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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30927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밤공

by All's 2023. 9. 29.



캐스트 - 노윤 주다온 윤재호 이영미 이진혁 전해주 김도원 김하연 조민호 박주혁



공연 상세 정보의 시놉시스 가져왔습니다.
줄거리를 섞어가며 후기 정리하기 귀찮아서ㅠ

[시놉시스]

장애를 잊고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돈 파블로 맹인학교'의 학생들···
그들 중 리더인 까르로스와 후아나는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우등생 커플이다.
개학 첫날, 그들만의 완전한 세상에
염세적이고 비관적인 태도의 '이그나시오'가 입학한다.
이후 이그나시오의 존재로 인해
학생들은 조금씩 자신들의 장애를 인식하고 자신감을 잃어간다.
까를로스와 후아나는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 나서지만
학교는 점점 더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맹인학교는 전맹인 아이들이 학생들을 위해 모든 것이 다 픽스되어있고 모두 맹인들끼리 모여서 위치를 정확히 외웠기에 마치 눈이 보이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편히 다닐 수 있는 곳처럼 묘사되고 있고, 그곳에서도 리더격의 모범생인 후아나와 까를로스가 장애에 대한 비관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이그나시오라는 전학생의 등장과 함께 겪게 되는 사건, 그리고 학교 내의 혼란에 대해 다루고 있는 극이었다.

극 안에서 맹인학교의 아이들을 학교의 교장인 맹인이지만 극 안에서 배우가 등장하지는 않는 돈 파블로 말고, 그의 아내이자 교감이자 그 세상의 유일한 정안인인 도냐 페피따가 철의 아이들이라고 부르는데 아이들이 긍정 상태에 지나치게 세뇌되어있어서 일단 1막 보고난 뒤에는 철의 아이들은 오염된 게 맞고, 그들에게 너희는 맹인이고 불쌍한 존재고 그걸 알아야만 한다고 부르짖는 이그나시오는 지나친 비관주의라 양쪽 다 너희 모두 너무 극단적이라서 잘못 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기존 학생들은 모든 게 제한된 환경 속에서 지나친 낙관주의로 현실 인식을 못 하게 된 상황에서 세뇌 당해서 지팡이에 의지하며, 스스로를 맹인이라고 칭하고 불쌍하게 여기는 이그나시오를 괴롭히는 거에 가깝게 대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할 때 하는 체제에 대한 위협과 변화를 막거나 무시하고 싶어서 하는 폭력을 행하는 것과 같아서 의도된 불쾌함이지만 불쾌하고, 이그나시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하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살아가고 바꿔나가겠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절망에 타인을 물들이고 고통 속에 함께 울자고 비관에만 빠져있어서 처음에 후아나에게 나는 절망을 나눌 친구들을 원했다 했을 때 그 외로움에 가슴이 저렸었는데 뒤이은 행동이 비관 그 자체라 앞의 가슴 저림에 대해 배신감이 들었었다. 슬픔을 나누는 거 중요한데 그렇다고 이룰 수 없는 것에 절망하는 동지를 만드는 건 아니잖아 싶어서. 궁극적인 절망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바꿀 수 있는 희망도 없이 살면 무엇을 얻겠니 싶어지더라고.

뭐 맘은 이렇다고 해도 일단 1막이 만들어놓은 그 대립 구도가 지나친 현실 부정과 낙관주의와 지나친 비관주의 모두 다 옳지 않음을 선명히 보이는 것이기에 이야기로 싫은 건 아닌데 2막에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궁금했는데 결과적으로 진행도 결말도 맘에 들었다.

이그나시오라는 인물이 진실과 고통에 대한 솔직한 인정 그 이후를 그리고 있지 않다는 점과 도냐 페피따가 주가 되는 모든 씬이 과하게 설명적인 건 아쉽지만 근래 들어 본 극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이야기였다. 진실을 알고도 빨간 약을 삼키지 않은 이의 매트릭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그나시오가 떠나고, 평화가 찾아온 듯한 학교에서 오히려 그가 떠나보내려했던 이그나시오의 불행과 고통을 오롯이 물려받아 이그니시오가 된 까를로스가 또다시 학교를 떠나고야 마는 끝이, 한 없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 줄기 희망을 찾는 것을 열망하는 내 본래의 취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이 극은 슬픔과 고통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가리고 사는 것을 통해 만들어진 가짜 행복의 세상의 무자비함과 그렇기에 고통을 아는 이도, 고통을 외면하며 사는 이도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절망을 고발하는 것에 집중하였고 그에 충실한 끝을 그려내서 취향이 아님에도 결말이 좋았다.

이그나시오가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인물이 아니라고 계속 썼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이그나시오의 패배주의가 외면으로 만들어진 파라다이스 속에서 결국 이그나시오를 진정으로 온전히 인정한 이는 그 누구보다 그를 거부했던 가짜 파라다이스의 기사였던 까를로스였고 그를 따랐던 이들은 다시 가짜 유토피아 속에서 웃고 뛰는 것으로 이그나시오가 정답이라 말하지 않는 것도, 그렇다고 이그나시오가 그들에게 이야기한 불행과 고통, 현실을 직시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도 않음을 체제의 수호자로서 그와 싸웠기에 만들어진 행복의 작위성을 절감하게 된 까를로스가 진짜 빛을 갈망하기에 더는 그 세상에 머물 수 없게 된 것도 너무 납득이 가고, 비극이라서 의미있었다. 극의 초입에서 방학 기간 동안 바깥 세상에서 이것저것 시도했을 때 학교에서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없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그렇지만 바깥 세상의 이들이 그들의 진정한 친구는 아니라 말했던 까를로스가 도냐 페피따에게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만 있는 세상 속에서, 본 것을 말하지 않으면 그건 보이지 않는 것이라 말한 것과, 그렇기에 자신이 선택했던 눈먼 이들의 세상 속에서 오히려 가짜 행복을 견딜 수 없어 머물지 않는 절망으로 이어지며 현실을 외면하는 것 만으로는 절대 진짜 행복을 만들 수 없다고 강경하게 세상에 말하는 이야기를 만난 것이 깔끔하고 시원했다.

개취로 대사나 장면 구성 자체가 너무 직설적인 도냐 페피따의 씬들과 넘버는 아쉬워도 전체적인 넘버가 거의 다 좋고, 내 취향보다 편곡이 풍성하지 않은 곡들도 있었지만 라이브 오케로 괜찮은 음향으로 좋은 넘버를 노래 잘하는 배우들로 만나서 뮤지컬로서의 즐거움도 꽉 찼다.

성종완 연출을 배우말고 연출가로서 만났을 때 연출이 심심하다는 감상을 항상 받았어서 극에 대한 평이 좋아도 기대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이 극으로 연출도 각색하여 보여준 이야기도 깔끔하고 좋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는데, 극을 다 보고 나니 이 극은 맹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맹인을 소재로 가진 자들이 만들어낸 기만적인 세상 속 눈먼 자로 사는 현실에 대한 고발극이라는 걸 알았는데, 그렇다고 무대 배경 스크린에서 점자형 도트로 시각 효과를 주는 것과 배리어프리를 위한 어떤 추가 장치도 없는 것을 그럴 수 있지 하고 싶지 않더라고. 소재로 사용했을 뿐이라해도, 장애에 대해 다루고 있으면 눈가리고 아웅용 자막이라도 제공했으면 싶었다.

이그나시오와 까를로스 모두에게 행동의 불씨를 던지는 후아나의 캐릭터가 믿음을 행했다가 혼란을 겪은 과정만 있고 그로 인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고 어떤 삶을 살길 원하는 지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는 점도 많이 아쉬웠다. 까를로스와 도냐 페피따를 떠나기 전 인사 뒤에 체제의 순응을 뜻하는 마무리어인 '도냐 페피따'를 이야기하는 다온 후아나의 순순하지만은 않은 어조가 후아나가 그저 다시 눈 멀어 행복하기 만을 택한 것은 아니라는 걸 짐작하게 하긴 하고, 미지의 영역을 일부러 남겨두어 그 뒤에 이어지는 까를로스와 도냐 페피따의 대화에 의심과 미스터리를 강화하는 것도 있겠지만 비중이 높은 세명의 인물인 까를로스, 후아나, 이그나시오 중 자신의 선택이 완전히 보이지 않고 까를로스와 이그나시오 사이의 갈등의 소재로 기능하고 끝난 게 여캐인 후아나 하나라는 게 줄거리 자체의 한계라는 게 아쉬움을 거둘 수 없게 했다.

그치만 좋은 요소가 정말 많은 극이었다.

특히 취향적으로는 청소년 인물들 특유의 외롭고 싶지 않은, 또래 집단에 속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갈망이 잘 보여서 마음이 아린 순간이 많았다. 모두의 사랑을 받던 모범생에서 누구도 자기를 찾지 않아 상처받은 까를로스는 말해 뭐해고, 그게 아름다운 감정은 아니지만 그저 이그나시오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서 후아나가 던진 사랑과 이해의 말에 그런 말을 또래에게 들어본 것이 처음이라서, 그리고 그 말을 한 후아나가 까를로스와 사랑을 하고 있는 이라서 아이들의 인정만이 아니라 후아나와의 사랑을 꿈꾸는 이그나시오의 마음이 가슴 저렸다. 맹인인 돈 파블로와 정안인인 도냐 페피따의 만남은 돈 파블로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지만 후아나는 까를로스에게 뭔가를 더 줄 수 없는 같은 처지라고 말하며 후아나와 까를로스의 관계의 영원성을 이그나시오가 비웃은 이유가 후아나가 자신과 같이 고통 속을 걸으며 절망하며 사랑하는 연인이 되길 바라서라는 게 너무 아렸다.

당연히 연기 결이 잘 맞으니 애배로 두고 예쁘다하며 필모를 챙기고 있는 거지만, 노윤 배우의 연기가 더 깊어져있어서 새삼 또 기특하고ㅜ 이그나시오라는 캐릭터의 패배주의의 허무적 상태를 싫어하는 거라면 까를로스가 보여주는 사이비 교인들 중 상위 계층의 과장된 밝음과 맹목성은 혐오하는 종류의 것이라 보통 나에게 혁명하는 한줄기 희망 주더니 왜 이런 것마저 탄탄하게 잘 다져와서 광인과 혁명가는 한끗 차이인가 잘해서 힘들게 하니 했는데 모두가 다시 웃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길을 잃어 빛을 갈망하고, 그렇기에 반짝이다가 꺼져버리는 한발짝 더 깊은 단계까지 해내서 애정이 또 커졌다ㅠ

재호 배우는 너무너무 예쁘게 생겨서 어떻게 목소리도 좋고 연기도 잘하고.. 진짜 너무 좋다. 정말 순수하게 너무 잘생겨서 아이고 예뻐라하고 그 외모에, 슈퍼리어하게 잘생겨서 쓰릴미에서 실제로 하기도 했던 '그' 상플을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처음 봤을 때 했었는데 '나' 연기 결도 내서 연기에도 감탄했다.

매력있고 잘하는 거 알겠는데 그게 내 취향은 아닌 배우가 관극 하다보면 있기 마련이고 나에게는 그런 배우 중 한 명이 다온 배우인데, 음색에 독특함이 있고 노래를 특색있게 잘하는 배우라 내 취향은 아니긴 한데 진짜 매력있네 했다. 노래를 정말 뭔가 딱 다온답게 잘 부르는데 그 독특함이 내 맛은 아니지만 이 맛이 진짜 특별하다는 걸 늘 느끼게 한다. 배우 본체의 분위기가 태양계라고 해야하나, 외강내강한데 알로하 송하도 그렇고 이번 후아나도 그렇고 흔들리고 괴로운 순간을 되게 순수하게 여리게 잘 그려서 스스로의 분위기에 갇히지 않는 것도 멋졌다.

처음 본 배우 중에 눈에 들어온 배우는 해주 배우! 필모 보니까 마타하리 앙상블로 스치기는 했을 것 같은데 배역명을 받은 역으로는 아예 처음 보는 분인데 너무너무 잘해서 계속 눈이 갔어.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멜키어랑 한센 듀엣이 없어서 몰랐는데 윤이랑 재호랑 음색합이 너무 좋아서 진짜 황홀했고, 그냥 둘을 같이 무대에서 볼래의 맘으로 고른 날이었는데 둘의 조합으로 나중에 또 극 보게 되길 기원하게 되었다. 이 극은 자첫자막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큼 오히려 깔끔하게 좋았어서 이걸로 다시 보기보다는 좋은 극으로 같극 타캐해주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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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해주배우 마타 하리 앙상블로 스치기는 했을 거여도 아예 처음 보는 분인데 너무너무 잘하신다ㅠ 자꾸 눈이 가ㅠㅠㅠㅠ

극 자체는 철의 아이들은 오염된 게 맞고, 이그나시오는 지나친 비관주의라 양쪽 다 너희 모두 너무 극단적이라서 잘못 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기존 학생들은 모든 게 제한된 환경 속에서 지나친 낙관주의로 현실 인식을 못 하게 된 상황에서 세뇌 당해서 오히려 이그나시오에게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할 때 하는 체제에 대한 위협과 변화를 막거나 무시하고 싶어서 하는 폭력을 행하고 있고, 이그나시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하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살아가고 바꿔나가겠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절망에 타인을 물들이고 고통 속에 함께 울자고 비관에만 빠져있어서 처음에 후아나에게 나는 절망을 나눌 친구들을 원했다 했을 때 느낀 가슴저림에 대해 배신감이 들었다. 슬픔을 나누는 거 중요한데 그렇다고 이룰 수 없는 것에 절망하는 동지를 만드는 건 아니잖아. 궁극적인 절망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바꿀 수 있는 희망도 없이 살면 무엇을 얻겠니 싶어짐

뭐 맘은 이렇다고 해도 일단 1막이 만들어놓은 그 대립 구도가 지나친 현실 부정과 낙관주의와 지나친 비관주의 모두 다 옳지 않음을 선명히 보이는 것이기에 이야기로 싫은 건 아닌데 2막에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모르겠다.

소문 자자했던 넘버 맘에 들고 너무 오랜만에 보는 재호 목소리 노래로도 대사로도 들으니 맞아 목소리 좋았어하고 너무 신나고 윤이가 이런 식의 역을 하는 거 역시 좋네 싶은데 장애를 소재로 한 극인데 점자는 디자인 요소로 쓰고 무대 배경이 휑한데 배리어프리용 자막을 안 쓰는 건 좀 씁쓸하다

[공연 종료 후]

이그나시오라는 인물이 진실과 고통에 대한 솔직한 인정 그 이후를 그리고 있지 않다는 점과 도냐 페피따가 주가 되는 모든 씬이 과하게 설명적인 건 아쉽지만 근래 들어 본 극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이야기였다. 진실을 알고도 빨간 약을 삼키지 않은 이의 매트릭스라니.

이그나시오가 떠나고, 평화가 찾아온 듯한 학교에서 오히려 그가 떠나보내려했던 이그나시오의 불행과 고통을 오롯이 물려받아 이그니시오가 된 까를로스가 또다시 학교를 떠나고야 마는 끝이 한 없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 줄기 희망을 찾는 것을 열망하는 내 본래의 취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이 극은 슬픔과 고통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가리고 사는 것을 통해 만들어진 가짜 행복의 세상의 무자비함과 그렇기에 고통을 아는 이도, 고통을 외면하며 사는 이도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절망을 고발하는 것에 집중하였고 그에 충실한 끝을 그려내서 취향이 아님에도 결말이 맘에 들었다.

이그나시오가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인물이 아니라고 계속 썼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이그나시오의 패배주의가 외면으로 만들어진 파라다이스 속에서 결국 이그나시오를 진정으로 온전히 인정한 이는 그 누구보다 그를 거부했던 가짜 파라다이스의 기사였던 까를로스였고 그를 따랐던 이들은 다시 가짜 유토피아 속에서 웃고 뛰는 것으로 이그나시오가 정답이라 말하지 않는 것도, 그렇다고 이그나시오가 그들에게 이야기한 불행과 고통, 현실을 직시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도 않음을 체제의 수호자로서 그와 싸웠기에 만들어진 행복의 작위성을 절감하게 된 까를로스가 진짜 빛을 갈망하기에 더는 그 세상에 머물 수 없게 된 것도 너무 납득이 가고, 비극이라서 의미있어 정말 좋았다. 극의 초입에서 방학 기간 동안 바깥 세상에서 이것저것 시도했을 때 학교에서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없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그렇지만 바깥 세상의 이들이 그들의 진정한 친구는 아니라 말했던 까를로스가 도냐 페피따에게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만 있는 세상 속에서, 본 것을 말하지 않으면 그건 보이지 않는 것이라 말한 것과, 그렇기에 자신이 선택했댠 눈먼 이들의 세상 속에서 오히려 가짜 행복을 견딜 수 없어 머물지 않는 절망으로 이어지며 현실을 외면하는 것 만으로는 절대 진짜 행복을 만들 수 없다고 강경하게 세상에 말하는 이야기를 만난 것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1막에도 썼지만 개취로 대사나 장면 구성 자체가 너무 직설적인 도냐 페피따의 씬들과 넘버는 아쉬워도 전체적인 넘버가 거의 다 좋고, 내 취향보다 편곡이 풍성하지 않은 곡들도 있었지만 라이브 오케로 괜찮은 음향으로 좋은 넘버를 노래 잘하는 배우들로 만나서 뮤지컬로서의 즐거움도 꽉 찼다

성종완 연출을 배우말고 연출가로서 만났을 때 연출이 심심하다는 감상을 항상 받았어서 극에 대한 평이 좋아도 기대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이 극으로 연출도 각색하여 보여준 이야기도 깔끔하고 좋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극을 다 보고 나니 이 극은 맹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맹인을 소재로 가진 자들이 만들어낸 기만적인 세상 속 눈먼 자로 사는 현실에 대한 고발극이라는 걸 알았는데, 그렇다고 무대 배경 스크린에서 점자형 도트로 시각 효과를 주는 것과 배리어프리를 위한 어떤 추가 장치도 없는 것을 그럴 수 있지 하고 싶지 않다. 소재로 사용했을 뿐이라해도, 장애에 대해 다루고 있으면 눈가리고 아웅용 자막이라도 제공했으면 한다. 이그나시오와 까를로스 모두에게 행동의 불씨를 던지는 후아나의 캐릭터가 믿음을 행했다가 혼란을 겪은 과정만 있고 그로 인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고 어떤 삶을 살길 원하는 지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는 점도 많이 아쉽다. 까를로스와 도냐 페피따를 떠나기 전 인사 뒤에 체제의 순응을 뜻하는 마무리어인 '도냐 페피따'를 이야기하는 다온 후아나의 순순하지만은 않은 어조가 후아나가 그저 다시 눈 멀어 행복하기 만을 택한 것은 아니라는 걸 짐작하게 하긴 하고, 미지의 영역을 일부러 남겨두어 그 뒤에 이어지는 까를로스와 도냐 페피따의 대화에 의심과 미스터리를 강화하는 것도 있겠지만 비중이 높은 세명의 인물인 까를로스, 후아나, 이그나시오 중 자신의 선택이 완전히 보이지 않고 까를로스와 이그나시오 사이의 갈등의 소재로 기능하고 끝난 게 여캐인 후아나 하나라는 게 줄거리 자체의 한계라는 게 아쉬움을 거둘 수 없게 한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멜키어랑 한센 듀엣이 없어서 몰랐는데ㅠ 뉸이랑 재호랑 음색합이 너무 좋아서 진짜 황홀했다ㅠㅠ 그냥 둘을 같이 무대에서 볼래의 맘으로 고른 날이었는데 둘의 조합으로 나중에 또 극 보게 되길 기원하게 됨ㅠ 좋은 극으로 같극 타캐해줘ㅠㅠ

당연히 연기 결이 잘 맞으니 애배로 두고 예쁘다하며 필모를 챙기고 있는 거지만, 뉸이 연기가 더 깊어져있어서 새삼 또 기특하고ㅜ 이그나시오라는 캐릭터의 패배주의의 허무적 상태를 싫어하는 거라면 까를로스가 보여주는 사이비 교인들 중 상위 계층의 과장된 밝음과 맹목성은 혐오하는 종류의 것이라 보통 나에게 혁명하는 한줄기 희망 주더니 왜 이런 것마저 탄탄하게 잘 다져와서 광인과 혁명가는 한끗 차이인가 잘해서 힘들게 하니 했는데 모두가 다시 웃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길을 잃어 빛을 갈망하고, 그렇기에 반짝이다가 꺼져버리는 한발짝 더 깊은 단계까지 해내서 애정이 또 커졌다ㅠ

매력있고 잘하는 거 알겠는데 그게 내 취향은 아닌 배우가 관극 하다보면 있기 마련이고 나에게는 그런 배우 중 한 명이 다온인데, 음색에 독특함이 있고 노래를 특색있게 잘하는 배우라 역시 오늘도 내 취향은 아니긴 한데 진짜 매력있네 감탄했다. 노래를 정말 뭔가 딱 다온답게 잘 부르는데 그 독특함이 내 맛은 아니지만 이 맛이 진짜 특별하다는 걸 늘 느낀다. 배우 본체의 분위기가 태양계라고 해야하나, 외강내강한데 알로하 송하도 그렇고 이번 후아나도 그렇고 흔들리고 괴로운 순간을 되게 순수하게 여리게 잘 그려서 스스로의 분위기에 갇히지 않는 것도 멋졌어

타어둠 청소년 인물들 특유의 외롭고 싶지 않은, 또래 집단에 속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갈망이 잘 보여서 마음이 아린 순간이 많았다. 모두의 사랑을 받은 모범생에서 누구도 자기를 찾지 않아 상처받은 까를로스는 말해 뭐해고, 그게 아름다운 감정은 아니지만 그저 이그나시오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서 후아나가 던진 사랑과 이해의 말에 그런 말을 또래에게 들어본 것이 처음이라서, 그리고 그 말을 한 후아나가 까를로스와 사랑을 하고 있는 이라서 아이들의 인정만이 아니라 후아나와의 사랑을 꿈꾸는 이그나시오의 마음이 가슴 저렸다. 맹인인 돈 파블로와 정안인이 도냐 페피따의 만남은 돈 파블로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지만 후아나는 까를로스에게 뭔가를 더 줄 수 없는 같은 처지라고 말하며 후아나와 까를로스의 관계의 영원성을 이그나시오가 비웃은 이유가 후아나가 자신과 같이 고통 속을 걸으며 절망하며 사랑하는 연인이 되길 바라서라는 게 너무 아렸다ㅠ

재호는 그렇게 예쁘게 생겨서 어떻게 목소리도 좋고 연기도 잘하고.. 진짜 너무 짱이야 정말 순수하게 너무 잘생겨서 아이고 예뻐라하고 한 번씩 감탄했다ㅠ 슈퍼리어하게 잘생겨서 쓸 '그' 상플만 했었는데 오늘 보니 '나' 연기 결도 내서 감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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