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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11014 연극 작은 아씨들

by All's 2022. 12. 4.




캐스트 - 신의정 최유하 홍지희 박란주 유연 서동현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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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맘에 안 차는 부분이 있긴한데 또 머리 아플 만큼 계속 울어놓고 호 아니라고 하자니 노양심 같고 근데 좋은 부분 아닌 부분 낙차가 좀 있기는 하고 자매들은 다 너무 사랑스럽고ㅠ 여튼 보기를 잘하긴 했다

어릴 때 학교 서고든 도서관이든 보이는 대로 작은 아씨들 다 읽어볼만큼 좋아했어도 시간이 많이 흘러서 원작 소설에 대한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기억하고 있던 이야기들이 눈 앞에서 진짜 표정을 갖고 있는 배우들에 의해 펼쳐지는 건 역시 특별한 경험이라 원작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그것 만으로도 이미 너무 반짝이는 순간들이지 않을까 일단 던져놓기. 왜냐하면 내가 그래서ㅎㅎ 배우들 역할 씽크로가 너무 좋아서 눈 앞에서 내가 흐릿하게 상상 속에 그리던 사람들이 상상보다 생생하게 반짝이니까 너무 좋았다. 특히 의정 메그랑 지희 베스가 정말 너무 그 자체라 베스는 사랑하는 그 따뜻하고 다정하고 수줍지만 누구보다 강했던, 하지만 미래를 허락받지 못 했던 아름다운 어린 시절 그 자체인 인물을 그대로 만나서 그 이상 행복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메그는 원래 원작에서 크게 마음을 주지는 않았던 인물인데 의정배우의 메그가 너무 좋아서 내가 너무 어릴 때 보아서 잘 이해하지 못 해서 더 많이 사랑하지 않았던 메그의 우아함과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현실의 각박함 앞에서 흔들린 인간미와 그럼에도 자기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선택을 한 용감함을 늦게라도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너무 좋았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람이라 사교계의 관심을 받게 되고 그래서 가장 기회가 많은 것 같지만 그때문에 질투와 무시 또한 받아가면서도 집안과 가족, 자신의 품위를 지키고 싶었던 메그의 고달픔을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셨고 진짜 의정메그 너무 좋았다ㅠ

작은 아씨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는 연극이다보니 인터뷰 형식으로 인물들의 속마음을 듣게 하면서 사건으로 보일 수 없는 상황의 진행과 인물들의 진심을 보여주는데 괜찮은 선택이기는 한데 이게 그렇다보니 장면으로 사건이 벌어져서 보여줄 때 임팩트 있을 부분들도 그냥 인물의 말로 갈음하는 걸로 느껴질 때가 있고, 소설에서 오히려 목소리로 듣지 못 했던 걸 말로 듣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도 뒤로 가면 그저 반복처럼 느껴지는 게 있는데다가 오로지 배우가 말로만 대답 속에서 많은 걸 보이다보니 배우의 연기력 자체에만 기대는 게 있다보니 전달력에서 배우 연기를 굉장히 많이 탄다.

조금 더 솔직히 얘기하면 서동현 로리가 초중반까지는 괜찮았고 귀여웠는데 메그의 결혼식 날부터가 좀 아쉬워서ㅠ 에이미에 대한 달라진 마음을 자각하는 인터뷰 씬이 많이 아쉬웠는데, 물론 배우는 주어진 바를 다 해내야하는 건 맞지만 에이미와 로리가 유럽에서 재회한 뒤 갖게 되는 감정의 변화를 오로지 그래 깨달았어하고 너무 축약해서 보이게 되는 게 이미 아쉬운 상황에서 배우 연기가 더 벌충을 못 하는 상황이다보니 에이미가 로리에게 먼저 청혼을 하면서 내가 널 선택하는 거라고 하는 거 굉장히 도전적인 개작이고 매우 맘에 드는 부분인데 그 부분의 힘 자체가 좀 약해진 게 아쉬웠다

얘기한 김에, 짜임이 좀 급작스럽고 메그와 브룩의 드레스로 인한 다툼도 좀 너무 도구적인 쓰임 아닌가 싶기도 했다만 에이미가 먼저 로리에게 고백을 하고 그에게 청혼을 하도록 원작과 다르게 간 부분 좋았다. 화가로 성공하기에는 재능이 부족함을 깨달았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는 부유한 이와의 결혼이 나를 위한 길이라고 원작에서 에이미가 생각한 거부터 현실적이면서도 또 마냥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길 바랐던 애정결핍이 깊던 소녀에서 나를 위한 길이 뭔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어른으로 에이미라는 인물이 성장한 걸 보여주는 부분이라 그걸 나쁘게 보지는 않았고, 지금 시대에도 그대로 올라오는 것도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에이미가 로리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확신하는 게 아님에도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건가라는 고민 할 여지도 없게 에이미 역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먼저 이야기하는 걸 보는 게 맘이 편한 게 있어서 이미 로리도 돈이 많은데 프레드 말고 선택하는 게 그렇게 비상식적인 상황은 아니지 않나 싶은 꼬투리 심보가 꼿꼿한 등으로 로리에게 나는 널 선택했다며 당당히 말하는 란주에이미를 보는데 쏙 들어가 버려서 안 좋을 수가 없더라고ㅎㅎ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소설을 읽을 때 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막연히 그냥 난 베스가 제일 좋아하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면서 나는 조가 세계가 좁은 사람이고 성장을 거부해서 안 좋아했던 거구나하고 알았다. 유하배우가 조의 그런 미숙함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온전히 보여주셔서 확실하게 봤더니 이제 진짜 명확하게 알았고, 조가 어린 시절로 걸어들어가고, 이제 모두 각자의 길을 찾거나 삶 자체와 이별한 뒤 유년 시절의 불을 끄고 진짜 어른으로서 새롭게 삶을 살아갈 걸 보여준 뒤 어린 시절의 행복과 기억이 가득한 집의 막을 닫고 조가 다시 걸어나가는 이 극에서 조의 미숙하고 이기적이기도 했던 유년 시절이 진짜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며 살아갈 원동력이 될 걸 알고 걸어나가는 조의 발걸음을 응원할 수 있어서 이해와 화해를 같이 이룰 수 있어서 그게 좋았다. 소설 원작 마지막은 진짜.. 출판을 위해 낸 결말이긴 하겠지만 그런 어른과 과거의 논리 모르던 시절에도 너무 아쉬웠는데 극에서는 억지로 짝 지어지지 않는 조의 걸음을 볼 수 있어서 인물 자체가 진짜 완결성을 갖게 되니 기뻤어ㅠ

스토리를 진행하는 인물이 아니기도 하고 마지막에 가족들을 모이게 하는 계기일 뿐인가 생각될 수도 있는 사람이라 참 연기하기 어려운 존재이고 가족들도 다 그렇게 말하고 소설 본 독자들에게도 다 그렇고, 천사 그 자체인 인물인 베스를 잘 한다는 거 잘 하고도 티가 나기도 어려운 건데 지희베스는 그걸 하더라ㅠ 소설에서 마음 아프지만 좋아했던 부분인데 극에서는 굳이 말해주지 않은 베스가 로리를 사실 좋아했다는 것도 마침내 객원 배우로 마치극단에 들어갈 수 있어 기뻐하는 로리를 메그의 뒤에 숨어서 보다가 작게 미소짓는 걸로도 보여주신 건 말해뭐해고ㅠ 점점 비어가는 집에서 외로움과 고독함에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들이 이 집을 떠나고 나는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 그렇다면 남겨진 이들이 행복하게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자신이 가족들로 인해 얼마나 행복했는지 다시금 말해주며 그들이 아주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걸 전해주고 자신이 없어도 그렇게 살아가라며 행복과 미소를 남기고 떠나는 천사를 어떻게 안 사랑할 수 있어..ㅠ

결과적으로는 좋은 얘기를 많이 쓰긴 했는데.. 원래 그랬고 그게 아닐 수 없다해도 근데.. 에이미와 로리의 결혼 사실을 알게 된 조가 로리에게 네 오랜 꿈이 이루어졌잖아 미스터 마치!라고 하는 건.. 글쎄 남자가 여성의 사회에 편입을 바랐다는 긍정 시그널로 이해하기에는 자신의 원가정에서 너무 외로웠어서 식구가 많고 늘 웃음소리가 들리는 옆집을 동경하고 그런 가정의 가족이 되고 싶어하는 소년 로리의 상황이 너무 불쌍한 거고, 조로 그 꿈을 이루지 못 해서 에이미로 이루는 것도 설사 에이미를 진정 사랑한다고 해도 좀 소름끼치는 면이기까지 한 건데 그걸 조가 기쁘게 말하는 건 공연 보면서도 아니 굳이.. 싶었지만 역시 지금도 맘에 걸린다. 외로운 소년이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가족이 되고 싶어했을 만큼 외로웠다는 게 좋은 건 아니잖아.. 에이미랑 로리가 행복하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굳이 심지어 조가 그 말을 하게 하는 건 역시 좀 싫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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