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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608 연극 모범생들 스페셜 플레이

by All's 2016. 3. 10.


캐스트 - 이호영 김슬기 김대종 홍우진
공연장 - 대학로 자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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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면을 빼는 게 훨씬 낫다는 걸 확인한 것+시간에 변한 건 극이 아니라 나라는 것. 다 이렇게 꼰대가 되어간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예전의 음악과 안무, 대사가 나오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시작 전 태형 연출의 인사 및 공지로 시작했고 다른 부분들이 더러 있었다. 안무는 많이 달랐고 동선도 그렇고 컨닝 시 보내는 싸인과 명준이의 직업도. 그렇게 다른 부분들이 있었지만 13, 15가 그랬듯 역시 큰 힘은 다르지 않았고 정말 오랜만에 같이 합을 맞춘다고 해놓고 자기들 캐릭터를 선명하게 가져온 4명의 배우들 덕택에 공연은 역시 좋았다.

15년에 들어서 바뀐 안무와 동선이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를 넘어서서, 2년의 시간 동안 세상이 좀 더 험악하고 별거 없고 애써봤자 바뀌는 거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대한 내 억울함이 희석된 게 13만큼 내가 15 모범생들에서 많은 걸 느끼지 못하는 이유란 걸 확인했다. 15보다 깔끔하고 배우들 연기도 좋고 진짜 싫은 가면씬도 없는데 이렇다는 건 내가 변했다는 거 말고 다른 이유를 어떻게 찾겠냐 싶은 그런 확신을 줬다는 점에서 시간이 흐르고 예전보다 낭만성을 잃은 내가 좀 씁쓸해진 공연이었다.

아 공연의 퀄리티가 씁쓸한 건 아니다. 공연은 좋았다.

호영명준, 슬기수환, 대종종태, 우진민영 다들 참 좋았다.
가장 인상깊은 건 우진민영. 에덴 동산에서 행복하게 보호받던 온실 속 화초가 생애 내내 겪어보지 못한 폭력과 굴욕에 심판자가 되길 자처한 것 같았다. 변모하기 전에 워낙 순하고 약간은 어수룩하게도 굴어서 내면 속에 그런 계층 의식이 숨어있을 줄 반 아이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 같던 민영이라 흥미로웠다.

오늘 공연에서 또 하나 눈에 띈 건 수환이는 정작 명준이가 위험해지면 꼭 멀리 도망간다는 거. 처음 화장실에서 종태와 부딪칠 때도, 명준이가 차에 뛰어들때도.. 그때 종태는 명준이를 붙잡아 살리려고 하지만 수환이는 가방을 꼭 끌어안고 도망친다. 너와 나는 친한 사이 다정한 사이라고 먼저 말을 해봤자 수환, 특히나 슬기수환에게 명준이는 도구적인 친구라는 게 잘 드러나는 부분 같다. 거울을 놓고 공부라고 여상애들에게 자기를 다 좋아하는 거냐고 말할 만큼 자아도취적인 인물인 수환이가 민영이가 화장실에서 자신에게 주는 굴욕에 내면의 분노를 얼굴에 드러내는 건 진짜 처음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서였을 것이다.

모범생들을 볼수록 수환이가 참 눈에 들어온다. 현실에 있을 법한 무서운 인물이다. 자신의 분노와 화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은 상대하기 쉽다. 예를 들면 명준이 같은>하지만 자칭 친구가 자살을 하려고 했다는데도 걔가 정말 그랬냐고 민영이에게 되묻고, 방금 전 그렇게나 분노한 사람에게 명준이의 뒤를 이어 답안지를 다시 보여 달라고 꼬리를 내리고 매달릴 수 있는 수환이는 더 무서운 놈이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기의 이해타산에 따라 안면을 바꾸는 거. 아쉬울 거 없는 민영이는 못 가질 수도 있는 능력인데 수환이는 그 차가운 이기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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