭터가 달라지기도 했고 비중이 좀 줄었다면 줄은 면도 있는데 대치는 원작 드라마에 비하면 덜 호전적이 되었고 하림은 좀 내레이터적이 된 것 같던데(관극 후에 30분 요약 드라마 압축본을 봄) 지금의 개작을 통해 둘다 시대의 희생양으로 그려내고 특히 대치를 피해자적으로 더 크게 그린 건 잘했다고 생각해. 원작 대치는 좀... 안쓰러울 수는 있는데 요즘은 호감을 얻기에는 어려운 종류의 사람 같더라. 안쓰럽기는 되게 안쓰럽지만... 그러하다.

앙상블 합창 넘버, 여옥, 대치, 하림의 솔로곡 등등에 좋은 곡이 정말 많지만 2막 하림 솔로곡의 성대 열일력 그리고 경수하림의 소화력 어마어마하다. 슬픈 장면이라 일단 운 뒤에 뭔가 좀.. 하림 리사이틀 되는 수준. 너무 개쩔어서ㅋㅋㅋㅋㅋㅋㅋ 민성배우도 역시 잘하고... 담백하면서 안쓰럽기가 어려운데 그걸 참 잘해서 멋져.

자둘 할 때부터 2막에서 자막으로만 처리되는 극 후반의 지리산에서의 상황들을 그리는 사건의 건너뜀이 극 전체 서사에서 유난하게 훅 지나감이 더 느껴져서 투자 사기 정말 야속했는데, 다음 상연이 오기를. 그래서 처음 기획하려했을 때의 이야기 온전히 가져올 수 있기를 바라본다.

앞에도 썼지만 진짜 재고의 여지없는 악역이 있어서 맘에 드는 극이고 그 역은 최두일이고, 연기하시는 조태일 배우는 연기와 노래 그저 모두 잘하셨을 뿐인데 배우는 본분에 충실했을 뿐이다 속으로 염불외면서 커튼콜에 최두일새끼!!하며 박수 안 치려는 마음을 누르고 박수쳐야 하는 수준ㅋㅋㅋ 어떤 일에도 신념을 굽히고 싶지 않아하는 인물, 그저 살기위해 갈등하지만 결국 망가진 인물, 그저 자신만을 위해 살 뿐인 극악무도한 기회주의자 모든 게 있는 극이다. 인물들이 극에서 가지고 있는 입체성이 적절히 안배되어 있어서 정말 좋았고.. 돈 없어서 짠해지고 횅했던 거 빼면 언제나 강도만 다르고 같은 감동을 주던 잘 만든 좋은 극이었다.

좀 희망적인 얘기가 들리고 있다는데... 그게 진짜 이루어져서 재연이.. 앵콜이... 크고 제대로 올라오길 바라본다ㅠ
이 후기가 예전에는 그랬대~라는 기록이 되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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