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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523 연극 M.Butterfly

by All's 2016. 3. 10.

 

캐스트 - 이승주, 전성우, 유연수, 정수영, 이소희, 유성주, 김보정
공연장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르네는 사랑을 위해 세상을 등졌고, 진짜 사랑을 얻지 못한 송은 자조와 후회에 빠진 날이었다. 오늘 멸종은 애절하지도 강렬하지도 않았지만 또 차갑지도 않았다.

오늘 자리가 A구역 앞열 극싸이고 좀 피곤한 상태라 초반에 평소보다 집중을 못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날 것 같아서 내내 배에 힘주고 있느라 힘들기도 했고ㅠ
여튼 그런 나의 집중력 이슈도 있었지만, 실제로 오늘 공연은 꽤나 진행이 될 때까지도 조금 아리송하게 송과 르네를 바라보았다. 최근 승주르네는 복꽃과 미남으로 봤고, 늘송은 아청과 나할로 봤는데 승주르네는 복꽃과 미남 때와 달리 사랑에 있어서 다시 꽤나 순수한 남자로 돌아와 있어서 신기해서 적응이 늦었고, 늘송은 오늘따라 오래 속내를 보여주지 않아서 그 마음을 들여다 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오늘의 승주르네는 권력을 열망했고, 환상 속의 여인인 송이기는 했지만 송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르네였다. 송에게 옷을 벗으라고 할 때 뚤롱에게 당한 치욕을 쏟아내고 싶기도 했지만, 정말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과 달리 속내를 보이지 않는 송의 마음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어서도 송에게 옷을 벗을 것을 요구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말을 한 뒤 추잡하고 비열한 행동이라고 송이 말하기 전에 이미 송에게 그런 짓을 하는 스스로의 부끄러움이 비쳤고, 몰아붙이던 기세와 달리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송에게 수그러들어서 쭈뼛거리는 게 송을 욕보이려고 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최근 보았던 다른 페어 때의 똥차력 넘치는 강렬함과는 달라서 감정의 고조 면에 있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환상 속의 여인이지만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이기에 마지막 자결신에서 이제 드디어 사랑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세상을 등질 준비를 끝낸 것 같은 마음을 비추어서 그 부분을 볼 수 있었단 걸로도 좋았다. 거울로 목을 긋기 전 보인 마지막 미소에서 드디어 환상 속 사랑에 갈 수 있는 행복이 비친 것 같아 아련했고, 마담, 버터플라이를 말하던 어조마저 처음 극이 시작할 때와 흡사했다.

앞에서도 썼지만 오늘의 늘송이 르네에게 가지는 감정은 갈피를 잡기 힘들었는데 보통 임신했어요라고 말한 뒤 친동무와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확신을 가졌었는데 고민하고 고민하다 임신했어요.라고 말을 한 뒤 다급히 친동무에게 아이를 요구하는데 거절당하자 바로 차가워지는 모습이 사랑 노선 때 보통 느껴지던 감추지 못한 다급함도, 이용노선 때 같은 싸함과도 달랐다.

시종일관 꽤나 차가워서 이용 노선이라고 잡고 여기기에는 친동무가 떠난 뒤 '잘 가시오'라고 말한 동안의 얼굴이 너무 쓸쓸한 것도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파리에서 르네와 재회한 뒤 변신을 피해 도망가는 르네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의 눈빛 또한 쓸쓸해서 정말 잠깐씩만 속을 보여주는 건지, 내가 사랑의 흔적을 찾겠다고 스스로 착각하는 건지 마음이 흔들릴 정도?

그렇지만 재판장에서도 동양과 서양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점점 속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거부하는 르네에게 애절한 눈빛을 보이며 자신을 보고 숭배해달라고 할 때, 특히 '여자라고나 할까.'라고 말한 뒤 눈물이 맺힌 얼굴과 달리 허탈한 미소를 지었을 때, 르네를 이용하고자했고 사랑에 대한 기대도 없었지만 아주 작은 마음 한 켠 르네의 사랑을 얻고 싶었고, 그런 자신을 외면하고자 했던 송이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판단이라도 썼지만 그렇게 느껴졌다가 맞을 것이다.

진실이 밝혀진 뒤 남자의 모습으로 자신을 받아달라 매달려봤지만 환상 속, 자신이 연기한 송 릴링 말고 실제 자신은 사랑하지 않을 남자라는 걸 자신의 머릿 속과 마음 속이 아니라 진짜 실제로 확인해버린 뒤 허탈해하며 돌아선 송이었고, 오늘따라 단호했던 문을 닦고 나가는 소리가 르네의 환상 속의 자신이 송 릴링 자체가 되길 잠시나마 원한 스스로에 대한 조소처럼 느껴졌기에 차가우면서 사랑에 대한 한 조각 기대가 보여 색달랐다. 특히 목을 그은 뒤 송이 부르는 버터플라이에 기쁘게 웃음짓다 끝내 고개를 떨군 르네를 본 뒤 한참을 그대로 머무르다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허탈하게 앞을 바라보는 눈빛이 그런 자신에 대한 후회가 담겨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오늘 공연은 내가 피곤하기도 했고, 시야가 극단적이라 그런 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자리가 극단적이라 그런 지 송도 르네 양 쪽 모두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각도의 표정을 볼 수 있었던 건 좋았다.
승주르네도 늘송도 둘 다 답지않게 대사도 씹고ㅋㅋㅋ 아주 깔끔한 공연은 아니지만 공연 자체는 깔끔하게 진행된 듯.
5일날이랑 20일날 보여줬다는 애정 노선을 좀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좀 아쉽지만 공연 자체는 깔끔해서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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