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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10922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밤공

by All's 2022. 12. 3.




캐스트 - 노윤 이정화 이봉준 신한결 윤재호 문이보 전혜주 윤효진 김대식 오주언 정아인



(+) 트윗 감상

무대석 처음 와보는데 와 너무 좋다ㅠ 공간지각력 똥망이라 안무 중요한 공연들은 무조건 중블 사수하는 편이라 무대석 상연 초반에 일부러 피했었는데 섞어서 잡을 걸ㅠㅠㅠㅠ 객석에서 등으로 보이던 표정들 눈으로 직접 보니까 황홀해ㅠㅠ

마르타가 모리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억압과 폭력의 형태로 학대받는 이들 특유의 동질감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엄마한테 임신의 과정에 대해서 묻는 벤들라를 볼 때의 마르타의 표정과 괴테에 대해서 대화 나누는 멜키어와 화니를 볼 때의 모리츠의 표정이나 태도에 혼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 특유의 기죽고 겁먹은 표정이 같이 보여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ㅠㅠ 하.. 그리고 마이 정크나 터치미나 각종 장면에서 애들이 누워있어서 안 보이던 표정들 보이는데 너무 사랑스러워서 막 정신없는데 너무 행복해ㅠㅠ

가까워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더 극한으로 와서 마음이 아픈 장면은 더 아프기도 하고 원래 객석에서 볼 때 좋아하던 표정이 안 보이는 건 또 아 여기는 안 보이는 구나 싶은데 회전 돌 때는 확실히 다 와봐야하는 게 맞는 듯ㅠㅠ

윤멜키로 보는 날은 포기하지 않고 걸어나갈 길과 미래가 그려져도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윤멜키의 표현이 나한테 엄청 강해서 늘 너무 슬펐는데 그런데 오늘은 그래도 유난히 단단하게 다시 일어선 거처럼 모여서 힘내라고 응원해야지 하는 맘이었는데 모리츠의 마지막 손을 잡아주지 못 한 게 슬퍼서 눈물 흘리며 모리츠의 장례식장을 뛰쳐나갔던 한결일세가 이제 다시는 손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건한 다짐을 모리츠를 붙들지 못 했던 손길과 꽃다발에 그때 과거의 추억을 노래했다 놓친 거와 달리 그럼에도 맞이할 미래인 자줏빛 여름을 담아 단단하게 걸어갈 길을 다짐했어도 친구도 연인도 아이도 잃고 홀로 가야함을 생각했던 멜키어를 일으키고 그 애가 혼자가 아니라 모두와 함께 그 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알려주며 꽃을 건네는데 그게 너무 아름다운데 아름다운데 슬퍼서 그냥 눈물이 났다.

사실 이건 벅차다는 감정과 가까울 것 같은데 공연장도 아니고 지하철에서 울면 안 되니까 참고는 있는데 근데 진짜 이건 대체 뭔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자꾸 나려고 해

and then there were none 에서 모리츠가 자살 결심을 하는 순간에 무대 세트에서 액자를 비출 때 박제된 나비를 비추는 게 도망칠 곳도 방법도 사라졌다는 걸 절감한 모리츠의 마지막이자 상황을 알려주는 거라는 걸 이제 알겠는데 볼수록 그냥 더 알게 될 것 같은데.. 이제 자체자막 한 번 남았어ㅠ

귀여운 거 얘기해야지.. 객석에만 앉는 동안 마이 정크 때 여학생들 무슨 표정 짓고 있을 지 궁금했는데 다들 '인간 탐구 생활' 같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보고 있어서 막연히 한센이랑 손잡을 사람~했을 때 애들 표정처럼 극혐 모드일까 했는데 우리 애들 탐구심을 내가 우습게 봤지 뭐야ㅠ 흑 귀여워ㅠ

마르타가 터치 미 전에 사과 주머니에 넣는 건가 막연히 생각했는데 일어설 때 데구르르 굴려서 풀숲에 숨기더라.. 흑 너무 귀여워 그런 식으로 숨기는 거였을 줄이야🍎 마구역이라 혜주 마르타랑 가까운 자리였는데 앞에 무릎 세우고 앉아있는데 걍 그대로 딱 피규어 있으면 샀다 막 이딴 생각..

무대석 앉으니까 진짜진짜 좋았던 거ㅠ 모리츠가 울틈 올림이라고 한 걸로 혼나고 있는데 윤멜키가 올림? 그거 이렇게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중얼거리다가 아하!하고 느낌표 떠올라서 눈 반짝하는거 처음 봤고 제대로 봤어ㅠㅠ 멜키가 이래서 앞의 부분과 대구를~하니까 남학생들 책 펼쳐서 살펴보고 다들 상급반 애들이라 그런가 학구열 넘치는 거 봐하며 속으로 마구 기특해함ㅋㅋㅋ

효진오토 진짜 오랜만에 봤는데 터치미 때 목소리 너무 좋아서 아니 사실 이번 배우들 목소리 다 내 취향하고 안 맞는 사람들 없어서 우리애들 목소리도 다 예쁘고 서로 화음도 좋고 막 속으로 유난떨면서 봐왔는데 효진오토 목소리 특히 좋아하는 편인데 다시 들어서 너무 좋았다ㅠ

재호한센도 한 재수없음 하는데ㅋㅋ 서환한센이 워낙 멜키어(쟤는 좀 들어줄만한 말을 해 느낌?)랑 에른스트말고는 관심없어하는 한센이라 재호한센도 멜키어랑 에른스트한테 다른 애들한테 그냥 같이 자주 얼굴 보는 사이에 대한 관심 정도만 주는 것 같은데도 되게 착해보이는 게 새삼 와닿아서 자첫 때 재호한센으로 보면서 한센 참 오만하다 했던 거랑 감상 달라진 거 신기했는데 the word of your body rep에서 에른스트 끌어안고 너무 예쁘게 웃는 거 보여서 새삼 서환한센보다 착해보이고ㅋㅋ 걍 같이 걸어나가지 괜히 먼저 가버리는 싹퉁머리는 그게 그거지만 한센들 하여간 다르게 귀여움

이보에른스트는 자기가 한센한테 가지는 감정과 욕망의 종류와 색이 뭔지 잘 알고 있고 왠지 한센 생각하며 꿈을 꾸든 자위를 하든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경건한 신부님 같은 얼굴로 그런 느낌을 내는 게 경계선에 선 인물인 에른스트 자체로 오는 게 있어서 재밌어ㅎㅎ

안나들 아이들의 고통을 꿋꿋히 지켜보고 도와주려는 선량한 사람들이라 좋은데 오늘 주언안나 표현이 잘 보이는 자리라 더 잘 볼 수 있어서 진짜 좋았어ㅠ 쓰러져있는 벤들라를 볼 때 객석에서는 벤들라에 가려서 얼굴이 안 보였는데 마르타의 학대를 전해들었을 때처럼 이런 일을 잊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리지 않고 상황을 똑똑히 보고 그렇지만 피하지 않고 도와주기 위해 달려가는데, 벤들라가 일어서서 드디어 알게 된 폭력의 세상에 굴복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이겨내는 거 좋은데, 벤들라의 고통과 놀람을 외면하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는 상황과 함께 보여서 더 좋아.

블루 윈드에서 일세의 이야기를 듣는 모리츠의 표정 늘 궁금했는데 봉리츠는 일세가 다시 말해주는 어린 시절이 생생하게 떠오르지만 역시 그 날로 돌아갈 수 없다고 너무 단단히 마음을 굳힌 듯한 얼굴이라 흔들리지조차 않게 절망한 그 애가 너무 슬펐다. 모리츠가 말하는 그애를 옥죈 학교의 숙제들이 일세에게는 난 너랑 다른 세계에 속해서 이제 예전처럼 너랑 같이 시간 보내지 않겠다는 거부로 읽혔을 거 늘 슬퍼하는 부분인데 앞선 부분의 표정도 보고나니 오늘 한결일세에게 봉리츠가 말하는 게 넌 날 구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려서 더 슬펐다..ㅠ

직알 후기 보고 내가 왜 이렇게 싸가 좋았는지 이제 진짜 알았다. 살아남았다고 힘을 줘서 그런 거였구나.. 저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내가 같을 수 없다고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선 긋고 있었던 게 무너지면서 이제야 알았다

오늘 더 비치 오브 리빙 때 학생들 표정이 잘 보이는 자리인 거 누리자!!하는 마음으로 정면에 있을 때 아이들 표정 열심히 봤는데 자신을 욕망하게 하는 대상을 떠올리며 밝은 느낌의 표정을 짓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모리츠는 내내 괴로워하는 느낌이라 그게 또 슬펐다.. 터치 미 잠들어있던 욕망이 깨어나면서 아이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안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을 노래하고 춤추는 넘버라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사실 모리츠는 터치미 중간에 더 선명해진 성적 욕망에 대한 환상이 버거워서 나가버리는 걸로 머릿속에서 이어지니까 터치미 음악도 황홀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터트리는 아이들 자체와 또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행복해하는 멜키어 보면서 마구 행복하면서도 모리츠는 대체 얼마나 억눌린 세상에 살아서 이렇게 또.. 싶어져서 행복한데 먹먹도 하고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바뀌어가는 몸이나 그런 거 때문에 성적 환상도 가지고 이성에 관심도 생기고 그러는 건데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세상이 그 애를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어떤 올바르고 우수한 틀에 맞지 않다고 몰아붙이고 무시하고 학대해서 자기 자신의 평범한 성장에 따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 하고 그것마저 고통이 되는 모리츠가 새삼 더 슬펐다. 세상에 아직 수많은 모리츠가 있는 게 현실이라 그게 이어서 떠올라서 또 슬펐고..
(+) 근데 다시 안 들어왔나 싶어서 녹화 쇼케 영상 찾아보니 중간에 들어와서 멜키랑 같이 춤도 추지 맞아 그랬지 싶고. 그럼에도 뭔가 버거워하는 모리츠의 그 모습 자체가 맘 아파ㅠ

슬프다는 얘기 줄줄이 해놓고 민망한데 뗏목 타고 나왔을 지도 모르는 멜키어 보겠다고 친구들한테 어서 가자~하는 아인테아 표정 짱귀졸귀임🥰 친구들이 결국 돌아가는 길 가려는 거 천배만배 이해함 나같아도 간다ㅋㅋㅋ

근데 이어지는 장면에서 어떻게든 마르타 위로하고 싶어서 아끼는 자식한테 매를 드는 거라고 말은 해놓고 자기도 사실 이거 아닌 거 같은데 싶어서 이게 맞나.. 근데 마르타를 위로할 다른 말이 생각 안 나ㅠ라는 느낌으로 속상한 표정 짓던 건 또 맴찢이었음ㅠ

근데 생각난 김에.. 같은 장면 안에서, 그러니까 the dark I know well 전에 마르타가 아버지에게 매를 맞는 사실에 대해 전해들을 때 정화 벤들라의 표정이 벤들라에게 마르타의 이야기를 들을 때의 멜키어의 모습과 겹치는 게 있어서 흥미로웠다. 벤들라는 여자라 앎의 기회를 박탈 당해서 모르고 있던 거고, 멜키어는 책이나 그런 걸 통해 많은 걸 안다고 자신은 생각했지만 사실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의 어두운 면의 진실을 몰랐던 건 다르긴 한데, 둘다 모르고 있던 세상의 어둠에 마냥 놀라기만 하는 건 아닌 사람이라는 게 흥미로웠다. 특히 벤들라가 그래서 폭력에 대해서 탐구하고자 하는 건 아가야 그건 위험해ㅠㅠㅠㅠ싶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 태도 자체가 너무 멋져서 벤들라 진짜 감탄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 세상이 어리다고 여자라고 등의 이유로 앎의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벤들라와 앎의 방식을 억압당하는 멜키어가 서로에게 끌릴 수 밖에 없다 싶고 그래

벤들라와 멜키어의 엄마에 대해서 굳이 연결지어서 생각하지 않았었고 위스퍼링에서는 사건 진행 상으로는 멜키어의 엄마아빠겠지만 벤들라의 엄마아빠로도 중첩되어 느껴져-정도의 감상은 늘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은 소년원에 멜키어를 보내기로 결심하는 화니와 벤들라를 불법 시술을 위한 여관에 데려간 벤들라의 엄마가 너무 꼭같은 사람으로 느껴져서 새삼 괴로웠다.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는 것 같아서 사실 자신이 원하는 틀 안에서 벗어나는 건 막아서던 화니가 멜키어의 편지를 읽고 자신이 용납하는 틀과 다른 아이라는 걸 알고 그 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년원에 보내는 것과 벤들라가 성에 대해 무지하길 바랐으면서 그렇기 때문에 임신하게 된 벤들라의 생각은 묻지 않은 채 낙태 수술장에 데려가는 것이 둘다 자신의 아이들을 옳은 길로 다시 인도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하는 일이겠지만 조금도 아이의 의사는 생각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그애들의 삶을 휘두르는 거라 답답했다.

아이가 낙제를 했다고 충격주겠답시고+분풀이를 하겠다고 애를 때리고 모욕을 주는 모리츠의 아빠도 같은 결이기도 한데 이쪽은 눈으로 물리적 폭력이 보이니까 덜 연결짓게 되고.. 사랑한다면서 결국 아이들의 신체의 자유마저 박탈하는 두 양육자 멜키와 벤들라의 엄마들이 참 같게 느껴졌다

이런 얘기를 쓸 때 좀 고민되는 건.. 내가 엄청 행복한 삶도 아니지만 남들 보기에 또 어마어마하게 불행할 삶도 아닐텐데 싶어지는 건데,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겪어온 슬픔과 고통이 나에게는 별 거 아닌게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나를 다독이려고 한다.
[직알 후기 보고 내가 왜 이렇게 싸가 좋았는지 이제 진짜 알았다. 살아남았다고 힘을 줘서 그런 거였구나.. 저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내가 같을 수 없다고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선 긋고 있었던 게 무너지면서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힘을 주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만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남은 나의 스프링 어웨이크닝 관극도 그래서 소중하게 만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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