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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20908 뮤지컬 서편제

by All's 2022. 12. 11.




캐스트 - 양지은 송원근 김태한 이다정 이도경 유희지 김민철 성아인 정석준



(+) 트윗 감상


여러모로 많이 별로였지만 그래도 1막보다 2막이 나았고 뭔가를 쓸 수 있을 만큼의 기분으로 정리는 될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가진 송화의 이야기도 만나는 건 또 새로운 거고 세상의 모든 송화는 다 소중하다ㅇㅇ
이래저래 극이 더 말이 많아진 부분, 많아진 말이 더 설명조가 된 부분, 지나치게 bpm 빠른 엠알이 극에 감정적으로 집중하게 할 타이밍을 뺏고 있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묵직하게 잡아서 연기로 눌러주거나 여백을 잘 활용하는 타입들이면 그래도 좀 상쇄가 될텐데 주요인물들이 캐릭터를 너무 가볍게 잡아왔거나, 여백을 창출할 능력이 없거나, 호흡이 지나치게 빠를 때가 있다는 게 배우 자체의 아쉬움이기도 했던 사람들로 하필 만난 터라 좀 괜찮다가도 맥이 풀리거나 숨이 가쁘거나 해서 1막 내내 많이 힘들었다.

2막은 이야기 자체가 좀 더 무겁기도 하고 캐릭터 연령 자체도 더 나이 먹게 해서 리듬이 조금 느리게 잡힌 건지 1막처럼 마구 달리는 느낌이 덜 해졌고, 부양가에서 남들은 그리 볼 지라도 스스로 아직 소리에 이르지 못 했음을 아는 송화가 자신의 길이 완성되지 않아 동호를 피하는 것과 너무나 지극히 송화를 사랑하여 스스로를 자유롭지 못 하게 함은 물론이요 송화의 길마저 붙들고 방해하는 미련의 대상이자 미련의 집합체인 동호가 진정으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되고,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소리를 찾고 해낸 송화의 증인으로서 송화의 성취의 증인이 된 동호와의 소리 만남으로 진정 바라던 것을 이루었고 그 이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존재에게 확인시키는 송화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던 게 좋아서 그래도 끝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던 느낌의 서편제적 여운은 솔직히 없지만 아쉽긴 해도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어서 다행인 마무리였다.
 
원래 호감인 배우고 스킬적으로 잘하고 있는데 불호 뜰 때가 정말 난감한데 그걸 너무 거대하게 맞아서 슬프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태한배우가 잡아온 유봉이 나에게 너무 안 맞았다. 극하고도 안 맞는다고 할까도 생각했는데 그건 자의식 과잉인 것 같고 근데 나랑은 진짜 안 맞는다ㅠ 나라는 사람이 서편제에서 이야기적 격정과 설득력을 얻는 거에는.. 유봉이 자기가 옳다고 믿는 못난 사람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데(그의 존재 자체가 송화와 유봉에게 시련이자 산이 되어야 해서) 태한유봉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착하다고 믿는 사람인 유봉이고 극에서 시키는 부분 빼면 애들한테 호통도 잘 안 치고 태도도 그렇게 많이 강압적인 편은 아니고 제 딴에는 애들 잘 되라고 착한 내가 위악을 떤다는 듯한 연기를 하는 유봉이어서 몰입이 잘 안 되었다. 거대하고 파괴적인 햇덩이라기보다는 위악을 떨려고 하는 위선자이고 패악의 수위가 낮으니 눈으로 보기에는 편했는데 그 사람이 위선자라서 자신과 아이들의 인생을 망쳐가는 흐름 말 되지만 그냥 못나고 약한 사람한테 자기 고민과 상처가 깊고 섬세한 송화와 동호가 알아서 과하게 흔들리니까 얘들아 뭐하러 그렇게 힘드니 그냥 알아서 살면 될텐데 같은 감상이 자꾸 난입해서 몰입이 잘 안 되었다. 그러니까 어떤 종류로든 유봉이 극악하게 잔인해야하는데 강한 존재가 아닌 유봉에게 인생이 휘둘리니까 송화와 동호의 시련의 무게가 너무 극 전체적으로 가벼워져서 힘들었다. 내가 태한배우를 만나온 인물들이 거의 호인이라 내 선입견이 색안경으로 작용한 걸까 싶기도 한데 그거면 좋겠어..

그리고 태한유봉 캐릭터 정말 너무 나쁜 게.. 이 유봉은 자신이 한 과정을 후회하지 않음. 그게 나쁘다고도 생각 안 함. 그저 그 결과가 미안할 뿐임ㅋㅋ 송화가 아직 득음 오르지도 못 했는데 혼자 남겨두고 죽는 게 미안한 거지 눈 멀게 한 게 미안한 게 아님ㅋㅋ 하.. 자신이 하는 게 미친 짓인 걸 인정하고 그런 자신의 나약함과 잘못을 고백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게 심봉사가 나는 공양미 삼백석이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 딸자식 팔아먹은 개쓰레기라고 자기 입으로 내뱉는 후회를 했기에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었던 심청과 자신을 한 선에 놓고 내가 아비를 용서했음을 심청가로 동호에게 털어놓을 수 있게 송화가 말하게 되는 연관고리라는 게 내가 그동안 생각해온 서편제 속 심청가의 의미인게 태한유봉의 후회는 내가 그동안 생각해온 방향과는 길이 달라서 나랑은 너무 안 맞았다. 슬프다ㅠ

지은송화는 깨달음과 득도의 길이 굉장히 뒤에 있고, 소리에 욕심이 있지만 당연히 득도의 고지에 오를 성인의 여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닌 소리에 큰 재능이 있는 보통 사람이었는데 그런 인물이 신선해서 좋았는데 노래나 노래 연기를 통해 감정을 쏟아내고 표현하는 건 좋은데 그에 반해 연기적 스킬이 솔직히 아쉬워서.. 서편제가 대사가 많은 극이 아닌데도 순간순간 대사 처리나 감정 표출의 강도 조절이나 몸 쓰는게 어색한 곳들이 느껴져서 그게 아쉬웠다. 그래도 잡아온 캐릭터가 좋았어서 막 불호는 아닌 게, 나의 소리에서 동호를 떠나보낼 때 송화 자신이 가려는 소릿길을 부정하는 동호에게 자신이 가려는 소리를 무시하지 말기를 바라는 듯 꽤나 매몰찬 부분에서 시작된 득음에 대한 욕심이 있고 그 성취를 이루기 전까지는 동호 앞에 나서지 않겠다는 자존심으로 그 욕심이 연결되어 유봉의 죽음 이후에 동호를 피하는 이유가 동호의 앞길에 자신이 방해될까봐가 아니라 동호에 대한 미련이 자신이 온전히 소리에 집중하는 것을 막는다는 게 지배적인 송화라는 게 굉장히 새로웠다. 그래서 동호가 그녀를 찾아내는 걸 포기한 뒤에 결국 자신의 소리를 찾아낸 뒤 네가 잘 살아갔듯 나도 내 길에서 드디어 해냈다고 동호에게 나서는데, 그게 좋았다.

너무나 사랑하는 동생일지라도 그녀를 아버지의 욕심에 당한 피해자이자 그 동생의 사랑으로서 대하는 걸 받아들일 마음이 없기에 자신이 스스로 인정할 만큼 성취를 이루기 전에 동호를 만나지 않았고, 마침내 소리를 이룬 뒤 동호에게 나는 피해자가 아니라 그저 내 길을 갔고 이룬 사람임을 보여주며 자신의 삶이 스스로에게 충분히 가치있었음을 증명하는 거 참 좋았다. 뮤지컬 서편제가 그리는 송화의 이야기가 영웅 서사라고 생각해서 성인이라는 말을 계속 후기에 써와서 오늘 후기에도 앞쪽에 계속 썼는데, 이제 정리를 더 찬찬히 해보니 지은송화의 이야기는 성인이 아니라 장인의 이야기구나 싶다. 아주 자존심 강하고 고집있는 장인이, 남들은 그 사람 대단하고 이미 다 이루었다고 해도 자신과 같은 시간과 역사를 공유했기에 누구보다 그녀가 원하는 경지와 성취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동호에게 자신이 만족할 만큼 이루기 전까지는 나서지 않는 그런 면 유의미했고 좋다.

런동호는 가뜩이나 지나치게 빠른 엠알로 극이 감정이 찰 구석없이 달려가는 마당에 런의 많은 부분을 좋아함에도 그건 별로인 여백을 잘 안 쓰고 다 채우려하는 면모를 십분 발휘하여 철없는 혈기-사랑가 사이까지 빡빡하게 송화에게 대꾸하기 등으로 1막이 좀 불호였는데 그래도 런동호도 2막이 많이 좋기도 했고 원래 송화에 대해 연인으로서의 연심이 뚜렷한 동호를 안 좋아하는데 런동호 원하지 않는 소리인 국악에 대한 원망과 두려움, 그렇지만 그 소리를 사랑하는 송화에 대한 애끓는 연정이 펄떡거리는게 런 특유의 젊은 느낌과 섞이니까 질척인다기보다는 애처로운 느낌으로 다가와서 괜찮았고 지은송화가 동호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동생으로서 사랑하는 송화라서 동호만의 성장하지 못 한 어린 연심으로 결과가 돌아가니 그 합이 좋아서 1막도 동화 송호 붙는 장면들은 대부분이 좋아서 그런 부분은 1막도 좋았다.

국악에 대한 싹이 1도 없고 누가 들어도 서양음악할 소릿길 가진 동호라 찰리가 말하는 너를 괴롭힌 소리=송화가 딱 맞는 동호고 유봉이 죽고난 뒤 송화를 찾아다니면서 자신의 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한 분이었다는 말에 내가 누이에게 집착하는 건 누이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고 그전까지 계속 절절하게 송화에게 매달리던 걸 사랑이여에서 그동안 절절했던 만큼이나 단호하게 포기하는 순간 아 이제 진짜 송화를 위한 깨달음을 얻는 구나 기특했네. 그전까지 이루던 음악적 성과는 송화한테 나 잘 지내고 있으니 나 좀 피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위한 노력이었을텐데 그게 무용함을 알고 송화가 바라는 건 온전히 홀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임을 깨닫고 송화를 놓아줬기에 송화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송화가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다 이겨내고 마침내 자신의 삶과 소망을 오롯이 이룬 자가 되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알아줄 목격자이자 증인으로서 송화의 심청가를 만나 송화의 소리를 완전히 알아주고 이해하는 증인이 되어 송화의 심청가를 완성시켰다. 그렇게 완전히 물러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그걸 런동호가 하더라고. 각자의 자리에서 이제 진짜 자유로워진 지은송화와 런동호가 온전한 만남 이후 완전한 이별을 할 교차점을 봤고, 그게 정말 좋았다

오늘 어린 송화, 어린 동호 둘다 귀엽고 잘했는데 어린 송화인 아인송화가 정말 잘했다. 뭐라고 해야할까.. 소리에 대한 깊은 애정과 확신이 있는 예인으로서의 아우라가 있어서 유봉에게서 소리에 대한 증오를 얻었을 동호가 송화와 소리는 뗄 수 없는 사이인데 송화는 위로와 사랑을 주는 존재라 어린 시절부터 송화와 함께 자라면서 국악을 완전히 미워하기만 할 수는 없었을 당위성을 만들어내는 송화라 근사했다. 지은 송화와도 합이 좋긴 했는데 자람송화랑 정말 잘 맞을 것 같은 송화라 자람+아인 궁금해졌다

아 근데... 진짜 4연 때도 이건 아니라고 한 걸 마지막 시즌이라는 5연에서도 이러는 게 진짜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는데.. 미니 성별이 남자도 아닌데 스프링 보이즈가 밴드 이름인 거 진짜 너무 아니잖아요. 오아시스 쇼단 다시 쓰라고는 안 할텐데 (밴드 오아시스랑 겹쳐서 안 쓰려는 걸테니) 시즌을 거듭할수록 미니 역할 비중이 축소되다 못 해 저번 시즌부터 미니가 버젓이 멤버로 있는데 밴드 이름 스프링 보이즈로 하는 거 진짜 마지막까지 그러는 거 너무 별로다. ㅁㅁ즈로 끝을 내고 싶으면 스프링 데이즈 정도로 해도 되잖아? 어차피 청춘을 묻는다 노래때문에 스프링 쓰는 거면 보이즈 말고 스프링 데이즈 쓰는 게 오아시스 쇼단 / 스프링 보이즈 / 랑 이어서 생각했을 때 글자도 여섯 글자로 유지되고 동호의 청춘 시절 몸 담은 밴드이기도 하고 진짜 훨씬 낫겠는데 하 진짜 마지막 시즌까지 보이즈인 거 너무 싫다 이건 아쉬운 게 아니라 싫다 싫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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