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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606 연극 M.Butterfly 저녁공연

by All's 2016. 3. 10.

 

캐스트 : 이승주 전성우 손진환 정수영 유성주 이소희 김보정
공연장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삼연 이승주 전성우 페어의 막공이자 이승주 르네 전성우 송릴링 각자의 막공.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이 페어의 재연과 삼연 통틀어 레전드인 공연이 끝났다.

서로를 이용했다고 너무나 철저히 믿어서 자신들에게 한순간 사랑이 있었음을 알지 못한 이들. 이 날의 승주르네와 성우송은 누구보다 차갑고 가여운 사람들이었다.
4월 23일 날 삼연 승주성우 페어를 자첫하고 재연 때보다 더 깊어져서 돌아와서 감동했었는데, 자신들의 마지막 공연 날 그동안과는 또다른 결을 보여주면서 깔끔한 마무리를 해내서 감탄스럽고 그런 공연을 보게 해줘서 고마웠다.
오글거리고 선무당일 수 있지만, 공연이 끝난 뒤 오늘 난 나중에 굉장히 대단해질 배우들의 현재를 만나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주 전성우 페어일 때 내가 늘 흡족해하는 부분은 바로 1막에서 르네가 관객들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마담 버터플라이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발코니 위의 초초상과 1층 아래에서 그녀를 연기하는 승주르네는 합이 잘 맞는다는 말 말고 다른 말이 필요없는 자연스럽고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고, 이 날도 역시나 그랬다.
1막의 본격적인 시작이 언제나처럼 깔끔했듯이 둘 다 (한 번씩 대사를 어물거리기는 했지만ㅋㅋ) 서로의 호흡에 맞춰 이 날의 서사를 완성해냈고 그 서사가 정말 너무나 마음에 들고 근사했다.

서로 함께 있지 않을 때는 그 동안 이 페의 기본 노선이 그랬듯 서로를 자신의 환상과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처럼 차가운 것에 비해 둘 이 같이 있을 때는 유난히 유례없이 달달하고 다정해서 이건 이용노선인지 애정 노선인지 초반에는 갈피가 잡히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송의 집에 르네를 처음 초대한 날, 송이 자신을 겁낸다는 사실에 빛나던 승주르네의 형형한 눈빛과 백인 악마에게 무엇을 바라냐고 할 때의 핑커튼과 같던 건들거림이 처음 대사관 파디에서 송을 만난 뒤 그 전까지 송에게 보였던 쑥쓰럽고, 조심스럽던 태도와 너무 완전히 다르고, 옷을 벗으라고 한 르네에게 임신했다고 말하기 전까지 무슨 말을 할 지 철저히 고르고 있는 듯하던 늘송의 표정이 전략적이라, 다정함이 보일지라도 역시 마지막이라 그들의 기본 해서대로 텍스트에 충실한 이용 노선으로 공연을 끌어가려는 건가 싶었었다.
그래서 성우송은 완벽한 예술가이자 스파이로서 르네의 숭배에 도취된, 승주르네는 이상형의 여인을 만나 설레다가 그 여자를 정복함으로써 진짜 강한 남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에 눈 뜬 내면의 핑커튼을 각성한 이용자들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도도한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친동무에게 아이만 있으면 그는 완전히 내 것이 된다 말하며 성우송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과 송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뒤 송이 싫다고 말하자 그런 송을 기다리던 승주르네의 애절한 표정에서 서로를 사랑하는 한 조각이 자기들 마음 속에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바보들이구나.라는 깨달음이 왔다.

처음 목적은 각자 조국과 환상을 위해 서로를 이용한 거였지만, 어느새 자신들 마음 속에 싹튼 애정이 서로와 자신들만 모른 채 비져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 자신이 스스로에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길 원하는 환상 속에 파묻혀 진실을 보지 못한 채 서로 이별하고 말았다.
송 릴링은 완벽한 예술가이자 배우로서 자신의 가장 어려운 상태역이었던 르네가 자신을 영원히 숭배하게 만드는게 목적이었다고 믿고 싶어해서, 르네는 자신이 환상 속에서나 꿈꾸던 여인을 가진 남자 중의 남자, 완벽한 여인의 사랑을 받는 그런 남자가 되었다는 환상을 사랑한거라고 믿고 싶어할 뿐, 자신이 그 사람에게 느낀 감정이 사랑과 흡사한 것이 아니라 진짜 사랑이라는 걸 외면해서 그렇게 둘은 자신들의 진심을 알지 못한 채 각자 자신과 서로의 위악만을 보고 그렇게 파국을 맞고 말았다.

정말 숭배받는 기분과 완전한 스파이가 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송 릴링이 사실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것과, 르네 갈리마르가 남자인 송 릴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각자에게 그렇게나 커다란 상처가 될 수 없다는 걸, 진심이 아니라면 상처받을 수 없다는 걸 그들은 깨닫지 못했다.
송이 여자가 아니고 남자고, 그들의 관계는 공산당을 위해 르네를 이용하고자 시작된 계획적인 거였다는 진실이 밝혀졌다.
송이 남자가 아니었고, 실제로 사랑한 게 아니니 송은 더이상 르네와 계속 관계를 이어갈 이유가 없고, 그냥 환상 속 여인이 필요했던 거고 사랑이 아니라면 비록 30여 년간을 속아 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은 있을 지언정 그녀가 없는 세상을 등질 필요가 없는데, 이들은 그 아이러니는 깨닫지 못했다.
송은 남자인 자신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이제 실체를 드러낸 자신마저 르네에게 숭배받기를 원하다 실재를 거부하는 르네에게 당황하고 절규했으며 끝내 자신을 받아주지 않음에 상처받았고. 르네는 그냥 송을 만나기 전의 삶을 없던 셈치지 못한 채 버림받은 한 남자이자 여자가 되어 그녀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르네는 그렇게 아픔의 이유를 모른 채 죽고 말았고, 송은 그렇게 가슴 한 구석이 뚫린 채 알 수 없는 회한에 젖어 그렇게 텅 빈 껍데기로 살아갈 것이다.
둘은 생을 이어가는 것의 유무는 그렇게 다르지만, 자신의 마음 속 진실 모른 채 스스로가 원하는 환상에 자신조차 속아버렸다는 건 똑같았고, 그렇게 서로 진실을 모르는 채로 한 명은 죽음에, 한 명은 삶 속에 남겨졌다.
서로 이용하기만 했다면 그 관계를 유지할 간첩활동이 들켜버렸으니 한 명은 과업을 완수했다는 만족감을, 한 명은 아무 재수없는 일을 겪었다는 분노나 쓸쓸함을 가지고 각자의 길을 떠나면 되는데, 그 진실 이후 이전처럼 서로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왜 자신을 상처입혔는 지.. 만약 르네가 자살하지 않았더라도 이 둘은 평생 알지 못했을 거다.

자리가 오블 극싸라 공연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아쉬운 마무리가 될까봐 걱정했는데 자리적 핸디캡으로 놓치는 표정들이 있었지만, 그래서 공연에서 감동을 받지 못하는 아쉬운 일 없이 삼연 엠버터플라이와 이승주 전성우 두 배우를 보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고, 그 공연이 정말 너무나 대단했기에 오늘 무대 속 모든 배우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이 날의 공연으로 삼연 엠버터플라이를 마칠 수 있어서 행복했다.
2015년의 엠버터플라이. 그리고 6월 6일의 밤공.
정말 좋았고, 아름다웠고, 행복했다.

(+) 처음 시작할 때 르네의 버터플라이? / 3막에서의 르네, 거짓 자존심은 버리고.. 심장이 쿵 내려앉게 했던 르네와 송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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