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후기

20170121 뮤지컬 팬텀 밤공

by All's 2017. 1. 25.



캐스트 - 전동석 이지혜 이희정 정영주 손준호 이상준 김주원 윤전일 이윤우
공연장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기분도 컨디션도 영 별로라 양도해보려고 했는데 양도가 안 되서 봤는데 정작 보니까 또 좋았다.. 아 나란 호갱ㅋㅋㅋㅋㅋㅋ

영주칼롯은 몇 번 못 봤지만 보고 있으면 너무 슬프다. 자꾸 맘이 짠하다. 전에도 썼지만 한 번도 디바로 사랑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동릭은 1막에도 오늘 유난히 카리에르 앞에서 어리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2막에서부터 그 동안보다 한 3~5살 어려진 것 같았고, 동릭이 크리스틴에게 느끼는 감정이 로맨스보다 따스한 온정, 모성애에 가깝다는 거 처음 느껴봤는데 그게 또 쭉 설득력있게 좋아서 너무 신기했다. 오늘 졔크리도 전에 봤을 때랑 달리 카리에르와 벨라도바의 이야기를 듣고 2막에서 에릭을 대하는 게 연애감정보다 연민과 격려의 느낌이 있었는데 '둘이 맞추고 나오셨나?'싶었다. 그래서인지 동졔 내사랑을 원래 굉장히 로맨스적인 느낌으로 좋아했었는데 오늘 느낌 너무 색달랐다.

아이같이 도망치려는 에릭을 보다듬고 위로해주려던 크리스틴이었고, 얼굴을 보고 도망치는 에릭이 버림받은 아이같아서 다 필요없다고 세트를 부수는 것도, 울먹이며 크리스틴을 부르는 것도 아이의 칭얼거림 같아서 그런 느낌으로 찡해서 진짜 신기했다. 원래 파밍아웃씬 전체를 싫어하는데 오늘은 좋았다. 크리스틴에게 버림받으면서 다시 아이가 된 에릭이 죽어가면서 사랑받으며 죽고 싶다는 염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릴 때 자신의 얼굴을 봤는데도 자신을 버리지 않고 키운 카리에르가 자신을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에릭이 믿고 싶어하는 것 같았고, 그렇게 사랑받았던 사람인 채 죽고 싶어서 카리에르에게 자신을 그대로 묻어달라, 마지막에 죽여달라고 매달리고 애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크리스틴 목소리도 들었고~'부터 카리에르의 고백 때 '알고 있었어요.'라며 넌 내 아들을 부르는 동안 맑고 또렷하게 노래하는 게 지금 에릭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사랑받은 아이인 채로 죽고 싶은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서로 외면하며 지낸 어린 시절을 보상해주는 느낌이라 뭉클했다.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어린애에게 크리스틴은 하늘이 준 선물같은 느낌이었을 것 같고, 엄마의 대체제이기도 했을 거고, 크리스틴도 그걸 느꼈을 것 같았고. 크리스틴이 얼굴을 보며 너는 아름다운 음악이며 나의 환한 빛이라고 노래하고 입맞춰준 뒤 눈을 감으면서 '엄마'라고 한 것 같은데.. 에릭이 꿈에 그리던 엄마의 품 속에서, 사랑받은 아이인체로 세상을 떠났구나싶어서 마음이 참 아팠다. 오늘 같은 노선으로 순크리랑 하는 거 보고 싶은데 나에게 없다.... 동순표ㅠㅠ

오늘 희정 카리에르 본 중에 노래도 연기도 제일 좋으셨다. 카리에르 - 젊은 카리에르 - 벨라도바가 일직선 상에 놓이는 씬이랑, 아베마리아에서 희정 카리에르 - 전일 카리에르 - 에릭 일직선 상에 설 때 그 씬의 감정선 너무 좋았고, 아베마리아 마지막에 주원벨라가 날개를 펴듯 팔을 펼칠 때 벨라도바의 그늘 아래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카리에르와 에릭의 운명...같은 게 느껴져서 오싹하면서 너무 좋았다.

연민과 동정이라는 말이 가지는 무게감이 아무래도 사랑이라는 단어에 비해서 연약하게 느껴진다는 게 좀 안타깝다. 오늘 동릭과 졔크리 지구에서 영업 중이라는 만화가 생각나게 했는데, 그 만화 안에서 그 감정의 무게감이 결코 작은 게 아닌데 더 좋은 말로 그 느낌을 표현할 수가 없다ㅠ

여튼 오늘 동릭-졔크리 이전이랑 다르고 그거대로 설득력 있고, 신기하고 좋았다 정말.

특히 동릭.

일정한 노선 쭉 끌고 무난하게 잘하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했는데나 이런 것도 할 줄 아는데 왜 그렇게 편견을 가지니하고 좋은 의미로 충격주셨고, 나같은 괴물은~이랑 비극맆 전에 왜!!!하는 부분 여전히 빅터 생각나는 거 빼고 팬텀에서 본 중에 제일 새로운 모습 보여주셔서 내 맘대로 그냥 무난하게 쭉 가면 좋은 거지라고 배우의 공연 퀄리티에 대한 기대치 낮추고 공연 본 거 죄송했다.

무의식적으로 자꾸 어덕행덕 방해하는 이런저런 방어막을 스스로 치고 살았는데 그냥 마음가는 대로 편하게 좋아하고 보이고 들리는 대로 생각하고 살아야지.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뭘 자꾸 재고 따졌을까. 순수하게 덕질하자. 그게 맞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