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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70103 뮤지컬 팬텀

by All's 2017. 1. 4.


캐스트 - 전동석 이지혜 이희정 신영숙 손준호 이상준 황혜민 엄재용 박준우
공연장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이 날은 지혜크리 위주로 봤어서, 감상은 거의 이지혜 크리스틴 위주이며, 거기에 동지혜 얘기+ 어제 공연 전반 얘기 섞어서 작성했습니다.>

팬텀 이번 캐슷이 너무 취향 저격인지라 S석 쿠폰을 핑계로 1일 낮공 보고 3일도 본 건데 하루 쉬고 왔다고 신정 날 좀 컨디션이 안 좋고 매끄럽지 못 한 구석도 보였던 대부분의 배우들이며 스태프들이 기합이 다시 들어간 느낌이었고, 특히 동배우는 하루 만에 목 상태도 좋아지고, 인물도 더 깔끔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날 관극을 지혜크리 파리의 멜로디ㅇㅅㅇ)99 지혜크리 Home>_<)999 동지혜 레슨씬*' '*) 거의 이 기대로 보러 간 거라 파리의 멜로디 시작하면서 정초부터 컨디션 매우 좋은 지혜크리가 빵긋거리며 전보다 덜 서툰 느낌으로 노래 부르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이미 광대가 탈출하려는 걸 막는 게 너무 힘들었다ㅠㅠ

거의 한 달 만에 만나는 지혜크리는 디테일도 늘었고 노래도 더 익었어서 1막 때도 '좋다. 너무 좋다. 뮤지컬 팬텀이 아니라 뮤지컬 크리스틴이라서 크리스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하며 속으로 좋아서 야광봉을 흔들며 개인적으로 1막보다는 지루하게 다가오는 2막 시작 전에 1막의 기쁨으로 2막 버틸 수 있겠구나 했는데 2막도 예상 외로 너무 좋았고 팬텀 엔딩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 그전까지는 크리스틴과 에릭에게는 아쉬움 없다해도 카리에르와 에릭이 '넌 내 아들'을 부르면서 서로 애틋한 척 하는 거 보고 있는 거에 심적인 데미지가 너무 커서 '비극 리프라이즈'까지의 즐거움으로 간신히 버텼다가 엔딩 쯤에 숨통이 트이는 패턴이었는데 어제는 앞 뒤가 너무 좋고, '넌 내 아들'이 상대적으로 건조해서 관객으로서의 내 감정이 덜 끊기고 쭉 이어져서 이 단어 간만에 쓰자니 괜히 쑥스럽지만 개인적인 레전드 맞이했다ㅎㅎ

지혜크리는 원래 가지고 있던 인물이 섬세해져서 전달력이 더 좋아졌고, 동릭은 표현이 덜 와닿던 게 매끄러워졌는데 그게 굉장히 잘 어우러졌다. 졔크리는 자신의 사랑과 사랑의 힘을 믿지만 아직 어리고, 동릭은 간절히 구원을 꿈꾸지만 구원을 진심으로 믿지 못 하는데, 그런 와중에 '내 사랑'에서 동릭은 자신이 도망치려함에도 자신을 계속 붙들어주는 크리스틴에게 처음으로 희망을 봤고 그녀가 정말 간절해졌기에 엔딩이 탄탄해졌다. 비극맆에서 그녀에게 저주와 사랑을 같이 토로하는 것과 카리에르와 에릭을 발견하고 너무나 기뻐하던 졔크리와 자신에게 그녀가 오는 것 막으려드는 샹동에게 그녀는 내거야라고 소리치는 것 등이 아주 매끄럽게 해석되어서 정말 좋았다.

위의 결과를 이루어낸 건 동릭도 잘했지만 진짜 어제는 크리스틴이 잘해서가 매우 컸다고 보고 그런 의미로 지혜크리(/8ㅁ8)/

난 진짜 지혜배우의 크리스틴이 너무 좋다. 배우 개인의 소소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예쁜 웃음소리로 마 뜨는 구간 정리하는 것까지 찰떡같다.

오늘 '내 사랑' 내 안의 레전드지만 졔크리가 부르는 넘버 중에 원래 제일 좋아하는 건 홈인데, 남들은 졔크리 넘버 중에 보통 그 곡이 제일 아쉽다는데 난 졔크리의 홈이 너무나 좋다. 넘버 전 씬 부터 넘버 부르는 동안의 그 모든 게 다 좋음.

카리에르는 해고되었고, 새 극장 감독과 그의 부인은 자신을 마뜩지 않아 하는 것 같은 상황에서 오페라 하우스에 있지 못 하게 될까봐 안절부절못하다가 카를롯타가 의상 담당을 하라 하면 웃음이 온 얼굴에 부서지듯이 피어나서 행복해하는데, 진짜 너무 사랑스럽고, 그 순진한 기쁨이 너무 예뻐서 울컥하면서 그녀에게 확 빠저들게 된다. 카를롯타가 자신에게 의상을 품에 투척해서 받아드는 순간부터 옷 정리하는 내내 꿈에 그리던 오페라가 있는 세상의 의상을 보고 만지는 것으로도 감동받으며 행복함에 노래 부르는데, 상황을 조금 멀리 떨어져서 생각하면 열정페이로 업계에서 착취당하는 게 맞을텐데, 본인이 꿈 속 세상에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순수하게 기뻐하니까 그 순진한 기쁨이 너무 예뻐서 목이 막 메인다.

그리고 노래가 서툴다가 느는 것으로 표현하는 본인 노선에서 서툼의 정도를 전보다 줄여서 노래 자체도 더 매끄러워졌는데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졔크리 회차 후기를 찾아 보다보면 '크리스틴이 시작할 때 생각보다 노래를 못 하다가 나중에는 좀 잘해서 좋았어요.'라는 머글님들 평이 곧잘 나오는데, 서투름을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아야지 생각보다 여주가 노래를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안 되니까. 여튼 한 달 만에 보는 홈은 역시 너무 좋았고 동지혜는 그냥 서로 나쁘지는 않지만 좋은 것도 크게 없네 싶었던 목소리 합이 내 기준 많이 좋아졌어서 그 부분도 기뻤다. 노래 합 자체는 홈보다는 유아마이뮤직에서 더 예뻤던 것 같다.ㅎㅎ

노래 합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전에도 연기 합이나 케미가 더 인상깊었던 조합인데 그 사이에 레슨씬이나 피크닉에서 안 하던 짓도 하고 더 귀여워졌다.

동릭이 자세교정 씬에서는 턱 넣고 연구개 들라고 하지를 않나, 물개박수 치면서 호응하지를 않나ㅋㅋ 피크닉에서 와인으로 졔크리 사레들리게 하는 건 '내 크리스틴 목에 사레를!!' 싶었지만 둘이 좋다고 웃으니 또 귀여웠다.ㅋㅋ

지혜배우 기준, 개인이 꾸리는 씬과 넘버는 홈을 좋아한다면(홈은 완전 개인은 아니지만ㅋㅋ) 둘이 붙는 씬에서는 원래 레슨씬을 좋아하는데 서로 썸타고 밀당하는 그 느낌 너무 좋다. 졔크리는 홈에서 에릭이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찬사를 보낼 때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그렇게 자기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진심이 가득 담긴 레슨을 해주는 마에스트로에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호감을 느끼고, 마음이 가는대로 에릭에게 표현하고, 에릭이 가까워지면 '스킨쉽 타임인가??'하고 놀라고 설레한다. 그런데 꼭 그렇게 둘 사이 거리가 가까워지려고 하면 동릭은 관계의 진전은 꿈꾸지 못 해서 파탄이 날까봐 도망가고, 졔크리는 거기에 서운해 하는데, 그렇게 서로 거리가 멀어지고 크리스틴이 노래를 하면 에릭이 크리스틴의 등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에 행복해하는데, 진짜 크리스틴의 온기가 닿을라치면 도망가면서 그녀의 목소리에서 사랑과 온기를 느끼며 만족하는 것 같아서 에릭의 거절에 속상해하는 크리스틴도 안쓰럽고, 눈앞에서 행복을 잡을 수 있는데 겁쟁이라 그녀를 슬프게 하는 에릭이 원망스러우면서도 또 걔가 자란 환경에 물려받은 유전자가 좀 그래서 저 모양이지 싶으면 안 됐기도 하고 여러 생각과 감정이 들게 된다.

서로의 거리가 좁혀졌다 벌어지고, 호감이 피어올랐다가 엇갈리는 표현을 명확하게 해주니 장면의 텐션이 참 좋은데, 그렇게 서로 닿을 듯 말듯 멀어지고 감정이 어긋나는 듯 마주치는 듯 하다가 '유 아 마이 뮤직' 뒤에 힘없이 서있는 동릭 손 다가가서 졔크리 꼭 잡으면 내가 다 감동스럽다ㅠ 그리고 이날 그게 유난히 눈에 박혔는데 '내 사랑'에서 졔크리가 동릭 손깍지 껴서 잡을 때 레슨씬 머릿 속에서 오버랩 되어서 그게 또 그렇게 좋았다. 이둘이 어떤 감정의 교류를 했는 지, 크리스틴에게 언제나 에릭이 그렇게 특별했는 지를 복기시켜주는 느낌을 받았다.

졔크리가 에릭에게 보이는 호감과 믿음과 애정은 너무나 꾸준하고 곧아서 오늘 '내 사랑'에서 에릭이 가면 벗을 결심을 하고, 샹동에게 내 거라고 할 때 동릭의 변모가 졔크리 사랑의 승리처럼 다가왔는데, 중간에 샹동하고의 이야기까지 모두 포함해도 그렇다! 샹동에게 흔들리는 감정, 카리에리가 말해준 에릭 이야기를 들을 때의 자신의 마음 모든 걸 결국 에릭과 에릭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데에 오롯이 쏟는 게 느껴져서 감동받았다.ㅠ

졔크리는 젊고 '어린' 아가씨이고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경험치가 적고 솔직한 만큼 미숙함도 있는데 그래서 자신이 겪는 모든 상황을 그 전에 느끼기는 하는데 정확히는 알지는 못 했던 시간과 감정을 이해하는 교재처럼 쓰는데, 그 모든 노력이 에릭과 에릭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아는 거라는 게 로맨스 사랑하는 내 취향 너무 격하게 치고 갔다.ㅠㅠ

'크리스틴' 넘버에서 필립이 '샴페인에게 샴페인을' 같은 얘기 후 사랑의 떨림을 고백하고 로맨틱한 행동을 하는 거에 설레고 들뜨고 행복한데, 그러다가 문득 필립의 열렬한 구애와 에릭의 거리두기를 비교하며 누군가를 좋아하면 필립같이 하는 거 같아서 마에스트로가 자기한테 맘 없는 줄 알고 필립에게 마음이 기울었지만, 그럼에도 마음 속 사랑의 중심은 에릭이라 요정 여왕 첫 무대를 망치고 에릭과 분장실로 도망온 뒤 다른 누구도 아닌 에릭을 실망시켰을까봐 '제가 실망시켜드린거죠'라고 하는 게 에릭이 좋고 에릭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비스트로 전 마지막 레슨에서 우울하게 피아노를 치다가 마는 에릭에게 시무룩하게 자신이 뭘 잘못했냐고 묻던 때와 또 겹쳐졌다.

행동 하나하나가 이전과 찰떡같이 연결되고 그래서 인물의 감정을 정말 선명하게 전달받았고 카리에르가 해준 에릭의 이야기에서 에릭에 대한 연민도 느꼈겠지만 카리에르가 그는 당신을 분명히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거에 사람과 감정의 경험치가 적어서 본인은 확신할 수 없던 자신에 대한 에릭의 사랑을 확인받은 것이 기뻤고 또 그렇기에 '내 사랑'에서 에릭에게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보라며 말할 수 있었을 거라고 연기하는 것도 좋다. 카리에르의 의도와 달리 카리에리가 에릭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한 거에 힘입어 그에게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으면' 같은 말도 했는데, 거기에 에릭이 널 사랑하지 않으니 얼굴 보여 달라는 부탁을 거두라하지 않았으니 자신에 대한 에릭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사랑에 대한 확신을 원동력으로 '내 사랑'에서 그렇게나 간절히 에릭을 돌려세우는게 사랑의 힘을 믿는 어린 사람 그 자체같달까. 자신은 에릭으로 인해 행복했고, 자신이 사랑하고, 또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 여기는 그 사람이 아픈 과거에 묻혀 살지 않고 더 큰 행복을 꼭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자기는 진짜 그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에릭을 위해 그를 설득하는 게 감동적이다. 보통 동화에서는 성에 갇힌 공주를 왕자나 기사가 구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성에 갇힌 공주는 에릭이고, 그를 구하는 젊고 용맹한 기사는 졔크리이고, 역경과 시련을 뚫고 사랑하는 이를 구하는 순정 정말 좋아한다ㅠㅠ

이 날 졔크리에게 여러 번 울컥했는데 에릭이 숲을 보여주는 순간, 그 조악한 숲을 자랑스럽다고 여길 에릭의 삶의 비극을 느껴 속상하고 아파서 눈물이 나는 걸 급히 훔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귀한 것을 본 듯 방긋 웃으며 에릭에게 숲을 칭찬하며 웃는 것도 좋았다. 피크닉 시작 때는 여튼 그렇게 짠내나게 하더니 와인 나눠마실 때 (전에 트위터에서 졔크리 와인 마시는 중인데 동릭이 시 얘기해서 졔크리 와인 먹다가 급히 대답했다는 후기를 봤다.ㅎㅎ) 예전 장난을 방지할 생각이었는지 졔크리 동릭한테 먼저 마시라고 하고 와인 마시려는데 동릭이 또 급 시 좋아하냐고해서 쿨럭한 뒤에 둘이 같이 웃음 터지는데 둘 다 귀여워서 또 광대가 탈출할 뻔 했다ㅠㅠ 그러다가 시를 읽게 되면서는 '에릭에 대해 알 수 있대!'하고 신나서 읽어 내려가다가 마음 아파져서 목 메이려는 거 간신히 참으면서 읽고ㅠㅠ 에릭이 벨라도바 이야기하는 노래를 부를 때 둘이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오른쪽으로 돌리는 타이밍이 꼭 같았는데 눈물 떨구는 타이밍까지 비슷해서 그 순간 둘이 서로 에릭의 상처를 나눴음이 확 와 닿았다.

그런 감정 교류 뒤에 크리스틴 자신이 스스로의 감정을 믿고 그만큼 온 진심을 다해 에릭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그를 설득하니 에릭이 크리스틴에게 마음을 열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벨라도바가 죽은 뒤 자신을 키우고 있는 카리에르에게 언제나 내민 손이 내쳐졌던 에릭에게 뒤돌아서는 자신을 붙잡아 손을 잡아주는 그녀가 어느 만큼의 혼란이자 감동일 지 나는 에릭이 아니라 온전히 느낄 수 없지만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렸는데 본인은 오죽할까. 처음 크리스틴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사랑으로 자신을 감싸준 유일한 기억과 닮은 목소리를 만났기에 그녀가 특별했고,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소리를 완성시키며 그녀의 음악 속에서 꿈꾸던 사랑을 느끼는 것으로 비극적인 삶을 위로받으려했지만, '내 사랑'부터는 그녀 자체가 간절해진 동릭의 서사도 좋고 그걸 만들어낸 졔크리가 또 너무 좋고ㅠㅠ

졔크리의 비극은 슬프게도 그녀를 빛나게하는 어림과 그로 인한 서투름에서 비롯되는데 아직 어리고 두렵고 무서운 상황을 견뎌낸 경험이 적어서 에릭의 얼굴에서 느낀 무서움을 참아내지 못 하고 도망간 게 너무 이해가능한 일인데 그렇다고해도 에릭에게는 상처였을 수 밖에 없고 그 뒤에 이어진 일들이 안타깝다ㅠ 사실 시기가 안 좋았다ㅠ 분장실에 아무도 없다가 카리에르가 소리 듣고 찾아와서 달래주는 와중에 에릭이 올라왔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건 극의 진행상 불가능ㅠㅠ 크리스틴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극이 너무 닫힌 결말이라 다른 상상의 여지가 없어 마음이 아프다ㅠㅠ

지혜크리 도망칠 때 미안한데 무섭고 두려워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은 뻗으면서 몸을 피하고, 벨라도바의 가운까지 벗어던지는 게 본인도 이성과 본능의 충돌이 보여서 안쓰러운데 그 전에 크리스틴의 설득 이후 에릭이 가면을 벗으며 에릭이 고개를 들기 전까지는 '드디어!!'라는 행복에 겨운 얼굴이 너무 해맑고 예뻐서 그 대조가 더 극적이고 그렇다ㅠ 그 앞에서도 에릭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기에 비극성이 더 크게 다가온다. 졔크리 그리고 '넌 내 아들' 이후 에릭 찾아냈을 때 기뻐서 웃기부터 하는데 나는 쉽게 감동받는 사람이고 또 거기서 울컥했다. 그렇게 재회했을 때부터 마지막 엔딩까지 크리스틴은 오롯이 에릭에게 집중하고 그만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고, 동릭도 그에 맞춰서 그러했던 지라 크리스틴과 에릭 두 주인공이 온전히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었고 마무리지었고 그래서 행복한 관극이었다.

급 에릭크리 아닌 얘기.

난 개인적으로 희정배우가 어느 극에서든 잘 맞지 않았고, 이번 팬텀에서도 개취로 철호파파가 노래도 연기도 더 좋은데 오늘의 서사는 카리에르가 희정 카리에르였기에 더 설득력 있었다. 에릭에게 애정을 많이 표출하고 다정함과 엄함이 교차하는 철호카리에르와 다르게 희정카리에르는 인물 자체가 굉장히 강성이고 성격이 강해서 그를 대하는 주변인들의 호의가 좀 신기하게 느껴질 만큼 사람이 매정한 구석이 있는데,(벨라도바 뿐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그를 왜 좋아하는 지 궁금합니다.) 에릭을 대하는 것도 넌 내 아들 전까지 선을 분명하게 긋고 여지를 주지 않아서 애정에 대한 학습된 무기력함이 체화된 듯 한 동릭 노선에는 더 잘 맞았다.

동릭은 비스트로에서 카리에르가 벨라도바의 이야기를 할 때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데, 이미 아버지임을 직감하고 있지만, 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주고 계속 지켜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은 없는 상태라 카리에르가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떤 태도를 보이든 무감각하달까? 본인이 사람 취급 안 하는 파얼사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교류가 있는 사람인 카리에르에게도 저렇게 사랑받겠다는 기대가 없는데, 이게 철호카리로 가면 혼자 떼쓰는 느낌으로 가는데 희정카리면 워낙 에릭에게 단호했고 여지없이 굴었으니, 그렇게 평생을 철벽치는 성격파탄자 아비한테 키워졌으면 크리스틴에게 저렇게 철벽 칠만하구나 납득된다.

또 철호카리에르가 다정해서 어리광을 부리게 되는 건지. 철호카리 때는 8살 때 바다괴물 본 이야기를 할 때는 제외해도 '넌 내 아들' 씬에서 내내 아이같이 구는 면이 있는데, 카리에르와 있을 때는 확실히 연령대가 높고 태도가 조금은 더 건조하고 그게 더 취향이다. 사람이 조금 더 성숙하게 느껴지기에 성인 남성 느낌이 물씬 나서 크리스틴에게 에릭이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확신을 주고, 엄마 찾는 마마보이 느낌 굉장히 소거되는 면까지 좋다.

동릭 오늘 1일에 비해 성대 컨디션 좋은 것 같은 와중에 연기며 넘버는 한층 정갈해졌고, 뭐랄까 잘 꾸려가는 유연함이 느껴져서 '오늘 잘하네, 하루 만에 너무 잘하네. 어떻게 하루 쉬고 이렇게 훅 잘하지?' 신기하고 좋은 와중에 주연 둘의 감정의 교류는 또 깊이 있어졌는데 그게 과하게 축축하지 않기까지해 이 관극 되새길수록 행복했고 행복하다.

커튼콜 때 동릭이 품에서 장미를 꺼내다가 실수로 저멀리 떨궈서 지혜크리가 삐친 듯 돌아서는걸 잡아서 꼭 안아주는 거 너무 귀여워서 두 배우 각각 좋아하고, 같이 하는 건 더 좋는 나에게 너무 좋았고ㅋㅋㅋㅋ 그리고 동릭 이 날 진짜 0.7초 정도 조명 내리기 전에 가면 벗고 홱 돌았는데 원래는 꼬박꼬박 조명 꺼질 때 맞춰서 돌았던 것 같아서 공연이 좋아서 관객 반응이 너무 좋으니까 나름의 팬서비스 한 거 아닐까 크리에잇 살짝 하게 된다.ㅋㅋ

아 처음으로 윤우가 아닌 다른 어린 에릭을 보았는데 파리의 멜로디에서 악보사는 어린이가 그날의 어린 에릭인 것 같다. 공연 전에 아역 캐스팅을 확인 못한 와중에 파리의 멜로디에서 같이 쫄래쫄래 노는 아가들 중에 분명히 이안이가 보여서 오늘은 이안이를 보나했는데 인터미션 때 확인하니 이안이가 아니라 준우아가였다. 나이도 어린 것 같은 예쁜 목소리의 작은 아가인데, 노래는 재작년 윤우만큼이나 서툰데, 대신 연기가 의외로 깨알같이 좋은 구석이 있어서 아베마리아 때 나쁘지 않았다.

공연은.. 여튼 좋았고.. 너무 좋았다.

동지혜 조합 자체에 대한 애정이 커졌는데, 연말에 둘이 같이 손잡고 라스트 키스(=황태자 루돌프, 황루) 해줬으면 좋겠고, 그 둘로 보고 싶은 게 많은데 일단 라스트 키스부터 기원하고 있다.ㅠㅠ

둘이 제발 같이 공연 오래오래 많이 자주 해주길ㅠㅠ

통장이 털려도 좋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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