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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11110 청소년극 더 나은 숲

by All's 2022. 12. 4.




캐스트 - 김민주 김서연 이동혁 황규찬 황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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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마다 프로그램북이 놓여져있다 섬세하네 고마워라

극에서는 더 포괄적인 이야기를 말하길 의도한 것 같지만 암컷 늑대가 자기 때문에 싸우는 거면 내 의견을 물어봐야하는 거 아니냐 했던 게 계속 맴돈다. 어쩌면, 그거 또한 전체를 말하는 부분 같기도 하고.

부모 잃은 어린 늑대에게 늑대로 살아갈 것인지 양으로 살아갈 것인지 묻지 않고 그 애를 살리는 길이라며 늑대로서의 자아를 지워낸 채 키워진 게 모든 일의 시작이니까. 그리고 자라난 뒤 혼란에 처한 그 애에게도 결국 니가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고 배제되기에 그 애는 가고 싶은 길이 아니라 가야할 길과 가야할 곳을 찾지 못 해 방황하게 되고.. 그 어느 곳에서도 온전히 존중받지 못 하고 말았고.. 그래도 벌이 되고 싶은 곰이기에 벌이고, 여우가 되고 싶은 거위이기에 여우인 두 친구를 마지막으로 만나고 퍼디난드가 웃고 걸어나간 것에 희망을 걸고 싶다.

경계의 방향에 따라 맞은 편이 더 나은 숲이 되며, 어느 세상이든지 자신들의 생명을 지키고 커뮤니티를 유지시킨 전통에 얽메여서 다른 길을 가거나 꿈꾸는 이들이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바꾸는 건 엄두를 내지 못 하고 다른 세상에서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기를 소망하는 게 너무 슬펐어서..

진지한 얘기를 쓰고 있지만 근데 사실 귀여운 구석이 매우 많아서 거의 모든 시간 아 귀여워 상태로 흐뭇하고 무겁지 않게 극을 보았어서 꽤 상쾌한 기분 상태이고요ㅋㅋ 배우들이 멀티 역을 할 때나 양털 제모 유무 등의 표현을 옷이나 소품 체인지로 표현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지개 니트 조끼 갈아입는 서연 멜라니 귀여워, 머리 야무지게 포니테일하는 서연 암컷 늑대 귀여워, 울타리 너머 맥주 15분 일탈 시간 동안 머리 휘날리며 춤추는 거 귀여워.... 등등🥰 다른 배우분들도 매우 귀여우심 양털 깎이고 추우니까 안으라고 투닥거리는 청소년 양들이라던지 꿀벌 머리띠에 털코트로 표현한 벌이 되고픈 곰이기에 벌, 노란 썬캡으로 부리 표현한 여우가 되고 싶은 거위이기에 여우라니 제작진이 귀여우라고 하신 걸지는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귀여웠고 벌이랑 여우는 최고의 힐링 캐릭터들이라고 합니다.

경계에 서서 배척당하지만 그럼에도 자유로운 그들을 보며 그들이 집에 대해 말을 흐리는 상황은 슬플 지라도 자신이 본래 태어난 게 뭔지 알아도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에 따라 살아가는 형태를 본 게 퍼디난드에게 어떤 메시지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일단 그 둘은 귀여워서 좋았다고 합니다

공연을 보면서 다른 매체로의 표현을 떠올려보지 않는 편인데 더 나은 숲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 장면은 진짜 눈물샘 자극 안 할 수 없게 사랑스러웠고요.. 너무 아름다운 촛불을 끄고 싶지 않으니 촛불이 저절로 꺼지기 전까지 우리 모두 다 함께 모여있는 게 소원이라니ㅠ 하.. 퍼디ㅠㅠㅠㅠ 너란 존재 정말ㅠㅠ



싸 자첫 때 왜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어요라고 할 때 느꼈던 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진행 상 빠르게 흘러가고 뒤에 쉼이 없어 관객이 곱씹고 넘어갈 틈이 없는 대사를 놀라우리만치 확실하게 꽂아주는 거 정말 참 멋지지ㅠ 서연배우가 참 좋다ㅠ
[극에서는 더 포괄적인 이야기를 말하길 의도한 것 같지만 암컷 늑대가 자기 때문에 싸우는 거면 내 의견을 물어봐야하는 거 아니냐 했던 게 계속 맴돈다. 어쩌면, 그거 또한 전체를 말하는 부분 같기도 하고.]
다른 극의 다른 인물이니 당연히 다르긴 하지만 틀 속에 머물러 있는 누군가가 틀을 깨게 만드는 계기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벤들라 생각이 안 날 수 없었고, 또 그걸 심지어 잘해서 아 역시 너무 좋아라고 생각했다ㅠ 배우들 다들 너무 잘하셨고 좋았고 극도 깔끔해서 오늘 컨디션 좀 나쁜데(어째 늘 그런 거 같기도😅) 보는 동안 의자로 후반부에 고통받은 거 빼면 참 좋았네

금방 보고 나오는 중에도 캐릭터 이름을 까먹는 미천한 기억력이 정말 최악이구만 흑흑 서연 멜라니(양) 마샤(늑대) 둘다 넘나 최고됩니다.. 민주 퍼디난드도 말해 뭐해고! 동혁순미 벌여우는 최고의 힐링캐고 규찬배우는 연기를 너무 잘해서 청소년 남성의 어떤 면모 괴로울 정도로 잘 살리시고ㅋㅋ

여튼 극도 좋고 배우들 잘하고. 무대에 큰 장치도 소품도 없는 와중에 작은 소품과 의상 변화들로 무리없이 인물과 공간 변화를 그려내고 조명 등의 사용도 과하지 않아서 참 좋았네. 울타리를 늑목 형태의 사다리로 표현한 건 배우들이 넘나들 때의 편의를 위한 것도 있겠지만 타넘을 수 있는 울타리였다는 점에서 보는 동안도 우와 했지만 보고나서 극을 곱씹는 중에도 참 좋게 느껴진다.

후기들 그리고 이제 검색해보면서 멜라니-퍼디난드-마샤에서 벤들라와 멜키어를 느낀 게 혼자가 아님에 소소히 기뻐하기ㅠ 우리애들 보고 싶고 여기애들도 이쁘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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