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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30816 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 밤공

by All's 2023. 8. 18.

 

 

캐스트 -  유소리 이서영 조은진 박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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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알려준 길에서 하일러가 가는 곳으로 바뀌었던 한스의 길이, 마침내 한스 그 자신의 길이 시작되는 순간을 만났다. 너무 달랐으나 우리가 된 순간 서로가 되고나니 하일러는 나의 신념에 의심이 생기고 한스는 고유한 자신 대신 하일러에게 물들 수 있기에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서로를 마주하지는 않겠지만 서로가 나누었던 말들과 하루들의 기억과 세상에서 전해오는 작은 느낌들만으로 각자가 답답했던 새장을 벗어나 차근차근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고 확신할 한스와 하일러의 끝을 만나서 벅찬 기분을 안고 그 아이들을 보내줄 수 있을 듯하여 기쁘다.

소리한스와 서영하일러가 둘다 다른 종류로 소리가 까랑까랑해서 음색합이 좋지는 않았는데 각각의 캐릭터가 정말 내 취향이라서 좋아하는 거+좋아하는 거 같이 보는 게 너무 좋았고 오늘 처음 만난 소리교장의 캐릭터가 다정하고 차분한 느낌으로 학생들을 조여오는 느낌이 각성하지 않은 루치우스가 어른이 되면 될 법한 인물이라 학생들이 자신을 잃고 통제된 길을 따라 자라나 시스템의 부품으로서 기능하는 것에 기뻐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며 다른 이들의 자아와 존엄함마저 무시하게 되는 어른이 된 것의 어떤 상징처럼 보여 해맑고 성실한 한스, 사랑과 관심이 고픈 루치우스, 섬세한 감수성의 하일러가 그렇게 무상교육을 빌미로 세상의 부품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얼마나 불행하고 서글플까라는 생각 또한 들어서 오늘의 조합으로 이 극을 보내게 된 게 너무나 행운이었다. '이 아이들이 똑똑하지만 부유한 아이들이 아니기에 통제가 심하나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신학교를 진학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게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부유한 집에서 여러 자녀 중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 하나는 신에게 귀의 시키는 명예직을 시키려고 신학교에 보내는 것과는 다른 이유로 이 아이들이, 특히 하일러가 굳이 신학교를 갔어야 했던 이유를 이제야 선명하게 깨달았어

여리고 투명하게 아름다워 부서지는 캐릭터들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소리한스가 가지고 있는 마침내 드러난 핵같은 단단함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스스로를 만성 두통에 시달리게 하는 세상의 억압에 대해 깨닫지 못 하다가 하일러로 인하여 그 껍질을 찢고, 처음 만난 하일러를 엄마 오리를 따르는 아기 오리처럼 그대로 따랐기에 하일러가 떠난 뒤 온 세상을 잃은 듯 또다시 무너지고 헤메였지만 그 아이가 떠나면서 한스 그 아이를 위해 남겨준 모든 말들을 다시금 되새기며 그 알껍질마저 깨뜨리고 자기 자신만의 세상의 발을 딛기 시작하는 소리한스가 너무 좋아ㅠ

서영하일러는 문자 그대로 굉장히 멋있어서 특히나 구름 넘버에서 굉장히 설레게 하는데 섬세하고 예민한 이 아이가 외로움이 즐겁지는 않다는 면이 아프게 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신학교에 진학하긴 했으나 마음 열 곳 하나 없어서 힘들었던 아이가 구름에서 한스에게 상상하는 법을 알려주며 한스의 다음 행동과 말을 유심히 살필 때 이 아이가 내 친구가 될 수 있을 법한 아이인지 시험을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그런 아이이길 바라서 한스의 내면의 감수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하는 눈빛과 손짓이 매혹하는 유혹자같지만 사실 그건 그 애도 많이 외로워서 그런 거였다는 게 진짜 친구가 된 뒤 이전의 유혹자같은 위험함 대신에 개구진 장난끼와 많이 친해지기 전에 시를 보여주는 건 부끄러워하는 천진함이 비치는 게 너무 귀여워서 안쓰럽기도 해ㅠ 그만큼 사실 이 아이도 여린 면이 많아서 외롭고 싶지 않다는 내 욕심에 그 아이와 친구가 된 게 한스의 삶을 내가 흔드는 걸까 괴로워하는 것도, 그렇게 한스의 삶을 자기가 뒤흔들고 있음이 걱정되지만 그럼에도 자기 자신도 이제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부딪혔기에 떠날 수 밖에 없어 하일러 자신이 통제가 당연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켜왔던 주문을 하나하나 한스에게 새겨주듯 말하는 순간들이 애틋해ㅠ 그렇기 때문에 학교를 떠나 집에 왔을 때 아직 자신도 회복되지 않은 면모도 있고 비슷하게 감수성이 섬세하고 여린 새힘한스와 함께 자첫했을 때는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연약한 아이들이 무너졌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소리한스는 본래 단단함을 내재한 아이라 결국 일어섰고, 서영하일러 역시 그런 한스를 느끼고 내가 나로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을 걸어가고 있구나라는 끝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ㅠ

은진루치우스 정말 너무 내 맘에 들어오는 아이ㅠ 관심도 지원도 부족한 환경에서 커온 아이가 세상의 주목과 다른 어른들의 인정에 목말라하며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너무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 루치우스처럼 숫기있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성장에 따른 또래의 반항과 방황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여유없는 그 애의 좁은 세상을 나는 알아. 이곳에서는 바이올린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몸을 쓸게 만드는 집안의 찬기를 루치우스가 보일 때 엄청 부유하지는 않으나 이미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는 하일러와 넉넉하지는 않으나 설탕을 살 용돈은 있는 한스보다 한참 밑지고 있을 그 애의 환경을 깨닫게 된다. 가족들 역시 그 애의 학교 생활을 들어주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트리 아래 가득 놓아주기에는 자기 몫의 삶을 살기도 바쁜 거겠지.

소리한스에게서 저번 관극에서는 다리에서 뛰어내리지 않은 앨빈을, 오늘은 신경쇠약을 극복하고 환하게 웃게 된 포스너를 느꼈다. 이제서야 젠더프리 캐스팅의 포스너를 떠올릴 수 있었다는 충격과 이런 바람이 생긴 날이 히보의 10주년의 The END를 들은 날임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와.

수레바퀴 아래서는 볼수록 좋은 극이다 정말. 캐스트 별로 결말에 대한 여운 자체가 다르게 느껴지는데 근데 앞이 부실해서 그런 게 아니라 어느 느낌을 주어도 유의미해서라 너무 좋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끝을 해피로 해석할지 새드로 해석할지 갈릴 수는 있으나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있다고 느꼈던 이후로 무엇으로 느껴지든 의미있다고 확고하게 생각이 드는 창작 뮤지컬 거의 처음 같아. 수레바퀴 아래서- 반복이 좀 심한 거랑 어른 캐릭터는 한 명 더 있어도 좋을 법 하며 무대 진짜 1.2배 정도만 컸으면 하는 거 말고 극 줄거리에 아쉬움 없고 노래는 너무 좋고 ㅠ 꾸준히 사랑받길

MBTI 확신의 S이긴하나 상상을 안 하고 살아본 적은 없는 사람으로서 오늘은 구름에서 상상하는 법조차 몰라서 하일러에게 한스가 상상을 통해 구름을 타고 담을 넘는 게 얼마나 그 애가 그런 여유도 없이 살아왔나 싶어서 맘이 아렸다. 잠이 안 오고 심심해 밤에 호수까지 나와서 굳이 공부에 관련된 책을 읽은 것도 비는 시간에 즐겁게 읽을 소설책 하나 없어서 그런 거였겠지. 결국 다 나에게 힘이 될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소리한스를 보고도 아렸는데 세상의 압박에 이미 위태로운 한계에 있던 새힘한스를 보다 깨달았다면 오늘 속으로 쉰 한숨 그만 입 밖으로 쉬었을지도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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