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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70125 뮤지컬 팬텀 낮공

by All's 2017. 1. 26.


캐스트 - 박효신 이지혜 박철호 신영숙 이창희 이상준 황혜민 윤전일 박준우
공연장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아마도 오늘도 매진이었을 쿄릭 공연! 하지만 팬텀은 이제 거의 늘 잘 나가는 터라 사람 많은 게 디폴트고, 그에 비하면 관크는 쏘쏘했다.
카리에르 기혼 커밍아웃 때 주변 웅성웅성하는 게 덜해서 오히려 좀 실망한(?)ㅎㅎ

문정음감은 데스노트하는 예당에 계속 있으시다는데ㅠ 그동안 계속 만나고 있는 부음감님이 뭔가 오늘따라 좀 더 느리다???싶은 마당에 생각보다 관객석도 덜 웅성거려서 쿄릭 회차치고 덕덕한 기분으로 관극했는데, 쿄릭 자체도 전에 봤을 때보다 좀 덜 아이같고, 크리스틴이랑 있을 때 제법 20대 초반 남자같은 느낌도 나서 쿄졔 귀엽다!하고 살랑살랑한 마음으로 잘 보고 나왔다.

끝 살짝 올리고 칭얼거리는 듯 들뜨기도 한 듯 한 쿄릭 대사톤이 전 관극 때 아쉬웠는데, 홈도 그렇고, 크리스틴에게 말할 때 본래 본인 말투와 좀 더 가깝게 눌러서 대사치셨는데 크리스틴에게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그런 거라면 좋은 선택같고! 내가 듣기에도 훨씬 좋았다.

하지만 그렇게 크리스틴이랑 있을 때 좀 더 어른스럽다 해도 쿄릭은 세 팬텀 중에 가장 세상도, 인간도 잘 모르는 순진한 느낌의 에릭이라 비스트로에서 카를롯타가 크리스틴에게 주연을 제의하자 깜짝 놀라면서 '쟤 미쳤나?' 손가락 빙빙 돌리며 놀라는 것도, 샹동과 크리스틴 사이에 로맨틱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자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것 등이 여전히 다 아는 듯 생각하나 본인의 세계가 좁아서 뭘 모르는, 그래서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청소년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크리스틴을 지하로 데려올 때, '신이 진짜 나에게 크리스틴을 주려고 이러셨나봐!'같은 감탄과 자기 위주의 확신같은 걸 보여주셨는데 세계가 작고 어린 청소년 같은 본인의 인물과 잘 어울려서 맘에 들었다.

쿄졔 표 잡을 때 호기심으로 잡기는 했는데 너무 애같은 에릭이라 로맨스 낭낭한 졔크리랑 노선이 안 맞지 않을까 공연 전에 걱정하며 봤던 것과 달리 순크리랑 할 때보다 떼를 덜 쓰고, 크리스틴에게 멋져보이려고 하는 기색을 계속 끌고가고, 스킨십도 은근 적극적인 기색이 있어서 졔그리와 쿄릭의 조화도 좋아서 꽤 만족스러웠다. 목소리도 잘 안 어울릴까봐 걱정했는데 올해 팬텀 케미 대장이신 은릭과 순크리와의 각각의 조합보다는 아쉬운데 그래도 내 취향으로는 꽤 듣기 좋았어서 그 부분도 괜찮았고ㅎㅎ 쿄버전 오슷 사양이 어찌될 지 모르겠지만 쿄졔가 메인이어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고?

은릭, 동릭과 넘버 가사를 다르게 부르는 것 같은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초연 가사일까 싶은데 원래 가사도 귀가 안 좋아서 잘 아는 건 또 아니라 이건 확신을 못 하겠다ㅠ

졔크리는 종일반으로 컨디션 난조였던 것 같은 21일 밤공 때보다는 괜찮은 것 같은데 컨디션이 아주 돌아온 건 아닌 것 같은 와중에 그래도 무난하게 공연 잘 해내셨다. 요즘 사이가 아주 좋은 듯한 옥언니에게 체력관리 비법을 완전히 전수받기 전까지 다시 종일반 시련같은 거 오지 않기를 바라고ㅠ 노래나 연기 자체는 뭐 그래도 전반적으로 크게 아쉽지는 않았는데, 피크닉씬에서 크리스틴이 에릭에게 가지는 마음이 뭘까, 뭔가 확신이 평소보다 오지 않아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연민과 사랑 두 갈래로만 따져보면 사랑에 좀 더 가까운 것 같기는 한데.. 뭐 사람 감정의 색이 하나만 있을 수는 없는 거다만 지배적인 감정이 뭔지 좀 더 확실하게 보여줬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마음이 드는 정도의 느낌? 쿄졔를 한 번 더 보면 알 수 있을까, 잘 보여줄까 궁금해서 보고 싶기는 한데 더 볼 계획은 없는 지라ㅠ

그래도 쿄릭은 요정 여왕 이후에 '크리스틴이 내 유일한 꿈, 희망, 단 하나의 삶의 이유'같은 걸 쭉 가져가고, 내 사랑 이후부터는 크리스틴도 에릭의 마음과 에릭에 집중하는 느낌이 더 컸어서 피날레까지의 감정 연결은 무사했다. 커튼콜에서 쿄릭이 장미 마법사처럼 꺼내서 무릎 꿇으면서 건네주는 것도 근사하고, 졔크리도 거기에 꺄하고 놀라는 리액션하는 거 되게 막 간질간질해서ㅠ 키 차이도 생각보다 제법 나고 둘이 귀여워서 충분히 설레고 나왔다ㅠㅠ

쿄졔 생각보다 많이 귀여웠다ㅜㅜ 쿄릭 순크리랑 할 때는 아이같은 에릭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짖궂은 오빠 느낌이 났다. 애드립 최고 짖궂었고ㅋㅋ 혹시 관절염 있냐는 드립같은 걸 칠 줄이야.ㅋㅋㅋ 졔크리는 '아니요!'하고 편하게 넘기는 게 은릭이랑 쿄릭이 둘 다 장난을 많이 치니 다 익숙한가본데 나는 빵 터졌다ㅋㅋㅋ 아직 젊으니 그렇겠다고 넘기는 쿄릭도 자연스러운데 아주 얌전한 에릭인 동릭을 가장 많이 본 터라 이런 애드립들 너무 신기하다ㅋㅋ 쿄졔 스킨십도 꽤 많은 편인데 피크닉 전 잠자던 크리스틴 머리 쿄릭이 손가락 닿게 쓰다듬고, 일어나서 그 느낌 남아있다는 듯이 쿠션 끌어안고 머리 만져보던 졔크리 모습이 피날레에서 쓰러져있는 에릭이 크리스틴 얼굴 쓰다듬으려고 양손 바들바들거리며 얼굴 주변에서 흔들리고, 그 손 잡아주는 크리스틴 모습이랑 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는데 그게 꽤 애틋했어서 그것도 좋았다.

신칼롯은 평소에 비해서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셨던 것 같은데 이분이나 순크리는 잘 할 때 너무 잘해서 그렇지 기본 컨디션 덜 한 것 같다고 못하거나 그러시지 않아서 아쉽지 않았다. 베스트 컨디션 아니신 것 같긴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잘 하셨다는 얘기! 분장실 유령 설명할 때 웃음소리 으허허허하는 거나 비스트로에서 등장할 때 창샹동한테 손에 키스하라고 밀어붙이는 거나 간만에 만났더니 디테일도 이런 거 저런 거 새롭고 귀여운 게 많으셔서 그런 거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철호파파는 뭐 오늘도 쿄릭 아빠 맞고요. 애가 상처입을까봐 싸고 돌아서 애를 망치는 우유부단한 인간..정도로 생각하고 넘기는 게 좋은 뭐 그런 사람... 철호카리에르는 근데 사람이 좀 호인 느낌이 나기는 해서 숄레한테 팬텀 설명할 때 겁주려고 협박하는 느낌이 아닌 게 귀가 편해서 좋다. 넌 내 아들에서도 어차피 대사 자체가 워낙 싫은 농담따먹기지만 자기 얼굴 어땠냐고 묻는 에릭에게 차마 잘생겼다고 거짓말은 못 하겠어서 대충 얼버무린다고 '테너하기에 좋은 얼굴은 아니지'하는 것 같은 것도 나쁘지 않다. 전일카리에르가 가면 쓴 쿄릭과 엄청난 골격 씽크로율을 자랑하는 가운데 감정 풍부한 전일-철호 조합이면 쿄릭의 카리에르에 대한 어리광이 이해가는 면이 가장 좋은 측면인 것 같다. 혜민벨라도 새침하고 도도한 소녀 느낌이 있으신게 어린 에릭인 쿄릭과 또 잘 맞았다.

남은 게 어린 에릭과 샹동이구나.

손샹동에 비해서 불호 얘기가 많은 것 같은 창희샹동ㅠ 하지만 난 꾸준히 창희샹동이 손샹동보다 좋은 마이너 취향이고, 창희샹동 크리스마스에 아픈 이후로 껄렁임이 훅훅 줄어들고 있어서 더욱 좋다. 다른 것보다 대사에서 감정의 변화가 잘 드러나서 좋은 거라 느물거리는 기색이 빠지면 크리스틴에 대한 샹동의 감정이 섬세하게 오는 게 참 좋다. 비스트로에서 크리스틴한테 온 신경이 쏠려서 호스트면서 주변 제대로 챙기지도 못 하고 반쯤 넋놓고 다니는 것도 귀엽고, 노래는 좀 아쉽다만 연기 디테일이 맘에 들어서 그걸로 노래 다 무시하고 좋아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서 노래는 확실히 섬세하고 보드랍지 못 하니 샹동 넘버 중요하신 분들께 추천은 못 드리겠는 슬픔ㅠ 그래도 뭐 난 좋다ㅠㅠ

이건 딱 오늘 공연 느낌은 아니고 창희샹동으로 볼 때 꽤 크게 느껴지는 부분인데, 돌아온 크리스틴이 분장실에서 에릭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놓고라고 말하고, 그에게 돌아가야한다고 하니까 에릭에 대한 질투로 그를 크리스틴에게서 떼어내고 싶어서 (르두 경감이 하는 말이 맞지. 경찰이 하게 둬야지) 무대 뒤에서 발견한 에릭과 결투를 벌이면서 경찰들이 말리든 말든 그에게 달려들다가 에릭이 자신을 구해준 뒤에 '내가 뭐하던 거지?'하고 자책하고 당황하는 느낌이 든다. 에릭에 대한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본인이 워낙 잘난 사람이니까(외모, 재력, 안목 다 지닌ㅇㅇ) 저런 놈에게 그녀를 뺏기지 않겠다는 질투에 눈이 멀어서 에릭 총 맞은 부분을 공격하고 그에게 달려들던 못난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그런 자신을 여튼 구해주는 에릭을 보면서 당황하고 자괴감을 느끼는 것 같은...? 그렇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크리스틴에게서 에릭을 떼어내기 위해 그렇게 애썼으면서 에릭의 곁에서 그를 위해 눈물 흘리고 노래하는 크리스틴을 말리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 같고. 크리스틴과 에릭 사이의 유대감이 질투나고 속상하겠지만 나는 저기에 낄 자격이 없다라는 자책이 느껴진달까.. 뭐 그렇습니다. 하여간 좋아했어요 창희샹동ㅠ 이제 못 본다 생각하니 참 아쉽다ㅠ 안녕ㅠㅠ

어린 에릭 준우는 전에 봤을 때보다 키가 큰 것 같던데, 애가 정말 큰 건지, 애가 전보다 잘해서 제가 성숙하게 느낀 건지 그게 좀 궁금하고ㅎㅎ 노래가 꽤 는 것 같아서 기특했다. 날도 추운데 낮부터 일하고 있는 고된 길 성장과 함께 하는 듯. 어린 에릭들 다들 잘하고 기특해서 좋다. 이안에린을 못 보고 보내게 될 가능성이 큰데 그거 하나가 아쉽네ㅠㅠ

전체적으로 여튼 싫은 사람 없었고, 기대보다 좋은 기분으로 끝난 관극이었다.

쿄릭과 졔크리에게 각각 이 조합보다 쿄순영, 은졔가 더 베스트라고 생각은 하는데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귀로도 연기로도 꽤나 흡족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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