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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20726 뮤지컬 유진과유진

by All's 2022. 12. 11.




캐스트 - 이아진 송영미



(+) 트윗 감상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 만들었고 더 따뜻하고 너무 좋은 극이었다. 다루는 이야기도 그 이야기를 다루고 만들어내는 방식도 너무 따뜻하고 섬세해

우리 병아리랑 아기 참새도 너무 잘해 진짜ㅠㅠㅠㅠ

성폭행 소재를 다루는 극들이 연출을 할 때 영상을 사용하면 무대 위 배우에게 직접적인 액팅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또 영상이 폭력적인 경우도 있는데 이 극은 영상 사용에서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게 결과로 보이는 것까지 너무 좋았다. 정말 섬세하게 만들어진 극ㅠ

과거 상황에 대한 역할극을 하는 거라는 암시를 주고 시작했고, 큰유진이가 나도 청소년 상담을 하며 좋은 일을 하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도해서 아 그런 구조구나 머리로 알았다고 해도 유진이와 유진이가 하는 심리치료극이구나 생각할수록 너무 애틋했는데 큰유진이가 자기 엄마 역할을 하면서 본인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 유진이를 안아주는 게 과거의 나에게 현재의 내가 주는 위로이고 이해인 건데, 바로 저런 사랑과 이해를 작은 유진이가 얼마나 엄마에게 바랐을까, 치료극 안에서라도 받는 거구나 생각하니까 그 모습을 보는 나마저 치유받는 기분이었다.

극을 보는 동안 사실 큰유진이가 너무나 부러웠었다. 저 아이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느낀 서운함과 세상이 준 상처를 말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고 충분한 사랑을 받아온 아이구나. 가족끼리 서운하고 속상하고 서로에게 잘못하고 오해해서 어느 순간은 미움도 생겨도 그걸 말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해가고 사랑을 확인해주는 건강한 관계를 통해 더 좋은 가족,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해나가겠지 부럽다라는 맘이 가득했는데 그렇게 사랑이 가득한 가족만으로도 온전히 치유할 수 없는 세상이 준 상처를 내가 나를 이해해주는 과정을 통해 더 치유해주고, 그리고 같은 기억을 통해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지만 다른 상황으로 자라나 다른 슬픔과 상처를 안고 있는 친구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가족의 마음도 안아가며 처음에는 나에게 생긴 결함의 흔적이라고 여겼던 '옹이'가 상처를 이겨내고 단단해진 흔적이라고 다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함께 걸어가는 너무 대단하고 멋진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걸 보면서 마냥 부러운 걸 넘어서는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오히려 많이 힘들고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거의 작은유진이처럼 가족에게 털어놓지 못 하는 편이었는데 그래서 갑갑함이 늘 맘 속에 남았다는 생각만 했는데 큰유진이처럼 힘들다고 말하고 이해받은 일도 있었다는 기억을 떠올리기도 해서 나도 큰유진이처럼 나를 힘내서 안아줄 더 좋은 어른이, 나 뿐만 아니라 작은 유진이, 주변의 많은 작은 유진이들의 고통을 온전히 나눌 수는 없어도 힘이 닿을 때 손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꿈꾸고 싶어졌다.

그리고 세상의 작은 유진이들, 꼭 작은 유진이와 같은 종류의 고통이 아니더라도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가족과 세상이 나를 이해하고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서, 그래서 난 영원히 혼자일 거라 생각하며 더 외로울 이들이 이 극을 보면서 받을, 그래서 내가 받은 위로의 순간이 너무 고마웠던 건 진짜ㅜ

작은 유진이가 사랑받지 못 하고 이해받지 못 하고 있던 가족과 세상에 대해 내가 더 잘해서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했던 시절, 잘못이 없는데 이해받지 못 해서 더 힘들었던 순간, 이해하고 용서하면 오히려 괴롭고 힘들었던 과거의 자신을 나마저 외면하는 걸까 고민하는 순간들 하나하나가 다 너무 너무 아는 이야기라서 아는 순간이라서 그렇게 작은 유진이가 힘들고 아픈 순간들을 폭력적이지 않게 그렇지만 섬세하게 그려주고 또 꺼진 발 밑에 위로와 용기가 차서 땅을 딛고 서서 울고 웃고 힘차게 큰유진이와 뛰어나가는 순간들을 보며 너무 좋았고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작은유진이의 엄마를 그냥 나쁜 사람으로만 그리지 않은 점도, 그렇다고 반드시 이해받아야한다고 끝을 내지 않은 것도 좋았다. 힘들고 나쁜 일을 겪고 충분한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 해서 힘들었던 이들이 가족에게 갖게 되는 복잡한 감정을 단순하게 결론짓지 않아서 좋았어

그리고 이 극의 미덕은 좋은 이야기를 다루는데 재미도 있고 넘버도 좋고 무대도 연출도 영상도 과하지 않고 사랑스러운 점이라고 또 감격하기.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려한다고 해도 극 자체가 재미없으면 괴로운데 사랑스럽고 뭉클하고 다 해ㅠ 심지어 라이브 오케라니ㅠㅠㅠㅠ 무대 위에 첼리스트님 키보디스트님 앉아 계시는 거 보고 우와우와했는데 진짜 우와였어ㅠㅠㅠㅠ 라이브 밴드만이 주는 소리의 질감 진짜 최고야ㅠㅠㅠㅠ

영미배우를 매다리랑 걸판 앤에서 만났어서 밝고 귀여운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작은유진이를 통해 영미배우가 표현하는 얼굴과 표정과 목소리를 더 넓게 다양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된 것도 너무 좋았다. 좋은 극이 많아지면 배우의 다채로움을 알 수 있게 되는 거 정말 너무 멋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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