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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90727 뮤지컬 난설 밤공

by All's 2020. 6. 22.

 

캐스트 - 정인지 안재영 유현석

 

 

 

(+) 트위터 단상

엠디로 손수건 파는 걸 알았을 때(임시품절이었지만) 휴지라도 챙겼어야지😂😂😂

서사의 점프가 크고 넘버나 대사로 넘어가는 부분들은 시공간이 제한된 소극장극이라는 점에서 솔직히 흠이 될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ㅠㅠ 장면과 대사와 넘버들이 압축적으로 전하는 이야기와 캐릭터간의 서사가 충분하고 또 좋아서 생각보다 너무 많이 울었다ㅠㅠ

로맨스 집착러라 남녀 애정선 복잡다단한 거 당연히 좋아하지만 주요 등장인물 남녀들 간의 관계가 연애적 감정이 아닌 복잡함으로 얽혀있는 극 꽤 오랜만이라 그게 정말 너무 좋았다. 초희와 균의 이야기 정말ㅠㅠ 초희가 균에게 가지는 부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너른 이해. 균이 초희에게 가지는 감정들... 아 이건 진짜 단어들로 지금 표현이 안 된다. 안식처이자 동경과 질투와 연민의 대상이기도 한 누이에 대한 그 복잡한 감정들ㅠ 초희와 균이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지탱하던 평온하지만 좁은 세계가 초희와 이달의 만남으로 부서지며 커지며 만들어진 아프지만 아름다운 확장.

시를 알게 된 순간부터 초희에게 펼쳐진 다른 세상, 그 사람이 만들고자 꿈꾸며 그려낸 세상이자 그 사람의 '나'. 이미 경계선 밖으로 발을 내딘 이후부터의 나는 그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음을 절절히 알리던 인지초흐의 호소에 좁은 세계 하나 감당하기도 두려워 숨는 법을 찾던 마음의 울음벽이 깨졌다. 초희가 그저 화를 다스려 달로 바꾸려던 이달이 행동하게 만들고, 세상에 두려워 숨고 살던 허균을 멈추지 않고 세상에 부딪치게 만들고, 그들 모두의 한 걸음과 시 한 자락, 벽서 한 장 들이 그냥 사라지고 부서지는 게 아니라 나타난 순간, 펼쳐지고 외쳐진 순간 또다시 태어나고 그렇게 무엇인가가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던 순간들이 나에게 닿으면서 내 안의 두려움이라는 벽에 금이 가는 걸 느꼈다. 그저 외면하고 숨는 것 만으로는, 평온하다고 믿는 것 만으로는 진짜 두려움은 없앨 수 없고, 나라는 존재가 온전해질 수 없다는 걸 절절하며 다정하고 따뜻하게 만났다. 숨지 말자고, 두려워말고 나를 찾는 건 당장은 아플 수 있어도 언젠가는 피어나는 것이라고 그런 믿음을 가지고 곧게 달려나가는 인지초희의 눈빛과 단단한 목소리와 힘찬 몸짓이 부유하던 달과 움츠렸던 균을 끌어내는 힘이 나의 가슴에도 닿았다. 그러니 결론은 인지초희 너무 좋았다는 거고요... 인지배우 너무 쩔었다는 거고요. 흑 나도 오늘부터 갓인지 외칠 수 있다ㅠ 갓인지 대쩔어요ㅠㅠㅠㅠ

재영이달과 현석허균도 물론 좋았고요ㅠ 초희와 균이 만날 때, 혹은 균이 달에게 절규할 때 폭발하고 부딪치게 되는 거대하고 격렬한 감정들이 순간 감정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부드럽게 흘러다니다 한 번씩 큰 점을 찍고 가는 재영배우의 균형감각과 사랑하지만 사랑만 할 수 없는 누이와 스승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절절하게 뿌려내던 현석배우 덕에 인지초희가 가지는 단단함과 담대함이 극에서 더욱  빛났다. 초희가 반짝이고 타오르고 흐르고 스미고 나에게 퍼졌다ㅠ

지금 콘그에서 만난 난설도 배우도 넘버도 무대도 연출도 시같고 풍경 같고 참 좋았는데 중대극장 사이즈로 키워지면 그건 또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건 초희에게서 서편제 송화 생각이 나서 그런 걸까 싶기도 하고.. 서편제 사랑러로서 난설이 참 좋았다는 거기도 하고ㅎㅎ

역할 이름은 난설이지만 인지배우는 불기둥, 혹은 폭풍 같은 크기의 거대한 힘을 가진 분이었고 재영배우가 미풍처럼 인지배우를 감싸고 현석배우가 짙은 웅덩이같은 절절함으로 극에 깔려있던 것 같던 조합이라 초희가 균과 자신은 한 나무에서 나와 자신은 하늘을 향해 균은 땅을 향해 뻗고 있다 한 그 자체 같았다. 재영이달은 그 나무를 감싸는 미풍이 되어서 그들이 새 숨을 얻고 자신들을 뻗을 방향을 짚어주고... 다른 조합도 물론 좋겠지만 오늘 조합의 오늘 공연을 본 거 너무 행운이었다 싶다.

둘째오라비가 선물해준 붓 쓰이지 않아서 아깝닥ㅎ 그게 나같다고 니가 하지 않았니 느낌의 초희 대사(왜 제대로 생각 안 나 왜 제대로 생각 안 나!!!!) 너무 천재적이었어... 아 진짜... 쓰이지 못 하는 붓ㅠㅠ

 



(+) 타 커뮤 후기



넘버☆☆☆☆
서사☆☆☆☆
배우☆☆☆☆☆
연출☆☆☆


본인은 잘 달리고 있으나 서사가 약하다는 이야기를 회전러분이 조심스럽게 해주셨는데 서사가 그렇게 없지 않았다. 진행 방식이 넘버 가사나 대화로 가거나 사건이 훅훅 점프하는 구간이 있긴한데 인터미션없는 소극장 극 기준으로는 깔끔한 정도로 생각되고 연강홀이나 동숭홀 이상 급의 중대극장 극이고 그 길이나 인물 구성 아닐 바에 지금 정도의 축약이면 좋다 싶었음.

배우들은 셋 다 매우 맘에 들었다. 정인지배우 길게 제대로 연기하는 거 만난 거는 처음인데 노래랑 연기랑 배우 에너지 셋 다 시원시원하고 탄탄하고 안정적이고 좋았다. 초희가 달려나가는 역할이라 딱이더라.

재영이달은 극의 균형감을 잘 잡아주어서 좋았다. 전에 봤을 때 컨디션이 나쁠 때였어서 가지고 있던 호감이 좀 무너졌었는데 다시 회복함. 너무 튀지 않으면서 적절한 존재감으로 극의 감정이 어느 한 쪽으로 너무 극화되지 않도록 본인 나오는 부분에서 잘 제어하였다.

유현석 배우는 그냥 생짜 초면인데 노래도 연기도 괜찮은데 노래가 더 괜찮고 감정이 센 게 난 잘 맞았다. 초희와 이달 사이에서 그들을 질투하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하고 맘 고생이 있는 역이고 특히 초희에 대한 감정이 복합적인 설정을 잘 해냈더라.

여튼 배우들 아주 잘했고, 연출은 크게 군더더기없이 깔끔했고 막 좋지도 나쁜 것도 없어서 무난. 장점은 넘버! 좀 반복되는 면이 있지만 넘버가 좋다. 배우들이 잘 불러서 좋게 들린 것도 있겠지만ㅋㅋㅋ 가사가 허난설헌 시를 풀어놓은 것들이 많아서 그런가 확 잘 들리지는 않는데 그래도 느낌이 좋아서 좋았고 자둘 이상하면 잘 들릴 것 같기도 한데 돈도 시간도 여유가 없어서 그걸 못 할 것 같아서 좀 아쉽다ㅠ

줄거리를 크게 설명하기에는 애매한 게.. 그냥 초희가 열심히 살면서 시를 통해 세상을 넓히고 그렇게 새롭게 펼쳐진 세상 속에서 '나'를 만나고 만들고 그런 뒤에 다시 아무 것도 모른 채 안온하지만 내가 없는 삶 속에 살 수 없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거기에 이달과 허균이 어떤 영향을 받았나. 뭐 그런 건데 이게 줄거리 자체만은 별 사건이 없는데 그걸 절절하게 보이는 인물들의 감정의 힘이 좋다. 그래서 다가온 메시지가 좋고, 그렇게 사람과 세상에게 어떤 변화의 계기가 되는 인물이 여성인 극을 봐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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