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후기

20150616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by All's 2016. 3. 10.

 


캐스트 - 이남희 강지은 배수백 김혜강 황정민 윤상화 최광일 김동원 심재현
공연장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 트윗 감상

150616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지금 내가 마음이 아프다고. 
보고 난 뒤의 감정 상태만 툭 적어놓는 건 극이 좋았을수록 하지 말자는 편이다. 혹시나 극이 궁금해서 검색한 누군가에게 이런 중2한 감상 트윗은 뭐야! 싶어서 극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혹시나 주게 될까봐. 그런데 잘 되지 않았다.

보고 난 뒤에 힐링을 받거나 어떤 의미로든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왠지 좋을 것 같아!라는 느낌적인 끌림으로 평일 관극을 무리하게 진행했다. 공연은 정말 많이 좋았는데 왜 그래서 어떻게 어디가 좋고 이래서 너무나 좋다고 잘 풀어낼 수가 없는 게 답답하다. 상처받아서 세상에 나가지 못했던 사람들. 그들의 가족. 그들을 밖으로 내보내려는 사람들. 밖으로 나가는 것이 꼭 행복해지는 일이라고 보증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방안에만 있을 수도 없기에 그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만 하는 걸까. 한 자락 희망을 위해서? 쿠로키의 말은 자신에게 되묻는 듯해 무책임하게 보이면서도 그럼에도 마음이 아팠다.

토미오는 쿠로키에게 보증같은 거였을까. 밖이 그들을 행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보증.
사실 이런 걸 파고들기보다는 내가 그들의 아픔과 공포와 두려움에 같이 마음아프고 위로하고 싶었고 위로받고 싶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 완벽한 관계를 맺고 싶어서, 그러지 못할까 겁이 나서 나가지 못했던 사람들. 아무도 손내밀어주지 않은 지하철 안에서 구토를 하기도, 예상치 못한 모든 상황을 가정해서 대처법을 외워보기도, 버림받을까 두려워 상처주는 것도.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까봐, 부끄러워질까봐, 우스워질까봐 걱정되고 겁이 나는 내 안의 큰 두려움들이 보여서 내 일처럼 아프면서도.. 그들을 보며 그냥 웃는 몇몇 관객들처럼 그 상처들이 누군가에게는 이해 못 할 이상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게 슬펐다. 나에게는 비극인데 누군가에는 희극. 혹은 그냥 이해 못 할 이상한 상황일까봐.. 그렇게 그들처럼 방안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많아질까봐, 어쩌면 그게 나일지도 모르니까. 제발 웃지말고 그들을. 우리를. 나를 다시 보듬고 아껴주자고 말하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었다. 지하철 소리가 덮쳐오는 그 끔찍한 공포 속에서 토미오가 밖에 나갈 수 있었던 건 밖에 아야가 기다리고 있어서, 같이 프로레슬링을 봐줄, 지친 자신을 안아줄 그런 사람이 있어서니까. 그 아픔을 감싸줄 사람이 있어서니까.. 비웃지 말고, 손가락질하지 말고, 비교도 하지 말고, 피하지도, 자기 멋대로 위로받지도 말고. 그렇게 조금 겁이 많고, 약간 이상하고, 살짝 부끄러워도 숨지 않을 수 있게 감싸주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나는 나의 아내다에서 무대 속 뒷벽이 열리고 지하실이 나타났을 때 그 동굴같은 깊이와 오묘한 조명으로 탄생한 무드에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었는데 이번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도 그 좁고도 깊은 스페이스111의 독특한 공간을 근사하게 활용한 무대로 꾸며져서 다시 감동받았다. 좁고 깊은 공간을 활용한다는 게 쉽지 않을텐데 문과 조명들로 그 공간들을 유려하게 열고 닫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은 천막 앞. 어둠으로 가려진 아야를 배경으로 토미오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 뛰어들고. 돌아오고. 숨고. 그리고 다시 천천히 한 발자국씩 발걸음을 내딛을 때.
무서우리만치 환한 빛 속으로 천천히 발을 움직이는 장면이 너무나 아프고 아름다웠다.
박근형 연출의 다른 작품이 꼭 보고 싶다. 더 많이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한 작품을 보고 그 작품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궁금해지고 그들의 다음, 혹은 전의 이야기도 알고 싶어진다는 게 정말 좋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기억하고픈 사람이 참 많은 공연이었다. 보길 참 잘했다. 정말.

타로 역의 김동원 배우와 아야 역의 심재현 배우의 얼굴이 낯이 익었는데 2013년에 봤던 연극 개구리의 그분과 동자승이었다. 그리고 연출이 박근형 연출. 2013년 봤던 공연 중에 정말 맘에 안 들었던 극과 올해 본 공연은 손꼽게 맘에 드는 공연의 연출이 같은 사람이라니 신기하다.

개구리는 무대활용 방식과 저승을 찾아가는 무대 연출, 배우들의 연기는 좋지만 사회반영과 풍자가 너무 직접적이고 결말이 산으로 갔다는 느낌이라 참으로 별로다.로 기억하고 있다. 신기하고 이상하기는 한데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오늘 이 공연을 안 봤다면 설혹 박근형 연출의 이름이 기억나도 계속 아 그 공연 되게 싫었어!!로만 남았을 것 같아서 차라리 기억 못하고 있던 게 다행같기도ㅎ

박근형 연출의 다른 작품을 꼭 봐야겠다.

어제 썼던 트윗에 순간의 감상이 바뀔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고 썼는데 딱 한 작품만으로 모든 걸 속단하지 말자는 마음도 다시 들었다. 뭐 개구리가 어느 한 구석도 맘에 들지 않았다면 지금같은 생각보다는 우연히 지금 작품만 맘에 드는 거 아니야?싶을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었으니까. 지금 공연으로 예전 공연에 대한 감상이 뒤집히기에는 그 직설적인 메시지 전달법은 정말 싫었지만ㅠ 여튼 오늘은 너무 좋았고, 다시 보였고, 다르게 또 보고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