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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90109 뮤지컬 팬텀 밤공

by All's 2020. 6. 20.

 

캐스트 - 카이 임선혜 윤영석 정영주 백형훈 이상준 김주원 이현준 박준우

 

 

 

선크리가 궁금한데 투입 시기가 생각보다는 늦어서 초연 때 3~4번밖에 안 했지만 그래도 몇 번이라도 더 붙은 사람과 보는 게 좋지 않을까+카릭하고 자첫 때 싸웠는데 혹시 카리에르 캐슷도 관극에 영향이 있을까 보게 된 카선혜였다.

문정 음감이 원래 후다닥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영 평소보다 느리다 싶은 것과 대부분 배우들의 분위기, 비스트로 원래 악보가 아니라 본인 흥에 맞게 다르게 가는 거 등등의 느낌으로 공연 자체가 추가 투입된 선크리를 중심으로 맞춰서 흘러가려고 하는데 카릭은 크리스틴이 자기 인생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고 좀 도구적 존재로 대하는 걸로 시작해서 인생의 메인 인물이 카리에르였음을 찍고 가는 결말이라 크리스틴과 에릭은 따로 노는데 그게 의외로 나쁘지 않고 색다른 여운을 줘서 꽤 잘 보고 나왔다. 그렇다고 막 레전 엄청 좋아. 이런 건 아니고 연기도 캐릭터도 서로 마이웨이로 한 두 투톱이 낸 결과가 나쁘지 않고 선크리 좋았어서 극을 좀 새롭게 보는 거랑 새 사람 만난 기쁨에 좋았던 정도였다.

공연보고 실시간으로 메모할 때는 그 단어가 잘 생각이 안 나서 빙빙 돌려서 기록했는데 둘다 다른 종류로 오만했어서 비극을 맞이했고, 그런데 그 둘의 관계의 파국이 만든 비극이 최소한 에릭에게는 존재의 입증과 속죄의 기회를 만들어준 비극이라고는 볼 수 없는 엔딩이었어서 신선했다.

선크리가 초연 때 이기적이고 자기만 아는 디바과라고 해서 팬텀 크리스틴 랜선마미로서 혹여나 품지 못 할 또 하나의 내새끼가 생기는 걸까 걱정했는데 일단 내가 본 회차의 선크리는 너무 어리고 세상을 모르고 철이 좀 없어서 실수를 한 어린애로 느껴져서 밉지 않고 안쓰러웠고 대부분의 시간이 매우 귀여웠다ㅎㅎ 재연 삼크리 이후에 처음 만난 새 크리스틴인데 그 중에 제일 어려! 내 느낌에는 중딩 정도로 느껴지는데 중2의 반항미나 그런 건 없고 입시를 겪지 않는 중3이 가질 것 같은 생기와 발랄함이 탑재된 어림이라 정말 귀여웠다ㅠㅠㅠㅠ 그래서 크리스틴이 하는 실수들이 크리스틴 맘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저 뭣모르는 철부지가 에릭 인생 망치네 싶게 다가올 부분들이 좀 있기는 한데 난 크리맘이라 아니 애가 그럴 수도 있지 싶다가 그래도 마트럽에서 니가 에릭 구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은 너무 섣불렀다 니가 잘못 했어ㅠ 이 애기야하고 내적 갈등을 하게 해줬다ㅋㅋ 진짜 마트럽 보는 내내 내가 자첫으로 이걸 보고 있어도 아니야 지금 타이밍은 아니야. 니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의 흉함을 목격하고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안달복달했을 것 같다.

인물은 여튼 어리고 철없는 소녀인데 그 소녀가 진짜 특별한 음악이라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인 걸 노래와 애티튜드로 확고하게 보여주는 부분이 좋았다. 평소에는 철부지 소녀인데 노래할 때는 진짜 음악에 확 빠져버리고, 파리의 멜로디 때 노래 못 하는 척 되게 열심히 하는데도 목소리 간드러짐이 남다르던 게 홈이랑 유아뮤직 비스트로까지 점점 개화할 때 어마어마하더라. 비스트로 원래 악보대로 안 가는 거는 솔직히 개취에 맞지는 않는데 노래 실력과 내가 주인공 아니고 다른 역이 가능하겠어?싶은 에티튜드 너무 크리스틴 오페라 스타로 빛나야하는 영혼인 거 보여줘서 귀도 즐겁고 그 순간의 무드도 매우 좋았다ㅋㅋㅋ 분장실에서 크게 긴장한 건 아니라 약간만 마음의 위안을 받으려고 허브티 한 입만 마시고 돌려주려는 거, 요정의 여왕에서 목 안 나올 때 다시 부르기 전 아주 당황하지는 않고 다시 시도하기, 그 뒤 다시 에릭과 분장실 올라가서 제가 다 망쳤다고만 하고 실망시켜드린 거라는 식의 에릭을 의식하고 하는 말이 아닌 '나의 공연'에 집중해서 나오는 것 같은 전반적인 태도가 본투비 프리마돈나고 좀 자기 위주의 디바 느낌 크리스틴 나도 궁금한데 어린 애기네ㅠ 귀엽지만 아쉽다 싶던 걸 음악과 관련해서는 뿜어내줘서 드디어 디바 크리도 보는 구나 뿌듯했다ㅋㅋㅋ

사춘기 청소년 수준의 좁고 자기중심적인 세계 속의 인물이라 순크리 졔크리에 비해서 내새끼가 나중에 후회했잖아요. 애가 그리고 원래도 굳게 결심한 건데 너무 놀랐을 뿐이라고요!!라고 쉴드를 칠 수 없다는 게 크리스틴 욕 먹으면 무조건 성부터 나는 극성맘 입장에서 쉴드가 어려우니 슬프긴 한데, 또 이렇게 오만한 판단으로 비극을 초래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극에 있는 게 나쁜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캐릭터 굳이 더 성숙해질 이유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좀.. 뭐라고 해야하지? 에릭이 죽은 게 슬프고, 자신이 그때 잘못했다는 걸 알아도 오페라 디바로서 화려한 삶을 뒤에 살아가는 걸 거리끼지 않을 크리스틴이 한 명쯤은 있어도 되지 않나 싶기도 했고. 카이는 성악 전공자이고 노래 잘하지만.. 아무래도 음악의 그릇이 크리스틴이 훨씬 더 큰데 거기에 대고 카릭이 여전히 호랑이 선생님이라 레슨씬에서 애 혼내는 거 보고 있으면 아니 저건 가스라이팅으로 기죽여서 가르치는 스타일의 예체능계의 빻은 유습...따위의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라 그래서 에릭의 죽음이 슬프고 예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해도 어린 시절 아픈 추억 쯤으로 털고 일어나서 가뿐하게 자기 삶 꾸려서 뒤에서 남들이 좀 수근거려도 행복할 것 같은 선크리의 해맑음이 의외로 좀 좋게 다가왔다. 내가 클알못이라 성악가 기준으로 얼마나 잘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실물로 들어본 사람 중에 진짜 가장 화려하게 멋진 노래라 뿅가는 기분이 들었고, 이런 노래 가진 나의 크리스틴이 도도하게 뽐내며 사는 게 더 좋아. 뭐 그런 생각까지 갔다ㅋㅋㅋ

여튼 선크리 생각보다 너무 귀엽고 노래도 연기도 좋았고 캐릭터도 맘에 들었다. 몸동작이 아주 가뿐한 타입은 아닌데 발 들고 종종종 다니는 거나 몸 아이처럼 꼬는 거 등등으로 몸연기까지 어려서 기대보다 훨씬 연기도 좋게 다가왔고 노래 격차가 너무 크면 현타 올까봐 정성화는 말고 지금 에릭 중에는 깨릭이랑 한 번 더 보고 싶을 만큼 좋았다ㅋㅋㅋㅋ 재연 때도 했다면 그때 은릭이랑 너무 좋았을 것 같아서 상플도 뭉게뭉게 솟음.

너무 선혜씨 얘기만 썼네.. 그래도 극 서사 메인 주인공이고 이야기 중심을 끌고간 게 에릭이니 에릭 이야기를 쓰겠다아.

카릭은 12월에 봤을 때가 프랑켄 지방공하는 중이라 넘버 내에서 초재연 가사 섞이고 가면 안 써지고 난리난리 났던 날이라 그때 인상이 아주 나빴는데 이제 팬텀에만 집중 중이고 공연 중반 이후라 그런 지 그때보다 대사도 연기도 캐릭터도 확실해지져서 그림이 명확해져서 그때보다 좋았다. 그래서 이제 너 카릭 좋아?하고 물어보면 내 취향은 아닌데 좋아하는 사람들 이해는 간다 그거라는  게 함정이지만ㅋㅋ 12월에 봤을 때는 젊고 화가 많고 성질이 좀 있고 카리에르한테 애증이 많네 정도였는데 좀 집중해서 다시 보니까 애초에 크리스틴보다 카리에르가 그의 삶과 이야기의 중심었더라. 에릭 딱히 안 좋아하는 선크리로 보니까 그게 명확하게 느껴져. 

자신을 아들이라 인정하지 않고 지하 무덤에 가둬놓고 키우는 카리에르에 대한 애증과 그걸 무시하고 혼자 세상에 나가서 살기에는 바다괴물같이 추한 자신의 얼굴에 대한 열등감이 섞여서 울분을 품고 살았는데 정체를 안 들키려다가 살인을 하게 되어서 돌겠는 마당에 이제 진짜 카리에르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릴 상황이 오니까 미쳐가기 직전에 레슨을 받을 처지는 아닐 것 같은데 누구보다 빛나는 보석이 될 크리스틴을 만나서 진흙 속에 묻힌 그녀를 세상에 빛내는 걸로 지하 무덤에 갇힌 자신이 대신 빛나는 것처럼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한 걸 사랑을 안 해봐서 이런 감정도 사랑이겠거니 좀 착각을 하면서 크리스틴을 키워냈던 거더라. 진짜 사랑이 아니었지만 크리스틴이 배신을 당하고 무대에서 절망하니 마치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게 느끼고 신이 그녀를 내게 주신 건가 데려오기는 했고 그녀를 위해라는 핑계로 자신이 애증때문에 카리에르에게 하지 못한 복수를 카를롯타에게 대신 투사해서 했고. 크리스틴을 자신의 대체물로 대하는 부분이 여러 곳에서 느껴져서 자기애와 에로스적 사랑을 구분하지 못 하는 게 신기했다. 칼롯에게 복수하고 와서 침대에 누워있는 크리스틴 머리에 조심스럽지만 손을 대놓고는 차마 기대도 안 했는데 얼굴을 볼 수 있다는 크리스틴의 철없는 선의에 기대어서 처음으로 크리스틴이라는 사람 자체에게 감정이 일어서 곁에 다가온 그녀의 머리에 손도 못 올리고 갈등하다가 기대를 하고 얼굴을 보여줬는데 그녀가 도망치자 절망하고 분노하고 저주가 더 지배적으로 나오는 비극맆은 솔직히 좀 무서웠다. 그 순간 노래 가사는 크리스틴과 벨라도바를 겹쳐보고 상처받은 에릭을 그리지만 카리에르에게 당한 평생의 기만과 울분을 크리스틴에게 투사하는 걸로 느껴지더라.
그래서 분노에 휩싸여 올라갔다가 총에 맞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계속 속을 떠봐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카리에르에게 실망하고 포기하려는데 카리에르가 내가 니 애비다 해주고, 소중한 존재였다고 해주니까 그걸로 삶의 비극이 끝났고 한이 풀리는 노선이라 아니 이런 식으로 크리스틴 배제해도 되는 건가 로맨스 성애자는 잠시 빡치기도 했는데 다 끝나고 나니 이름이 팬텀인 극이고 내가 그동안 윤카리 말고는 못 느꼈어도 눈물샘 자극 감동 포인트 부자 관계인 극에서 호부 허락 받고 기뻐하는 이런 줄거리로 못 갈 게 없겠구나 아 새롭네.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게 됨.

여튼 12월에 본 것보다  사람이 더 젊고, 젊은 만큼 갈무리를 못 해서 튀어나오는 울분이 많은데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카리에르밖에 없어서 감정 조절이나 대화의 텐션 조절을 제대로 못 하는 것처럼 연기를 하는데 의사 소통을 하는 사회적 스킬이 없는 그 표현들이 한정된 사람과만 의사소통하는 사람들 특유의 어색함 그 자체라 그게 연기 디테일로는 좋았다. 제스처나 목소리 등등이 남들 눈을 의식해서 적당히 누르는 걸 안 해봐서 조절이 안 되어서 다 크게크게 나가는 건데 (나는 여전히 내새끼한테 호통치는 게 싫지만) 사람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 해서 같은 혼을 내도 덜 해야 할 걸 못 해서 크리스틴한테 레슨씬에서 무섭게 하는 것도 납득이 가더라.

에릭한테 진정한 사랑을 품기에는 자기중심적이고 어린 크리스틴과 그녀의 삶을 통해 세상을 대신 꿈꿔보던 에릭의 관계는 사랑이나 유대보다는 잘못된 기대와 착각이 만들어낸 오해가 쌓아놓은 모래성이었고 그 모래성이 서로의 오만한 착각과 선택으로 무너진 뒤에 오히려 에릭은 아버지에게 아들로 인정받고, 지하 무덤이 아닌 지상 위 오페라 하우스에서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랐던 존재의 음악을 들으며 마무리한 삶, 이미 사람 죽인 범죄자로 행복하고 안온하게 살 수 없어야 한다는 젊에서 그에게 가장 행복하고 환상적인 결말로 끝이 가는데 파국이 만들어낸 해피엔딩 어이없는 조합인데 볼 만 했다. 

게다가 자신을 위해 죠셉 부케를 죽였고, 크리스틴을 위해 카를로타를 죽였던 에릭의 손이 크리스틴의 '그의 손을 잡아주세요.'라는 부탁을 통해 샹동의 손을 잡아 다리 위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그가 묻혔던 피의 일부가 씻겼고, 그럼에도 완전히 지워지지 못 할 피의 무게는 에릭이 카리에르의 손에 죽는 걸로 카리에르가 자신의 아이를 제 손으로 죽이는 살인자가 되면서 카리에르에게 넘어가더라. 형훈상동이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 바닥에 누운 에릭을 등진 채 그가 잡아서 당겨올린 오른손을 바라보는 것이 더더욱 그 감상에 힘을 실어줬어서 볼 만한 엔딩을 만들어준 거에 샹동과 카리에르 배우들의 힘도 컸다.

재연 자첫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카리에르 극혐분자면서 윤카리한테는 후한 이유는 윤카리가 자기가 죄를 짓고 있다는 걸 계속 내내 느끼고 있고 거기에 대한 죄책감을 내보여서인데 카리에르에게 절절하게 매달리는 카릭이 윤카리를 만나니 카릭 서사가 확 살았다. 나에게 윤카리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바라기에 자신과 에릭만 힘들게 에릭을 숨겨놓고 그 아이를 기만하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걸 최선이 아니라 차악이라고 생각하고 늘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인데, 한순간 행복에 취하기 위해 벨라도바를 기만해서 모든 불행을 자초한 인간이기에 희정카리나 철호카리처럼 일정 부분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는 게 더 맞는 방향의 해석일 수도 있는데 윤카리 내가 그때 벨라도바에게 한 짓과 지금 에릭에게 하는 짓, 그리고 원래 가정을 속인 것 등등을 모두 다 내가 진 죄이고 이건 씻을 수 없는 거야라고 품고 사는 게 보는 내 마음이 훨씬 편하다. 내내 후회하고 아파하는 걸 사람 좋은 웃음 뒤로 감춰둔 듯한 윤카리의 따스한 웃음 속 우울함이 아 쟤도 괴로워하는 구나로 다가와서 내가 카리에르에게 쏟을 혐오를 인물 자체가 덜어가서 카리에르 극혐하느라 극에 집중 못 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데다가 살인죄를 짓는 걸로 평생 외면한 아들을 구해낸다는 게 주는 역설이 범죄를 저지르면서 죄를 씻는 거고 그럼에도 자신의 인생의 비겁함이 드디어 심판받을 물 위의 죄를 짓게 되는 순간이라는 게 극이 의도도 안 했을 여운을 주니 좋아할 수밖에 없다ㅠㅠ

형훈샹동은 극 초반에 봤을 때 파리의 멜로디와 비스트로 씬 초반처럼 느끼한 척하고 능글맞게 굴어야 하는 부분 등이 별로였는데 한달 사이에 그런 부분들이 눈에 띄게 유려해져서 깜짝 놀랐다ㅋㅋㅋ 그냥 서투르지만 귀여운 젊은이 정도로 갈 거라 생각했는데 능글은 아니지만 가벼운 바람둥이를 해내다니 기특하다 기특해ㅠㅠ 그리고 이 샹동가의 귀여운 바람둥이 막내아드님이 너무 아이 같아서 로망은 있지만 사랑을 모르는 크리스틴을 상대로 훅 나가지 않고 천천히 마음을 키워가는 경험을 하면서 진지한 사랑을 하는 법을 알아가는 것과 자신을 죽이려다가 구해주는 에릭의 행동을 통해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게 굴러가는 게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어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주어진 캐릭터 내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해내고 있어서 참 기특했다. 그리고 이 날 공연이 끝이 나쁘지는 않았어도 카릭하고 선크리가 잡은 노선들이 각자 마이웨이고 카릭이 대사를 많이 바꿔치는 편이라 오히려 선크리보다도 좀 극에서 뜬다 싶을 때도 있어서 좀 슝슝 시간이 잘 간다 싶게 유려하게 흘러가지는 않았는데 백형훈은 백퍼센트 선크리한테 맞추려고 해서 좋았다. 크리스틴은 에릭이든 샹동이든 둘다한테 사랑을 느낀 거라기에는 아직 어려도 그 애를 바라보는 사람 중에 하나는 오롯이 그애를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카릭 서사와 겉도는 선크리의 이야기가 비스트로와 크리스틴에서 착 붙어서 간 게 아주 매우 좋은 영향을 줬다.

다른 사람들은 늘 하던 대로 잘하는 와중에 정칼롯 목 상태 돌아오셔서 기뻤고ㅠㅠ 정칼롯과 상준 숄레가 극의 유머를 꼼꼼히 살려주며 조금 느리게 흐르던 극의 리듬을 조절해준 거 참 좋았다.

이 날의 벨라도바와 젊카리는 처음 봤을 때도 좋았고 늘 계속 좋은데 배우들 캐릭터끼리의 케미를 생각하면 선크리랑은 주원벨라보다는 혜민벨라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은 좀 들더라. 초연에 볼 걸 그랬다ㅠ 근데 커튼콜 때 주원벨라 머리를 못 묶으신 건가 긴 머리 상태로 커튼콜 퍼포먼스하셨는데ㅋㅋㅋ 현준카리랑 둘이 흩날리는 머리를 어찌저찌 해가며 리프팅 하시는 거 두분은 힘드셨겠지만 보는 나는 소소하고 귀여운 에피소드 기억에 둘 거 생겨서 재밌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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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단상

선크리 디바의 영혼을 타고 났는데 되게 어리고 순진해서 그 갭이 재밌다ㅎㅎ 노래에 몰입할 때는 세상에 노래와 나밖에 없는데 다른 때에는 그냥 꿈이 많고 세상을 잘 모르는 어린 소녀야ㅎㅎ 그동안 본 크리스틴 중에 제일 어린 것 같아ㅋㅋ 노래 직접 들으니 디즈니 공주님같아서 더 동화적이다ㅎㅎ

근데 오늘 문정음감님인데 12월에 봤을 때보다 좀 음악이며 극 템포가 묘하게 느린 느낌인데 음감 차이려나? 마지막 관극 때는 부음감님이었기는 한데.. 푸가 가사 그동안 들은 중에 제일 잘 들림ㅋㅋㅋ

카릭은 12월에 뵈었을 때보다 대사도 연기도 캐릭터도 확실해지져서 그림이 명확해져서 그때보다 좋다. 그때보다 캐릭터 자체가 좀 더 젊어진 것 같기도 하고, 울분이 많고 그걸 누르고 싶은데 어떤 감정이든 억누르는 사회적 스킬이 조금 없는? 한정된 사람과만 의사소통하는 사람들 특유의 어색함이 인상적이네. 켱상동은 그 사이에 백작님댁 귀여운 막내 상속자가 되셨고ㅋㅋㅋㅋㅋ 아 귀여워ㅎㅎ 샹동 백작가의 크고 귀여운 아들이야ㅋㅋㅋ 연기 디테일 좋아진 방향이 바람둥이 느낌이 나는 방향이라 의외롭고 신기하고, 2막에서 순정남될 거 기대되네ㅎㅎ

선크리... 우리애가 너무 어리고 뭘 몰라서.. 누군가의 삶을 평생 옭아매는 추함의 무게를 몰라서 그런 거였다ㅠㅠ 아이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겪고, 고통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더 있었다면 안 그랬거나 더 조심스러웠을텐데ㅠ 자신이 하는 행동의 무게감을 몰라 섣불리 에릭의 얼굴을 볼 맘을 먹게 된 무르익지 않은 선의가 안쓰러웠다. 그래도 그녀의 선택으로 인해 죽음을 목전에 둔 에릭을 카리에르가 인정한 것으로 에릭이 평생을 소망하던 존재의 인정을 얻고 떠나게 된 게 비극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오늘 팬텀의 여운이 평소랑은 꽤 다르다. 나에게 언제나 이 극의 중심은 크리스틴과 에릭의 관계였는데 너무 어리고 경험이 적어서 사랑마저 잘 몰라서 선의와 사랑을 구분하지 못 한 선크리와 크리스틴을 통해 대신 세상의 빛을 바라보려한 거라 사랑보다 그녀의 삶을 통해 세상을 대신 꿈꿔보던 카릭의 관계는 사랑이나 유대보다는 잘못된 기대와 착각이 만들어낸 오해가 쌓아놓은 모래성이었다. 크리스틴의 경우에는 사랑, 에릭의 경우에는 대리만족이었던 것 같다. 선한 마음으로 사랑으로 누군가를 감싸려는 결심만으로 세상을 잘 풀릴 거라는 단순함과 크리스틴을 세상에서 빛나게 하는 것으로 어두운 지하감옥에 처박힌 자신을 대신 세울 수 있고, 태어날 때부터 아비에게 부정당하고 평생을 기만당한 인생은 그를 아껴준 어머니와 닮은 이와의 시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착각. 둘다 오만하다고도 할 수 있던 잘못된 판단과 선택이었지만, 그로 인해 허울 위에 세워진 관계가 무너진 뒤 에릭은 아버지에게 드디어 존재를 인정받았고, 크리스틴은 섣부른 동정심과 가벼운 결정으로는 누군가를 구해낼 수 없다는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기에 마냥 불행한 결말로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나 에릭에게는 답답한 지하감옥 속 세상을 견디지 못 해서 언젠가 도망쳤을 크리스틴없이 혼자 지하감옥에서 밝은 지상 위에서는 이름 한 번 불리지 못 하고 진짜 유령이 되어버릴 결말보다 자신을 세상에 나오게 한 파국의 씨앗을 뿌린 이의 손으로 세상에서 거둬지고, 스스로를 대신해 빛나기를 바랐던 목소리 안에서 빛보다 아름다운 음악에 감싸여 죽음을 맞았으니 그가 바라던 환상적인 엔딩이었던 것 같다.

원체 팬텀은 크리스틴 맘으로 점지된 삶이라.... 일단 결말 기준으로는 어리고 뭘 몰라서 파국을 일으킨 선택을 했고 자기 손에서 시작된 죽음을 지켜보고 안고 가야할 크리스틴이 너무 안쓰럽기는 한데, 어리고 뭘 모르기 때문에 난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아이의 경솔함이 용납되기에는 목숨의 무게라는 게 참... 가벼운 게 아니라 씁쓸하다. 팬텀에서 에릭의 엔딩을 생각하다보면 참으로 그 쓸쓸한 존재가 안쓰럽다가도 그 이가 극 시작부터 묻히고 시작하는 누군가의 피가 떠오르게 만드는 이유가 목숨의 무게이니 아무리 크리스틴 맘이라도 그걸 무시할 수 없게 하는 여운이었네. 

그래도 오늘은 크리스틴을 위해 카를로타를 죽였던 에릭의 손이 크리스틴의 '그의 손을 잡아주세요.'라는 부탁을 통해 샹동의 손을 잡아 다리 위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그가 묻혔던 피가 씻겨나가는 환상을 본 듯도 했다. 그럼에도 용서받지 못 했을 심판은 자신의 아이를 제 손으로 죽인 카리에르에게 넘어갔네. 켱상동이 바닥에 누운 에릭을 등진 채 그가 잡아서 당겨올린 오른손을 바라보던 것이 그런 속죄의 과정에 깊이를 더해줘서 카선혜 관극 윤카리와 켱상동 조합인 오늘 캐스팅으로 보길 잘했다 싶었다.

얘기가 약간 샜는데 그동안 팬텀에서 크리스틴과 에릭의 관계는 감정의 종류나 타이밍의 엇갈림으로 아픈 끝을 맞이했다고 생각해왔는데 선크리와 카릭의 이야기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순진하고 오만해서 자신을 잘 몰랐기에 무너진 둘의 관계로 결국 진실을 목도하게 되는 결말을 맞아 흥미로웠다.

그들로 인해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온힘을 다해 에릭 하나만 아프게 하던 윤카리가 자신의 부정함이 만들어낸 존재를 인정하고 살인자가 되는 것으로 그 존재를 진정 책임지고,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여자를 대하고 세상이 쉬웠던 켱상동이 누군가를 조심스럽게 사랑하는 법과 생사의 갈림길에서 자신을 향해 뻗어진 유령으로 불리던 존재가 대신 건넨 생의 무게를 알게 하는 변화를 이끌어냈기에 에릭과 크리스틴 두 사람의 만남과 그들의 행동이 아무 의미없지는 않았다는 게 그래도 다행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배우들 이야기 얘기만 계속 쭉쭉한 건 다른 게 딱히 아쉬울 것 없이 만족스러워서지만 좋은 건 좋다고 짚고 가야지. 이번 팬텀 캐스팅 안 봐서 모르는 유진크리 빼면 조연까지 개인적으로 구멍 없는데 그 중에서도 선호하는 윤카리와 켱상동에 컨디션 완전 회복한 정칼롯으로 보니 넘 좋았다ㅎㅎ 오늘 문정음감 지휘 좀 유려한 대신에 속도감이 약간 아쉬웠는데 정칼롯하고 상준숄레가 콕콕 센스있게 박아주는 유머 흐름이며 연기합이 극을 루즈하지 않게 적절히 텐션을 조절해주셔서 정말 좋았다ㅎㅎ

선크리... 목소리 너무 예쁘고..... 심지어 파리의 멜로디 때 노래 좀 못 하는 척도 너무 잘하심ㅋㅋㅋ 발랄한 소녀같은 몸짓도 기대 이상이었고, 파리의 멜로디에서 파리 한 마디 못 하시고, 홈에서 카트 돌리다가 숄 떨어지고 자잘하게 당황스러울 부분 유연하게 넘어가신 것도 좋았네ㅎㅎ

카릭은 1막 끝나고도 썼지만 이제 로딩 완전히 끝나셔서 인물도 노래도 연기도 안정감이 생기셨고, 감정이나 이야기의 중심이 카리에르에게서 비롯해서 끝나는 노선도 흥미로웠다. 선크리 투입 시기가 생각보다 늦어서 초연 때 조금이지만 같이한 카릭이 조금이라도 잘 맞겠지하고 잡은 조합이었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그래서 새로웠고 만족스러웠다. 카선혜 목소리 합도 좋았다ㅎㅎ

카릭 자첫 때는 넘버 가사도 섞어부르시고 아무래도 프랑켄 지방공 강행 중이셔서 좀 캐릭터 덜 익게 느껴지는 거에 크리스틴한테 벽치는 방식이 교류가 없는 느낌이라 여러모로 크게크게 싸웠었는데 오늘은 로딩 완료에 이 에릭의 서사에서 감정의 중심은 카리에르와의 관계구나 이해가 되니 좋았다. 좀 에릭 세명 다 빨리 보고 싶어서 무리해서 봤었는데 좀 뒤에 자첫했으면 좋았겠다 너무 빨리 뭘하려고 욕심 부렸구나 싶어졌다. 궁금하고 급해도 무리하지 말자 이제. 그리고 카릭 자체도 조금은 크리스틴한테 조심하고 부분이 생기기도 했고! 마트럽에서 크리스틴에게 정말 기대를 하게 되니 피크닉 전에 머리에 손 닿았던 사람이 차마 손을 못 대던. 마음을 진심으로 주려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손 닿는 게 가능했다가 아니게 된 대조 좋았다.

이미 잡은 표가 그렇긴 하지만.. 송권샹동이 별로인 것도 아니지만 팬텀 더 보게 된다면 윤카리-켱상동은 계속 고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선크리 화려하고 반짝반짝하는 별같은 목소리라 역시 화사한 깨릭하고도 맞춰보고 싶은데 거기에 보들보들한 켱선혜 크리스틴 장면 들어가면 맘이 따수울 듯

철호카리에르는 솔직히 잘하시는데.... 내가 카리에르 극혐하는 모먼트인 비겁함을 공기처럼 두른 부분을 너무 잘 살리셔서 파밍아웃씬만이 아니라 여러 장면에서 욱해서 열받는 걸 삭히기가 너무 힘이... 들어서... 집중력이 떨어지기에... 노선이 너무..너무... 힘들어ㅠㅠ 자기 캐릭 잡아온 대로 잘해서 힘들다니 참 내가 생각해도 어쩌라고 싶네ㅋㅋㅋㅋㅋㅋ

잠은 안 오고 딴 생각은 나니까 주절주절... 선크리 재연 은릭이랑도 잘 어울리실 것 같아. 목소리도 소리인데 노선이 매우ㅇㅇ 은릭 자기 본위로 서사가 완전히 마무리된 에릭이었는데 어리고 순진하고 정말 아무 것도 몰라서 에릭과 엇갈렸던 선크리가 자기 세계가 완성되어 있는 은릭과 만나면 성숙함과 어리숙함으로 인물은 대조되고 목소리는 예쁘게 별빛이 내렸을 듯. 쿄릭이나 동릭하고는 어땠을 지 오히려 상플이 잘 안 되네. 감정의 색이나 온도는 다르지만 감정적으로 크리에게 기대는 구석이 있던 에릭들이었어서 아가씨도 아니고 아이같은 선크리에게 기대는 거 상상이 잘 안 감ㅎㅎ

정성화 에릭을 한 번쯤 더 보고 싶기도 한데... 소셜 뜨면 졔크리랑 질러볼까.... 자첫 때 오 듬직하고 우울한 게 사람이 무서운데?했었는데 정중하고 젠틀하게 벽치던 게 자꾸 떠오름. 당시에는 상처도 성숙하게 눌러놨네 싶었는데 생각할수록 속은 여리지 않았나 싶다. 마트럽이 참 슬펐어. 홈 시작 전에 장 클로드랑 크리스틴 대화씬의 무드를 좋아해서 에릭과 만나지 않았다면 크리스틴과 장이 맺어지지 않았을까. 그때 당신 샹들리에 보면서 웃던 거, 의상팀에서 일하게 된 것 만으로도 기쁘다고 하던 거 너무 인상 깊었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다정한 가정을 이루지 않았을까 등의 상상을 하는데 오늘 만난 선크리는 그렇게 이어졌다면 언젠가는 내면의 디바를 꺼낼 수밖에 없어서 둘이 헤어지게 되었을 거라는 뻘 상상까지 갔다ㅋㅋㅋ 선크리 노래할 때는 세상의 중심이 나이고 노래할 때 진짜 주변 공기가 바뀌는 사람이라 소박하고 안온한 일상이 감당할 수 있는 영혼이 아니랄까. 오페라하우스 온 곳을 누비며 무대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일은 근사하지만 무대 뒤의 사람으로 계속 살았다면 선크리의 노래하는 영혼은 계속 부풀러올라서 터지고 말았을 거야. 레슨신 대사도 '극장에서는 더이상 오디션을 열지 않아요.'가 아니라 '오디션을 열지 않는데요.'였는데 시무룩한 표정이나 말투는 아니었는데 오디션을 볼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연다면 반드시 한다는 의지가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세상 물정을 몰라서 듣는 이야기 그대로 모든 걸 희망차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좋게좋게 해석하는데 일견 철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거 필요없이 음악이 자기 안에 꽉 차서 다른 삶을 그다지 꿈꾸지 않아서 그런달까. 본인의 특별한 목소리를 잘 알고 있고 소중한 보물을 펼쳐보일 꿈을 씩씩하게 펼쳐나가는 모습 귀여웠어.

재연 자첫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카리에르 극혐분자면서 윤카리한테는 후한 이유는 윤카리가 자기가 죄를 짓고 있다는 걸 계속 내내 느끼고 있고 거기에 대한 죄책감을 내보여서인 것 같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바라기에 자신과 에릭만 힘들게 에릭을 숨겨놓고 그 아이를 기만하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걸 최선이 아니라 차악이라고 생각하고 늘 괴로워하고 있는 듯한 영혼이라고 해야 하나. 한순간 행복에 취하기 위해 벨라도바를 기만해서 모든 불행을 자초한 인간이기에 희정카리나 철호카리처럼 일정 부분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는 걸 보여줘서 극혐을 더 이끌어내는 게 카리에르라는 캐릭터를 동정할 여지를 줄여주는 거긴 할텐데.... 계속 쓰고 또 쓰고 있지만 이미 너무 싫어하는 행동 종합 선물 세트인 인물이라 자기 죄를 합리화하는 것까지 가면 보는 내가 극혐에 기운쓰느라 극에 몰입할 여력이😂 사는 내내 후회하고 아파하는 걸 사람좋은 웃음 뒤로 감춰둔 듯한 윤카리의 따스한 웃음 속 우울함이 아 쟤도 괴로워하는 구나로 다가와서 내가 카리에르에게 쏟을 혐오를 인물 자체가 덜어간 부분이 윤카리 자첫 때부터 확 끌렸던 이유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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