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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70101 뮤지컬 팬텀 낮공

by All's 2017. 1. 3.



캐스트 - 전동석 김순영 박철호 신영숙 이창희 이상준 황혜민 엄재용 이윤우
공연장 - 블루스케어 삼성전자홀





일단 공연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아쉬운 점이 있었어서 그거부터.

두세달 동안 하는 공연에서 아무런 애드립이나 변화가 없다면 배우들이나 회전문도는 관객 입장에서는 좀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가능한한 허용되지 않은 순간이면 극 내내 대사나 동선 등의 디테일이 달라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주연 배우 두 분이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셨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와중에. 주조연들이 몇몇 부분에서 전에는 들었던 대사를 빼고 한다거나, 혹은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연결이 매끄럽지는 않다고 느껴지게 연기하는 순간이 있고, 오케스트라 현악기가 '이렇게 그대 그의 품에' 때는 음알못인 내가 느끼기에도 한 번 거하게 실수를 해서 웃음이 터질 뻔할 정도라 그게 소소하게 마음에 걸리고 아쉬웠다. 남들 다 쉬는 새해 첫날이자 주말에 일하는 것도, 거의 매일 같은 노동을 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는 거 임금노동자의 삶의 공통점이니 이해하고, 아주 깽판 친 느낌도 아니었지만 가능하면 적을 수록 좋을텐데 싶었다.

신년 맞이 문화 생활하러 오신 가족들도 많이 보였는데 누군가의 특별한 외출을 책임지는 마당에 매 회차가 완전히 같을 수 없는 공연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그런 부분이 보이면 좀 아쉽다. 전체 관극에서는 어쩌다 눈에 들어간 티끌 느낌이었지만 아직 공연이 막을 내리려면 두 달은 남았으니 다들 정신 단단히 붙들고 해주길!

동릭과 순크리는 각각 동지혜랑 쿄순영으로 봤었는데 둘다 전에 봤던 조합에서 느꼈던 노선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데, 그게 한 쪽은 철벽, 한 쪽은 인간애 느낌이라 목소리 합은 성량이며 음색의 보드라움이 참 좋다고 느껴지는 거에 비해 서로서로 일방통행 느낌이 강해서 조합 자체는 아주 맘에 속 안기지는 않았다.

보면서 에릭이 더 어리거나 크리스틴이 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있었으면 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는데, 이건 그냥 신파나 로맨스 좋아하고 카리에르와 에릭의 관계에 대한 서사 쪽에서 자체 인터미션을 강렬하게 겪기에 그걸 제외한 다른 순간들에서 내가 느끼는 몰입도가 강렬하길 바라는 내 개인의 취향이 만들어낸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했어서 그냥 이 조합 자체가 별로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대답하게 될 것도 같고ㅇㅇ

내 취향에는 각자 서로 조금씩 엇나간 느낌이지만 일단 그래도 눈 앞에서 이 페어가 만드는 이야기 자체가 극과 안 맞는다고 느껴지지는 않았고, 서로 감정의 교류가 확실히 되기보다 약간 따로 노는 그 느낌이 각자를 충실하게 보는 거에는 또 오히려 도움을 주기도 했다ㅎㅎ

그리고 서로 그렇게 어긋나서 각자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특히 2막 내내 '저 둘은 안 될 거야.'라는 마음을 깊이 들게 하기도 해서 다른 의미로 비극성이 강화되는 느낌도 받았다.

뭐 근데 노선이 이러니 저러니해도 난 부드러운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걸 정말 좋아해서 홈과 넌 나의 음악 듀엣이 참 흐뭇하고 좋았어서 이 페어에게 노래적인 합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목소리 계열이 비슷한데, 성량이 안 다보니 특히 홈 클라이막스에서 서로 최대 맞서는 것처럼 짱짱하게 소리를 내주는데 청각적인 짜릿함이 굉장했다.ㅎㅎㅎ

머리 하나 이상 나는 키 차이도 비현실적이면서 또 좋았는데 키 차이가 커서 서로 가까이 확 붙을 때 레슨씬에서의 성적 긴장감은 각자 이전에 본 페어에 비해서는 조금 약한데 그런 실제 체격차와 다르게 '내 사랑'에서 순크리보다 한참 큰 동릭이 크리보다 한참 어린 아이처럼 어리고 작아지는 느낌이 확 다가왔고, 순크리의 성숙함이 그 작은 체구에서도 그런 압도적인 무언가를 내고, 거기에 크리스틴에게 여러 의미로 감정적인 벽을 치던 동릭이 흔들리는 과정 같은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넘버와 장면이 의도하는 서사를 압축적이면서 극명하게 전달받았다 느꼈고,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우면서 좋은 의미로 인상깊은 순간이 있었으면 무난함 이상의 관극이니 좋은 관극이었다라고 자평할 수 밖에 없었다.

소소한 기억은 동릭도 순크리도 사이좋게 한 번씩 넘버 실수는 좀 하셨는데 순크리는 다음 넘버에서, 동릭은 호흡으로 만회하려고 하는 걸 보는데 후자 쪽은 오케스트라 관악기 연주자분 힘들겠다. 정초부터 고생이 많으시네 조금 웃펐다ㅎㅎ 레슨씬 자세 교정 부분에서 순크리는 쿄릭이 하는 것처럼 장난도 좀 치기를 바라는 눈치인데 동릭이 계속 호랑이 선생님이라 그 동안 둘이 붙는 회차가 몇 번이었나, 자주 안 하셔서 아직 그러려나 그런 생각도 했고ㅎㅎ

또 소소하게 눈에 들어오고 좋았던 건 에릭의 레슨 제안 전 목소리에 대한 찬사 때 순크리 반응! 에릭이 한창 찬사 중일 때 '이런 식으로 칭찬하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하고 칭찬 자체는 익숙한데 '애가 좀 신기하네,'하는 느낌으로 웃는 게 인상깊고, 왠지 되게 좋았다. 순크리의 그런 세상사 아주 모르지 않는 사람의 분위기를 흘리는 면모들이 아주 좋기에 동릭과 붙었을 때 굳이 더 소녀적이었으면하고 바라고 싶지 않고, 그래서 동순영은 오늘의 나쁘지 않은 관극을 좋은 기억으로 두고 바이바이하게 될 것 같다. 각자 더 좋은 조합이 있는데 괜히 아쉬움 일부러 찾을 이유가 없다 싶다.

창희샹동은 작년에 뵈었을 때보다 대사치는 거에서는 건달같은 느낌을 많이 걷어내셨던데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니지만ㅠ) 난 순전히 창희샹동 외모가 준호샹동보다 맘에 들기 때문에 조금의 변화라도 기뻤고ㅎㅎ 계속 지금같거나 더 젠틀해지시면 참 좋겠고.

아베마리아에서 재용 카리에르가 윤우에릭 가면을 비뚤게 씌워서 굉장히 매우 신경쓰였는데, 나름 공연짬이 생겼다고 윤우에릭 오열하면서 엎드릴 때 가면 고치나 싶더니 일어날 때 정말 똑바로 고쳐 쓰고 일어났다ㅠ 프랑켄, 모촤, 팬텀까지 동배우랑 붙는 회차가 유난하게 많은 어린이라 겸사겸사 정이 들었는데, 노래도 연기도, 상황 대처도 느는 모습을 보니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참 기특하고 좋았다. 하지만 다른 어린이도 궁금하니 남은 관극은 좀 다른 어린 에릭이었으면 좋겠기도 하고^_T

혜민벨라는 여전히 아름답고 애틋하시어 유일하게 내 눈물샘을 자극하시는 와중에, 키나 몸짓 등이 더 좋다고 느꼈던 재용카리에르의 표정 연기가 눈에 걸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남은 관극 동안 재용 카리에르 회차가 있다면 벨라도바에게 더욱 집중하기로 마음 먹음.

2017년 새해가 밝았고 첫 관극도 했다.

시간 참 잘 가는 구나.

개인적으로는 작년 첫 관극보다 만족스러운 첫 관극이라 나쁘지 않은 시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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