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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50111 뮤지컬 오셀로의 재심 밤공

by All's 2025. 1. 12.

2025년 1월 11일 뮤지컬 오셀로의 재심 밤공 캐스팅 보드

캐스트
오셀로 역 - 고영빈
이아고 역 - 오종혁
데스데모나 역 - 박란주
2025년 1월 11일 뮤지컬 오셀로의 재심 밤공 캐스팅 보드

캐스트
알렉토 역 - 한세라
메가이라 외 역 - 김지혜
티시포네 외 역 - 이예지
서기 외 역 - 심욱
변호사 외 역 - 장재웅


캐스트
오셀로 역 - 고영빈
이아고 역 - 오종혁
데스데모나 역 - 박란주
알렉토 역 - 한세라
메가이라 외 역 - 김지혜
티시포네 외 역 - 이예지
서기 외 역 - 심욱
변호사 외 역 - 장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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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오래전, 무고한 아내를 살해한 죄로 복수의 여신들에게 끌려와
400여 년간 고통받고 있는 오셀로 장군
이를 안타까워하는 오셀로의 팬클럽 '오사모'(오셀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장군의 무죄를 주장하며 천상의 신들을 압박해
마침내 오셀로는 재심의 기회를 얻게 된다.

광폭한 망나니로 유명한 복수의 여신들은 마뜩잖아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오셀로 사건을 다시 살펴보는데, 빙의로 소환된 증인들은
엉뚱한 이유로 남 탓을 하며 재판을 어지럽히고,
오셀로는 본인의 감형을 고집스럽게 거부하면서 재판은 점점 산으로 가게 된다.

그때, 데스데모나가 복수의 여신들을 찾아와 뜻밖의 제안을 하면서
오셀로의 재심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데스데모나를 죽게 한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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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감상

이 시대에 오셀로 얘기 리딩 때 평이 좋았다고 해도 좀 불안했는데 가벼운 미러링이 전체적으로 잘 들어가있는 극이라서 맘 편하게 잘 볼 수 있어서 좋았다ㅎㅎ 마지막에 데스데모나가 오셀로의 데스데모나 살인 사건이 아니라 데스데모나의 자살로 사건의 이름을 바꾸고 오셀로에게서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우게 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 데스데모나 자신의 존재에 오셀로란 대상을 조금도 닿지 않게 되어야 하기에 살인자인 오셀로가 사라지기에 자살이라는 단어와 형태로 정리되게 된 거라는 걸 이해는 되는데, 자살과 타살은 단어 자체의 뜻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 맘에는 걸리나 극 전체는 좋았어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의 재심을 요청하는 게 오셀로 자신도 아니고 오셀로에게 자기 마음을 빙의한 남성 연대인 오셀로를 사랑하는 모임의 맹목적인, 혹은 논리적인 척하는 자기 투영 형태의 청원으로 인해 시작된 거라는 것부터 그로 인하여 소환되는 희곡 속 남성 인물들이 하나하나 결국 남성들의 자기밖에 모르는 추악한 면모들을 깔끔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고, 그들을 바라볼 때의 극 안의 태도가 재판관인 복수의 세 여신들이 기본적으로 당연히 헛소리하고 있네라는 온도를 취하고 있는 점이 객석의 내 마음의 온도를 대변해주고 있어서 보기에 편안해서 무대 위에서 비꼬고 있는 행위가 그 자체로 아 비꼬려고 하는 거지만 하고 있는 걸 보니 짜증이 훅 나려고 한다 싶을 때 비슷한 표정의 온도를 만나니 그거 자체로 불쾌감이 내려가는 게 좋았다. 데스데모나의 남편, 아비, 친구 그 누구든 결국 그녀를 진짜 사랑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았고 자기 자신들을 사랑했음을 데스데모나를 죽인 건 그녀를 사랑해서 그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했던 명예 살인이라고 자기 죄목을 바꿔달라고 하는 오셀로가 진짜 지키고 싶던 건 그의 명예일 뿐이며 그가 계속 부르짖는 사랑은 그가 자신의 빛나는 삶의 전리품이기도 했던 완벽한 여인의 사랑을 받았다는 만족감을 위한 이기심이었다는 걸로 이야기를 한데 모아서 결국 오셀로가 아닌 데스데모나로 극의 끝을 내는 걸로 피해자 데스데모나가 지워지고 질투와 의심으로 사람을 죽인 오셀로가 남아있는 세상을 비꼬고 끝나는 구성 자체가 깔끔하고 맘에 들었다.

이런 미러링을 하려는 극이 가질 수 있는 모순이 비판하려는 대상의 부정적인 속성을 다루다보니 오히려 비판 대상인 남성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여성 인물은 그 비판 대상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있고 그걸 심판하는 위치에 있어서 각각의 순간들에 밋밋하고 너무 무결하게도 그려지고 분량도 상대적으로 좀 적어지기도 한다는 걸 해결하고 싶어서 데스데모나가 오셀로에게 죽임을 당하던 시작에 데스데모나가 오셀로에게서 분리되어 그녀만으로 남기 위해 자살을 하는 걸로 끝나는 전복되는 이야기 구조 뿐 아니라, 오셀로가 말한 명예 살인이라는 말의 '명예'가 얼마나 어이없는 소리인지 짚어주는 넘버를 재판관인 세 여신이 반추하는 씬을 넣는 등 노력한 점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내가 말한 종류의 모순이 아예 없는 극은 아니지만 적어도 비판의 대상이 되는 남성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과장되게 유머러스하지도, 스스로가 무결하다고 캐릭터 자체는 믿어도 극도 그렇게 보이게 만들지도 않는 경계를 잘 지킨 극이라 시작부터 끝까지 보면서 잘 비웃을 수 있어서 그게 정말 맘에 들었다. 배우들이 잘 소화한 것도 분명히 맞지만 극작과 연출이 남성 배우들이 철저히 비판의 대상으로 대상화 될 수 있게 잘 수위를 맞춰놓아서 그런 거 같아 기본이 맘에 든다.

연극 한남의 광시곡 보면서 느꼈던 불쾌감이 진보한남 특유의 나는 저들과 근데 다르다는 우월감과 내가 여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해하는 시혜적인 태도를 가진 남성 창작진의 숨길 수 없는 자아가 표출된다는 점이었는데 이 극은 남성 캐릭터들이 딱 캐릭터로서 대상화 되어 있는 게 속이 후련했어.

공연장이 너무 작아서 소리가 붕붕 울릴 것이 우려가 될 수준이라 마이크 볼륨도 작고 배우들도 성에 차게 소리를 제대로 노래할 때 아주 크게 내지 못 하기도 하고, 안무 동선도 필연적으로 작아진 부분도 있었고, 배우 등퇴장을 위해서 굳이 안 필요한 암전도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암전은 쿠션감 없는 의자에 앉아 고통받는 관객이 몸을 풀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도움이 되기도 했다. 본 공연이 제대로 올라오게 된다면 인물은 지금 수를 유지해도 되겠지만 적어도 자유 극장 정도 되는 너비의 극장에는 올라오게 되면 좋을 것 같아. 하다하다 자유가 그리울 줄이야 ㅋㅋㅋㅋ

이런 단순한 말로 퉁치는 게 좀 그렇지만... 배우들이 정말 다 잘해서 누구 하나를 꼽아서 잘했다고 하기가 어렵네. 아주 좋았습니다 모두.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소재로 남성들이 여성에게 명예 살인이라고 행하는 살해 행위가 근본적으로 자기들을 위한 이기적이고 끔찍한 행태이며 피해자인 데스데모나가 순결할 필요도 없다는 것도 놓치지 않고 짚어주며 이야기를 끌어간 거 맘에 든다. 기대보다 더 좋았던 관극이라 기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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