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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 Part2

by All's 2023. 3. 11.

 

 

연출 - 안길호
극본 - 김은숙
방영채널 -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파트2가 파트1보다 아쉽다는 반응이 많은 거려나. 월도+퇴근 후 오락으로 몰아서 다 보기 완료했는데 나는 파트1보다 파트2가 마음에 든다. 결국 뭔가 진행이 되는 것 같아도 일을 벌리고 퍼트리고 하는 과정이 1이었는데 솔직히 그 얼개 자체는 그렇게 짜임새가 엄청 좋다고 느끼진 않았었는데 파트2에서 차근차근 풀어내는 과정이 대신 납득이 안 가지는 않아서 그게 마음에 든다. 파트1에서도 구조나 수싸움을 즐기는 이야기는 아니고 감정적인 면을 잘 건드리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었는데 파트2가 양껏 감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서 더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가만히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이게 말이 되나 싶은 행운들이 너무 중첩되고 지독하게 선량한 어른들도 너무 있는 거 아니냐 싶을 수 있지만 누구보다 있는 자들의 세상 속에서 자본의 논리를 뛰어넘은 낭만적 사랑이 피어나는 것에 대해 잘 그려내던 김은숙이라는 작가가 자신이 가진 낭만을 그 사람이 세상의 폭력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아이들이, 또 그 아이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이 덜 억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해 품고 싶은 소망에도 담아냈구나 싶은데 난 그게 좋았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세상만이라도 억울한 이를 돕는 신의 자비가 있길 바라는 낭만이, 예쁘고 다정하잖아.

그렇다고 좋기만 한 건 아니고, 아무래도 파트1을 보면서 친절한 금자씨를 엄청나게 열심히 참고한 거 아닌가 생각했던 부분을 16화에서 이건 또다른 박찬욱 영화 중에서도 올드보이를 또 열심히 참고했나 싶어서 좀 맘에 걸리긴 한다. 올드보이를 처음 봤을 때 나이가 많이 어려서 그 생각까지는 못 했었는데, 과연 미도가 앨범을 열지 않았던 거고 정말 끝까지 몰랐던 걸까에 대해 김은숙 작가가 만든 if적 상상력이 16화의 결말로 간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미도가 모든 걸 알면서도 대수와 그 겨울숲에 있는 거 아닐까, 사랑하니까.라는 그런 생각을 했던 거에서 파생된 게 더 글로리 속 동은과 여정인 건 아닐까 생각이 드네. 지독한 폭력으로 인해 복수를 꿈꾸며 삶이 가해자가 만든 지옥 속에 갇힌 이들이 그 세계에서 탈출하여 무결하게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진창에 빠지더라도 가해자 역시 무너뜨리는 복수를 하는 것으로 같이 손발을 더럽히며 지옥에서 함께 하는 것도 지독한 사랑이니 용서를 통해 밝은 세상으로 나오게 해주는 구원보다 함께 손 잡고 지옥불에 뛰어들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두렵지 않은 그런 사랑으로 바꿔 그려낸 결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그런 지독한 순애를 좋아하면서도 이게 진짜 모티프가 그쪽이 맞다면 찝찝한데 싶어 마음이 좀 복잡하다.

뭐 이러니 저러니해도 재밌게 봤다. 작감이야 워낙 잘하는 거 알았고 그 동안 보아온 잘하는 배우들 여전히 잘하네 싶기도 했어서 배우 보는 맛도 좋았다. 제일 인상 깊은 건 남들도 그러겠지만 역시 임지연이랑 이도현인데, 임지연은 너무 아름다운데 연기가 아쉽다는 기억이 컸는데 그냥 점점 는다고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아 연기를 이젠 잘하는 구나하고 놀라움을 줘서 좋았고, 이도현은 연기 정말 잘한다고 늘 생각해왔지만 이렇게까지 잘한다고 싶어서 새삼 놀랐고 좋았다. 이도현은 진짜.. 연기를 무시무시하게 잘하는데 그게 자기화를 시켜서 내보이는 방식인데도 자연스럽게 다가오게 한다는 게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짜는 만큼 인물이 진짜 현실적이지 않다 싶게 캐릭터적이기도한 김은숙 작가의 인물마저 그렇게 만드는 만큼인 게 파트2에서도 여실해서 소름끼쳤다. 이런 거 쉽게 단언하면 안 되지만 너무 그럴 것 같아서 걍 쓰는데.. 송강호 이후에 남배우 중 대배우 호칭을 갖게 될 바로 그 사람이 이도현이겠구나 싶다. 앞으로 얼마나 무시무시한 배우가 될 지, 드라마나 영화에 예전보다 관심이 엄청 떨어져있어서 필모를 챙길리는 없겠지만 어쩌다 이도현의 작품을 또 보게 될 때마다 그 부분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아.

 

좋은 얘기 안 좋은 얘기 섞어서 했지만 로맨스를 잘 그려내는 작가라 많이들 얘기하지 않는 부분인데, 김은숙 작가는 로맨스의 주인공들을 제외하고 여성끼리 여성을 돕는 구도를 정말 잘 그리는 작가인 부분이 곳곳에 박혀있는 것도 좋았다. <신사의 품격>에서 민숙과 세라도, <도깨비>에서 은탁과 써니, 은탁과 삼신할매의 관계 등이 당장 생각나는 부분이고 그 외에도 살펴보면 참 많다. <더 글로리>에서 현남과 동은, 그리고 에덴 빌라의 건물주와 동은이 그래서 낯설지 않지만 그렇기에 행복한 부분이었어. 로맨스가 메인인 장르가 아니라서 워맨스를 잘 다루는 작가의 역량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게 좋았다. <더 킹 : 영원한 군주>는 로맨스를 잘 다루어야 한다는 작가에 대한 세상의 기대가 오히려 더 펼칠 수 있는 역량을 막아버렸던 걸 이번 작품을 통해 본인이 상업 작가로서 다룰 수 있는 이야기의 틀에 대해 스스로 깨고 나온 것 같아 한 여성이 꾸준히 자신의 커리어를 펼치고 오래오래 인정받을 또다른 시점을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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