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유선 전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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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의미있는 극을 보고 감동을 받으면서 내가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도 하고 산다는 자기 위로를 받으려고 공연을 보러 다니는 거 아닐까. 사회성있는 메시지를 가진 극을 보다가 가끔씩 하던 생각이라 부끄러운 걸 넘어서서 쪽팔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또 내 삶이 건드려지지 않는 선에서만 어딘가에 서명 운동을 하고 소소한 기부를 하고 세상이 달라져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성토나 하고 있을 것 같다는 것까지 그냥.. 내가 리비랑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어서 창피하고 쪽팔려.
그애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 그 핑계로 그 아이의 삶과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는 리비의 모습이 내가 바로 관객이기에 너무 선명하게 보여서 리비가 너무 나쁘고 잔인하고 솔직히 쓰레기같다고 생각하는데, 근데 또 그걸 지켜보는 너는 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복잡했다
자신의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눈 앞의 살아있는 사람이기도한 데클란을 리비가 사랑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과 그 사람의 이어지는 삶 따위는 책임지고 싶지 않아 어른으로서 적절한 행위였다며 아마도 사회 복지 센터 등의 번호를 던져주고 그 애를 끊어내고, 써낸 극본 속에서 이야기 속 데클란이 숨을 거두게 함으로써 이어지는 삶을 단절시켜버리는 리비와 암전과 함께 극장 밖을 나서면서 아 이런 이야기를 보았다하고 나가 역시 그 세계는 끊어놓고 내 삶만 살아갈 내가 뭐가 달라서 리비를 욕하나 싶어졌고 지금 마음도 그렇다.
객석에 앉아있는 동안 데스크에 앉은 리비와 언덕 위의 데클란 중 어느 것이 진짜 결말일 가능성이 높을까 같은 생각을 하다가, 공원 위의 데클란이 이야기 속 세상의 진짜인지 리비의 늦은 후회가 만든 진짜인지 바라는 가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그렇게 한 순간 열렬하게 사랑하고 끊어내 버리고 한 때 그런 때가 있었다 생각하고 말아버리는 게 아니라 이어지는 진짜 삶을 생각해야하는 거 아닐까 또 생각을 하고 있다. 어차피 공연이 재미없게 느껴지기 전까지 객석에 앉아 무대 위 속 감정의 소용돌이와 사회적 문제 제기의 자극에 취해서 그 순간만 즐기고 아 내가 이런 것도 본다하고 끝내버리지 말고, 꼭 헌신적인 사회 운동이 아닐지라도.. 지속가능한, 그래도 그냥 정말 자기 만족 거리고 시간만 쏟지 말고 무대를 비롯한 모든 매체 속 이야기에서 감동이나 자극만 취하지 말고.. 그래서 뭔가가 느껴졌으면 그 이야기 속 소재가 된 삶은 이야기와 달리 끝나지 않는 거니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조금이라도 오래 할 수 있는 선에서라도 고민하게 된 문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또다른 자기 만족으로 삶아 살아가는 게, 타인의 삶과 세상의 자극으로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듯한 고양감에 취해 사는 기만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
나는 객석의 관객이기에 지켜본 자의 마음과 창피함을 말했지만, 극을 쓴 극작가는 창작자와 예술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강했을 것도 같다. 세상을 위한 예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이 진정 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냐고, 혹은 이런 작업을 하는 스스로에 취해있는 것 같지는 않냐고.
그래서인가 이 극을 올릴 때의 제작사의 마음과 극을 만드는 연출 및 스태프, 특히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예술을 만들고 소비하는 이들의 위선을 말하는 이야기를 가장 마지막에 완성해야하는 건 어떤 마음일지.
극 속에서 데클란과 리비가 서로의 나이에 대해 말할 때 리비의 나이가 46살이라는 거에 본체에 비해 인물 나이가 너무 많나 아닌가 따위의 생각을 했는데 나와서 검색해보니 유선배우 76년 생이셔서 극 속 데클란이 놀란 듯 놀라버렸네ㅎㅎ 매체에서는 많이 좋아하는 분이지만 공연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라 나랑 잘 맞을까 걱정했는데 유선배우의 리비의 솔직한 듯 위선적인 모습이 지금도 심란하게 할만큼 잘 맞았다. 유선리비가 데클란을 사랑한다고 할 때 마음이 진심인 것 같지만 그게 내 일상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만 이라는 게 슬프다
성우배우 공연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게 설렜는데 데클란 같은 느낌의 연기를 하는 건 처음 보는 거라 그리움과 새로움이 같이 채워져서 극을 만나면서 나라는 위선적인 관객에 대한 쪽팔림을 만나면서도 무대 위 전성우를 보는 기쁨이 순간순간 솟아서 쑥쓰러움에 가까운 민망함을 느꼈네. 연기 스킬이 좋은 배우라 연기 또 어떻게 잘하나 보다가 어느 날 배우는 무대 위에서 할 일을 하는데 나는 그가 보여주는 캐릭터말고 스킬만 보고있네 싶어서 스스로 보는 방식이 이건 아니다 놀랐던 적이 있었고 또 그럴까봐 걱정도 했는데 오늘은 무대 위 데클란을 보았고, 간만에 보면서 이전의 내 나쁜 습관이 하나 사라진 걸 알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그것도 기뻤다. 그리고 당연히 성우클란이 좋았으니까 그렇게 인물을 본 거니까 성우클란이 좋았던 거고ㅇㅇ 네가 뭘 알아라고 말하는 듯 데클란이 리비나 객석을 응시할 때의 시선이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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