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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90314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by All's 2020. 6. 21.

 

캐스트 - 전동석 아이비 이정화 김봉환 이희정

 

 


지킬 앤 하이드 남주가 배우 연기 종합 선물 세트가 되어야 하는 역이라 그런가 헨리와 하이드를 오가는 동안 전동석이 쓸 수 있는 표정과 동작과 목소리가 다 나오는데 그게 남의 옷 버겁게 입은 게 아니라 자기 옷 같아서 그동안 해왔던 모든 필모가 이 배역을 위한 한 발 한 발이 되었구나, 공연 보는 내내 웃기든, 울든, 화내든, 소리치든 거참 뭉클했다. 딱 필요한 만큼의 기대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기대한 것과 다르게 좋았던 건 헨리가 자기 만의 고유함이 있던 거고 기대한 것처럼 좋았던 건 하이드의 모든 순간. 기대와 다르지 않은 거 먼저 말하면 하이드는 한다고 할 때부터 잘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거대로 잘함. 하이드 넘버 파워며 저음이며 아쉬울 거 하나없도 미역 가발 한 주제에 잘생겼고 체격 커서 지팡이 막 휘두르고 다니는데 무서움. 데인저러스 게임 별로 안 더듬는다고 웃는 분위기가 많던데 그 큰 덩치로 루시 머리채 잡는 것 만으로도 난 이제 내가 견딜 수 있는 선정적 폭력의 역치를 깨달아서 충분하더라.

기대보다 걱정 많던 헨리 지킬은 꿈 많고 여린 청년으로 잡아왔는데 32살이 사회적으로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청년미가 아직 있고 그게 고유한 특징이기도 한 32살의 전동석이 표현하는 헨리로서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어터슨경과 나이차가 많이 나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친우보다는 막내 삼촌과 늦둥이 막내 조카 정도의 케미를 느끼게 할 만큼 젊은데 순하고 순진한 애가 고집이 있는 느낌인데 나쁘지 않더라. 아 근데 순하고 순진한 척 하더니 루시가 레드렛에서 유혹할 때 진짜 되~게 흔들려해서 아 새끼야 아무리 알버트 경력자라고 해도 마지막에 친구 드립 쳤어도 지조없는 새끼같으니 하고 화가 날만큼 순진한 척 하니까 조신남 좋아하시는 분들은 싫으실 듯. 순한 헨리와 성깔머리 더러운 하이드지만 그게 한 사람 속 두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극단적인 욕망과 성격 차이로 보이기 때문에 루시한테 진짜 그렇고 싶었는데 하이드 되고 아주 신났다 신났어하고 이가 아득바득 갈린다. 여튼 그래서 싫냐고 하면 난 수니고요, 더라키 루돌프나 프랑켄 빅터 사이의 어드메 가져왔으면 더라키 때 맨날 유아퇴행 연기하냐고 빡쳤던 것처럼 열받았을텐데 더라키 때 영민하고 복잡한 부분은 표현력이 부족해서 못 한 거 아닐까 1년 여의 시간이 지나서 까방해줄까 싶을 만큼 나름의 성의가 묻어난 캐릭터라 그 성격이 내가 아 남자새끼들 극혐...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좋았다.
헨리에서 아쉬운 건 노래밖에 없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지킬 앤 하이드에서 헨리 넘버가 전동석한테 너무 쉬워서+하이드 때 파워로 구분하려고 등의 이유로 여리고 예쁘고 편하게 부르는데 좀 더 다이나믹을 넣어줬으면 좋겠더라. 나는 맘에 든다고 해도 지킬 자체가 좀 연약하고 순한 노선이고 하이드한테 엄청 휘둘리는데 노래적으로도 너무 쉽게 표현하니까 나 지앤하에서 헨리 좋아하는 사람인데 약간 심심해. 

 

     
 
유투브 탐방하다가 한 보컬 트레이너가 뮤배들 발성 가볍게 분석한 영상 중에 전동석 부분인데 마지막 쯤에 말한 아쉽다는 부분의 연장선임. 좀 더 열심히, 아니면 열심히 부르는 척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편하게 부른다. 하이드가 워낙 옷이나 목소리 저음 까는 걸로 파워가 있으니까 헨리 넘버에 좀 더 다이나믹을 넣어줘도 될 것 같다.
그거 말고는 중간 투입된 배우의 첫공으로 아쉬울 거 하나도 없었고 팬심 섞어서 생각보다 잘해서 매우 기뻤다.

팬심을 살짝 빼고 생각하면 조승우만큼 연기할 거 아니면 지킬 앤 하이드를 하는 남배들은 연기보다 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준으로 노래를 잘하고 노래 잘하는 거 못 들어줄 만큼의 연기 아니라 누가 동지킬 보고 싶다고 할 때 연기 너무너무 중요한 사람 아니면 무난히 추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원래는 안 보려던 지킬 전동석이 한다고 해서 보는 마당에 엠마와 루시 캐슷이 맘에 꽉 차다 못 해 넘쳐서 좋더라. 지킬 최애캐 헨리 아니라 엠마인 사람인데 정화엠마 정말 우아하고 강단있고... 마치 기둥같은 사람이라 흔들리는 헨리를 단단하게 붙들어내는 거 감동적이었어. 전에 다른 극에서 봤을 때 목이 안 좋은게 느껴지는데도 노래 잘해서 호감이었는데 그때에 비해 목 상태가 아주 좋고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넘버 소화하는 거 참 좋았다. 결혼식에서 헨리 불러내는 건 전동석이 좀 빨리 각성해서 떨어진 편이라 얼굴 쓰다듬으며 달래는 신체적 거리가 좀 먼 편이라 약간 약했는데 그래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고 올곧은 사람이고, 한때는 꿈에 끝에 자기를 버리지 말라는 지킬 보면서 짓는 미소의 힘 만으로도 헨리가 엠마로 인해 스스로를 지켜낸 게 가능한 이유를 만들어줘서 매우 호였고 중간 투입인데 정화엠마에 아이비 루시랑 첫공이라(다른 배우들도 잘하고 있겠지만) 전동석 복이다 싶었다.

아이비는 레드북에서 보고 엄청 호감이었는데 여전히 노래 좋고 연기 좋고, 넘버 연기도 좋고 캐스팅 발표나면서부터 생각했지만 역에 차고 넘침ㅋㅋㅋ 아이비를 안나 카레니나 안나로 보고 싶지만, 지킬로 아이비 되게 잘하더라 완전 뮤배야뮤배 소리 적립해서 여성 원톱극 중극장 넘어서 대극장까지 갑시다! 아이비의 루시, 순진한 듯 순진하지 않은 사람이라 참 찡하더라. 스파이더나 그런 사람들한테 반항을 해보고 헨리한테 하이드 얘길 하면서 자기 처지에 대해 투덜거리고 그가 자기를 구해주길 기대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인생이 얼마나 시궁창인지 잘 알고 있는데 그냥 악에 받쳐서 한번씩 뻗대는 느낌이라 참 찡했다. 지킬이 자기를 사랑해서 구해주길 바라는 순진한 꿈을 꾸기도 하지만 정말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순진한 척을 스스로에게 하는 걸로 순진한 듯 순진하지 않았고 절규하듯 부르는 뉴 라이프 참 가슴 아파서 새삼 루시 인생 끝내버린 지킬과 하이드 두놈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나쁜 놈들ㅠㅠ

어터슨과 댄버스경은 2014년과 무서우리만치 그대로고, 그걸로 모든 감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대체한다.

10주년 때와 달라진 무대는 2층이 되었다는 것과 실험실이 일자가 아니라 꺾였다는 거 정도인 것 같고.. 옷을 새로 해 입힌 부분이 있다? 지금 이 순간 끝나고 몸 바뀔 때였나 얼라이브 끝이었나 가운데에서 솟아오르면서 마무리하던 거 많이 웃겼다ㅋㅋㅋㅋ 계속 똑같은 평평이 무대 쓰는 것에 비하면 뭐라도 새로 만드는 게 맞는 거긴한데 아담한 샤롯데에 그래놓으니까 좀 답답하긴 해서 고민이 더 들어갔어야 하지 싶음. 소품이나 뭐 디테일 다듬을 게 정말 없었을까 싶어짐. 앙상블이나 오케는 자첫 때도 자막 때도 개빡치게 했던 10주년에 비하면 좋은데.. 앙상블 숫자도 그렇게 적지 않은데 희한하게 볼륨이 작게 느껴지더라. 오디에 대한 악감정으로 제가 불호 필터를 귀에 꽂고 있는 걸 수 있으니 객관적인 사람들의 평가가 필요하다.

배우들 잘하고 앙상블 깽판 아닌 수준에 비해 관극 자체가 재밌지는 않더라. 톡 까놓고 지킬의 모든 넘버 아직 10년은 안 되었다만 그동안 봐온 모든 극들 합쳐서 제일 좋아할만큼 취향이고 그래서 10주년 때 처음 보고 홀딱 빠져서 유투브에서 270p짜리 지킬 티비 녹화방송이며 96kbps는 될까 싶은 오슷 재생본도 몇 년을 꾸준히 찾아들을 만큼 좋아했는데 이게 넘버가 아무리 취향이어도 진짜 극으로 다시 보니 극 낡은 게 너무 눈에 들어와서 재미가 없다. 넘버 정말 좋고 배우 구경할 거리 정말 많지만... 이 극 자체가 너무 낡았다. 같은 극장에서 역시 10년 넘게 국내에서 상연된 아이다 보면서 남녀주인공이 빡쳐도 극이 낡았다는 생각 안 했고 지킬보다 나이가 더 많은 게 확실한 레미제라블 보면서도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이 극은 낡았다.

이 극이 가지고 있는 여성 캐릭터 대우와 갈수록 관객과 거리감만 벌리고 있는 연기하는 배우들도 재치나 유머로 받아들이지 않을 모든 것들 제발 싹 고쳐내야지 가을동화에서 원빈이 송혜교한테 강제로 키스하면서 얼마면 되니 외치던 10여년 전 수준 그대로의 낡은 가치관으로 공연 올리는 거 세트 좀 뜯어고쳤대도 무성의하기 그지 없고 극보면서 짜증 유발하고 몰입을 뚝뚝 끊기게 한다. 운좋게 잘 나가는 배우들 꿈의 무대인 타이틀 계속 걸어주게 잘하는 배우들 꾸준히 캐스팅해서 배우들 연기나 노래나 존재감으로 대한민국 최고 뮤지컬 자리 수성하고 있다만 진짜진짜 길게 봐서 10년 뒤에도 지금 꼬라지 유지하는데도 이게 최고 뮤지컬이면 우리나라 뮤지컬 업계는 그냥 노답일 수준이다. 저번 상연 때도 그랬나 기억이 흐린데 주교새끼가 어린애 성매수하려고 날짜 잡아놓고 헤어지기 전에 야옹야옹하면서 희롱할 때 가운 벗겨가면서 하더라. 레드렛에서 루시 머리채 잡고, 뉴 라이프에서 손님 아직 오지도 않은 낮 시간이라면서 루시 잠옷에 가운만 걸치고 있고, 데인저러스 게임 때 가랑이 사이에(루시 손이 실제로 들어가는 거고 그 위에 하이드 손이 들어가는 척 하는 거라고 해도) 남배 손이 들어가고 머리채 잡으면서 SM 플레이 느낌까지 주는데 노래 내용은 루시도 성적인 쾌감도 느끼는 것처럼 해놓는 것 등등은 기억에 남아있던 빻음인데 그것만으로도 늘 과하다 생각은 했는데 진짜 얼라이브에서 주교가 애 가운 젖히는데 너무 끔찍해서 진짜.... 스위니 2016 때 강간 연출 때도 느낀 거지만 오디 새끼는 진짜 여캐 다루는 수준이나 성적 폭력 다루는 수준 너무 과하다. 평평하고 도구적인 캐릭터는 줄거리 자체가 그렇다해도 폭력 수위는 후대에 충분히 고칠 수 있는 것들인데 그만 좀 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따위 고민없음을 꾸준하게 유지하면서 예술하는 돈키호테 코스프레하는 거 꾸준히 싫다 정말. 정 바꾸기 귀찮으면 관람가나 15세 이상으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요즘애들이 어디 그렇게 순진하냐고들 하는 반박 있을 거 안다만 15세 한테도 보여주기 싫은 빻은 낡음이었다 정말.

마지막에 욕에 욕을 했지만 동지킬 잘한 거 기특해서 첫공 챙겼으니 막공도 챙길 거다. 샤롯데 2층 9열은 망원경 1막 2막에 번갈아 써본 결과 다른 배우들 기준으로는 나시카 20×50도 좋지만 전동석 너무 길어서 무대 앞에 가까이 서면 다리 잘리니까 10×25가 더 좋았네. 그치만 떼창 빼면 거의 지킬이랑 하이드 보게 되는 극 구조라 수니는 내내 망원경 들어서 힘들었으니 막공은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다. 욕심 넣어서 중블 5열 이하, 양심 넣어서 7열까지는 갈 수 있는데 그때의 내 손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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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배우가 해왔던 모든 필모가 이 배역을 위한 하나하나의 길이었구나.

딱 필요한 만큼의 기대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기대한 것 만큼 잘하고, 하이드 미역 가발을 하고도 잘생긴 건 진짜 대단하고ㅋㅋㅋㅋ 아직 1막만 봤고 극 자체의 낡음이 좀이 아니라 많이 괴롭지만 동지킬-동하이드 한 번은 더 보고 끝내는 게 나를 위한 옳은 선택이겠다 확신한다.

정화엠마 정말 우아하고 강단있는 사람이고 목소리 꾀꼴꾀꼴ㅎㅎ 아이다에서 처음 뵈었을 때 컨디션이 안 좋으신 것 같았는데도 잘하시더니 오늘은 컨디션 좋으신 것 같고 참 좋네ㅎㅎ 아이비루시는 순진한 듯 순진하지 않은 사람이라 참 찡하다ㅠㅠㅠㅠ

지켜봐온 것밖에 없는데 내가 뭐라고 이렇게 뭉클하고 난리. 잘했으니 뭉클하고 잘해줘서 내가 뭐라고 고맙고.

하이드는 한다고 할 때부터 잘할 거라고 생각했고 역시 너무너무 잘했고, 헨리를 어떻게 잡아올 지가 늘 기대와 걱정이었는데 꿈 많고 여린 청년으로 잡아온 거 32살의 전동석이 표현하는 헨리로서 아주 좋은 선택이었고, 그냥 본인이 해오던 거 중에 잘하는 거 두 개 가져온 게 아니라 고민의 결과로 가져온 해석인 게 연기 하나 하나 보여서 이 말 또 쓰지만 내가 뭐라고 뿌듯했다 지킬 앤 하이드 극 자체를 재밌어하기에는 2014년 이 극을 처음 봤을 때의 나와 지금 내가 다른 사람이지만 인터미션에 쓴대로 한 번은 더 보고 보낼 거야ㅠ 아.. 근데 이제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은데 성공할까 걱정ㅠ 

공연 잘 보고 나온 것과 별개로.. 지금 수위나 연출로 공연 올릴 거면 지킬 진짜 이제 최소 15세 이상 관람가 해줬으면 좋겠다. 2014년에 자첫할 때는 관람가가 8세 이상인 걸 생각도 못 하고 봤다만 이제 알고 보는 입장에서는 댄저가 아니라 얼라이브 시작 전부터 아..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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