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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20815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밤공

by All's 2022. 12. 11.




캐스트 - 김지현



(+) 트윗 감상



이런 압도적인 감각을 느끼고 나면 괜히 뭐라고 써서 이런 총체적인 기분을 분해해서 늘어놓아야할까하는 생각과 휘발되어버리고 말 감정과 기억을 기록으로 잡아두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 극이 주려는 메시지를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뭔가 온전히 와닿았다는 생각보다는 공간 속에서 휘몰아쳤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휘몰아치던 어떤 흐름 속에 실려 휘청인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어쩌면 극 자체가 그걸 의도한 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지만 이해와는 다른 상태라 조심스러워

극 안의 시간 동안 딱 하루의 반나절. 한 사람에게서 한 사람에게로 생명의 박동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시간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순간들을 터져나오다 가라앉고 밀려오다가 멀어지는 감정과 상황의 밀도로 맞닥뜨린 게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압도적이었다.

이제 극장 문을 나서서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극 만드신 분들이 심장이 박동하면서 피를 돌게 하고 다시 받아들이고 뿜어내는 과정과 밀려왔다가 다시 돌아가고 또 밀려오는 파도의 모습의 유사성에 착안하여 소재도 극의 진행도 심장과 파도와 생명과 순환을 연결짓게 만드신 거 아닐까 싶어진다

보는 동안에는 생명 그 자체였던 시몽 랭브르와 그를 사랑한 이들이 시몽을 사랑하기에 웃고 울었고 아팠던 그런 순간들이 몰아칠 때 맘이 아파서 자꾸만 울었고 극 중간에는 내가 사후 장기 기증에 일부 장기 빼면 찬성할 마음인데도 너무 장기 기증에 대해 일방향적인 이야기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점점 정리되어가는 보고난 마음으로는 생명의 파도가 끊임없이 굽이칠 수 있다면 아름다운 거 아닐까로 점점 생각의 키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최소한 이 극 안에서처럼 충실히 존중하고 적당히 거리감이 있다면 그렇기만 하다면.

앞에 쓰긴 했는데 소재와 형식과 이야기의 구조와 배우의 연기적 수행을 통한 극의 리듬이 전부 마치 심장의 박동과 파도의 파동처럼 밀고 당겨지는 총체적인 리듬감을 만들어낸 게 너무 대단했는데, 그런 작품의 객체적인 완성도가 메시지나 소재를 이용하는 느낌이 아니라 결국 생명을 존중하고 뇌사자의 장기 기증을 결심할 그 이들을 아끼는 사람들의 사랑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극장을 나서서 극을 곱씹을 수록 다가와서 잘 만든 극이구나가 아니라 결국에는 좋은 이야기구나 라는 쪽으로 마음이 쌓여가고 있다.

잘 만든 극이 꼭 좋은 극은 아닐 때도 있는데 이 극은 좋은 극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체형과 인종과 국적과 성별과 연령의 인물이 등장하는 극을 단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1인극으로 만들어낸 점이 극 자체의 메시지와도 닿아있어서 그것도 너무 멋졌다.

처음에는 굳이 등장인물의 피부색이나 체형 등을 왜 언급하는 건가 했는데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의 신체적 특징을 기반으로 인물을 상상하는 틀을 깨줄 뿐더러 시몽의 심장이 클레어(가 맞을까?)의 심장이 되어 생명이 이어진 순간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이 결국 심장이 뛰는 생명으로서 모두 같고 다르지 않다는 어떤 경계가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건 모든 배역을 한 배우가 연기하기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일인극이 아니었다면 이런 감각의 확장을 느낄 수 없었을 거야.

이 극을 이루는 모든 게 너무 잘 조율되어 있던 게 진짜 대단했는데 결국 그 리듬을 구현해내는 최전방의 용사인 지현배우의 멋짐에 이 극을 지현배우로 만날 수 있었다는 행운이 너무 감사하다.

지현배우의 넘치지 않으면서 차갑지도 않음이 내 마음의 다양한 종류의 빈 곳, 허기나 공허함, 외로움 등을 채워주실 때 속절없이 감사할 때가 있는데 지현배우의 따뜻한 균형감각과 하나같은 극을 하시는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할 뿐이다.


 

 

공연이 끝나면 로비에서 틀어주는 영상. 공연장까지 모든 게 다 먹먹해진다. 정말 좋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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