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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603 연극 스피킹 인 텅스

by All's 2016. 3. 10.

 

캐스트 - 강필석 김종구 전익령 김지현
공연장 - 수현재씨어터



오늘의 캐슷도 오늘의 공연도 정말 좋았다.
원래 자첫자막하려고 했는데 정반대 캐슷으로 자둘하고 자막하고 싶어졌다.

시놉시스를 두어번 읽고 이름을 미리 기억해둬서였는지 난 사실 스토리 따라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인물들도 헷갈리지 않았다.
스피킹 관련 기사에서 수학공식같은 극이라고 표현한 제목을 본 적이 있는데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답이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사랑과 관계와 마음에 확신이 없는, 불안하고 상처입은 사람들이 왜 아프고 힘든 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공연이었다.
인물 하나하나 개성이 있으면서도 극 안에서 무엇하나 엇박자없이 전체 이야기를 위해 알맞은 역할을 하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희곡이 깔끔하게 잘 쓰여있구나 싶어서 좋았다.

특히 마음이 쓰이고 기억에 남는 인물은 제인과 사라, 발레리, 그리고 제인이 바라본 닉과 닉의 부인.
이 인물들은 공감과 극의 메시지를 불러일으킨 인물들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믿음이 중요한 열쇠라는 걸 미리 알았든, 알고 있었지만 결국 가지지 못했든 믿지 못하고 믿을 수 없어서 사랑이 깨지고 마음이 흔들리고 관계가 부서지는 비극을 잘 보여주고 이야기해줘서 여운이 깊다.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는 건 닉과 레온.
한 명은 실직자에 폭력 남편의 기질도 보이고 한 명은 경찰이면서 바람이나 피우는 나쁜놈인데 정작 이 둘이 속한 부부관계가 사랑을 유지시키고 가정을 지키는 열쇠를 쥔 관계라는 게 신기했다. 닉은 사고에 대해서 아내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계속 고민했고, 레온은 돌아온 쏘냐에게 그녀가 떠나서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닐을 만난 이야기를 그녀에게 했다. 극 속 수많은 말,말,말 들 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에게 꼭 이야기하고 전하고 싶어했던 이들이 아내가 남편이 살인용의자가 아니라는 걸 믿게 하고, 다시 재회해 같이 춤을 추게 한다는 게 의미있는 부분인 것 같았다.

보면서 프라이드 우울한 버전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는 알겠는데 시점이나 공간의 교차, 적극적인 문의 사용과 조명이나 음악 활용법 등 연출적인 면 때문이지 극 자체는 프라이드랑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난 프라이드를 명행 은석 소진 종구 배우로 봐서 프라이드랑 캐슷이 한 명만 겹치는데 종구배우에게서 멀티가 느껴지지 않아서 이기도 하고ㅎㅎ
연출 자체는 좋았다. 오히려 극 시작 전 너무 상세한 안내멘트를 굳이 할 필요가 있었나 싶게 깔끔하게 군더더기없이 이야기를 잘 담아낸 연출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조용하고 인물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리는 극을 연출할 때 동연연출이 이렇게까지 늘 비슷한 느낌을 주는 거라면 다음에 진지한 뉘앙스의 동연연출의 다른 공연에서도 또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는 건 고민되는 지점이 생겼다. 고유의 스타일이자 색이라고 생각하면서 개취에 나쁘지 않으니 동연 연출의 차기작들을 계속 보자니 이게 그 색 안에서 차별점을 찾아가며 내가 재밌을 지, 아니면 또 이렇게 하네?하고 지겨워할 지 아직 동연연출 공연 세 작품 밖에 못 봐서 감이 오지 않는다. 진지한 뉘앙스의 다른 극을 연출할 때 한 번 쯤 더 보고 연출력에 대한 평가는 그때 내려야 할 것 같다.

배우들 연기는 좋았다.

익령 배우는 오늘 처음 만난 배우인데 완전 반하고 나왔고ㅠㅠㅠㅠㅠㅠ 커튼콜 때 울먹이시면서 인사하는데 익령배우 보는데 가슴이 먹먹할 만큼 여운이 깊었다.

필석배우는 쓰릴미로 처음 보고 연극으로 한 번 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매우 좋았다.
딕션이 매우 좋아서 대사들이 귀에 쏙쏙 들어와서 자첫인데도 이해에 무리가 없었고 여러가지로 나쁜남자 느낌이 홀리홀리하기보다는 홀리는 기분을 들게했다ㅎㅎ

종구배우는 다른 역할은 그냥 무난하게 괜찮았는데 존이 정말 좋았다!
무표정일 때 싸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발레리를 버리지도 못하면서 더는 사랑하지도 않는 비겁함과 냉소성을 정말 잘 표현했다.

지현배우는 믿보배우이자 거의 준여본진이라 역시 좋았는데, 오늘 좋은 거랑 별개로 지현 발레리가 보고 싶어서 혹시 스피킹 재연이 온다면 그때는 반대 역할하는 거 보고 싶었다. 오늘 지현사라에서 그동안 내가 본 역할들과도 다른 도발적임과 치명적인 매력을 느꼈는데 거기에 발레리의 모래성같은 파스스함이 얹혀지면 내 머리속에 일정 부분 고정된 지현배우에 대한 틀을 깨는 색다른 매혹을 느낄 것 같다.

스피킹 여튼 좋았다.

수현재 자첫이고 자리가 5열이었는데 들어갈 때는 5열까지의 자비없는 단차에 놀랐지만 (6,7열 쯤부터 단차 확 좋아지는 신기한 구조였다ㅋㅋ) 무대가 높아서 시방 못 느끼고 잘 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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