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후기

20170107 뮤지컬 팬텀 밤공

by All's 2017. 1. 9.

 


캐스트 - 박은태 이지혜 이희정 정영주 이창희 이상준 김주원 윤전일 이윤우
공연장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은팬텀, 영주카를롯타, 주원 벨라도바 처음 봤어서 그 분들 위주로!

먼저 영주카를롯타부터!

카를롯타는 굳이 골라잡아서 보지 않았더니 의도한 건 아닌데 계속 신여사만 보게 되어서 영주카를롯타 굉장히 궁금했는데 이쪽도 나름의 매력이 있으셔서 나쁘지 않았고 괜찮았다. 노래로 생각하면 개인 넘버에서는 전혀 아쉬운 구석 없었고, 떼창에서만 신여사 있을 때보다는 짱짱한 느낌이 덜 해서 그것만 아쉬웠음.

그동안 신여사로 카를롯타를 만나면서 카를롯타와 무슈 숄레의 노후를 방해하는 에릭의 민폐력에 혀를 찰 지언정 신카를롯타 자체에 대해서 동정심을 크게 느끼지는 않았는데 오늘 만난 영주카를롯타는 사람 자체가 굉장히 애잔한 구석이 있어서 그게 매우 인상깊었다. 신카를롯타는 한때 아주 짧게 사랑받는 디바였다가 한물 간 느낌이었고, 사람 자체가 러블리하니까 사랑받은 티가 많이 나면서 사랑받았던 사람이 여전히 욕심이 많고 야망이 있는 것 같았는데 영주카를롯타 평생 단 한 번도 디바였던 적이 없는 사람같았다. 음역대도 소프라노가 아니라 메조 소프라노인 사람이고 평생 주연은 못 해봤을 것 같고, 그런 사람이 사람 개인의 매력으로 숄레를 꼬셔서 극장 주인의 안사람이 되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주인공인 나를 위한, 나만의 무대를 갖는 것 꿈꾸어보는 사람 같아서 본인의 태도는 당당한데 보는 내 기분이 짠했다. 저 사람의 꿈도 애틋한데,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으로 꿈 좀 살 수 있지 왜 단 한 번을 자기 맘대로 무대에서 깽판 쳐보지도 못 하고 세상하직하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은릭이 자신의 팬이라고 할 때 의구심을 갖고, 낯설어하면서 수줍어하는 태도가 특히 그랬고, 크리스틴의 분장실에서 '너 노래 누구한테서 배웠니.'라고 묻는데, 평생 단 한 번도 디바다운 노래를 해본 적이 없어서 크리스틴의 선생님을 찾아내 레슨을 받아보고 싶어했을 것만 같아서 가여웠다. 크리스틴에 대해서 그녀의 존재 자체에 대한 질투가 강하고, 자기애가 떨어지는 게 외강내유한 인물이라 그랬는데, 객석을 휘어잡아서 가지고 노는 무대장악력이 신카를롯타에 비해서 아쉬운 것 빼면 극의 비극성을 살리는데는 또 나름대로 기여하시는 면이 큰 것 같아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골라서 봐야한다면 신여사님 쪽이 더 좋긴한데 여러 번 보실 분이라면 한 번쯤 보시는 게 좋을 것 같고ㅎㅎ

아.. 근데 뒤에 쓸 얘기긴 한데 영주배우 원래는 그런 타입은 아니셨던 것 같은데 은릭과 함께 대사가 동일 배역의 타 배우에 비해 좀 더 길고 설명적이다. 내가 신여사를 안 봤다면 못 느꼈을 감상이긴 하지만 은릭도 그런데 카를롯타까지 그래서 늦게 끝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5~10분 정도 확실히 늦게 끝난ㅋㅋ

평일 관극하셔야하는데 귀가시간이 빡빡해서 러닝타임 여부 중요한 분들이 이 후기를 혹여나 보신다면 은릭-영주카를로타 조합은 비추합니다ㅋㅋㅋ 제가 이 조합을 누군가에게 비추해야한다면 오직 이 이유ㅋㅋㅋㅋㅋ

카를롯타 얘기했으니 은릭으로!

드디어 재연 삼팬텀을 다 보았다.

노래적으로 쿄팬텀이 '나는 가수다!!'이고, 동팬텀이 '나는 성악 전공자다!!!'라면 은팬텀은 '나는 뮤지컬 배우다!!!!'라는 느낌.

금속성의 화려한 목소리를 가진 뮤지컬 배우인데 성악 전공자는 아닌 사람이 성악을 배워서 소리를 탄탄하게 다졌을 때의 좋은 예를 대라고하면 은팬텀 들려주면 될 것 같다.

쿄릭에 비해서 바이브레이션이 적고, 동릭에 비해서 소리가 명쾌해서 가사전달력이 셋 중에 가장 좋았고 어느 쪽으로든 극단적이지 않고, 그래서 가장 뮤지컬다웠다. 뮤지컬적인 느낌이 낯설어서 싫거나, 본격 성악 느낌을 기대하시는 분을 제외하면 문화인에게 추천할 때 리스크가 가장 적을 것 같다.

성량도 좋고, 딕션 좋아서 전달력 좋고, 그리고 다른 두 팬텀에 비해서 대사도 연기도 디테일도 굉장히 친절해서 뮤지컬 관극 경험이 매우 적은 분들도 은팬텀이라면 극 이해가 수월할 것 같다.

그래서 가장 뮤지컬 배우다운 은릭의 에릭은 '세상을 글로 배웠어요.'라는 느낌이 말투며 행동거지에 많이 나타나는 인물이었다. 체념이라는 감정이 나타나기에는 처음부터 크리스틴에게 애정과 구원을 기대하는 쿄릭, 마트럽 정도에서 크리스틴에게 진짜 구원을 기대하는 느낌이 있는 동릭에 비해 어느 에릭보다도 체념을 가장 많이 가진 에릭인 동시에 기대와 절망도 가장 이르면서 잦은 빈도로 나타났고, 또한 '모든 게 서툴다.'라는 느낌을 받게 한 에릭이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모범적인 히키코모리...라는 건 조금 이상한 비유고 노력을 많이 하지만 경험치가 없어서 결국 바가지가 샌다는 쪽이 맞을 것도 같다. 체념 부분과 서투름 쪽은 연기랑 노선 얘기하면서 던져놓은 얘기가 느껴질 수 있게 계속 써보도록 노력하는 걸로ㅎㅎ

처음 극이 시작할 때 '원래 저렇게 손을 많이 썼나?'라는 느낌을 받은 걸 비롯해서 은릭 움직임에서 디테일이 많고, 다른 에릭들에 비해서 대사 자체를 좀 더 풀어서 말하는 게 있어서 길었는데, 그런 여러 장치를 통해서 극을 온전히 에릭 위주로 흘러가도록 바꾸어 놓은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레슨씬이었는데. 은릭 '유 아 뮤직' 끝나고 암전과 함께 세트가 들어갈 때 크리스틴에게 몸을 돌리면서 확 다가가서 그 뒤의 상황에 대해 상상하게 만들었다.

레슨씬 초반만 해도 은릭은 꽤나 노래 가르쳐주는 다정한 선생님같이 크리스틴을 대하는데, 처음 '홈'에서 카리에르 아닌 사람에게 말 처음 거는 것 같은 어색한 말투로 크리스틴에게 말했던 사람이 레슨이 진행됨에 따라서 조금 유연해지는 걸 보면서 소소하게 연기가 꼼꼼하구나 생각하다가 거기에 깜짝 놀랐다.

크리스틴에게 음악적인 성장을 주는 것 말고는 다른 거 바라는 거 없는 사람같다가 레슨을 진행하면서 서서히 크리스틴에게 사랑의 감정 또한 느껴가는 노선 같던데, 마지막 그 다가감이 거기에 방점을 확 찍어주면서 진짜 그 뒤에 '쟤네 뭐한 거지?'라는 궁금증과 갖은 상상을 유발하게 해서 엄청나게 신선했다.

갖은 상상 중에서 날 위해 가장 플라토닉하게는 크리스틴과의 관계의 전환을 결심한 걸 내비친 것 같다는 가정을 일단 했는데, 왜 그랬냐면 개인적으로는 둘이 뭔가 썸 이상이 있으면 내가 맘이 불편해서ㅋㅋㅋ 그런 해석을 하게 되면 비스트로 이후에 필립과 크리스틴의 데이트에서 크리스틴이 에릭을 배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럼 크리스틴이 너무 어장관리하는 느낌이 나는데 난 크리스틴맘이라서 그렇게 해석하고 싶지 않아서 내 안에서 최대한 플라토닉할 수 있는 가정을 찾아야만 했다ㅠㅠ 그렇지만 내가 우리애 쉴드를 치고 싶은 건 개인의 문제이니 그걸 차지하고 극적으로는 그 디테일 하나로 극의 전개를 에릭 중심으로 보게 만드는 극 장악력을 보여준거니까 '와 은태배우 이 정도야?'싶게 감탄스러웠다.

크리스틴이 어장녀로 보여서 욕먹을까라는 걱정에서 그런 감탄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또 있는데 그렇게 뭔가 썸씽 이상의 일이 있었을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겨서 날 고민하게 해놓고, 정작 비스트로 이후부터 요정 여왕의 실패 전까지는 체념의 기조가 짙은 게 좋은 의미로 약간 뒤통수 맞게 해주었어서.

'그녀는 잘못한 게 없어요. 하지만 너무나 슬프군요.'라는 대사없이 그걸 나타내는 게 굉장히 자학적이고 결단력있는 체념이라 신기했다. 크리스틴과 함께 행복해지는 것도 꿈꾸어봤지만 그녀에게는 내가 아닌 더 행복한 미래가 있고, 이런 얼굴을 가진 나는 그녀에게 그와 같은 행복을 줄 수 없으니 그녀를 당연히 떠나야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듯한 '이그그품'이라서 크리스틴 데뷔 무대 성공적으로 끝나는 거 보고 세상 떠날 결심한 거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체념이었고, 그게 굉장히 안타까운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카를롯타는 굳이 그럴 마음이 없었겠지만, 크리스틴같이 사랑스러운 존재가 필립 샹동같이 든든한 지원군이 있는데도 이런 험한 배신을 당하는 세상에서 크리스틴을 지켜야한다는 새로운 결심과 발견으로 죽을 결심했던 은릭을 살려내신 생명의 은인 되신 것 같았다.ㅎㅎ

카를롯타의 배신으로 크리스틴이 위험에 처한 사건으로 내가 다른 사람보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걸 삶의 목표로 바꾸어서 크리스틴을 위해 그녀를 위협하는 것들을 없애고 그녀를 험한 세상에서 안전한 요새로 피난시킨 에릭이었고,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컸던 것 같은데 그 앞에 '크리스틴에게'라는 단서를 붙여서 다시 살기로 한 삶을 온전히 그녀에게 바칠 결심을 했던 것 같아 그게 참 안쓰러웠다.

크리스틴에게 헌신하는 삶을 목표로 다시 태어났고, 그녀를 세상의 중심으로 다시 놓았기때문에 '마이 트루 럽'에서는 크리스틴이 자신의 얼굴까지 품어주는 구원을 주지는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았다. 그 이전까지의 은릭은 혼자 기대했다가 체념하면서 누군가 자기 존재를 받아주기를 기대하는 걸 포기하게 된 방식으로 체념과 포기가 너무 익숙했던 삶을 산 것 같은? 모든 기대도 희망도 체념도 다 자기 속에서 다 자기 안에서 완결내던 삶을 살던 사람이고 그런 식으로 방어막을 치면서 난 아프지 않아. 원래 괴물이니까 이런 삶은 당연한 거야라는 식으로 굴었던 지라, 크리스틴이 희망을 갖게 해주었기에 그녀가 자신을 두고 떠났을 때 그 어느때보다 상처받고, 그래서 체념으로 둘러놓았던 보호막이 부서져서 비극맆에서 완전히 무너져내리는게 계속 어른스럽고 바르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이 상처받았던 여린 속내를 완전히 쏟아내니 그 대비가 참 가여웠고 극적이었다.

넌 내 아들 전후로 총 맞아서 아픈 사람이자 죽어가는 사람인 연기를 세 팬텀 중 가장 잘 하는 팬텀이라 그게 참 좋았고ㅋㅋ 희정 카리에르  죽어가면서 자기를 슬프게 했지만 키우면서 고생도 했지,라는 마음으로 용서하는 느낌이라 그것도 마음에 들고. 철호 카리에르랑 같이 할 때는 지금이랑 꽤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왜냐면 너무 희정 카리에르 아들 같지가 않아서ㅋㅋㅋ 희정 카리에르 많이 순해지셨지만 성격 대단히 강성이신데 은에릭 호인 기질 너무 타고나서 친탁이라면 이쪽 아버지는 너무나 철호 카리에르일 수 밖에 없달지. 대신 이날 처음 만난 주원 벨라도바와는 모자 관계임이 굉장히 매우 굉장히 분명해보여서 그런 의미로 은에릭-주원 벨라도바 조합이었던 거 굉장히 좋았다.

벨라도바 얘기 나온 참에 주원 벨라도바 이야기 훅 하고 은릭 얘기마저ㅋㅋㅋ

주원 벨라도바는 약간 새침하고 소녀적이던 혜민 벨라도바랑은 다르게 다정하고 우아하고 수줍은 사람이라서 은에릭이 벨라도바 세포 분열로 태어났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ㅠㅠ

주원 벨라도바 너무 아름답고 좋은 사람이고, 은에릭의 어머니이기도 하니까 카리에르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에 충격도 받았지만 자신의 사랑이 부정한 행위가 되었다는 거에 대한 자책감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다정하고 품이 넓고 따뜻한 어머니에 대한 좋은 기억을 희미하게라도 에릭이 가지고 살았다면 그런 어머니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자신이 접할 수 있는 책이나 오페라 극장의 이야기 속 좋은 사람들의 행동같은 걸 보며 에릭이 좋은 사람, 엄마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했을 것 같고, 조용하면서 도덕적 결벽이 있을 것 같은 엄마라 에릭도 엄마와 같은 기질을 갖고 태어나서 도덕적인 결벽도 좀 있을 것 같고... 둘이 얼굴도 심지어 닮은 것 같고(?) 벨라도바들 전캐 찍은 소감은 하여간 사랑이라는 것ㅠㅠ

두 분이 서로 다르게 각자 되게 좋은데, 를 들면 나 카리에르가 '왜 날 사랑해.'라고 했을 때 벨라도바가 대답 못 하고 노래 부르는 거, 난 그거 차마 사랑을 말로 표현하자니 표현을 못 할 것 같은 큰 애정이고, 쑥쓰럽기도해서 노래에 마음을 담아 부르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혜민벨라도바가 자신만만하고 도도하기도 한 소녀의 새침한 부끄러움이라면 주원 벨라도바는 조용하고 부끄러움 많은 여인의 수줍음이라서 전자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후자도 너무 좋아서 발레씬 여전히 행복했다ㅠㅠ

그리고 겸사겸사 얘기. 이 날의 젊은 카리에는 윤전일씨였는데 이전 관극 때 내가 키 큰 걸 좋아해서 몸 놀림도 자세히 안 보았던 것 같다... 전에 봤을 때보다 몸이 가뿐하셨는데 원래 프로 무용수이시고 초연에도 하신 분이 새삼 좋아지신 게 아닐테니 내가 전에 대충 본 거겠지 싶었다ㅋㅋ 표정 연기가 좀 과한 면도 있으신데 엄카리에르 표정 하나이신 게 너무 신경쓰여가던 터라 과한 쪽인 이 분이 더 좋다 이젠.

벨라도바들이 사랑과 슬픔과 애정과 분노를 담뿍 담았는데 한쪽이 그 만큼 감정의 온도가 안 받쳐주는 거에 신경쓰이느니 감정 과잉 쪽이 좋은 것 같다는 느낌?

그렇다고 벨라도바보다 튀는 느낌이 날 만큼 혼자 막 나가는 느낌도 아닌지라 (아무래도 키가 아쉽긴 한데...) 이쪽이 이젠 더 좋다.

여튼 주원 벨라도바의 세포 분열체같던 은릭, 그런 은릭 굉장히 친절한 에릭이라 얼굴이 그의 절망의 원천이자 피할 수 없는 굴레이자 족쇄라는 걸 굉장히 열심히 짚어주던데 그런 후기 많이 보기는 했지만, 자기 스스로도, 내가 보기에도 얼굴이 그냥 볼 수 있을 정도이기만해도 많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낼 착한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흉축한 얼굴이라는 원죄를 벗지 못 해서 절망의 늪으로 계속 침잠해가고 살인 이후 또 다른 살인을 하고.... 그러다가 마지막에 샹동을 다시 살려주는 걸로 구원의 여지가 생긴 듯한 흐름이 굉장히 그리스도 같았다.

내가 어릴 때 달란트에 눈이 멀어 교회에 잠깐 다니다가 만, 교인 아닌 교회 경험자라 성서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얇고 지엽적인데, 그 얕은 지식으로 은릭의 팬텀은 원죄와 절망과 희생과 회개와 구원의 서사로 느껴졌다.

좀 간략하게 설명해보면, 에릭은 불륜이라는 부정한 행위로 태어난 사생아라서 추한 얼굴을 가지고 태어났고 (원죄) - 카리에르와 벨라도바의 부정을 감추며 살면서 그 증거인 얼굴을 감추려다가 살인을 해서 자기 손을 더렵혔고 (타락) - 그 타락으로 인해 크리스틴으로 인해 구원받지 못 하는 벌을 받았다가,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세상에 꺼내놓았을 뿐 아니라, 자신을 위협한 샹동을 살리는 행동으로 인해 용서받고 (희생과 회개) - 그의 얼굴을 보며 웃어주는 크리스틴의 사랑으로 인해 안식과 구원 (구원)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극이 정리가 되는데 내가 너무 끼워맞추는 거 아닐까 싶으면서도 그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달까. 박은태라는 배우가 지크슈를 하기도 했고, 기독교인이라고 알고 있어서 내가 편견을 가지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한데 진짜 딱 위의 느낌으로 정리가 되어서 신기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기분이 되게 묘했던게, 뭐 성서적인 해석이야 본인이 할 수 있는 거고, 그렇게 해석하면 안 될 것 같은 극도 아닌지라 그거 자체는 배우 개인의 해석인데 오늘 느낀 그걸 해내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이 좀 많아졌다.

앞선 설명들에서도 티가 났을 것 같기는 한데, 박은태라는 배우가 한 공연의 회차를 책임지는 배우로서 극을 완전히 자기 페이스로 끌고 오는 거 굉장한 능력인데, 그 방식과 정도에 대해 스스로 생각이 많아졌달까? 극을 조금의 빈틈도 없이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머릿 속에서 서사를 완결해놓고 그걸 관객에게 최대한 쉽고, 직접적으로 전달하려고 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주 또렷한 행동적인 디테일과 설명적인 대사를 쓰는 것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런 표현방식으로 나타낸 인물이 배우 개인의 실제 성격이나 성향의 한 부분인 신실한 종교인의 분위기를 극대화란 지점이 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

극 보고 바로 나와서는 내가 그동안 이 극을 굉장히 크리스틴 위주로 해석하고 소비했는데 은태배우가 극의 메인으로서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고 있기에 졔크리 서사가 죽고, 내맘대로 크리스틴 위주로 극을 소비할 수 없었으니 그게 아쉬워서 그러나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한 뒤에도 계속 찝찝해서 더 고민을 해본 뒤에 든 생각은 내가 내 생각보다 박은태라는 배우를 좋아하고 그래서 혹시 은태배우를 걱정하나?라는 것이었다.

은태배우의 인물 해석풀이 너무 좁아지지 않을까, 그리고 원톱이 아닌 투톱물을 할 때 비슷한 느낌의 배우와 주도권 싸움하게 되면 어떻게 되려나. 진짜 쓸데없는 걱정인데 그런 걱정을 했다.

전자의 걱정은 오늘 공연을 보는데 내가 은지킬을 안 봤는데 보지 않았는데도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는 맘에서 하게 되었고(그 어디에 맆 때 마치 지금 이 순간 듣는 것 같았..) 후자의 걱정은 프랑켄에서 가장 자기 위주로 서사가 완결된 박빅터와 다른 빅터 때보다 합이 안 맞아서 아쉬웠던 부분과 맞물려 있는데, 후자는 어차피 투톱극은 별로 없으니 계속 원톱극하면 상관없는데 전자 쪽이 좀 더 걱정이 되는 부분 같다.

어떤 역할을 해도 박은태같다는 것으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인데, 사실 모든 걸 자기화해서 연기하는 거 자체는 나쁜 게 아니지만 그래도 그 폭이 좀 넓어졌으면 좋겠달지. 그리고 그런 의미로 은태배우가 이 역을 잘 해내면 내가 한 걱정 세상 쓸데없었음이 증명될 것 같아서 해줬으면 싶어진 역이 있는데 바로 헤드윅!

주도권 싸움할 다른 인물이 없이 오롯이 주연배우 하나가 전체 서사를 틀어쥐어야 하는 극인데, 기독교인이라면 내가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 신앙심과 싸워야하는 요소가 매우 많은 이 역을 은태배우가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낼 지 너무 궁금해졌다. 은태배우 동성애 연기는 이미 거여퀴에서 했고, 역대 헤드윅 중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도 많았지만, 헤드윅이라는 인물 자체의 복합성은 좀 남다른 구석있으니 궁금하다. 넘버도 매우 듣기 좋을 것 같아서 귀가 원하는 부분도 있다만, 그렇게 배우가 온전히 극을 다 끌고가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야만 하는 극의 대표격이 헤드윅이니 참 반종교적인 이 극을 은태배우가 자기 만의 느낌으로 설득력있게 잘 해낸다면 내가 앞서 한 모든 걱정이 종식될 것 같다.

(+)근데 이미 너무 잘 하는 배우라 해서 나의 이런 생각 자체가 좀 주제넘은 걱정이라는 게 제일 민망한 부분..

이날 공연 본 원래 목적은 사실 지혜크리스틴 보는 거였다ㅋㅋ

지혜크리 보고 싶다!!! 은지혜 궁금하다!!!!해서 보게 된 건데 은릭이 주도권을 매우 확 틀어쥔터라 크리스틴 위주로 극을 보려던 본래의 목적과 다른 결과를 얻었는데 그래도 결론은 공연이 좋았다는 것.

은지혜 조합 좋았고, 은태배우는 기대보다 더 좋았고ㅇㅇ

그냥 하호를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팬텀 역의 세 배우는 각자 자기에게 잘 맞으면서 극에서 어긋나지 않는 최적의 인물을 잡아서 연기하고 있고, 모두 매력적이었기에 다 좋았다.

은릭은 바로 그 세 에릭 중에 연기와 노래 밸런스가 제일 좋은 에릭이고 그게 가장 강점인 듯.

남녀 조합의 합적으로 은지혜의 목소리 합은 상상했던 것보다 굉장히 좋았다. 둘다 화려한 목소리라서 혹여나 안 어우러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 둘은 함께 하니 서로를 더 아름답게 꾸며주는 화사한 듀엣을 들려주었다. 쿄순, 동순, 동졔, 은졔 봤는데 가장 아름다운 듀엣이었고, 특히 정말 굉장히 만족스러운 유 아 뮤직을 들려주었기에 너무 좋았다. 연기 노선도 잘 맞아서 은지혜 페어 인기가 왜 좋은 지 실감함.

졔크리 자체는 시작할 때는 3일보다 컨디션 조금 안 좋은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노래도 연기도 무난하게 잘 끌고 가고 본래 의도만큼은 아니지만 보고 싶던 지혜 잘해서 역시 이 부분도 나쁘지 않게 충족되었다. 다음에 만날 날이 어서오기를 기다려요 지혜크리ㅠ 늘 사랑해요ㅠㅠ

창희샹동은 1월 1일에도 그렇고, 작년보다 대사치는 게 훨씬 유해지셨는데 그게 굉장히 다행이고 좋다. 노래는 손샹동이 더 잘 맞고 잘 하긴 하는데 난 창희샹동 연기 디테일이 좋다ㅋㅋ 아직 목이 덜 나으신 건지 본 공연에서는 대사 처리하는 식으로 노래를 조금 편곡해서 부른 부분이 약간 있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았고, 커튼콜에서 노래를 별 기교없이 깔끔하게 쭉 뽑아서 노래했는데 그런 느낌으로 본 공연에서도 한다면 난 노래도 이제는 안 싸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희정 카리에르의 의외의 장점 찾았다.

정카를롯타랑 은릭 대사가 매우 친절해서 러닝타임 걱정을 공연보면서도 진짜 하고 있었는데 '넌 내 아들'에서 희정 카리에르 다른 에릭들 때보다 한 어절 씩 대사를 슬금슬금 줄여서 하셨다ㅋㅋㅋ 러닝 타임 신경써주는 섬세함 갖춘 분이셨어ㅠㅠ 그 씬 대사가 많지 않아 별 티는 안 났지만 그런 섬세함 처음 느껴본터라 감동했다ㅠ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