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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11204 뮤지컬 하데스타운 낮공

by All's 2022. 12. 5.



캐스트 - 박강현 최재림 김선영 김수하 김우형 이지숙 이아름솔 박가람



신화가 스포니까 슬플 거라는 건 알았다만 꽤 즐겁게 보고 있다가 2막에 너무 슬퍼서 다 보고 나서 한참 가슴 아팠지만 그래도 재밌었던 하데스타운 후기 간단간단하게 쓰기.

하데스의 세상 지하 세계는 하데스 타운이라는 광산 노동지? 공장 같은 느낌이고, 지상 세계는 펍 같은 분위기였다. 하데스를 노동 착취하는 자본가처럼 해놓았는데 무대도 그런 느낌으로 해서 1막에는 펍이고,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로 내려가는 걸로 1막이 마무리 되어갈 때 무대 전환이 되면 그때 지하세계가 된다. 무대 전환이 많거나 극적이지는 않은데 오케가 무대 위에 올라와서 내래이터이자 콘서트 엠씨 같기도 한 헤르메스를 중심으로 각종 인물들과 소통하며 연기해서 무대가 크게 안 바뀌어도 지루하지 않았고 장치가 많지 않은 편이라 3층 꼭대기에서 봤는데도 시야방해될 거리가 없어서 가성비 관객 매우 감사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어린이판이나 만화책 같은 거로 이거저거는 읽었어도 각 잡고 제대로 읽지는 않아서 신화 내용이나 신들 캐릭터 설정 자체는 흐릿하지만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까지 이 세상보다 더 지하까지 내려가는 오르페우스가 2막에서 어떤 일을 또 겪을 지 알고보다보니 1막부터 사실 가슴이 아프기는 했다.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서 막무가내로 청혼을 하고, 그런 오르페우스를 보며 에우리디케가 뭐 저런 사람이 있어 싶어하면서도 세상의 차가움과 혹독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반드시 찾아올 따스함과 희망을 믿고 그 따스함을 전해주던 오르페우스에게 마음을 열어가던 과정이 너무 사랑스러웠어서 둘이 예쁘게 꽁냥거리던 1막부터 많이 슬프더라. 에우리디케 캐릭터 설정이 어릴 때부터 홀로 되어서 기댈 곳 하나 없는 어린 아이라 맘이 시릴 수 밖에 없기도 했다ㅠ 춥고 굶주린 상태로 가난하지만 사랑스럽고 따스한 오르페우스가 사는 마을, 그리고 모두가 모이는 펍 같은 곳에 들어오는 걸로 둘의 만남이 시작인데, 뮤즈의 아이였다며 헤르메스라는 신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밝고 맑은 오르페우스랑 작은 촛불 하나 허락하지 않고 찬바람을 불어대는 운명의 세 여신의 장난이나 당하는 코트를 꼭 여며도 존재 자체가 시려보이는 에우리디케 대비가 너무 컸어서 조금 서글픈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더라. 여튼 그렇게 서로 다른 처지였던 애들이 사랑에 빠져가는데, 수하에우리디케랑 강현오르페우스 둘다 병아리처럼 생겨서 귀엽고 뽀실뽀실한 지상의 사랑스러운 연인 왜 행복할 수 없나 둘이 너무 예뻐서 함박웃음 지으면서도 에고고 싶었는데 진짜 엇갈리는 순간 보니까 너무 마음이 저리더라. 하데스타운으로 떠나게 된 과정도 가슴이 너무 시려. 기댈 곳 하나 없고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아이에게 페르세포네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오해한 하데스가 접근해서 그 아이에게 춥고 배고프지 않을 거라고 유혹하며 하데스타운 승차권을 주고 간 뒤에, 페르세포네가 떠나고 겨울이 빨리 찾아온 걸 막으려고 작곡에 심취한 오르페우스가 주변을 살피지 못 하는 사이 에우리디케가 사랑을 지키고 싶었지만 간절히 부를 때 그 사랑은 그 아이를 붙잡아주지 못 하고 엇갈려 살기 위해 떠나가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2막에서는 하데스와 영혼을 담보로 계약을 하여 그의 지하광산의 노동자가 되고 자아를 잃어가던 에우리디케에게 오르페우스가 도달한 뒤, 그들의 사랑에 감명받았고 또 여름이 되어 지상 마실을 가면 그곳의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페르세포네가 원래 자신으 그 중에서도 아끼던 오르페우스를 위해 에우리디케를 올려보내라 하는 거에 하데스는 안 된다 하면서 갈등하는 중에, 오르페우스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과거에 대한 노래를 통해 하데스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그냥 곱게 에우리디케를 보내주면 에우리디케와 같은 처지인 다른 지하세계의 피지배층 노동자들의 봉기 및 자신의 위신 등이 걱정된 하데스가 많이들 아는 절대 뒤돌아보면 안 된다 단서를 달고 그들에게 올라가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뒤는 신화 속 이야기와 같고 아주 마지막은 1막의 첫 장면을 재연하면서 하지만 사실 끝이 아니라는 식으로 여운을 주는데, 마지막 열린 결말을 평소 하던 대로 해피엔딩 좋아해!하면서 마냥 긍정적으로 마음에 담기에는 앞선 과정들이 너무 절박하고 슬펐다.

뒤따라오는 이들을 알 수 없이 앞서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오르페우스를 보면서 누군가의 뒤를 따르는 건 그 뒷모습이라도 볼 수 있어 외롭지 않지만 홀로 먼저 걸어가는 것이 얼마나 처절하게 두렵고 외로운 일인지 절절하게 다가와서 차마 왜 뒤를 돌아보았느냐 원망할 수 없더라. 먼저 길을 걸어가는 혁명가의 은유로 오르페우스가 보여서 저 절절한 외로움과 두려움이 그런 이들의 고통이겠지 싶은 거야. 홀로 처음 가는 길이기에 내가 가는 길이 옳은 지도 알 수 없는데 함께 걸어가는 이들이 있는지 알 수도 없이 그 길을 걷는 고통을 겪는데, 그러다 너무 괴롭고 외로워 한 번이라도 뒤돌아보면 그 동안 걸으며 닦아온 길은 무너져내린다는 거 너무 잔혹하더라. 온 마음을 다해 노래해 나 역시 당신이 그러하듯 누군가를 절절히 목숨처럼 사랑하는 한 사람이고, 우리의 사랑이 닮아있듯 세상의 모든 사랑이 소중하고, 그렇듯 세상의 모든 이는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하니 제발 사랑하는 나의 이를 돌려달라 전한 간절한 요청이 잠시 가진 자의 마음을 흔들어도 받을 수 있는 건 소망을 이룰 자격이 있는 지에 대한 시험이라는 게 아팠다. 그 시험의 길은 사람이라면 빠질 수 밖에 없는 함정이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고 그 함정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세상을 그저 조금이라도 더 옳게 바꾸고 싶은 이들에게 현실의 가진 자들이 타협하는 척 선의를 베푸는 척 하며 함정을 파놓고 인간이기에 덫에 걸리면 덫에 걸린 자가 나약했고 자격이 없다 비난받게 되는 거랑 너무 같아서, 가진 자들은 그들은 기회를 줬는데 놓쳤고 잘못도 없고 잘 살아가는 거라며 체면을 세우면서 면죄부까지 얻는 것을 보면서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의 비극을 넘어 세상의 비극을 만나니 절망하게 되었다.

뒤돌아 보고 만 결과 지옥 열차로 가는 출입문 바로 앞에서 씩씩하게 오르페우스를 따르던 에우리디케의 문이 닫히고, 오르페우스는 주저앉아 오고 있었다 절망하고, 결국 그들이 그렇게 이별하고 만 것에 절망에 찬 객석에게 헤르메스가 나타나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다시 노래를 하면 언젠가 봄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앞에 쓴 대로 1막 초반의 둘의 첫만남 씬의 모습이 재연되면서 그때와 다르게 오르페우스가 피워내 선물했던 꽃을 품에서 꺼낸 에우리디케가 외롭지 않은 웃음과 함께 걸어나오는 걸로 그럼에도 끝이 아니었다 주는 위로만을 마음에 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더라.

그렇지만 나는 절망과 슬픔을 구구절절 말했지만 극이 말하고 싶은 건 그래도 결국 봄이 온다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르페우스가 하데스와 운명이 파놓은 함정에 빠졌을지라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래했기에 결국은 에우리디케가 자기 힘으로 빠져나와 그를 다시 찾을 때까지 견딜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잃지 말고 삶을 아끼고 사랑하며 주어진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자는 힘을 주기 위해 끝을 그렇게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마지막에 다시 나타난 에우리디케가 처음 그대로의 그녀가 아니라 기억을 잃고 지옥에서 머물다가 아예 다시 태어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르페우스는 기다렸고, 그랬기에 에우리디케가 다시 나타날 그 자리가 지켜진 걸테니까. 

슬픔이 거대했지만 재즈 느낌의 넘버들도 너무 좋았고, 신화를 살짝 비튼 설정이 요즘 현실을 반영하는 것도 괜찮았기에 지하 세계의 다른 노동자들은 그래서 어쩔 건데 같은 진짜 노동 현실 고발 여부에 대한 트집을 잡으려면 잡을 수 있는 나이브함이 있더라도 매우 잘 봤다. 극이 좋았고 앙상블이며 원캐 운명의 세 여신을 비롯해서 모든 역 캐스트가 다들 정말 너무 잘해서 매우 만족스러운 관극이었다. 역할에 맞게 캐스팅을 잘한 좋은 극은 한 캐스트를 보면서 그 캐스트의 잘함에 감탄하면서 더블 캐스트가 다른 극에서 봤던 배우일 때 다른 배우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잘하겠다 좋은 의미로 상상하게 만드는데 그럴 만큼 다들 잘했고 역에 매우 잘 맞았다.

강현오르페우스는 모촤 이후에 간만에 보는데 연기 노래 밸런스도 항상 좋은 배우였지만 노래가 너무 더 늘어있어서 놀랐고, 에우리디케가 따라오는 지 알 수 없는 채로 길을 걸어가야만하는 그 씬에서 연기가 너무 좋아서 그것에도 정말 와-했다. 봤던 역 중에 웃남을 제일 좋게 봤었는데 오르페우스로 이번에 바뀜ㅎㅎ 그리고 오르페우스가 부르는 넘버 중에 라~랄라 라랄랄라 하는 넘버 부를 때 강현배우 소리 쓰는 게 중성적인 느낌이라 뭔가 더 이세계 느낌나고 홀리해서 그 부분이 특히 좋았다.

나는 노래 잘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엄청 좋아해서 수하배우 렌트에서 처음 뵈었을 때도 홀딱 반했었지만 진짜 이번에도 너무 좋더라. 원치 않게 세상에 홀로 남겨진 어린 길고양이 같아서 가혹한 세상 앞에서 촛불 하나 마음대로 켜지 못 하고 흔들리는 수하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와 그와 함께 맞이한 여름을 행복해하던 게 너무 아름다웠던 만큼 혹독한 겨울 속에서 사랑하는 이가 잠시 그녀를 잊고 자기 세계에 빠진 동안 살아남고 싶어 잘못된 길을 간 것과, 살기 위해 내려간 곳에서 목숨은 이어질 지라도 자신을 잃게 되는 거에 절망하는 게 너무 가여워서 진짜 너무 슬펐다. 오르페우스는 주변이 보이지 않아 불안과 두려움과 의심 속에 떨며 갈 때 수하 에우리디케는 자신을 찾아 지옥까지 걸어 내려온 그를 믿기에 앞서 가는 오르페우스를 보며 환히 웃으며 단단한 소리로 걸어가는 게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그 빛을 막아 볼 수 없게 시험에 들게한 신들이 정말 너무 미웠다..ㅠㅠ

자첫 전에 본 후기들을 최대한 안 떠올리며 공연 보려고 하는데 역삼에 연하 북부대공이 있다는 하타 후기를 트위터에서 봤던 게 엄청 인상깊었던 걸 지우지 못 했는데 여왕소녀 그거 찐이었다ㅋㅋ 공연 잡을 때 캐스트 고려사항 1순위였던 찐부부페어 케미 무대에서 영접이었는데 하데스도 페르세포네도 너희 둘다 인간 대하는 방식은 싫어인 것과 별개로 정말 대단히 매우 엄청 흡족했으며.. 두 분이 같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 꿈을 꿔보게 했다. 소녀 하데스는 페르세포네 없을 때는 무시무시하지만 페르세포네 앞에서는 연하남편이 나만 봐달라고 무게 잡으면서도 떼쓰는 느낌이 나서 정말 대단히 귀여웠고ㅋㅋ 겨울 동안 지하세계에 있을 때와 지상 위에 있을 때 똑같이 술에 취해 춤을 추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여왕 페르세포네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진 세상과 다른 속성을 타고나고 지녔고 지키며 그리고 아예 다른 세상을 사랑하고 지키는 이를 열렬히 사랑하는 하데스, 그래서 자기 딴에는 사랑해서 잘 보이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 사랑하는 이의 눈에는 세상의 순리를 망치는 절망인 것까지 너무나 북부대공 재질이라 아이고야 싶고 그렇게나 다른 세상을 사랑하고 찬미하면서도 그에게 돌아간다는 건 그 만큼 열렬히 사랑해서라는 걸 왜 모르니 싶은데 그걸 알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됐겠지ㅋㅋ  여튼 연상 페르세포네 연하 하데스(캐릭터 설정은 하데스가 나 늙었다 늙었다고!! 하고 있어도 아무래도 본체들 나이 반영이 들어가서ㅋㅋㅋ) 의 매력을 흠뻑 봤더니 연하 페르세포네 연상 하데스도 매우 궁금.. 혜나 페르세포네의 여름 정말 귀여울 것 같아서 매우 궁금해졌다.

캐스트가 찐으로 진짜 전부 다 매우 좋았지만 최재림의 헤르메스가 굉장히 너무 제일 좋더라. 공연이 아니라 어떤 매체의 이야기를 보던 간에 신이라는 것들 정말 이기적이고 잔혹하다고 욕을 하는 경우가 잦은데 재림헤르메스가 내가 그리는 이상의 신의 태도를 지녔더라.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존재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그들에게 길을 걸어갈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마리,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을 때 조심스러운 경고, 지쳤을 때 조금 더 힘낼 수 있는 위로 등을 건네지만 그들의 삶 자체는 함부로 건들지 않는 다정한 거리감이 내가 신에게 바라는 이상 그 자체였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서로 사랑하고 오해하고 다시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 등이 나에게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기는 했다만 그들이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과 방식으로 인간과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인간 자체의 힘을 믿고 그들을 존중하며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자의 위선을 떠올리게 한 것과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인물이었고, 극 자체가 그걸 의도도 했겠지만 그걸 표현해낸 방식과 능력치가 더없이 좋았고 최재림 그랭구와르를 보지 못 한 게 아쉬워질만큼 좋았다. 아 근데 애초에 노래랑 연기야 당연히 잘하고 넘버 소화 아쉬웠을리가 없게 잘했는데 헤르메스 넘버가 강홍석 맞춤일 것 같은 수준이더라? 그래서 강홍석 헤르메르 넘버 소화 얼마나 좋을 지 궁금해졌다ㅋㅋ 더블 캐스트도 궁금해진 이유 소소하게 밝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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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윗 감상

자첫 전에 본 후기들을 최대한 안 떠올리며 공연 보려고 하는데 오르페우스는 이미 뒤를 돌아보지 않아서 에우리디케를 잃은 적이 있다는 후기와 엘아센 북부대공이 계속 맴도는 걸 어쩔 수가 없네ㅋㅋㅋㅋ

그리스 로마 신화 제대로 읽지는 않아서 신화 자체는 흐릿하지만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까지 이 세상보다 더 지하까지 내려가는 오르페우스가 2막에서 어떤 일을 또 겪을 지 알고보다보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그리고 에우리디케가 하데스타운으로 떠나게 된 과정도 가슴이 너무 시려. 기댈 곳 하나 없고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아이가 사랑을 지키고 싶었지만 간절히 부를 때 그 사랑은 그 아이를 붙잡아주지 못 하고 엇갈려 살기 위해 떠나가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 막무가내로 청혼을 하는 오르페우스를 보며 뭐 저런 사람이 있어 싶어하면서도 세상의 차가움과 혹독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반드시 찾아올 따스함과 희망을 믿고 그 따스함을 전해주던 오르페우스에게 마음을 열어가던 과정이 너무 사랑스러웠어서 더 슬픈 것 같아ㅠ

수하에우리디케랑 강현오르페우스 둘다 병아리처럼 생겨서 귀엽고 뽀실뽀실한 지상의 사랑스러운 연인 왜 행복할 수 없나 둘이 너무 예뻐서 함박웃음 지으면서도 에고고 싶었는데 진짜 엇갈리는 순간 보니까 너무 마음이 저린다ㅠ

자신이 가진 세상과 다른 속성을 타고나고 지녔고 지키며 그리고 아예 다른 세상을 사랑하고 지키는 이를 열렬히 사랑하는 하데스, 그래서 자기 딴에는 사랑해서 잘 보이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 사랑하는 이의 눈에는 세상의 순리를 망치는 절망인 것까지 너무나 북부대공 재질이라 아이고야 싶고 그렇게나 다른 세상을 사랑하고 찬미하면서도 그에게 돌아간다는 건 그 만큼 열렬히 사랑해서라는 걸 왜 몰라요 에효

신화가 스포니까 슬플 거라는 건 알았다만 이정도로 슬플 줄은 몰랐어서 가슴이 너무 아파.. 어쩌면 좋지.. 너무 슬프다

뒤따라오는 이들을 알 수 없이 앞서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오르페우스를 보면서 누군가의 뒤를 따르는 건 그 뒷모습이라도 볼 수 있어 외롭지 않지만 홀로 먼저 걸어가는 것이 얼마나 처절하게 두렵고 외로운 일인지 절절하게 다가와서 차마 왜 뒤를 돌아보았느냐 원망할 수 없었다. 먼저 길을 걸어가는 혁명가들의 최선봉의 선 이들의 고통이겠지. 홀로 처음 가는 길이기에 내가 가는 길이 옳은 지도 알 수 없는데 함께 걸어가는 이들이 있는지 알 수도 없이 그 길을 걷는 고통을 감히 내가 어찌 알겠는가. 그러다 너무 괴롭고 외로워 한 번이라도 뒤돌아보면 그 동안 걸으며 닦아온 길은 무너져내린다. 절망에 찬 객석에게 헤르메스는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다시 노래를 하면 언젠가 봄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꽃을 간직한 에우리디케가 외롭지 않은 웃음과 함께 걸어나오는 걸로 그럼에도 끝이 아니었다 주는 위로만을 마음에 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온 마음을 다해 노래해 나 역시 당신이 그러하듯 누군가를 절절히 목숨처럼 사랑하는 한 사람이고, 우리의 사랑이 닮아있듯 세상의 모든 사랑이 소중하고, 그렇듯 세상의 모든 이는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하니 제발 사랑하는 나의 이를 돌려달라 전한 간절한 요청이 잠시 가진 자의 마음을 흔들어도 받을 수 있는 건 소망을 이룰 자격이 있는 지에 대한 시험이며 그 시험의 길은 사람이라면 빠질 수 밖에 없는 함정이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게 세상을 그저 조금이라도 더 옳게 바꾸고 싶은 이들에게 현실의 가진 자들이 타협하는 척 선의를 베푸는 척 하며 함정을 파놓고 인간이기에 덫에 걸리면 덫에 걸린 자가 나약했고 자격이 없다 비난받게 되고 가진 자들은 그들은 기회를 줬는데 놓쳤고 잘못도 없고 잘 살아가는 거라며 체면을 세우면서 면죄부까지 얻는 방식 그대로라 지독하게 슬펐다.

극이 말하고 싶은 건 그래도 결국 봄이 온다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르페우스가 하데스와 운명이 파놓은 함정에 빠졌을지라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래했기에 결국은 에우리디케가 자기 힘으로 빠져나와 그를 다시 찾을 때까지 견딘 거라고, 아마 기억을 잃고 다시 태어난 걸지라도.

그저 근데 그 과정이 너무 현실의 가혹함이라 내가 너무 슬펐고 지금도 슬픈 거지만.. 극은 너무 좋았고 다들 정말 너무 잘해서 지금은 너무 많이 슬퍼도 아마 시간이 흐르면 좋은 극을 본 기쁨과 기억이 남게 되겠지. 하지만 오늘은 일단 슬퍼할래..ㅠ

역할에 맞게 캐스팅을 잘한 좋은 극은 한 캐스트를 보면서 그 캐스트의 잘함에 감탄하면서 더블 캐스트가 다른 극에서 봤던 배우일 때 다른 배우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잘하겠다 좋은 의미로 상상하게 만드는데 오늘의 하데스타운이 딱 그랬다. 다른 캐스트로도 보고 싶은데 시간+자금 하 될까ㅠ

오늘 캐스팅이 진짜 전부 다 매우 좋았지만 최재림의 헤르메스가 굉장히 너무 좋았네. 공연이 아니라 어떤 매체의 이야기를 보던 간에 이 신이라는 것들은 정말 이기적이고 잔혹하다고 욕을 하는 경우가 잦은데 재림헤르메스가 내가 그리는 이상의 신의 태도 그 자체라 정말 좋았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존재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그들에게 길을 걸어갈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마리,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을 때 조심스러운 경고, 지쳤을 때 조금 더 힘낼 수 있는 위로 등을 건네지만 그들의 삶 자체는 함부로 건들지 않는 다정한 거리감이 내가 신에게 바라는 이상 그 자체였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서로 사랑하고 오해하고 다시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 등이 나에게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기는 했다만 그들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인간과 세상을 옳게 대하고 베풀고 돌보는 방식은 인간 자체의 힘을 믿고 그들을 존중하며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자의 위선을 떠올리게 한 것과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인물이었고, 극 자체가 그걸 의도도 했겠지만 그걸 표현해낸 방식과 능력치가 더없이 좋았고 최재림 그랭구와르를 보지 못 한 게 아쉬워질만큼 좋았다.

오르페우스가 부르는 넘버 중에 라~랄라 라랄랄라 하는 넘버 부를 때 강현배우 소리 쓰는 게 중성적인 느낌이라 뭔가 더 이 세계 느낌나고 홀리해서 되게 좋았다. 모촤 이후에 간만에 보는데 연기 노래 밸런스도 항상 좋은 배우였지만 노래가 너무 더 늘어있어서 놀랐고, 에우리디케가 따라오는 지 알 수 없는 채로 길을 걸어가야만하는 그 씬에서 연기가 너무 좋아서 그것에도 정말 와-했다. 봤던 역 중에 웃남을 제일 좋게 봤었는데 오르페우스로 이번에 바뀜ㅎㅎ

나 노래 잘하고 사랑스러운 사람 안 좋아하는 법 모르고, 그래서 수하배우 렌트에서 처음 뵈었을 때도 홀딱 반했었지만 진짜 이번에도 너무 좋았다ㅠㅠ 원치 않게 세상에 홀로 남겨진 어린 길고양이 같아서 가혹한 세상 앞에서 촛불 하나 마음대로 켜지 못 하고 흔들리는 수하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와 그와 함께 맞이한 여름을 행복해하던 게 너무 아름다웠던 만큼 혹독한 겨울 속에서 사랑하는 이가 잠시 그녀를 잊고 자기 세계에 빠진 동안 살아남고 싶어 잘못된 길을 간 것과, 살기 위해 내려간 곳에서 목숨은 이어질 지라도 자신을 잃게 되는 거에 절망하는 게 너무 가여워서 진짜 너무 슬펐다. 오르페우스는 주변이 보이지 않아 불안과 두려움과 의심 속에 떨며 갈 때 수하 에우리디케는 자신을 찾아 지옥까지 걸어 내려온 그를 믿기에 앞서 가는 오르페우스를 보며 환히 웃으며 단단한 소리로 걸어가는 게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그 빛을 막아 볼 수 없게 시험에 들게한 신들이 정말 너무 미웠어..ㅠㅠ

오늘 공연 잡을 때 1순위였던 찐부부페어 케미 무대에서 영접은 하데스도 페르세포네도 너희 둘다 인간 대하는 방식은 싫어인 것과 별개로 정말 대단히 매우 엄청 흡족했으며.. 두 분이 같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재림의 꿈을 꿔보게 했다고 합니다. 연하남편이 나만 봐달라고 무게 잡으면서도 떼쓰는 느낌이 나서 정말 대단히 귀여웠고ㅋㅋ 겨울 동안 지하세계에 있을 때와 지상 위에 있을 때 똑같이 술에 취해 춤을 추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여왕 페르세포네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연상 페르세포네 연하 하데스(캐릭터 설정은 하데스가 나 늙었다 늙었다고!! 하고 있어도 아무래도 본체들 나이 반영이 들어가서ㅋㅋㅋ) 의 매력을 흠뻑 봤더니 연하 페르세포네 연상 하데스도 매우 궁금.. 혜나 페르세포네의 여름 정말 귀여울 것 같으니.. 시간과 자금 잘 타협해봐야만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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