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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530 연극 M.Butterfly 낮공

by All's 2016. 3. 10.

 

캐스트 - 이석준 전성우 유연수 정수영 이소희 유성주 빈혜경
공연장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날은 개였지만 오늘 내 마음은 오래 아플 것 같다. 환상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도 아픈 한 남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오롯이 만난 기분이라서. 나에게 오늘 공연은 레전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

오늘은 석르네에게 압도당한 날이었다. 참 가여운 사랑을 봤다. 이석준이라는 배우의 드라마가 얼마나 강한 지는 그동안 봐서 잘 알고 있지만 엠나비 속 르네로 볼 때면 늘 압도당하는 기분이 든다. 오늘은 자리가 6열이라 평소보다 먼 곳에서 봤는데도 불구하고 르네에게 메여 그의 아픔에 오롯이 끌려갈 수 있었다. 처음 송을 만난 날 그녀가 짚은 오른 가슴에 한참을 머무르던 손으로 변신하겠다는 연인에게 제발 그러지 말고 나에게 와달라고 간절히 손짓하는 르네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라디오를 틀고, 환상에 접어들며 한 방울 흘렀던 눈물이 환상이 끝을 달해갈수록 누를 수 없어 자꾸만 새어나오던 너무나 아픈 사람이 오늘의 르네였고, 그는 사랑했던 연인이 사라졌다는 걸 인정하기에는 그녀 자체를 너무 많이 사랑했기에 남자인 송을 끌어안을 수 없었다. 가운 밑에 언제나 '나'였던 송을 받아들이기에는 눈 앞의, 환상 속의 그녀를 정말 많이 사랑했던 외골수적인 순애보를 지닌 남자였다.

오늘 늘송은 자기에게 한 눈에 반한 그 남자에게 호기심도 관심도 사랑도 있었지만.. 남자인 송 릴링마저 끌어안기에는 오랜 시간 눈 앞에서 자신에게 웃어준 완벽한 여인에 대한 르네의 사랑이 너무나 컸다. 그녀를 잃는게 너무나 무섭고 두렵고, 내 안의 그녀를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오늘의 석르네를 잊지 못할 것이다.

오늘 만난 늘송도 내가 봤던 그 어느 날의 송보다 다정하고 상냥한, 르네에게 처음부터 사랑을 느낀 송이고, 그에게 계속 사랑받기를 꿈꾼 애틋한 송이었어. 그렇지만 오늘은 르네의 조금 빗겨간 사랑에 송의 진심이 눌려버렸다. 송은 르네의 사랑을 알기에 그만큼 자신도 사랑받기를 원했고, 기모노를 입지 않겠다는 말을 한 뒤에도 그가 자신을 돌아보고 잡아주기를 한참을 기다렸고 열망했지만, 그는 끝내 돌아보지 않았고 그렇게 송은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16일 아청 밤공을 아주 좋게 봤는데 그날만큼 강렬하지는 않았고, 개인적으로는 그날 공연이 감정적으로는 더 좋았지만 깔끔하고 묵직한 공연이었고 그때 푹 빠졌던 석르네의 감정선과 설득력을 다시 볼 수 있었기에 만족스럽다.

석르네를 보는 날은 르네의 사랑이 참 아프게 다가와서 신기하다. 전지적 송맘인 날 이렇게나 이끌어가는 석르네의 힘이 늘 놀랍게 느껴진다.

감정에 푹 빠지지 않아서 오히려 전에 놓친 디테일을 봐서 좋았던 건 르네의 집 쪽에서 자기에게 오라는 듯 계속 손짓하던 석르네랑 계단 뒤에서 르네가 돌아보길 바라던 늘송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는 겄! 전에는 눈에 자꾸 습기가 차서 못 봤던 디테일인데 그걸 본 걸로 오늘은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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