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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200603 베어 더 뮤지컬 낮공

by All's 2022. 11. 25.



캐스트 - 정휘 문성일 허혜진 이봉준 유희지 황만익 백주희

 

 


(+) 트위터 단상

얘들아 기숙사 놔두고 왜 교실에서.... 대체 왜.....?

베어 1막은 초연 때도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구간이 워낙 많았어서... 5년 지나니 정말 더 괴롭구나ㅠ 아이비랑 나디아 배우 두분 다 너무 맘에 들고 잘하는데 아 그런 대사들(특히 나디아) 행동들 하는 걸 보고 있으니 정말 너무 괴로워ㅠㅠ

허혜진 아이비 정말 너무 좋다ㅠㅠㅠㅠ 초연 두 아이비도 모두 사랑했지만 혜진아이비도 마음에 벌써 나 품어요. 노래 연기 비주얼 캐해석 다 취향 저격ㅠㅠㅠㅠ 아이비는 세상이 자기에게 씌우는 코르셋에 슬퍼하면서도 거기에 휘둘리는 게 정말 늘 아파. 안쓰러워ㅠㅠㅠㅠ

이봉준 맷도 되게 좋다. 순수하고 꼬인데 없고 그냥 답답하고 억울해는 하지만 정말 올곧게 아이비 바라보는 게 참 예쁨. 맷이 아이비 순정남인 거 되게 중요한데 오늘 봉준맷 분위기도 연기도 목소리도 다 좋아서 호호

핫제이슨 딱 그 나이 고등학생답게 이기적이고 그렇지만 흔들리고, 그게 피터에게도 아이비에게도 잔인하다는 걸 알지만 참.. 나쁘지만 이해가 될 수 밖에 없다.

여캐 다루는 거에 늘 화내면서 결국 또 울고 나오고 마는 거야.... 세상이 그저 받아주지 않아서.. 그저 그렇구나 해주지 않아서 사라지고 고통받았을 그 사람들이 보여버리면 너무 아파지고 만다.

아씨 역시 너무 가슴 아파... 진짜 그냥 애들 좀 그냥 살게 해주면 안 되냐... 표현 방식이 너무 올드하고 나디아랑 아이비랑 대립각 세워놓는 것 등이 화가 나는데 그런데 결국 모든 아이들이 다 세상이 씌우는 굴레에 고통받는다는 걸 표현하려는 거 너무 알게된단 말이야. 세상이 나빠. 어른이 나빠

핫제이슨이 지탱하고 버텨온 세상은 오롯이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던 거라 지탱해온 벽이 부서지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등돌리거나 그저 눈 감아버리는 것으로 그를 거부하니 기댈 곳도, 기댈 줄도 몰라서 세상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는 게 너무 와닿아서 목이 메여와.

핫젯을 보는데 달팽이가 떠올랐다. 이미 가볍게 짜부시켜서 부서트릴 수 있는 연약한 껍데기로 간신히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그 껍데기가 산산조각 나서 사라지고, 무르고 연약한 속살 그대로 세상에 내던져버린 연약하고도 기댈 곳 없는 존재. 핫젯이 피터를 정말 사랑하는 걸까? 많이 사랑하는 걸까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여유로운 척 세상을 대하지만 현재를 지탱하는 것에 온 힘을 쏟느라 자신에게 진짜 간절한 걸 들여다볼 여력이 없는 걸. 2막 순례자의 손을 피터와 연습하며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 할 감격이 차올라있는 눈빛을 자신은 보지 못 한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파서 그때부터 너무 고통스러웠다. 이미 끝을 알고 보는 이야기지만 너무 아프잖아 정말. 피터에게 도망가자고 할 때도 사실 피터가 같이 가줄 것이라고 확신은 못 했었던 것 같다. 도망치자는 게 아니라 같이 이겨내자고 했다면 휘핕은 그 손을 잡아줬겠지만 이미 신이라는 세상의 대리자에게 버림받은 제이슨에게 그런 선택지를 생각할 여력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던 피터의 사랑한다는 말에도 널 원한다며 피하기만 하던 것의 속죄이자 선물로 사랑한다는 고백만을 남기고 가야하는 제이슨이 너무 아팠다.

정휘배우 팬싱에서만 보고 무대로는 처음 만난 거였는데 1막에 두려워하고 흔들리고 연약하던 아이가 점점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보여서 좋았다. 사랑하는 제이슨과 엄마에게 계속 자신 그대로가 되는 것을 거부당해 절망한 자신에게 집중한 피터라 본진이 연기하다보니 제이슨맘으로 보는 입장에서 처음에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 몰아붙이는 거 아니냐 답답한 게 사실인데 이건 근데 내가 피터에게 원래 가지는 감정인데 젯맘으로 보다보니 더 크게 다가오는 거라 샨탈 수녀님에게 존재의 인정을 받은 뒤의 모습이 좋은지가 중요한데 제이슨에게 사실 미안하지 않아.라고 말할 때의 울림이 좋았다.

휘핏은 그때부터 진짜 똑바로 섰고, 그저 도망치는 것으로 두려움을 외면하려는 제이슨에게 그런 선택은 안 된다며 스스로도 아프지만 이별을 선언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당장 졸업 공연이 아니었다면, 그저 함께 얘기할 나날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세상이 모두 자신을 버렸다 생각한 제이슨에게 휘핕이 아니라고, 너도 나처럼 스스로가 정말 틀리지 않았다고 온전히 깨달을 날이 올 거라고 연인이 아니어도 먼저 세상에 고개를 들고 살기로 결심한 사람으로서 동지가 되어주었을텐데.

허아이비는 2막도 너무 좋았네... 정말 너~~~무 좋았다ㅠ 그로운 올 그로운 업에서 자기에게 닥친 절망을 천천히 곱씹다 토해내는데... 순례자의 손 연습 때 제이슨을 보면서 희미하게 진실을 느끼는 듯한 뉘앙스가 있다보니 자신의 무너지는 세상의 절망을 어디까지 생각했을까 바라보는데 가슴이 너무 저렸어.. 1막 포트레잇 오브 걸 때도 눈물날 뻔 했는데 2막에서도 그때부터 눈가가 젖었다. 노 보이스에서 죄책감과 분노를 함께 느낀다는 넘버의 가사 그대로가 전해졌다.

무대도 바뀌고 연출도 군데군데 바뀐 김에 나디아가 아이비 괴롭히는 대사들도 좀 바꿔주면 정말 90퍼센트 정도 덜 괴롭게 볼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다이앤 동양인 조롱 뉘앙스가 5퍼 정도.. 타냐 흑인 설정 드러내는 건 지우라는 게 맞을까 아닐까 아직 좀 고민.

제이슨과 피터의 비밀이 밝혀지고 여자애들이 아이비 뒤를 우르르 따라가는 거랑 연극 시작 전에 아이비 둘러싸고 안아주는 거 같은 거 보면 뭉클하기는 하는데.. 마지막에 세상이 나빠 제발 아이들이 그저 그렇게 태어난 걸로 고통받게 하지마 성정체성이든 외모든 성격이든 뭐든!하고 울기는 하는데 여자에게 차별과 편견이 가해지는 방식의 표현이 베어가 2015년에도 그렇고 지금은 정말 더 그렇고... 방식이 솔직히 너무 나빠서 1막이 괴롭다 못 해 이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1막 끝나고도 썼지만 배우들이 잘하면 잘해서 더 괴로워. 혐오를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과한 혐오라 가해로까지 여겨지는 건 베어를 앞으로 몇 번 더 보게될 지 모르겠지만 계속 괴로운 지점이 될 것 같아. 그리고 그거와 더불어 게이라는 이유로 고통받은 피터를 이해하고 지지하거나 받아주거나 혹은 받아주길 요구받는 대상이 같은 배우가 성모 마리아, 수녀, 엄마로 할 지언정 결국 그래서 여성인 것도 이제 프라이드 실비아를 보면 괴로운 것처럼 괴롭다. 역할 뺏어서 남자 주라는 게 아니라.. 결국 울고 나오기는 했는데.. 여성 너희는 그래도 남자랑 사귀는 게 당연한 삶을 살잖아에 대한 질투와 근데 너희도 소수자니까 우릴 이해하고 받아줘라는 강요가 느껴지는 걸 어쩔 수가 없네.

후기가 배우들 좋고 결국 울었어와 아 근데 싫은 부분 너무 괴로워의 반복이고 이게 지금 내 마음의 상태 그대로라ㅋㅋ 아마 많이는 안 볼 것 같고 티켓 오픈 열리는 거 따라서 한번씩만 더 추가될 듯. 앙상블 배우들은 개개인이 크게 나쁜 건 없거나 좋은데 합과 흥이 좀 아쉽다. 시간이 해결해주길.

희지나디아 세상에 억울한 게 많고 불퉁한 심술쟁이 나디아인데 사랑을 못 받은 것에 대한 불만으로 세상이 주는 애정도 밀쳐내는 어린애라 속이 답답했고.. 나디아보고 속터지면 잘하셨다는 얘기고요. 아웃팅 이후 제이슨을 안아주고 지켜주고 싶어는 하는데 얘도 누구한테 그걸 받아봤어야..ㅠ 나디아 제이슨네 부모님들은 진짜 나쁜 인간들이다. 한 명은 방치하고 무심한 걸로 학대하고 한 명은 기대를 강요해서 학대하고. 사랑을 제대로 받아봤어야 서로라도 서로가 보듬지. 나디아가 상처받았을 때는 제이슨이, 제이슨이 상처받았을 때는 나디아가 두 팔을 벌려주지만 둘다 상대를 끝까지 끌어안고 지탱해줄 힘이 없게 애들을 키워버렸어. 가엾은 아이들.

기왕 볼 때 최대한 전캐 찍고 싶어하는 편인데 다음 표도 허혜진 아이비랑 이봉준 맷인게 기쁠 만큼 두 분이 참 맘에 들었다. 봉준배우 그린 듯한 두부상이라 성우배우 생각도 조금 나고ㅎㅎ 맷이 참 순하고. 연극 오디션 때도 걍 안 된 게 아쉽지 제이슨한테 불만없을 정도로 순딩이 맷이라니ㅠ 아이비야 그 댕댕이를... 굳이 이해자가 필요하다면 그 댕댕이를 잡아요ㅠㅠㅠㅠ 했다.

초연이랑 연출 달라진 거는 얘들아 기숙사 두고 교실에서 의자에서 대체 왜 그러는 거니 말고는 기억이 흐려져서 불호도 딱히 없고,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베어 뒤에 붉은 천이 떨어지는 연출은 좋았다. 연극 속에 살아온 그 아이들의 인생 그 자체가 눈으로 그려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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