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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620 연극 스피킹 인 텅스 저녁공연

by All's 2016. 3. 10.


캐스트 - 이승준(레온, 닉) 정문성(닐, 피트, 존) 강지원(쏘냐, 발레리) 정운선(제인, 사라)
공연장 - 수현재 씨어터



자둘이었던 이 날의 캐슷은 이승준, 정문성지원운선이었고 첫 관람 때의 캐스팅은 강필석, 김종구, 전익령, 김지현이었다.
자둘에 아예 다른 캐슷이다보니 비교하면서 감상을 풀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저번 캐스팅 때는 어떤 인물은 속을 덜 보여주고, 또 어떤 인물은 오늘에 비해서 감정적이라 그 대조 때문인지 나도 감정적으로 많이 휘둘렸었는데 오늘 캐슷은 머릿 속 생각들은 다들 잘 보여주는데 감정적으로는 냉소적인 면이 있어서 관계의 삭막함을 눈으로 느끼기에는 오늘 공연이 더 좋았다.

레온과 닉은 난 레온은 강필석배우가, 닉은 이승준배우가 더 잘 맞았다. 모텔신에서 레온이 제인에게 난 평범하고 아내에 비해서 부족하다는 뉘앙스를 띄울 때의 자기평가가 필석레온 쪽이 더 설득력있게 와닿았는데, 승준레온에 비해서 더 생활감 있고 지질한 결이 있어서 레온이 쏘냐에게 의지하는 면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존적인 면이 쏘냐와 레온의 화해의 블루스를 아주 인상적이게 느끼게 해서 레온과 쏘냐의 관계성을 더 잘 느껴지게 해준다는 점에서 필석레온이 더 좋았다.

승준레온은 자기 확신이 더 있는 인물이고, 3막에서 존을 취조할 때도 처음부터 존을 의심하고 파헤치려는 게 흥미롭고 파워적인 면에서 강렬하기는 한데 필석레온을 본 뒤라서 그런 지, 그 강한 자기 확신이 표적 수사를 싫어하는 아주 개인적인 내 문제로 안 맞았다. 경찰에게 감과 의심은 필요하지만 존이 발레리에게 위해를 가했을 가능성을 열어두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렇다고 생각하고 단서를 파헤치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닉은 승준배우가 훨씬 좋았다.
백수 신세인 자신이 너무 싫고 아내에게 면피도 안 서고 이것저것 잘난 거 없는 거 아는데 그걸 인정하자니 존심 상해서 객기도 부려보는 그런 인물, 그렇지만 어쨌든 착한 사람. 그런 닉이 확 와닿았다.
딱히 착한 사람으로 살고 싶지도 않지만 어둔 길가에 혼자 서있는 여자를 그냥 무시하고 갈 수도 없는 나빠지지도 못하는 사람.
어찌 보면 너무 평범하고 당연한 사람이고, 그래서 와닿기 힘든 인물인데 표현을 정말 잘하셔서 닉의 비중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다.
이기적이고 싶은데 매몰차지도 못한 그런 사람이었고 아내인 파울라는 누구보다 잘 알테니 당연히 닉이 아니라 했다면 믿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는데, 발레리 때문에 수풀에서 생고생도 했고 짜증이 나서 구두를 공터에 던졌을지언정 시간이 좀 지나고나니 겁먹은 여자를 어둔 숲 속에 그냥 두고 온 게 맘에 걸렸다는 말을 하는 게 참 와닿았다. 그냥 흘리듯 하던 대사지만 듣는 이의 마음에 강렬하게 남게 하는 힘을 느꼈다.

피트 닐 존은 피트는 종구배우, 닐은 문성배우가 좋고, 존은 둘 다 좋은데 각자 다르게 좋고 전체적으로는 정문성 배우가 살짝 더 좋은 지 종구배우가 좋은 지 헷갈린다. 여튼 존은 둘 다 좋았다.
종구배우는 세 인물 다 어쩐지 감정의 고저를 크게 잡지 않았고, 이번 스피킹에서는 속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듯 연기하는데, 그래서 제인의 마음에 제대로 공감해주지않고,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하려고 하는 차가움이 두드러져서 종구피트가 더 와닿았다.

문성피트는 순박하고 존재감이 있기는 한데 여보셔에서도 그렇고, 난 개인적으로 문성 배우의 가벼운 연기는 잘 안 맞았던지라 이번에도 좀 안 맞았는데 문성닐이 정말 정말 좋았다.
다 큰 어른이 그렇게 울 수 있을까? 레온이 신기해했을만큼 어딘지 어리고 지나치게 순수한, 소년적이기까지 한 닐이 그대로 나에게 느껴졌다.
순수하고 동화적인 예쁜 자신의 사랑, 그 첫 감정을 놓지 못할 순수성이 너무 맹목적이라 사라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자기에 갇혀 사라를 제대로 보지도 그녀를 알지도 못했을 문성닐이 정말 좋다.
여보셔 때 문성영범 안 맞아서 다른 공연에서도 피했는데 오늘 닐과 존으로 문성배우와 대화해를 했다.

존은 둘 다 좋았다고 앞에 썼듯이 둘 다 좀 각자 다르게 좋은데, 종구존은 발레리에게 지쳐서 탈력감에 만성적으로 젖은 지친 사람의 느낌이 나서, 문성존은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데 그게 아직 발레리에게 더 시달리는 애증에 젖은 느낌이 나는데 각자 다 설득력있어서 그랬다.

쏘냐랑 발레리는 난 둘 다 익령배우가 더 좋기는 한데 내가 감정에 휘둘리는 걸 매우매우 좋아해서, 익령배우의 춤추는 느낌이 좋아서이지 지원배우도 좋았다.
쏘냐의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자 여유로운 느낌은 익령배우에게 좀 더 맞는 옷 같은데 실제 나이는 모르겠다만 지원 배우는 어쩐지 아직은 쏘냐를 하기에는 살짝 어리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발레리는 둘이 굉장히 다른데 각자 매력있었다.
령 발레리는 사라에게 처음부터 속을 들킨, 이미 사라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약자로 등장해서 이미 균열이 잔뜩 가있던 유리구슬이 산산히 부서진 것처럼 느껴졌고, 지현 발레리가 죄의식도 동정도 공감도 없이 사람이 귀찮은 벌레를 푹 눌러 죽이듯 이미 많이 부서진 발레리를 완전히 깨트려서 더 그 연약함이 와닿았다.

지원발레리는 이미 시작부터 사라에게 상대도 될 것 같지 않던 익령발레리와 달리 차분하고 냉정하게 사라를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 사라와 대립각을 세우게 해서 상담씬이 매력적이었다.
사라에게 강하게 맞서고 그녀의 잘못된 관계 설정에 대해서 전문가답게 냉정하게 말하던 강한 모습이 계속되는 사라의 도발에 결국 냉정을 잃고 사라에게 소리치는 것으로 깨지고, 그 이후로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간극이 굉장히 파급력 있었다. 너무 처음부터 약하고 망가져있던 익령발레리와 다르게 강하고 냉정한 듯 하다 무너져내리는 게, 단단해보이나 실은 연약한 모래성같아서 그 대비가 참 근사했다.
지원 발레리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왜 그런 지 알았던 순간.

마지막으로 쓰는 제인과 사라.
제인은 운선배우 사라는 지현배우가 난 더 좋았다.
지현제인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여리지만 단단한 느낌이 제인에서도 느껴졌달까. 제인은 정말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있고 일상에 지쳤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자신감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뭉개져있는 답답한 면이 운선제인의 인물에게서 더 와닿았다.

사라는 불호는 없고 둘 다 좋은데 지현사라가 그냥 진짜 개취로만 더 취향이다.
지현사라는 어딘가 감정의 회로가 고장나버린 공감능력에 문제가 있는 유리된 인물이라면, 운선사라는 상처받기 싫어서 타인을 상처주고 휘두르게 된 여린 소악마같은 인물이라는 차이를 가지고 있다.
사라에 대한 발레리의 분석 중 관계의 우위에 서고 힘을 갖고 있음을 느끼기 위해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 뒤, 사랑하게 되면 떠나버린다고 하는데. 같은 행동이지만 지현사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기에 그렇게 사람들을 휘두르는 거라면 운선사라는 상처가 깊은 사람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간극이 있다.
지현사라는 그런 행동이 무의식이 시켜서 발동된 방어 기제라면 운선사라는 의식적으로 자기를 지키는 면이 더 큰 것 같았고, 미움받고 싶지 않다의 반대급부가 커져서 타인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지현사라는 이미 그런 파괴적인 관계설정이 본인 그 자체화 되어있기에 차갑고 싸늘했고 싸패까지는 아니지만 소시오패스 느낌이 나는데 그게 참 취향이었다. 닐 존 발레리 누구에게든 죄책감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고장난 사람이었는데 그런 속절없는 망가짐이 더 무섭고 잔인했다. 운선사라는 여리고 어린면이 더 보여서인지 자신을 비난하는 발레리에게 날을 세우는 게 자신을 시키기 위해 상대를 파괴시키게 되는 느낌이었는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상처받느니 그 사람이 자신을 상처입히지 못하게 부서트리는 사람이라 좀 더 현실감있는 매력이 있었다.

엄마오리 영향일 수 있지만 지현익령 운선지원 조합의 사라발레리가 각각 서로의 매력을 극대화시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의 차이였다.

각자 다 좋으니 수현재는 요정레온 승준닉 유부피트 문성닐 문성존 익령쏘냐 지원발레리 운선제인 지현사라로 특공을 주세요..
원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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