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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70226 연극 베헤모스 낮공

by All's 2020. 6. 19.

 

 

<시놉시스>

반전인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인가.
"나, 사람을 죽인 것 같아..."
로얄호텔 1103호,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민아.
같은 시각, 태석은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한다.

"모든 정황상 네가 범인이야. 그런데 네가 죽이지는 않았어."
현장에 도착한 태석의 변호사. 호텔 곳곳의 CCTV와 갑자기 찾아온 한 남자.
그의 변호를 맡은 이변은 태석에게 자수를 권한다.

"아직도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해..?"
자수를 한 태석 앞에 나타난 오검사.
오검사는 현장 사진과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태석을 조여오기 시작하는데...


써놓은 시놉시스를 가지고 예측할 수 있을 메시지를 가지고 있고, 두번 정도의 반전이 극에서 나타나는데 그게 나쁘지는 않은데 아주 참신한 수준도 아니라 스포를 알고 봐도 큰 문제가 안 될 종류는 아닌데 기왕이면 줄거리를 모르고 보는 게 더 재밌을 종류의 이야기이긴 했다.

나는 스포를 피하지 않고 쓸 거니까 그런 의미로 스포가 싫으신 분들 이 후기를 안 보시는 걸로ㅇㅇ


난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에 반전과 트릭에 깜짝 놀라지 않게 된 사람이라 이야기의 구성 자체에 대해서는 참신하다거나 탄탄하다거나 등의 평은 이제 못 하겠는데, 앞뒤가 안 맞거나 왜 저렇게 진행되나 싶다거나 인물들이 설득력이 없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 회상 장면이 필요한 스토리이기도 하고, 무대의 거리감 등을 보완하기 위해 영상을 자주 쓰는데 영상의 사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변이 태석에게 요트 얘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포함해서 한두 부분 정도는 영상을 안 쓰고 말로만 전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던 것을 제외하면 연출도 스토리 구성도 무대도 나쁘지 않았다.

이야기의 반전은 태석과 이변이 태석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민아의 죽음의 과정을 꾸미는 것과, 그 과정에서 이변이 한 행동, 그리고 그것에 대한 태석의 태도와 그로 인하여 촉발된 상황에서 진짜 흑막은 누구였고 등인데 구성 자체가 나쁘지는 않은데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인 민아에 대해 오검이 말하는 부분이나 각종 대사들이 좀 촌스러워서 그 부분은 취향상 거슬렸다.
민아가 태석이한테 사기치려다가 운이 격하게 나빠져서 죽게 된 앤데, 하려던 범죄에 비해 목숨으로 그 벌을 받은 게 나도 안타깝기는 한데 오검사가 그 아이 21살 밖에 안 되었고 미래가 어쩌구 하는데 저딴 얘기 왜 계속하는 거야 싶게 짜증난다. 오검사가 그 만큼이나 뭘 모르는 놈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 거라고 이야기 자체에서 의도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래에 착하게 살 수 있었을 기회가 있는 창창한 나이라서가 아니라 사기 치려 한 나쁜 애라도 그렇게 과한 죗값을 치를 필요는 없잖아.라는 감상이 들었네.
그 부분이 이 극에서 제일 후진 부분 1이고, 2는 중간에 이변이 오검에게 자기가 왜 오검을 이길 수 밖에 없는 지 3가지 이유를 말하는 건데 그 중 한 이유가 극 전체의 메시지 및 추후 반전 등을 유추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소스라 이야기 하는 거 자체는 용납가능인데 그냥 그것만 얘기했으면 좋겠다 싶다. 그거 빼면 이야기 자체는 안 나빴는데 알고 보면 좋을 촌스런 포인트다. 

무대 구성은 마음에 들었다.
좌측이 오변 사무실, 우측이 태석과 이변의 공간. 가운데에서 심문이 이루어지고 태석의 범행 장소인 호텔방을 스크린으로 분리하여 무대 뒤편에 꾸려놓은 무대 구성 나쁘지 않고, 호텔방을 분리키시는 스크린에 영상을 넣고, 좌우 방의 티비로도 뉴스 화면 등을 쏘는데 중앙 스크린의 경우 상대적으로 객석에서 거리가 더욱 멀 수 밖에 없는 호텔방에서의 사건의 진행을 멀리 앉은 관객에게도 전달하는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분리된 공간 자체에 들고 나면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밌더라.
특급 호텔의 스위트룸이라는 설정과 달리 그냥 모텔 같다는 것과 좌우 검사실과 태석이 감방 테이블이 같은 종류의 가구인 거 등의 소품은 별로에 가까운데 무대 구성 자체의 공간성은 좋았다. 오블 5열 s석 시작하는 라인 쯤에서 관람했는데 심의실에서 인물들이 비틀어 앉는 등의 동선 조정으로 사이드 관객의 시야에 대한 고민도 제법 한 것 같아서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들이 정면을 보는 경우가 드물어서 중블의 정중앙보다는 중블에서도 사이드로 살짝 치우친 자리가 더 공연 보기에 좋을 것 같다. 사블로 봐야한다면 제가 오늘 본 오블 시야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느낀 것도 있지만 왼블보다는 오블이 나은 것 같고, 가능하면 중블이 좋을 것 같기는 하며, 너무 극싸로 가지 않는 이상 좌우보다 거리를 좀 더 신경쓰시는 게 좋을 것 같다. 5열에서 관람했는데 호텔방에서 진행되는 부분은 거리가 멀어서 표정이 잘 보이지 않더라. 무대가 가운데로 튀어나오는 반원형 극장이니 중블은 아마 더 멀 것 같은데 호텔방 세트에서 진행되는 것 중에 배우 표정이 잘 보이면 좋을 장면이 있어서 망원경이 있으시다면 뒷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기는 하다만 블럭은 상관없이 3열 안 쪽으로 가능한한 중앙에 가깝게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음.

가깝게 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마지막에 가까운 장면이 재판 결과를 알려주는 보도내용을 피해자 서민아 겸 리포터 역할을 하는 김히어라 배우가 전하는 장면인데, 그 뒤에 좀 더 이어지는 장면이 있고 그게 공연 시작하는 장면과 a-b-c-c'-d-a'로 변주되어서 나타나는 결말 바로 전 장면인데 그 장면으로 끝난 뒤 커튼콜이 시작되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한 게 스토리 상으로는 방점 딱 찍어주는 지점인데 여운과 꿉꿉함을 강화하기에는 오히려 너무 닫힌 느낌이라 구성 상 조금 아쉬웠다. 누구나 다 예상할 결말이고, 수미상관의 대조가 완결성을 주는 장점도 있다지만 그래도 여운이 내가 바라는 그 쪽이 좀 더 있지 않았을까 싶은?

극이 올라간 초반 기간에 많은 분들이 잔인하다는 리뷰에 걱정을 좀 했는데 나는 잔인한 거 볼 수는 있지만 싫어하고, 보면서 힘들어하는 편인데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 피 좀 나오고, 목 조르고, 여자 뺨 때리고... 정도인데 폭력 자체를 보는 게 거북한 게 아니라면 그냥 10시 시간대 주간 드라마 폭력 수준 정도라고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못 볼 만큼은 아니었다.

배우들로 넘어가서 오늘 캐스트 배우들의 오검과 이변, 태석이 좋았고 굉장히 만족스러웠는데 더블 캐스트의 배우분들이 나이도 고유한 분위기도 더블 캐스트와 다른 부분이 다른 느낌을 선사할 것 같아서 더블 캐스트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오늘에 비해서 셋 다 어려지는데 세 역할 다 젊은 혈기나 치기가 섞이면 나름의 맛이 있을 것 같다. 특히 오진영 검사 역할의 경우 극에서 메인 타이틀롤로 부각되어 있기는 한데 인물 자체의 서사성이 가장 약하고 사건을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가장 끌려다니는 인물인지라 좀 더 유약한 인상의 정원조 배우가 무기력한 느낌을 낸다면 그게 또 재밌을 것 같음.

근데 딕션이나 유연함 같은 걸 중시하시는 분이라면 원조배우는 딕션은 살짝 안 좋으시니 김도현배우로 보시는 거 추천. 김도현 배우 경력도 길고, 장르도 안 가리고 무대 많이 서시는 분인데 어쩌다보니 직접 공연하는 걸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잘하시더라. 시놉시스와 달리 위에 쓴대로 오검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끌려다니는 인물이라서 인물 자체의 힘도 약하고 입체성도 부족한데 배우 본인이 인물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완급 조절을 잘 하셔서 좋았다. 거미여인의 키스 때 일으킨 공연 소감 병크로 많은 분들의 기피 대상이시지만 그전까지는 평이 좋은 배우였던 최대훈 배우는 사투리도 잘하고 연기도 잘 하신다. 나는 그 사건 때 배우에 대해서 인격이 모자라기보다는 시각이 좁고 멍청했다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보러갔고, 연기도 인물도 맘에 들었는데 싫으신 분들은 피하시고, 저처럼 별 생각 없으시다면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네. 촌스러운 대사를 안 촌스럽게 소화하기 위한 배우들의 노고에 별 하나를 더 얹은 이 공연 후기를 보았었는데, 그 캐스팅은 김찬호였지만 비슷한 감상를 최대훈 이변의 연기 여러 곳에서 느꼈다. 특히 돈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에서 와 저거 안 오글거리고 안 유치하게 치느라 연구 많이하고 고생 많이 했겠다 싶었다.


미리 주의보를 울린다. 문성일수니 주의보ㅋㅋ

내가 이 공연을 본 이유는 문성일 차기작이어서인 수니이기때문에ㅋㅋㅋㅋ

객관적으로 후기를 쓰고 싶지만 기본적인 호감과 수니가 되게 된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 그런 걸 배제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만 문성일의 연기를 볼 수 없다는 걸 주의하셔야만ㅋㅋ


여튼 수니 필터 낀 상태로 오늘 만난 성일태석은 한창 열심히 덕질할 때였다면 여러 번 봤을 것 같다. 쓰릴미 리차드나 바람직한 청소년의 현신이 등 외롭고 괴로워서 비틀리는 인물을 연기할 때 문성일이 보여주는 연약함과 자기 위주의 연민을 숨기지 않아서 표현되는 오만한 느낌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게 있는 인물이라 극은 보통 정도의 감상을 느꼈는데 성일태석은 매우 많이 맘에 들었다. 민아 죽고 아버지와의 통화 때 "정말 나 살려주는 거야?"할 때 어 이거 너무 내 취향 문성일인데...하고 당황했는데 특히 두번째 심문 이후에 이변과 함께 돌아와 얘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소파에 앉아 이변을 보면서 저자를 믿어도 될까 말까, 어떤 의미로든 저 사람에게 기대라는 걸 가져도 될까 기대와 의심을 교차하는 눈빛을 보여주는데 그런 표정지을 때 문성일 굉장히 앙칼지고 연약하면서 수니 눈에 좀 지나치게 예쁜 경향이 있는데 그래... 너무 예쁘더라. 태석이 미모에 감탄하며 감상할 류의 극은 아닌데 날선 초식 동물같은 분위기 내는 얼굴 너무 좋아하는데 간만에 그런 얼굴 해주니까.. 대디 이슈 있고, 사람 잘 못 믿으면서 오만하고 건방떠는 걸로 사람 못 믿는다는 듯 방어막 치는 인물인데 그게 하필 며칠 전에 다시 보고 싶기는 하다고 생각했던 쓰릴미 때 리차드 생각을 나게 하는데 얘는 동정의 여지가 훨씬 없고 더욱더 완전히 나쁜 놈이라 새삼 저런 분위기 너무 좋다 완전 좋다, 저 장면 보게 표를 더 잡을까까지 고민까지 했다ㅋㅋㅋ 뭐 나는 문성일수니니까 문성일 기준으로 이런 생각했지만 냉한 분위기를 가진 젊은 배우에게 굉장히 싱크가 맞고 욕심날 역할이고, 연습 영상 잠깐 보니 이창엽도 나쁘지 않았던 듯해서 둘 중에 취향에 더 맞는 얼굴로 골라서 보신다면 태석이라는 인물 지켜보는 맛이 있을 것 같다. 일단 한태석이라는 인물이 극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라서 인물 자체의 입체성도 좋다. 베헤모스랑 킬미나우 사이의 간격이 너무 짧아서 이 극 하느라 킬미 안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극 자체는 킬미나우가 더 좋은 극이지만, 이 극 때문에 킬미 안 한다고 해도 왜 이 극을 선택했을 지 이해가 되었다. 문성일도 이창엽도 어떤 느낌이든 본인 싱크로에 맞을 역할이고, 특히 문성일은 그동안 맡았던 어떤 역보다 이야기의 중심에 선 인물이라 욕심날 만 했겠다 싶었다. 다른 배우분들팬에게는 굳이 엄청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태석 역할 배우들 팬은 자기 배우 보는 맛으로도 좋을 듯.

멀티로 분한 김히어라배우와 권동호배우가 맡고 있는 역들은 딱 멀티라서 할 만한 역이고 소화도 나쁘지 않다. 히어라배우의 경우 민아와 기자를 같이 하는 부분이 극 구성에서 꽤 주요하게 작용하기도 하고. 근데 동호배우가 태석이 아버지로 제일 처음 나온 뒤에 오검 사무실에 수사관인가, 부장검사인가로 나오는게 그 다음 등장인데 그 전에 이변 얼굴을 한참 보게 된 뒤에 등장인데 최대훈 회차라면 권동호-최대훈 이 둘이 골격이 닮아서 순간 혼란스럽고ㅋㅋㅋ 동호멀티는 네다섯가지 역할로 자주 등장해서 얼굴이 많이 겹치네 싶을 수는 있다. 하지만 굳이 그걸 위해서 멀티 한 명 더 늘릴 필요는 없을 구성이라 옷이 바뀌면 절대 다른 인물임을 잊지 말고 보시면 좋을 듯.

다시 연출 이야기 조금 하고 성의없는 후기를 마무리 해야지... 


나는 낭만주의자라서 김태형 연출과 취형 자체는 안 맞는데, 그래도 가끔 좋을 때는 좋아서 김태형 연출과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는데 이 극에서의 연출은 그분의 유머코드와 저의 취향이 언제나 그렇듯이 안 맞는다는 부분 좀 제끼고, 앞서 말한 스크린 사용의 빈도수, 정도 빼면 나쁘지 않았다. 반원형 무대에서 상연된 공연 중에 좋았던 공연이 많았다는 극도로 개인적인 이유로 반원형 무대를 좋아하는데 반원형 무대가 가지는 공간성의 장점인 4면 활용을 잘한 건 좋고, 단점은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결과로 보인 것도 좋았다. 참신하지는 않지만 이야기 자체의 메시지나 흐름이 가지는 촌스러움을 최대한 덜어내고 신파적이지 않게 풀기 위해 노력을 한 점도 괜찮았다.

극 전체 퀄리티는.. 배우들이 연기 디테일로 보여주는 스토리 반전의 단서들이 극본에 있던 거면 작가가, 연출의 디렉션이면 연출이, 배우의 고민의 결과라면 배우들이. 그리고 보통 그렇듯 세 가지의 합이 이룬 거라면 참신한 극은 아니지만 성의있는 극이었다고 생각하고, 굳이 이 이야기가 연극으로 다시 만들어졌어야할만큼 이 이야기 자체가 유의미했냐고 하면 그건 아닌데 한번쯤 관심이 생길 때 보기에는 나쁘지 않을 완성도의 극이었어서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고, 무난한 완성도의 연극으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데 현시창 결말이 싫은 게 아니라면 카드사나 통신사 할인 많으니 할인 30퍼 이상으로 한 번쯤 보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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