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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11021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by All's 2022. 12. 4.




캐스트 - 전강혁 조정근 최정원 박정자 임동빈 이윤슬 김명윤



(+) 트윗 감상


앵그리 댄스는 빌리를 통해 미래에 대한 선택권도 허용받지 못 하는 개인과 계층, 그리고 그걸 억압하고 폭행하는 세상에 대한 분노였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너무 슬퍼서 아직도 손이 떨려

저번 빌리를 굉장히 늦게 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몇 번 더 볼 수 있었을텐데 자첫자막을 한 건 빌리의 미래가 밝은 지 확신할 수 없고 설혹 빌리가 성공한다고 해도 10년 뒤면 모두가 실업자가 되어있을 더럼, 그리고 모든 광부들, 그리고 그렇게 버려질 모든 노동자 계급의 어두운 현실과 미래에 대한 암시가 너무 괴롭고 무거워서 공연이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하면서도 현실의 무게가 숨이 막혀서 못 견디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올해의 첫 관극인(자둘을 하게 될 것 같다. 여력이 된다면) 지금 그때 읽어내지 못한 희망을 가득 차게 받고 나온 건 아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다시 끝이 모이는 어두운 폐광 속으로 끌려 내려감에도 자신들이 비출 수 있는 모든 빛을 모아 미래의 성공이 확실하지 않은 어린 아이 한명에게라도 그 아이 하나라도 다른 길을 가고 싶어한다면 그 아이의 등 뒤에서 빛을 비춰주고 등을 밀어주는 마음이 이번에는 더 크게 보였다. 자신과 가족과 계층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사장될 일인 걸 알아도 광산의 폐업을 막고 과거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매달리다 결국 세상과 시대의 변화, 그리고 상위 계층의 결정에 굴복해야만 했던 이들이 그 끝이 빛날 거라고 믿지 않아도 단 한 명이라도 끝이 아닌 나아갈 수 있는 길일 가는 길을 비추고 싶어했다는 게 마음을 덜 아프게 해줬다. 자신은 포기해도 포기하지 않을 미래의 세대를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래도 덜 아팠고 많이 아름다웠다.

윌킨슨 선생님은 이 곳의 모든 걸 잊고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라고 빌리에게 말한다. 자신의 망가진 삶이, 미래가 없는 재키와 토니의 삶이 빌리를 조금도 물들이지 않고 그 아이 하나라도 이 세상을 떠나 다른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 아이는 어마어마하게 특별해서 유일하게 날아오를 수 있다고 믿으니까. 하지만 바로 그 떠밀려 내려진 사람들이 온 마음과 힘을 모아 그 아이의 길을 열어주었으니까 빌리가 기억 속에서는 그들을 잊어도, 고향에 내려가는 일이 드물다 없어져도, 그 아이는 그들의 마음 속에서 그래도 이 세계에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희망으로 빛날 거야.

모두가 댄서가 될 순 없고, 모두의 삶이 빛날 순 없을 거고, 빌리의 삶마저 확신할 수는 없을 거고, 빌리에게 주어진 왕립 발레 학교 입학 기회가 윌킨슨 선생님의 추천서에 적혔을 빌리의 (상위 계층 기준) 불우한 환경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시혜적인 마음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어 그 자체가 기만적인 면모가 있을 지라도 빌리가 보여준 가능성이 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건 변하지 않을 거니까. 비록 극에서 광부들은 광산으로 끌려갔고 빌리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마이클은 마침내 빌리에게 이별을 고했어도 빌리가 그렇게 뒤돌아보지 않을 길이 그 아이의 앞에 있는 게 이번에는 한 천재와 불행한 평범하고 가난한 이들의 단절만으로 오지 않고 다만, 누군가는 열 수 있을 모든 이의 마음이 모아 벌어진 희미하지만 닫히지 않을 탈출구로 보였으니까, 이번에는 너무 슬퍼하지 만은 않을 수 있어 참 다행이고 오늘이 소중해질 것 같다.

빌리를 저번 시즌에 볼 때 괴로웠던 지점 중 하나는... 작은 아이가 극을 내내 이끌어간다는 게 그걸 해내는 빌리가 너무 멋지고 대단해도 아이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걸 보는 거 자체가 버겁다는 거였는데 강혁빌리가 실제 나이가 13살이어도 키가 워낙 커서 그 기분이 덜 했기는한데 그럼에도 역시 아이이기에 아이만이 낼 수 있는 그 순수한 기쁨과 감정의 표현들을 보면서 아 아이에게 어마어마한 무게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던 건 그냥 나라는 사람의 한계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한 극복은 완전히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잘 하기에 괴로운 이건 진짜 나의 어쩔 수 없는 부분이야ㅠ

여튼.. 트레이시만큼 큰 강혁빌리, 키가 쭉쭉 크는 중인 것 같은데 애초에 운동 신경이 소멸한 인간이긴 해도 나 초등학교 때 키 1년에 9cm 씩 크는 동안 내 몸 제어를 진짜 제대로 못 했었는데 강혁 빌리 쑥쑥 크는 중인 것 같은데도 자기 몸 컨트롤을 너무 잘해서 진짜 신기했네ㅎㅎ

피아노에서 덤블링 할 때 높이도 그렇고 드림발레 의자 높이도 그렇고, 마이클이 입혀주는 가디건 팔 짧은 거 보일 만큼 키도 쑥 크고 팔다리도 엄청 길고 몸은 훌쩍 컸는데 마음은 역시 아이, 엄마가 그립고 세상이 답답한, 그리고 춤 출 때는 행복한 예쁜 아이라 보는 나는 너무 좋았는데 피아노에서 덤블링할 때 바닥에 머리 닿을까봐 무서웠어서 키야 잠시 기다렸다가 봄에 다시 커주자ㅠ 어느 공연에서든 성인 배우들이 아크로바틱이나 덤블링을 해도 걱정하는 걱정사람은 강혁빌리 시원시원한 팔다리도 맑은 미소랑 감정도 너무 예뻤어서 조금 더 안전하면 좋겠다🙏

정근 재키 정말 정말 좋았다. 영화에서 크리스마스 날에 크리스마스 음식을 위해 엄마의 피아노를 부순 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먹다가 결국 재키가 슬퍼하는 장면 너무 인상 깊었어서 뮤지컬 속 노동자 조합 크리스마스 씬을 저번에 주의깊게 못 봤는데 사별한 사랑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술 기운을 빌어 겨우 남들 앞에 토해내는 그게 너무 애틋하고, 슬퍼서 울다가 이별을 곱씹으며 슬퍼하는 재키 앞에 그들의 사랑의 결실이자 흔적인 빌리가 당신 곁에 영원히 남겠다고 위로하며 앞에 서는데 그런 빌리를 빤히 보는 그 찰나까지 너무 슬퍼서 뮤 오리지널 장면과 크게 화해했다ㅠ 아내가 죽고 흔들리는 가정을 어떻게든 아내의 빈자리도 채우고 아버지로서의 몫도 하겠다고 고군분투하고, 그 안에 아내에 대한 숨겨놓은 사랑이 있고.. 좀 매다리 버드 재질이셔서 매다리 지뢰도 자체적으로 밟았다ㅠ 하.. 매다리 보고 싶어ㅠ

저번 시즌에 영주윌킨슨으로 보아서 다른 캐슷을 보고 싶었고 정원배우를 좋아하기도 해서 아역배역 배우들 발표 전에 일찍 21일로 표를 잡아둔 거였는데 정원 윌킨슨이 언제나 그렇듯이 내 마음을 또 잡고 흔드시는데 또 귀신같이 빌리보다 튀지 않는 그걸 하시는 걸 보면서 감탄 또 감탄을.. 본인이 빛나야 하는 첫 발레 수업씬에서 확실하게 무대 휘어잡고, 영주윌킨슨에 비해 감정 표현 자체가 풍부한 방향으로 연기하시면서도 상대역인 빌리를 잡아먹지 않는 수위를 딱 지키시는 게 그냥 너무 신기하고 새삼 멋지고ㅠ 난 정원쌤이 정말 좋다ㅠ

이렇게 써놓으면 영주윌킨슨이 상대적으로 별로라는 걸로 읽힐까 걱정이 과한 사람으로서 영주배우도 무한한 호감과 신뢰의 아이콘이시며 저번 시즌에 영주윌킨슨 역시도 너무 좋았다고 덧붙여봅니다. 윌킨슨은 그냥 사랑이시다 모두ㅠ

오늘 만난 동빈마이클이랑 윤슬데비 둘 다 고잉 마이웨이 기질 강하고 개구지고 자기 주장 강한 꾸러기들이라 티격태격하면서도 맨날 말 섞고 노는 걸로 마이클과 데비 둘 다 친구로서 참 좋아하는 빌리의 친구 취향 거참 소나무네 하게 되는 조합이었고ㅎㅎ 동빈마이클 거침없는 성격이 빌리의 걱정을 물리쳐주고 그 아이가 세상에서 주입받은 남자는 이래야 해라는 편견을 깨는 경쾌한 균열을 선사하는 부분을 유쾌하게 그려줘서 좋았다ㅎㅎ 무대 장악력이 좋고 관객을 겁내지 않고 재치있는 게 딱 레미 가브로쉬 재질이던데 레미 오면 오디션 봐주시면 좋겠다🙏

신발신기 강혁빌리가 매우 확실하게 빨리 했는데 이겼다고 신난 강혁빌리도 귀엽고 분해하는 동빈마이클도 귀엽고ㅋㅋ 키 차이는 엄청 나는데 똑같이 애기들이라 아 역시 애들이랑 사랑스러워(함박 웃음) 상태 되었다고 합니다 ㅎㅎ

마틸다 때도 그렇고 빌리도 그렇고 어린 배우님들 중간중간 수분과 당 섭취 하시라고 있는 듯한 음식 섭취 타임이 내 맘대로 소소하게 좋아하는데 그런 의미로 편지 확인 전에 빌리의 과자와 우유 섭취 타임이 있는게 좋고 귀여웠다고 합니다ㅎㅎ 어린 배우님들의 체력 소중해 당과 수분 드려야 해🙏

이건 싫었어라고 쓰려고 한 거 저번 시즌에도 똑같이 싫다했을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역시 그러하고. 재키의 코크니 억양과 발레 학교 오디션장의 다른 모든 사람들의 포쉬 억양의 차이로 서로 소통을 제대로 못 하는 거 유머 코드로 쓰는 거 여전히 싫고.. 오리지널 국가가 계층이 쓰는 억양 자체가



다른 거 그 나라에서는 그게 유머 코드가 되는 것 같은데 이 나라에서는 그 나라만큼 어마어마한 말투 차이도 아니라서 서로 같은 말 쓰면서 너무 못 알아듣는 거 과하게 느껴질 뿐이니 차라리 웃음기를 빼고 쎄하게 가줬으면 좋겠는데 전세계가 다 똑같이 올리는 레플리카 공연에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나... 트레이시를 대상으로 하는 팻 셰이밍도 그렇고 빌리 이 시대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수식어 절대 아깝지 않은 뮤지컬 맞지만 이 극의 유머 코드 만큼은 여전히 괴롭다ㅜ 레플리카도 달라지게 본국에서 오리지널부터 바꿔주세요 제발🙏

시영토니 연기 되게 잘하시길래 전에 뵌 적 있을까 검색해봤더니 서편제 3연 하셨고 2019 맘마미아도 하셨고 고스트 재연도..? 나 절대 뵈었을 분이네.. 미진한 기억력 죄송합니다ㅠ 이제 잘 기억할게요ㅠ

작게는 가족, 크게는 동네 사람들, 정말 크게는 같은 계층의 사람들이 윗대가리들 결정에 생겨를 잃게 될 미래를 막아 그들을 지키겠다는 절박함이 가득한 젊은 청년의 악전고투가 보여서 가슴이 많이 시렸다. 더 나은 미래를 중산층 이상 놈들이 줄리가 없으니 지금 있는 것이라도 지켜서 모두를 살리고 싶었는데 점점 파업이 실패의 색이 짙어지는 게 얼마나 괴롭고 아팠을까. 우리 사는 삶이 얼마나 힘든 건데 고고한 중산층 사람이 동생한테 헛바람 들게 한다고 생각하는 게 다 보이는데 토니가 그때 빌리에게 준 모욕은 정말 잘못된 거고 너무 나쁘지만 토니가 그런 날선 분노를 품게 만든 세상의 잔혹함이 잘 느껴져서 이어진 앵그리 댄스가 세상이 계층 간 상층 이동을 막는 무섭고 더러운 곳이라는 메시지를 가진 씬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래서 시영토니 잘 기억해두고 싶어졌다. 정말 좋았어.

아ㅋㅋㅋ 앵댄 끝나고 너무 슬퍼서 손 달달 상태였는데 오늘 사블이 단관 자리 였는데 아역 배우들 또래 관객들이 '빌리 잘생겼다~'하는 거 들려서 그와중에 속으로 웃었다ㅎㅎ 그래 어른 눈에도 잘생겼는데 또래 눈에는 얼마나 잘생겼어 하면서 실시간 객석 데비 생성 느꼈네ㅋㅋㅋ

객석 대부분의 반응과 내 반응이 웃음으로도 울음으로도 당연히 다를 수 있는 거긴 한데 오늘 빌리가 발레 배우는 걸 들키고 아빠한테 개새끼라고 할 때 그 말을 하는 빌리도, 그 말을 듣는 재키도 다 너무 안쓰럽고 슬퍼서 눈물이 나는데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서 그게 좀 슬펐다ㅠ 주변 객석 반응에 영향 안 받고 내 감상 내 기분 유지하는 거 나름 짬이 쌓였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앉은 오블 앞 쪽 어린이들은 무슨 드르륵 거리는 거 돌리는 거 빼면 그렇게까지 크게는 솔직히 관크 없었고 공연의 감정도 아이들이 잘 따라가서 괜찮았는데 내 옆에 앉은 어른들이 앞서 말한 개새끼 같은 부분에서 웃음 주도해서 객석 전체가 아 이거 웃는 건가 음하하 터지고, 함성 지르고, 잡담하고... 진짜 어른이 나빠.. 어른이 제일 나빠하고 1~2막 내내 공연은 너무 좋았는데 그 좋음에 집중하는 거에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해서 진짜.. 힘들었다ㅠ 아이들이 아이라서 하는 관크는(열댓명 넘는 애들을 한두명이서 인솔하는 보호자들의 안이함이 차라리 더 문제같기는 해.. 드르륵 소리나는 장난감 가진 어린이는 앞열에 앉힌 건지 내 뒷 줄에 앉아있던 인솔자 소리나니까 안절부절은 못 하면서 처리도 못 하던데 걍 갑갑했다) 애라서 참을 수 있고, 사실 어린이들은 대극장 같은 낯설고 거대한 공간에서는 일반적으로 주변 어른의 눈치를 조금이라도 살피기에 인솔자만 적절한 인원이 유지되면 그렇게 극악한 관크를 안 일으키는데 2018년에 2층에서 봤을 때도 그렇고 객석 분위기 흐리고 관크 크게 하는 건 어른들이고.. 함성 금지하고 피켓까지 들고 인터미션 때 어셔들이 안내를 그렇게 해도 자기 기분만 생각한 어른들에 의해 오롯이 집중해서 공연을 편하게 보지 못 했다는 게 공연 자체를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진짜 나버리게 좋았긴한데 더 잘 볼 수 있을 에너지 괴로움 견디는데 쓰는 거에 소모된 게 정말 너무 아깝다ㅠㅠ 하.. 11월에 수목 비는 날 거의 없지만 잘 시간 내봐야지

너무 좋은 공연 엄한데 에너지 낭비 안 하고 잘 볼 수 있게 진짜 관크 때문에 덕존 양도 찾으려는 마음 가져본 적 전혀 없는데 이번에는 그래볼래ㅠ 딱 무대 위 바라보는 거에만 에너지 쓰며 다시 느끼고 싶어ㅠㅠ

강혁빌리는 춤 추는 게 정말 너무너무 좋은가 봐. 괜히 성내고 심통부리는 건 연기인데 춤 추는 장면에서 맑은 웃음은 나한테는 진짜 행복으로 느껴져서 무대가, 춤이 너무 좋은 가 봐하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서 너무 기뻤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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