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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90110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by All's 2020. 6. 20.

 

캐스트 - 강필석 정동화

 

 

 

스위니에 심상했다가 뉴시즈 멀쩡해서 개빡친 이후로 몇년 째 자체 오디 불매 중이었는데 뉴지킬에 최애 있어서 오디 불매 깨야하는데 지킬로 깨기 싫고 원래 오디 최애극인 솜으로 깨고 싶어서 급 양도 잡아서 봤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솜은 극장도 연출도 그냥 자리에 있고 보는 나의 마음이 변했어도 이 이야기는 언제 만나도 아름다웠고, 삼연으로만 솜 보고 오디 불매 들어간 거라 다시 만난 필톰도 새롭게 만난 꽃앨도, 그리고 둘의 이야기도 너무 좋았다. 요즘 멘탈 쓰레기 상태인데 쎄한 앨빈이랑 처절한 톰으로 만나면 내가 너무 힘들까봐 어릴 때 초딩이 아니라 유딩같고 본인이 단단한 필톰에 라흐 이후로 필모 안 맞아서 안 봤지만 일전에 보던 기억으로 인물 해석이 따뜻한 편인 꽃이면 앨빈도 너무 쎄하지 않겠지하고 고른 건데 잘하고 잘한 선택이었다.

꽃 앨빈으로는 처음 봤는데 꽃앨 작고 슬프고 그리고 아프고, 그럼에도 따뜻한 인물이라 기대한 거랑은 좀 다른 방향인데 그래서 슬픈데 또 그 이야기에 필톰이 묻어서 생기는 절절함이 좋더라. 처음 커튼이 젖히고 책상 위에 앉아있을 때, 톰에게 말을 건네기 전 웃고 있지 않고 담백한 표정인데 그게 진짜 이 앨빈의 표정 같았어. 누군가와 같이 있고 특히나 소중한 사람들이 자신를 바라볼 때면 항상 아이처럼 다정한 미소로 그들이 아프지 않게 모든 걸 웃음 뒤로 숨겼을 사람으로 다가와서 참 안쓰러웠다. 돈과 명예처럼 온전히 톰의 회상 속 앨빈일 때는 조금은 쎄하게 느껴지지만 그건 톰의 상상이기에 그렇고, 비록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톰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만들어주지 않은 것이 속상해 톰과 서로 잔인한 말을 주고받았어도 언제나, 정말 언제나 톰과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고 아꼈고, 그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기꺼이 내던진 사람이라 눈물이 자꾸 났다. 극에서 꽃앨은 톰의 회상 속 기억이 아니라 순간순간 진짜 앨빈의 영혼이 내려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던데 this is it과 눈천사로 이어질 때 자신의 아픔을 꾹 누르고 남아있을 톰을 위해 진심을 담은 위로를 전하는 게 정말 애틋했다. 정동화라는 배우가 인물을 구축해서 가져올 때 너무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 가는 것 같아서 재미없다 싶어서 피하게 된 면이 있었는데 이번 앨빈은 좀 다르더라. 톰에게 주고 있고 받고 싶은 게 사랑이기는한데 그게 친구와의 우정, 연인과의 사랑 뭐 그런 걸 아예 넘어서서 서로라서 특별한 존재로서의 그런 관계의 유지더라. 이별2에서 애니를 피하는 건 좋아하는 남자의 여자친구를 보기가 힘든 게 아니라 한 단계 한 단계 삶의 스텝을 밟으며 앨빈과 유리된 인간관계와 세계를 만들어가는 톰을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게 애니라 서로가 가장 특별했던 시간이 멀어질 수밖에 없는 슬픔때문에 그런 걸로 느꼈다. 정말 애니를 싫어하지 않는데 그냥 균열을 목도하는 게 아파서 피하려는? 내가 그동안 본 다른 앨빈들에 비해서 조금은 평범하지만 독특한 사람의 느낌이 있었는데, 그래서 톰 앞에서 감정 정리를 완전히 못 하고 튀어나오는 부분들이 노력해서 웃는 사람이라 안쓰러웠다. 톰에게 성애적인 감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 골인에서 과외를 해주겠다고 뒤에 끌어안으며 톰이 닿는 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바로 이어서 장난치다가 톰이 손잡고 일으켜 줄 때는 감정을 갈무리하고 끌어안는 것의 대조같은 게 안쓰러웠다. 이런 생각은 너무 갔나 싶지만, 톰이 자신이 살아있으면 앨빈과 함께 한 기억을 소설로 쓰는 거에 죄책감과 열등감을 계속 느낄까봐 자신을 세상에서 소거시켜버리려고 한 거 아닐까 싶더라.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쭉 우울증이 깊었는데 아빠와 톰이 세상에 있으니 아버지를 지키고 톰이 빛나는 걸 보면서 그나마 우울한 세상을 버텨낸 건데 보잘 것 없는 자신에게 세상의 빛과 같았던 그의 클라렌스 천사 톰을 힘들게 하는 삶, 이제 아버지도 안 계시니 끝내버린 것 같은 가여운 사람이었다. 자신이 말하는 이야기 자체가 특별하다 생각하지는 않아서 자기가 한 별 의미없는 말들을 소설로 만들어내는 톰이 정말 특별하다고 믿는 시작인 나비였고, 끝까지 스스로를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라 우울한 삶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던 톰과의 관계가 점점 끊어지던 게 그 사람의 삶의 의지를 끊어버린 거라 꽃앨과의 이야기에서 톰은 완전히 가해자인데.. 그래서 참 슬픈 솜을 만나게 되었지만 오늘 본 필톰이 뒤늦었지만 책임이라는 걸 지게 되는 사람이라 앨빈의 남은 이야기와 기억들이 빛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꽃앨에 대해서는 길게길게 썼지만, 필톰에 대해서는 너무 짧을 것 같은데, 그게 뭐라고 해야하지.. 인상깊지 않아서라기보다는 깔끔해서 그렇다. 필톰은 앨빈을 정말정말 좋아해. 앨빈과 같은 감정의 종류는 아니지만 앨빈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고 말로는 또라이라고 하고 개성이 너무 과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다 뭐라고 해도 필톰의 눈에 앨빈은 특별한 사람이라 앨빈이 하는 얘기들 당장에는 그게 뭐야하고 웃어도 모두 머릿속에 간직하고 반짝이는 앨빈의 말들로 저장해뒀기에 소설을 쓰려고 하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인 앨빈과의 시간들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던 거였다. 난 어느 톰으로 봐도 자신이 겪은 것들을 글로 만들기 시작해 완성하는 존재를 작가라고 보기에 톰이 쓴 이야기들은 톰 꺼라고 생각하는데(톰과 앨빈의 것이기도 하지만) 필톰은 이야기의 소재가 계속 앨빈과의 추억에서만 나오니까 거기에 대한 열등감이 쌓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아예 겪지 않은 일과 삶으로 소설을 쓸 수는 없으니 애니와 약혼도 하고 앨빈과 분리된 삶을 키워가는데 그런 곳에서는 글이 안 나오는 거지. 멋진 것과 특별한 게 동일하지 않잖나. 그래서 다른 소재로 쓰려면 글이 안 써지니 슬럼프는 깊어져만 가고, 앨빈이 부탁한 앨빈 아버지의 송덕문은 앨빈을 배제할 수 없으니 더더욱 안 써졌고.. 자신의 그런 상태를 들키기에는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앨빈에게 결국 맘에도 없는 헛소리를 한 건데 그게 앨빈을 너무 아프게 한 거고, 이 과정까지 올 때 톰이 그럴 수도 있지 싶게 안 하고 사랑하지만 그 사람을 아프게 한 나쁜 놈으로 쭉 끌고와서 참 좋았다. 그리고 결국 그 뒤에 한 결정은 고마웠고.

This is it에서 꽃앨은 필톰에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순간과 진실에 너무 붙들리지 말고 모두 너의 것이니 이제 죄책감을 덜고 행복하라고, 너의 이야기를 이어가라고 했지만 필톰은 이제 앨빈과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걸로 억지로 배제하려했던 앨빈을 다시 세상에 남기는 길을 걷을 결심을 하며 세상의 중심을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놓을 수 있는 어른이 되더라. 

자신이 열등감과 부끄러움에 밀어놓고 외면했던 앨빈을, 그의 존재와 함께 한 추억과 그가 자신으로 인해 떠나버렸다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까지 모든 걸 더는 외면하지 않고 짊어지고 앨빈과 톰의 이야기를 지키고 세상에 남기는 걸로 혼자 남은 고통까지 오롯이 끌어안고 톰과 앨빈을 이어가는 결심을 했더라. 앨빈을 그렇게 사랑해서 앨빈말고 다른 세상을 만들려고 하기에는 그 이야기들은 특별하지 않아서 글로 쓰지도 못 하고 결국 슬럼프에 빠질 만큼 앨빈이 오히려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으면서 자신이 앨빈을 죽게 만들었으니 그런 앨빈을 세상에 다시 남기기 위해 그가 없는 '혼자'인 삶을 버티기로 결심했고, 앨빈의 송덕문으로 그 길의 첫 걸음을 걷는 걸로 책임이라는 걸 지는 톰이 내가 뭐라고 고마웠다.

톰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서 그저 웃어버리던 꽃앨이지만, 디즈니랜드에서 지켜볼 수 있다면, 톰이 시시때때로 아파하는 거에 슬플 지라도 앨빈은 톰의 그 평생을 기약하는 헌신에 기쁠 거 같아서 울컥했다. 톰의 실언이 앨빈을 죽게 했지만 그가 앨빈과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세상에 남겨서 앨빈을 빛내줄 거니까 앨빈의 삶이 보잘 것 없지 않게 이제 빛날 거니까.

극 내내 마주보고 있을 때, 이별을 앞두고 끌어안을 때 언제나 비슷한 높이로 보였던 앨빈과 톰의 포옹이 눈천사에서의 마지막 포옹 때는 필톰이 훌쩍 커져서 앨빈의 머리까지 감싸서 품에 안아주는 장면이 제일 인상깊었는데, 톰이 애써 머릿속과 가슴 속에서 밀어내던 앨빈을 온전히 꺼내어 뒤늦게라도 그 사람의 외로운 어깨와 등을 감싸주는 게 너무나 아름답고 슬퍼서 그랬다. 너무 늦게 그 아이의 고독을 알아차렸고, 더는 다시 오늘의 앨빈을 만날 수는 없어도.. 만났고 기억하고 간직한 앨빈의 순간 , 앨빈과의 순간을 하나하나 꺼내어 톰은 앨빈에게 쓰지 못 했던 답장처럼 그의 외로움을 달래줄 이야기로 계속 앨빈을 품어줄 결심을 보여주는 포옹 같았다. 필톰이 마지막의 마지막에야 어른이 된 어린애였다면, 꽃앨은 언제나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어린 척을 하던 어른이라 앨빈이 진짜 아이처럼 위로받고 톰이 어른이 되어 감싸주는 모습이 애틋했다.

그리고 공연을 너무 좋게 봐서 관대를 기다리는 동안 혹시 내가 느낀 거랑 다르면 어쩌지하고 불안했는데 관대에서 풀리는 답들이 느꼈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아서 다행이고 또 좋았다.

삼연 때 석필 때도 애교많은 동생인 것 같다 생각은 했다만 관대 회차인 줄도 모르고 보고왔다가 관대 중간에 강제로 객석에 끌려나온 석옵보는 요정 얼굴이랑 목소리에서 애교가 뚝뚝 떨어지더라ㅋㅋㅋ 애교많은 동생이더라 요정ㅋㅋㅋㅋ
꽃도 동료들한테 한 잔망하는 타입이고 석옵 엄청 좋아하는데 어제의 요정은 못 이겼다ㅋㅋㅋ
석옵 포토타임 전에 자기는 빠지고 싶었는데 두 동생이 엔딩 멘트하고도 부득불 양 쪽에서 팔 붙들고 못 나가게 잡아서 난감해하는 거 사랑받는 선배의 고난타임이라 웃겼고 난 그거까지 귀엽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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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까지 이제 끝ㅎㅎ 엑시트 영상 때 이석준 고영빈 류정한 / 늦었잖아 필톰이랑 꽃앨이 나눠들고 있어서 석고 지뢰다ㅠㅠ 했는데 관대 때 질문 타임 끝나고 객석에 있던 석옵 급 불려나와서 토크하고 포토타임까지 붙들려계시다 감ㅋㅋㅋ

자체 오디 불매 중이었는데 기왕 지킬 보느라 오디 불매 깰 거면 솜으로 깨고 싶어서 급 양도 잡아서 보게된 건데 잘한 것 같다. 솜은 그 자리에 있고 보는 나의 마음은 변했지만 언제 만나도 아름다운 공연이고 다시 만난 필톰도 새롭게 만난 꽃앨도 그리고 둘의 이야기도 너무 좋았으니까.

오랜만에 만나는 솜 따뜻한 이야기로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 그동안 보던 기억으로 인물 해석이 따뜻한 편인 꽃앨 보게 된 건데 작고 슬프고 그리고 아프고, 그럼에도 따뜻한 인물이라 정말 좋았다. 돈과 명예처럼 분연히 톰의 회상 속 앨빈일 때는 조금은 쎄하기도 하지만, this is it에서, 눈천사에서 그리고 곳곳의 순간들에서 세상의 빛과 같았던 그의 클라렌스 천사 톰을 위해 내려와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너무나 특별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말하는 이야기들의 특별함을 알아차리지 못 하고 스스로를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라 그들의 이야기로 세상에서 빛나는 톰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좋았는데, 바로 그 함께 한 이야기가 톰을 괴롭게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 날아가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톰은 열등감과 부끄러움에 밀어놓고 외면했던 앨빈을, 그의 존재와 함께 한 추억과 그가 자신으로 인해 떠나버렸다는 모든 걸 더는 외면하지 않고 짊어지고 앨빈과 톰의 이야기를 지키고 세상에 남기는 걸로 혼자 남은 고통까지 오롯이 끌어안고 톰과 앨빈을 이어가는 걸로 다가와서.. 그동안 보았던 솜 중에 가장 슬프게 느껴졌는데, 앨빈은 모든 이야기가 네 꺼라며 톰에게서 걷어가려한 아픔까지 모두 끌어안고 그들을 지키려는 톰의 결심이 그의 뒤늦은 결심이 앨빈을 지키는 순례자의 길의 시작처럼 다가와서 그 책임감이 고마웠다. 필톰이 마음 속에, 자신의 안에 언제나 앨빈을 담아두는 무게감이 깊어진 걸 보게된 게 행복했다. 필톰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서 그저 웃어버리던 꽃앨이지만 그 평생을 기약하는 헌신에 기쁠 거야.

마주보고 있을 때, 이별을 앞두고 끌어안을 때 언제나 비슷한 높이로 보였던 앨빈과 톰의 포옹이 마지막 포옹 때는 필톰이 훌쩍 커져서 앨빈을 품에 안아주어서, 톰이 애써 머릿속과 가슴 속에서 밀어내던 앨빈을 온전히 꺼내어 뒤늦게라도 그 사람의 외로운 어깨와 등을 감싸주는 게 아름다운데 슬퍼서 계속 맴돌고 있다. 너무 늦게 그 아이의 고독을 알아차렸고, 더는 다시 오늘의 앨빈을 만날 수는 없어도.. 만났고 기억하고 간직한 앨빈의 순간 , 앨빈과의 순간을 하나하나 꺼내어 톰은 앨빈에게 쓰지 못 했던 답장처럼 그의 외로움을 달래줄 이야기로 계속 앨빈을 품어줄 거야. 

필톰이 마지막의 마지막에야 어른이 된 어린애였다면, 꽃앨은 언제나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어린 척을 하던 어른이라 앨빈이 진짜 아이처럼 위로받고 톰이 어른이 되어 감싸주는 모습이 애틋했던 것 같다. 항상 앨빈에게 기댔으니까.. 이제 톰이 앨빈을 안아주고 나중에 서로 천사가 되어 만나길.

공연을 너무 좋게 봐서 관대를 기다리는 동안 혹시 내가 느낀 거랑 다르면 어쩌지하고 불안했는데 느꼈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아서 다행이고 다행이었다. 처음에 양도받을 때는 관대가 있는 줄도 모르고 양도받았던 건데 내가 만난 앨빈과 톰의 속마음을 직접 목소리로 전해들은 것 같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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