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후기

20240424 뮤지컬 헤드윅 밤공

by All's 2024. 4. 26.

뮤지컬 헤드윅 2024년 4월 24일 밤공 캐스팅 보드




캐스트 - 전동석 장은아 (THE ANGRY INCH 이준 재키 홍영환 최기웅 유지훈)


====================================================

[시놉시스]


<동베를린>
1988년 동독.
비좁은 아파트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 한셀. 
한셀의 유일한 즐거움은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데이빗 보위, 루 리드 등의 록 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셀에게 암울한 자신의 환경을 탈출할 기회가 찾아온다. 
미군 군인 루터가 그에게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결혼을 제의한 것이다. 
한셀은 엄마 이름인 헤드윅으로 이름을 바꾸고 성전환 수술을 받지만, 
수술의 실패로 인해 그의 성기엔 여자의 그것 대신 
정체불명의 일 인치 살덩이가 남게 된다.


<캔사스 정션 시티>
미국으로 건너온 헤드윅은 루터에게 버림받고, 
캔사스 정션 시티의 트레일러 하우스에서 소일거리로 연명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중 헤드윅은 음악을 통해 재출발을 꿈꾸고, 
록 밴드 디앵그리인치를 조직하여 변두리의 바를 전전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고 변두리의 바를 전전하던 어느 날, 
헤드윅은 17세의 소년 토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에게 ‘록앤롤’을 가르친다. 
하지만 일 인치 살덩이의 존재를 알게 된 토미는 헤드윅을 배신하고, 
헤드윅이 만든 곡들을 가로채 록스타로 성장한다. 

<밀레니엄 극장, 뉴욕>
토미의 전국 투어 콘서트를 따라다니며 허름한 공연장을 전전하던 헤드윅은 
마침내 토미가 노래하는 뉴욕 타임스퀘어 옆에 위치한 
밀레니엄 극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헤드윅의 이야기와 함께 점점 끝을 향해가는 콘서트. 
오늘 밤,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해 
기나긴 여정을 지나온 헤드윅은 어디를 향해갈까?


====================================================


(+) 트윗 감상

공연 슬프고 커튼콜 신나고... 아 완벽🤟

아 너무 충만해서 이걸로 이번 시즌 자첫자막 갑니다. 아 행복해


샤롯데 시어터 로비의 헤드윅 모양 밸리곰 대형 인형


밸리곰 헤드윅은 넘 잘 어울림ㅎㅎ

어릴 때 영화로 처음 만나고, 몇 년에 한 번씩 헤드윅을 극으로 만나가면서 깨닫게 되는 건 처음에는 마냥 너무 가엽게 느껴졌던 헤드윅이라는 인물이 가혹하고 잔인하다는 생각을 더하게 된다는 거였는데 바로 그 지점이 너무 좋았다. 헤드윅은 착한 사람도 완벽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응원해. 당장 지금도, 헤드윅처럼 내 빈 곳을 오롯이 채워줄, 이 한 없는 두려움과 불안과 외로움을 채워줄 반쪽이 세상에 있다고 믿고 싶기에 the origin of love 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제는 이 극이 말하고자 하는 건 wicked little town과 그 리프라이즈라는 걸 안다. 그리고 그게 선명하여 좋았어 

동드윅의 헤드윅 객석의 곳곳에 눈을 꼼꼼히 맞추면서 나를 사랑해달라고 쉴새없이 말하는데 그저 이츠학에게서 시선을 돌리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숨길 수 없는 욕망이라는 게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 절절하게 다가왔다. 사랑을 얻는 게 마땅한 존재인 부모에게 온전히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항상 그를 지배하기에 누구보다 온전히 그를 완성시켜줄 사람을 갈구했으나, 그의 남편은 미국으로 그를 데려갈 수 있다는 알량한 권력을 앞세워 그에게 가발을 쓰게 하고 성전환 수술을 하게 하였으며 가진 것도 기댈 곳도 없는 그에게 아마 성적 흥미를 잃어 그를 버렸고, 음악과 영혼을 나누었다 믿은 존재는 성전환 수술을 한 그의 몸을 결국 사랑해주지 않았지. 외롭고 고통스러운 나를 구해줄 누군가를, 그조차 사랑하지 못 하는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지만 사실 한셀, 혹은 헤드윅.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권력을 가진 그들에게 버려진 뒤, 버림받지 않기 위해 그가 더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존재인 이츠학에게 그가 자신보다 반짝이며 떠날 수 있을 기회를 뺏어가며 버티면서도 그를 떠난 락스타를 잊지 못해 그와의 스캔들로 생긴 유명세로 그의 투어가 열리는 공연장 근처에서 공연을 열며 그의 존재조차 스캔들 이전에는 몰랐을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알아달라고, 다른 사랑해 달라고 애원하던 헤드윅이 그렇게 자신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정작 그는 그 누구에게도 온전히 사랑받지 못 했던 자신의 몸을, 그를 사랑하지 못하고 저주하며 그 몸과 그를 가려주던 갑옷인 가발과 의상을 벗어던진 뒤 스스로를 증오하며 가짜 가슴을 만들어주던 토마토로 온몸을 치며 자신을 저주하다 암전이 되던 그 순간이 너무나 아팠고 그만큼 슬펐다. 그 직전에 그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외로워서 붙들고 있는 존재인 이츠학에게 너무 외롭고 아프니 내가 가끔은 뒤에 설테니 그저 내곁에서 사랑인 척 있어 달라는 모진 부탁을 했음에도.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언제 미국에서 쫓겨날 지 불안하고 두려워 헤드윅의 눈치를 보고 있지, 그러면서도 wig in a box에서 가발을 씌워 주기 전에 그것을 쓰고 무대에서 반짝이고 싶은 열망을 쉬이 숨기지도 못 할 만큼 무대를 열망함에도 실은 드랙 퀸으로 무대를 함에 자신이 완성되고, 헤드윅의 곁에서 그의 절망과 외로움을 한없이 지켜보았어서 그를 이해하고 사랑하기에 헤드윅을 떠나지 않는 것이기도 한 장츠학에게 실은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라 비록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임에도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나고 상처받아 절규하는 장츠학이 아픈 만큼 스스로가 한 못되고 가혹한 말의 무게를 알아 이츠학에게 떠밀려 바닥에 주저앉은 뒤 차마 이츠학을 향해 다시 등을 돌리지 못 하는 헤드윅이 미운 만큼 가여워 아팠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아픈 헤드윅에게 들려온, 그날 투어의 공연 내내 헤드윅과의 시간을 부정한 토미의 마지막 곡과 멘트가 헤드윅에 대한 예쁜 고백이 아님에도 너무나 좋았다. 비록 그를 사랑해주는, 헤드윅이 가장 간절히 바란 소망을 들어줄 수는 없었지만 토미는 그 사랑을 갈구하는 헤드윅이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 하는 것과 달리 다른 이의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존재임을, 닥터 에스프레소 바에서 헤드윅의 wicked little town에서 뒤돌아보지 않고 가야한다는 음악을 말하며 반짝이는 헤드윅을 보며 이미 알고 있었기에 바로 그 이야기를 헤드윅에게 돌려주는 게 너무나 좋았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그 세상에서 벗어나라고, 너는 바로 토미 자신같은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니 헤드윅이라는 자신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외로운 세상을 떠나 그 스스로로 행복해지라고, 그가 떠난 뒤 몇 년만에야 재회했음에도 토미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며 그의 성적 욕구까지 풀어주는 여전히 헌신적인 헤드윅의 모습이 그만큼 여전히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 하고 있어 하는 일임을 찬찬히 알아차렸기에 마지막 선물로 너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누군가의 사랑을 통해 완성될 수 있는 존재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라고 마지막 선물을 보낸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헤드윅을 사랑하기에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외롭지 않겠다고 곁에 부족한 존재끼리 서로를 위로하자는 헛소리를 하는 헤드윅에게 네가 진짜 사랑하는 토미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런 가짜 애정 말하지 말라며 이츠학이 열어둔 문으로 그런 토미의 사랑은 아닌, 하지만 진실된 존재의 인정을 전해들은 헤드윅이 마침내 미드나잇 라디오를 통해 그가 외로워 묶여두었던 이츠학의 사슬을 풀어주고 정말 원하는 모습이기에 너무나 반짝이는 크리스탈로 돌아온 이츠학에게 무대를 넘겨준 뒤 그는 한셀이 되어 무대 밖으로 헤드윅으로 살았던 간절했고 외로운 작고 이상한 세상을 떠나는 순간이 숨이 멈추도록 벅찼다. 루터와 엄마로 인해, 선망하던 세상을 위해 만들어진 헤드윅이 아닌 가발도 꾸밈도 없이 살아갈 한셀의 삶이 마냥 아름다운 장밋빛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겠지. 그렇지만 만약 그가 다시 가발을 쓰고 메이크업을 하게 되더라도 그건 사실 나는 그 자체로는 사랑받지 못 하고 있기에 그 위에 무언가를 덧씌우고 싶어서가 아닌 그 자체를 그저 하고 싶기에 하게 될 순간을 맞이했다고 생각하기에 그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제대로 사랑받아 본 적 없어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도 몰라 착취 당하고, 정말 사랑하는 존재에게는 이용 당하고, 또 그렇기에 다른 이 또한 제대로 사랑해주지 않고 자신이 당한 방식대로 가혹하게 대하면서도 그 어느 쪽으로든 아팠던 존재가 이제는 자신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길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이전의 삶에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걸어나갔는 걸. 중요한 건 시작했다는 거야.

2019년의 만났던 동드윅도 동토미도 사랑했지만 2024년의 동드윅과 동토미가 말 그대로 미움받을 용기를 가진 인물로 무대에 있어 좋았다. 헤드윅이라는 존재가 불합리한 폭력의 피해자면서도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걸, 가감없이 보여줘 나를 사랑해달라고 객석에 이야기하는 순간에 이츠학에게 가하는 그의 폭력들에 차마 온전한 환호를 뱉을 수 없게 만드는 꺼림칙함이, 그런 꺼림칙함이 있다고 해서 헤드윅이라는 사람이 인정받지 못 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게 역으로 명징해진 순간을 보며, 그리고 그 진실을 알려주는 토미 역시 헤드윅을 깊이 사랑하나 엇갈린 고운 존재가 아니라 못났지만 헤드윅이 스스로는 바로 보지 못 하는 그 존재를 그저 타인이기에 분명히 볼 수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과거의 한 순간을 같이 했던 사람에게 사람의 도리로서 마지막 작별 선물을 건네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 사람이 완전하고 아름답지 않아도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도 된다는 것으로 다가왔다. 2019년에 만났던 동의 헤드윅이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동의 토미가 바보같지만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보다 가감없이 가혹하고 여지없이 나쁘기도 한 지금이 그래서 너무나 좋았다. 날 사랑하는 것에,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 이유는 없다는 걸 주었어.

공연이 너무나 좋았던 건 동드윅만의 영역이 당연히 아니었지.. 앵밴은 언제나 좋고.. 아 장츠학.. 장츠학을 나 사랑해ㅠ 은아배우 헤드윅 캐스팅 소식 보자마자 당연히 너무 좋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엄청나게 기대했는데 그 엄청난 기대보다도 더 좋았다ㅠ 장은아 짱ㅠㅠ 은아배우의 깊은 눈빛을, 그리고 그 안에 슬픔을 담을 때의 맑은 아릿함이 헌칠하고 존재감 가득한 강렬한 외모와 대비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외강내유한 면이 이츠학에 미치도록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헤드윅에게 무시당하고 억압 당함에 주눅 들고 분노할 때는 여리고 안타까운데, 목숨을 빌미로 그렇게 나쁜 행동들을 당하면서도 외롭고 아픈 헤드윅의 마음을 이해하며 정작 헤드윅은 그에게 주지 않는 사랑으로 헤드윅을 바라보고, 그렇기에 포기로 꾸며진 거짓 사랑에는 응해주지 않고 제대로 분노하는 강함으로 기대 그 이상의 울림을 주셔서 너무나도 좋았어ㅠ 그리고 바람잡이용 게스트로 섭외되었는데 무대를 먼저 찢어놓아서 정작 헤드윅 자신의 무대는 죽어버렸다는 게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압도적인 가창력을 뽐낼 때와 헤드윅의 무대를 받쳐주는 코러스로서 튀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노래 실력.. 신이 맞아.

샤롯데에서 헤드윅 정말 너무 과하고 안 어울린다는 생각을 개막 전부터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공연을 만족스럽게 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화려한 공연장과 헤드윅이라는 존재의 인정에 대한 퀴어함 그 자체가 정체성인 극이 잘 어울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크고 비싼 공연장에 비싼 가격으로 올리니 관객들에게 이 공연장이 안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득을 시키고 싶은 건지 엄청나게 화질 좋아진 무대 상단 뒤편의 3면 스크린과 더 화려해진 애니메이션과 조명, 토미의 스탠딩 무대 세트 등등이 더해지기는 했어도 그게 정가 8~15만원 짜리인 게 납득갈 만큼의 변화라고 느껴지진 않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 자체가 홍아센 대극장보다 잘 지어진 곳인 건 부정할 수 없게 시야도 음향도 전보다 좋긴 했다. 셀털이지만 쇼놋 포인트 털려고 개막 전 티팅 때 쇼놋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면서 편히 보겠다고 통로석 잡았는데, 개막하고 나니 홍아센 시절과 다르게 4~6열 중블 왼통에서 카워시 한다고 해서 아 제발 아니어라 두려워하고 있었는데(지목형 관객 서비스에 과부하 걸리는 종류의 인간이라ㅠ 하 홍아센 때 op제외 1열 고정이었으니 샤롯 기준 3열에서 하겠지 생각했는데 아니래서 진짜 너무 불안했다ㅠ) 카워시는 다행히 내 자리보다 뒷열이어서 불안 떨치고나니 시야도 좋고 음향도 좋으니 극이 잘 보여서 좋긴 좋더라. 스크린 화질도 좋고 잘 보이니까 애매한 화질보다 생눈으로 본다는 생각없이 동뒥이 통로 횡단할 때 내 옆 지나간 뒤에 그냥 정면으로 스크린과 노래하면서 사방에 떨어진 분홍색 깃털 열심히 주워담는 장츠학을 한꺼번에 양껏 보는 것 같은 것도 가능해서 앵밴과 이츠학의 순간들도 더 잘 볼 수 있었던 거 같아. 홍아센 시절에는 2016년도 2019년도 아무리 영화를 봤어서 줄거리를 안다고 해도 배우따라는 물론이고 회차마다 다를 수 밖에 없는 속성이 강한 극인데 음향이 좋지 않으니 놓치는 게 있을까 신경이 일정 부분 항상 곤두서있어서 잘 못 봤었어ㅠ

깃털 얘기한 김에 의상 얘기! 이번 옷들이 2019년 의상보다 안 예쁘긴 확실히 안 예쁘긴 하더라. 패션에 대해서 완전 무지랭이라서 현재의 의상들이 헤드윅이 노래하고 연기하는 공연의 맥락들과 어떻게 닿아있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어서 의미적 판단이 안 되니 단순하게 미추에 대해서만 얘기하게 되는데 그냥 전보다 안 예쁘긴 함. 처음 입고 나오는 점프 수트가 제일 오래 입는 옷인데 제일 안 예쁘니 예전과 비슷하거나 같아 보이는 옷까지 덜 예쁜가 의심하게 되는데.. 근데 극도의 아름다움이 헤드윅이라는 극이 가져야 하는 의무인가로 생각하면 그건 아니다 싶어서 솔직히 덜 예쁨이 안 아쉬운 게 아니지만 아쉬워하지 않는 걸로 노력해보려고 한다. wig in a box같은 넘버야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아름답게 꾸미고 나타나는 거니 눈이 번쩍이게 아름다워지는 게 중요하다만 모든 씬에서 그게 당연한 건 아니잖아.라고.

이준 음감님이라서 오늘 앵콜 반응 좋으면 2019년 헤드윅 자막 날에 맞이한 아름다운 순간인 어쿠스틱 오리진 같은 리앵도 가능하지 않을까 공연 시작 전에 캐보만 보고도 김칫국 마셨는데 비록 리앵은 나오지 않고 동이 내일 출근 잘하라고 칼같이 보내버렸지만ㅋㅋㅋ 진짜 앵콜 때 너무 신나게 놀아서 아쉬울 거 없이 달려서 그거까지 너무 좋았다. 장츠학이 오늘 반응 좋았다고 엄지척도 해줌>_< 남들이 안 뛰어도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하고 혼자 달리기에는 쫄보인데 객석 반응이 엄청 좋아서 따라부르기도 뛰기도 다다 원없이 해서 너무 신났어ㅎㅎ

헤드윅이 토미를 사랑한 이유에 대해서 사랑에 이유가 어딨어 같은 정도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 만났던 어린 토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날의 동드윅에게서 그가 토미를 사랑한 게, 반쪽이라 믿고 싶어한 게, 자신은 가지고 있지 못 한 게 당연한 존재라서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예수님에 대하여 입에 올리는 것까지 허락받지 못 하고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지 못 하던 어린 한셀과는 너무나 다른, 자신의 타고난 몸 그대로 사랑받고, 신에 대해 의문을 품다 못 해 부정하는 것마저 자유로운, 사랑이 갈급하지 않아 사랑의 영원성에도 의문을 품는 그런 모든 것들에 대한 부러움이 자신을 완성시켜줄 완전한 존재로 헤드윅에게 토미가 느껴진 이유였지 않을까라는, 그런 생각. 헤드윅이 토미는 퍼즐조각이 아니라 그가 되고 싶은 자신의 거울이지 않았나라는 생각. 동드윅이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게 너무나 묵직하게 다가와서 그렇게 느껴졌어.

헤드윅을 보는 내내 이번 시즌 엠나비가 자꾸 떠올랐다. 다른 방식으로 타고난 그대로 사랑받고 인정받지 못 하는 고통 속에 사는 존재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는 게 그만큼 선명했구나 싶다. 습관적으로 퀴어 인물의 고민에서 보편성을 찾아내 나에게, 만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었는데 조금 덜 흔하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고 부정 당하는 이들의 고통을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도 노력해야겠다 싶어졌다. 나하고는 어디가 같은 가 공감하는 것 말고, 내가 무엇을 모르고 살아왔나 각성을 할 수 있게. 헤드윅에게서 날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헤드윅들과 그들의 아픔을 알 수 있도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