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옥주현 박은태 박선우 김민수 김나윤 유리아 김현진 송영미
공연 정말 맘에 차고 굉장히 좋았다.
홍보는 구리지만 배우들 컨디션 관리만 잘하면 극이 좋아서 제법 입소문 탈 것 같다.
무대 얘기 살짝 하고 들어가면, 무대 모양이 사각의 프레임을 형상화한 상태에서 상하좌우로 세트들을 넣고 빼면서 집이었다가 다리였다가 옥수수밭이었다가 하고, 스크린을 꽤 쓰는데 그림으로 많이 나오고 기본적으로 하늘을 보여줘서 그걸로 시간과 배경 등도 알려주는데 하늘 연출로는 아주 예쁘고 그림들은 그림체 자체는 취향이 아닌데 사용 자체는 적절하다 생각했다. 이 극에서 그림은 프란체스카, 사진은 로버트인데 프란체스카가 그리워하는 것들이 그림이라는 게 주는 아련함이 끝나고 생각하니 있더라.
무대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조명..
조명 진짜 너무 좋아ㅠ
탱연출 햇빛 들어오는 연출 하나만큼은 진짜bbb
팬레터 때는 과하게 써서 사람 마음 복잡하게 하더니 무슨 고민을 얼마나 열심히 한 건지 매디슨은 조명도 과한 거 거의 없고, 빛 들어오는 방향 조절도 맘에 들더라. 아예 안 보이게 하려는 건 당연히 아닌 수준이지만 무대 옮기는 앙들 비추는 조명 밝기 조절도 잘 되어서 앙상블들 쎄한 표정 너무 죽일 듯이 보는 것만 좀 강도 약화되면,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을 표현한 거라는 그 의도를 살리면서 너무 눈에 자꾸 보여서 거슬리는 건 없을 듯.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은 형식이지만, 한밤개에서 세트를 앙상블들 몸 동작으로 대신하는 거 난 사람 몸이 갈려나가는 느낌을 안 좋아하고 얼굴이 보이는 거에 대한 부담감 등도 있었는데 매디슨은 액팅은 자제시키고 조명으로 감추는 게 있어서 괜찮았어서 생각난 김에 첨언하기ㅋㅋ
난 사실 이 극 올라온다는 글에 연출이 김태형이라는 글자를 본 순간 탱연출이 로맨스라뇨하고 기겁하면서 걱정했던 사람인데 스스로의 냉소성을 최대한 누르면서 아예 없애지는 않았고, 연극적인 연출이지만 극 자체에 맞게 섬세하게 조절 잘 해서 감성적이라는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게 밸런스 조절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보는 동안 진짜 깜짝 놀랐다.
내가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에 눈물이 나는 것과 별개로 그들이 불륜인 건 사실이라 그런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 꾸준히 짚어주는 건 김태형 연출이라 또 잘해낸 부분 같기도 하다.
전체 사각 프레임의 제일 안쪽에 조명으로 액자나 뷰파인터같은 느낌이 나게 조명을 쏠 때도 있는데 그것도 극 흐름적으로 좋게 들어간 디테일이 있었는데 왜 그렇게 느꼈는 지 헷갈리네ㅠㅠ
사각의 틀 속에서 세상을 찍고 담는 두 사람을 의미하는 것 같았는지, 세상이 그렇게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는지 둘 다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ㅋㅋ
로버트가 죽어서 둘이 만났던 다리에 재로 뿌려졌다는 걸 알려주는 부분인 스크린의 영상은 개인적으로는 와닿지 않았고, 좌우 세트를 좁혀서 노년의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에게 시선을 모아주는 건 의도는 그거일까 싶은데 보기에 답답하기는 해서 무대 연출적으로는 그 두 부분이 가장 아쉽고 나머지는 거의 좋았다.
아쉬운 얘기 다 털고 좋은 얘기 몰아서 써야지..
무대 연출 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로버트 너무 벗긴다? 첫 노출 정도는 아니 굳이 로버트 몸 안 좋아도 프란은 사랑했을텐데 싶었는데 2막에 함께 밤을 보낸 뒤 침대에 둘이 누워있는데 그냥 셔츠 걸치고 있어줬으면 좋겠고ㅋㅋ 몸이 좋은 건 좋은 건데.. 난 좀 민망하더라ㅋㅋㅋㅋ
그리고 유리아배우가 하는 역할이 전반적으로 무의미하고 관련 대사는 오리지널이 그랬다해도 좀 과감히 수정을 가하지 왜 그랬을까 싶다. 유리아 노래 잘하고 존재감도 있는 편이라 보는 입장에서야 괜찮지만 역할에 비해 배우 낭비임. 로버트의 전처, 프란체스카의 언니, 페스티벌에서 쇼를 이끄는 역할 등 3번 정도 나온 것 같은데 등장하는 장면 중 페스티벌 장면은 아무래도 장면 전환과 무대 전환 및 대극장 공연이니 신나는 넘버 하나쯤!!의 느낌으로 넣은 것 같은.. 그런 부분.. 그거랑 프란체스카의 언니에 대한 묘사 몇 부분 심히 거슬린다. 프란체스카의 딸 캐롤린이 아빠는 이모를 창녀라고 하는 걸!이라고 하는 것 정도는 짜증나도 넘겼는데 프란이 이태리에서의 삶에 대해 얘기하면서 언니가 직접 등장하는 넘버에서 언니가 춤추는 것 만큼 다리를 쉽게 벌렸다는 부분 너무 거슬려서 프란 언니는 장면 전체에서 쓰임이 짜증나지만 짜증도 맥스 찍었다ㅋㅋ 뭐랄까. 양공주라는 말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에서 외국 군인들과 엮이는 여성에 대해서 가지는 시선 여전히 이 모양이구나. 진지하게 짜증나는 부분인데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기도 하고.. 여성 캐릭터에 부정적인 부분들을 다 없애려고 하는 거에 반감이 오히려 큰 사람인데 그 부분은 다른 식으로 바꾸지 않은 게 짜증났다. 그 뒤에 언니가 4번째 남편을 어쩌구하는 거에는 짜증이 안 났는데... 여튼 그 부분은 정말 싫었다. 이 극 재연이 올라올 지 모르겠는데 재연 올라오면 유리아배우가 다시하기에는 좀 아깝고 노래 잘하는 신인이 경력 쌓기에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정도로ㅇㅇ
그리고 애들이 너무 찡찡거린다. 사춘기라 그렇다고 보기에는 과하다. 그런 애들 두고 떠나기 싫다고 참는 거면 프란은 정말 아이들 사랑하는 거야.. 매우 그런 거야. 아 정말 사춘기 중2도 어지간해야지 반항도 정도껏 할 것이지 이 갈았네ㅋㅋ 그래도 애들이 엄마는 되게 좋아해서 프란이 자기 떠나고 가정 개판 될까봐 못 떠났을 거라는 생각은 하게 한 건 그 와중에 다행일까... 아 몰라 애들 싫어ㅠ 배우들은 귀엽더라. 김현진은 원래도 러브레터 앙 때부터 귀엽게 봤던 배우고, 송영미 배우는 처음 봤는데 귀엽더라. 두 아이들 목소리가 너무 쨍쨍해서 떼창이 전반적으로 감성적인 거에 비해서 공연장 음향이 따뜻한 기분은 아닐 때 걔네까지 들어가면 조금 더 귀따가운 기분이 든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데 양음감님이 조율....해주겠지?
아 그리고 옥프란 원피스들이 검은 옷 빼고 죄다 톤그로를 끄는 와중에 가장 로맨틱하고 아름다워야하는 이틀째 날 입고 나오는 딸기우유색 계열 핑크색 원피스 진짜 대단히 별로다. 그 옷은 정선아 정도의 흰 얼굴 아니면 아무도 안 입혔으면 좋겠다. 옥언니 살 확실히 좀 찐 거 맞는 것 같은데 옷이 색으로 톤그로와 몸을 더 부하게 보이게까지 한다. 너무 싫어... 프란체스카 언니 옷도 별로인데 사실 이 부분은 언니 역할의 묘사에 대한 짜증과 구분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한데.. 고증은 잘 모르고 다른 배우들 옷은 무난하게 느껴지고, 로버트 옷들은 단추를 2개만 풀어줬으면 좋겠고 맘에 들었다.
그 옷 너무 싫었어서 의상 디자이너 누구야!!하고 그거 보려고 플북 샀는데 안현주 디자이너고.. 한 작품 중에 서편제랑 팬텀 밖에 본 게 없고 팬텀 디자인은 외국인이었다고 하니 원래 별로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ㅠ
위에 쓴 것과 같은 싫은 구석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잘 정돈되었고, 과하지 않고, 이야기와 인물, 음악이 가지는 정서 그 자체를 가진 그대로 배우와 음악의 힘을 믿고 흐르는 감정을 몰아붙이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잔잔한 연출인데 그런 게 정말 좋았다. 무언가를 강요하면 반감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게 없더라. 앞에도 썼지만 조명이 섬세해서 좋은 부분이 많았다. 예쁘기도 예뻤지만 감정 이입하기에 좋은? 단 한 번의 순간이 맞으려나, 정확히 시점이 기억 안 나는데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밤 어딘가에서 좁게 들어가있던 달빛이 노래가 고조되면서 길게 퍼지는 순간이라던가, 처음 만나고 헤어진 뒤의 첫 밤이려나 해가 지고 별이 뜬 밤에 별이 동심원 그리듯 그렇게 길어지는 조명 같은 건 또 별이 그렇게 지나듯(사실 그건 한해에 걸친 이동이지만ㅋㅋㅋ) 밤새 내내 생각한 것 같아서 로맨스에 이것저것 의미 부여하길 좋아하는데 감정 이입할 여지가 많더라.
앙상블들이 세트, 도구 옮기는 거 걱정 많이 했는데,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감시에 대한 암시를 너무 자주 주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번잡하지 않았고, 흐름이 중요한 극인데 세트 전환을 위해 앙 활용을 하지 않고 대신 암전이 잦았다면 그게 더 별로였을 것 같아서 앙상블을 이용해서 세트를 전환하는 연출에 대해서 납득했다. 번점이나 렛미인일 것인가 한밤개일 것인가에서 번점이고, 러브레터라는 거하게 망한 작품에서(ㅠㅠ) 인물로 세트 빼올 궁리가 고갈된 건지 스태프가 벤치 들고 나왔던 씬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나에게 줬던 짜증을 생각하면 등장인물이 가지고 나오는 거 쯤이야하고 넘길 수 있는 정도ㅋㅋ 한밤개에서 더 격하게 싸운 건 사실 앙상블들이 몸으로 세트 자체를 구현하는 게 저러다 잘못 하면 목 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과 기왕 돈 들인 거 무대 세트로 써도 될 부분인데 그런 것 같다 싶은 기분이었다는 것 등이라 조용히 세트만 들고 나니 괜찮나 싶기도 하다. 팬레터에서 세훈이 계단 옮기는 건 너무 웃겨서 뿜을 뻔 했는데 프란체스카와 로버트가 서있는 문을 무대 전환과 함께 앙들이 옮겨서 안과 밖을 바꾸는 건 괜찮게 느껴지는 걸 보면서 규모의 차이인가 싶기도.
이제 각 인물에 대한 감정이나 감상을 풀고 싶은데 자꾸 전체 얘기만 하게 되네. 강제로 방향 전환!
옥은 본 중에 가장 섬세한 연기를 하고 있지만 그런 거 특화인 중소 뮤지컬이나 연극 자주 본 입장에서는 너무너무 섬세해요 할 만큼은 아니고, 은은 인물의 결을 꼼꼼히 잡아오는 것과 별개로 이쪽도 골격이 강해서 개인적으로 표정이 아주 섬세하다고 느끼지는 못하는 인물이지만 둘다 캐릭터 해석 빡세게 했고, 서로의 인물의 합을 맞추는 것도 다 되어 있었고, 그래서 둘의 케미는 좋았고 옥프란과 은버트가 극 속에서 나에게 보여주는 감정들의 흐름과 설렘과 번뇌와 그리움과 애틋함도 충분했다. 일단 나는 느꼈어!ㅋㅋㅋㅋ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삶의 의미 또한 존중하는, 그리움의 시간을 영원히 알았을 것 같은 그 애틋함이 마음을 찌르르하게 울려줬고 1막은 적당히 잔잔하게 잘 보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취향저격은 아니다 싶었는데 2막 다 끝난 뒤에 취향이야 너무 좋아 망하지마 잔잔한 대극장극ㅠㅠㅠㅠ하고 울고 나왔다ㅋㅋㅋ
아 근데 원래 그렇지만 이 두분은 정말 노래를 잘 하고, 성량 참 대단해서 넘버 시작하면 괜히 신기한 기분 들었다. 이런 종류의 넘버는 이런 크기의 볼륨 어색해랄까. 극이 연극적인 것도 그렇고 그동안 올라온 대극장 뮤 중에 따지면 2015 베르테르과에 가깝고, 보통 중극장 감성극 계열인데 은도 은인데 특히 옥언니 파워 보컬로 듣자니 노래 잘하는 것과 별개로 낯설다? 공연장인 충무 사이즈에는 어색할 게 없는데 그냥 계속 좀 신기했다ㅋㅋ
올라온 후기 중에 노래 넘버 자체가 옥과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동의하는 것과 좀 비슷한 계열의 신기함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노래가 또 너무 어려워서 그래서 더 잘 부를 다른 여배 누구 있을까?하면 또 확 생각 안 난다는 것도 공감.
아마 다음에 올라올 때 옥이 안 하거나 그때 더블 캐스트 이상을 하게 된다면 넘버 최고음을 좀 낮게 편곡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는데 뭐 음알못의 개취.
크.. 그리고 이런 거 얘기해봤자 둘이 (1막 말고 2막이요 1막은 좀 노래가 짧다. 애매하다 기분도) 단 한 번의 순간 부르는데 좋다. 너~~~무 좋다. 캬 이 조합 듀엣 찬성이요 룰루랄라 해버려서ㅋㅋㅋ 음원으로 열심히 듣던 넘버 실제로 들을 때 어 음이.. 떨어지네? 숨이.. 짧네?같은 내적 상처없이 듣는 거 너무 짜릿하고ㅠㅠ 극 중 맥락으로 만나니 가사 하나하나가 콕콕 박히고 내가 낯설든 말든 다시 생각해도 흐뭇하다ㅋㅋ 눈물 그렁그렁하면서 속으로 야광봉 흔들었다ㅋㅋㅋ
끼워서 얘기하자면 넘버가 잔잔하고 감성적인데 화려하고 빵빵 터지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아무래도 심심할 것 같은데 난 좋았다. 취향이다. 2막 오프닝 곡 같이 너무 컨트리한 건 좀 아닌데 현악기가 많은 건가 그런 걸 잘 모르는데 감성적인 넘버들이 이야기의 분위기 자체와 잘 어울림.
다시 급 극 얘기..
빈 구석을 담고 떠돌던 사람이 찾은 안식처가 어딘가가 아니라 누군가라는 것, 마음 속 깊은 그리움과 잊고 있던 자유에 대한 꿈을 일깨워주고 이해해주는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참 좋았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지는 않으면서 환상은 가지고 있는데 이 둘이 서로에게 그 짧은 순간에 운명을 느낀 게 저 이유라면 그건 인정..이런 생각했네.
4일 간의 짧은 사랑 이후, 그 둘은 평생을 다시 만나지 못 했고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죽어서야 그리워했다는 진심을 다시 전하는데, 그런 뒤 커튼콜에서는 다른 방향의 문을 열고 함께 등장해서 같이 인사하는데 커튼콜과 극이 과하지 않게 연결되면서 정말 좋았다.(그 뒤에 프란체스카와 로버트가 로즈먼 브리지에 함께 서 있는 그림 스크린에 띄워주는 거에 대해서는... 흠.. 영상을 안 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액자만 놓으면 그림이 안 보여서 그런 거라는 걸 알겠어서 판단 보류ㅋㅋㅋ)
다리를 살피는 로버트, 그런 그와 잠시 멀어져 그림을 그리는 프란체스카. 처음 만났던 날 로즈먼 다리에 프란체스카가 로버트를 데려다준 뒤 자신의 시간을 가지며 만든 풍경이었는데,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던 그 풍경이 그들이 함께 했다면 가졌을 일상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 평화로운 순간이 커튼콜 때 떠오르면서 함께 했던 시간 속 새로운 시간들을 계속 떠올린다는 로버트의 노래 속 가사와 함께 마음을 울려서 너무 슬프고 벅찼다.
처음 만난 날에도 함께 있다는 것으로 자연스레 만들었던 아름다운 순간을 일상으로 만들어줄 사랑을 만났음에도 버드의 손을 잡고 오하이오로 와서 꾸렸던 가족에 대한 애정과 그리고 그때의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가족을 선택한 프란체스카의 선택도, 그리고 그런 프란체스카의 마음을 알기에 그런 그녀에게 먼 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로버트의 존중까지 생각하면 그 선택의 무게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 만큼 또 슬픈?
결혼 후 만나게 된 진짜 사랑.. 아 이런 말 너무 어렵네.
난 불륜 소재의 창작물에 트리거 없고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도 한다. 예전에는 그렇게 오래 살지 않았지만 요즘은 장수 시대고, 서로의 인생을 함께 꾸리자는 책임감 외에 결혼이 가지는 의미가 뭘까같은 생각을 요즘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불륜이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가정을 꾸렸기에 파생되는 자녀의 양육도 있고, 한 가정 단위로 삶이 꾸려지기에 여성은 경력 단절도 겪고.. 그런 뒤 사랑이든 뭐든 이혼하면 경제력이 없는 쪽의 생계는 뭐가 되며 같은 걸 생각하게 되고. 뭐 지금 쓴 생각 등등으로 아직 불륜 자체에 정리되지는 않은 입장인데 이 극에서만큼은,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와 떠나지 않은게 그래서 사랑에 대한 애틋함도, 가정에 대한 존중도 다 보여서 눈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그 책임의식이 좋게 다가왔다. 프란체스카와 로버트 개인의 인생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는한데, 그래도 로버트가 프란의 선택을 존중한 이유처럼 나도 그래서 이 극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래서 좋아한다.
소울메이트라는 아주 예전 시트콤이 있는데 아시는 분들 계시려나ㅠ 극 중에서 여주인 수경과 남주인 동욱이 소울메이트인데(동욱에게 수경의 마음이 들려요.) 원래는 다른 짝이 있던 동욱이 수경과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짝이 자기 회사 동료라 거부하던 수경도 사랑을 인정하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마지막 회에서 자기와 같이 미국으로 떠나자는 동욱에게 수경이 동욱에게 우리가 운명이라는 이유로 함께 떠난다면, 그 전에 했던 사랑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가 될 것 같아서 그와 떠날 수 없다고 하는데 그게 생각이 나더라. 그런 수경의 선택을 존중해서 혼자 미국으로 떠났던 동욱의 사랑과 닮아있달까.(솔메에서는 뒤에 각자 다른 곳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우연히 일본에서 재회할 것 같다는 암시로 끝나지만요.)
로버트를 만나고 다시 찾은 자신도 프란체스카이지만, 그 이전의 삶을 살았던 프란체스카도 자신이기에 그녀는 떠나지 않는 것을 택한 걸로 극에서 그리는 게 그게 너무 좋더라. 프란체스카는 꿈많은 이탈리아 소녀였지만 전쟁으로 피폐해진 고향을 벗어나고 싶어서 미국인인 버드와 결혼해서 미국에서 살게 된 뒤 삶을 꾸리는 거에 지쳐서 그랬던 자신을 잊게 되는데 로버트와의 4일 간의 시간으로 잊고 살았던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된 프란체스카가, 그런 새로운 깨달음과 함께 로버트를 만나기 전의 시간 속 가족을 사랑하는 자신이 어떤 것인 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기에 로버트와 떠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고 이전의 모든 것을 무의미해하는 거 너무 허탈하고 그전의 자신에 대한 부정은 자기 자신을 덜 아끼는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닌 흔치 않은 이야기라 좋았던 것 같아.
그리고 짧은 찰나를 함께 했지만, 프란체스카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걸 로버트가 너무나 잘 알았기에 그녀를 흔들지 않고 그저 기다렸다는 거 너무 취향인 순애보였는데 노년의 로버트가 건강이 나빠져서 사진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잡지사에 이제 세상을 유랑할 수 없기에 프란체스카에게 전화가 온다해도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라는 하는 것까지 다 프란체스카의 삶에 대한 존중같아서 눈물이 막.. 잘 참고 있다가 펑펑 터져버렸다ㅋㅋ
평생을 함께 하던 일을 더이상 할 수 없어질 만큼 자신의 건강이 무너졌고, 그래서 삶이 흔들릴 아픈 상황에서 남은 시간동안 나와 함께해달라고 하지 않는 거 정말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 선택으로 닿더라고요. 그녀를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면 그녀의 삶을 흔들지 않겠다는 거잖아. 그게 나를 아프게 하는 일이라도. 크 좋더라.
로버트가 원래 그렇게 헌신적인 사람은 아니고 프란체스카였기에 그 사람이 그랬다는 것도 운명 환상에 취하기 좋은 부분이었고ㅎㅎ
유리아가 맡은 역 중에 유일하게 좀 유의미한게 로버트 전처 역할인데, 로버트가 원래 마음을 한 곳에 두지 못 하는 사람이었고 그녀는 그런 로버트의 쉴 곳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그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다라는 노래를 하는데 로버트와 프란체스카는 행복하게 서로에게 몰입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이 대조되는 게 프란체스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로버트의 서사를 잘 보충해주는 부분이었는데 그거 생각도 좀 났고.
쓰다보니 좀 지쳐서 버드 얘기만 하고 줄이기ㅠ 선우버드 노래하는 목소리가 취향이 아니라서 처음에 좀 별로였는데, 아내를 사랑하지만 일상을 유지하는 것에 치여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미루는 서툰 촌부의 전형같은 사람이라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하는 장면에서 참 말 못할 동정심이 들더라.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가족이 붕괴되어가는 조짐을 느낀 불안함과 그것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서툶, 모두 다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함께 다시 가족이 뭉쳐지길 바라는 그런 인간적인 연약함이 와닿았다.
프란체스카의 이웃집 부부인 아내 마지와 남편 찰리의 대화 씬이 있다. 프란체스카의 집에서 밤새 로버트가 나오지 않은 걸 본 마지가 남편 찰리에게 자신이 바람을 피면 어떻게 할거냐고 하니까 찰리가 마지가 바람을 핀다면, 그건 마지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떠날 것이다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버드에 대한 암시라고 생각은 했는데 4일 간의 외출 후 돌아온 집에서 어딘가 달라지고 불안해하고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말을 하며 흔들리는 프란체스카의 마음을 깨닫고 불안해서 무너져가는 과정 납득이 잘 갔다. 프란체스카와의 얘기 중에 아들이 사고치나 튀어나왔다가 복잡한 감정을 누르지 못 하고 애를 밀친 뒤에 가족의 붕괴가 눈앞에 닥친 순간에서 모두 함께 시내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것을 요구하는 모습이 간청하는 느낌을 준다는 게 좋았고, 그리고 좋았기에 다행이었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로버트와 가족이 마주쳤을 때 로버트를 바라보지 않고 뒤돌아서서 프란체스카의 선택을 기다리는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다시 가족을 선택한 프란체스카와 남은 삶들을 아이들과 그들의 가정을 지키며 사는 것이 가능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하더라.
이 얘기 저 얘기 썼지만 일단 프란체스카의 입장에서 꾸려진 이야기고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입장에서 애틋하고 좋고, 또 거기에 가미된 사랑이 좋은 극이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잊고 살던 사람이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를 만나서 잊고 살던 진짜 자신을 깨닫고, 그렇기에 자신의 모든 선택과 꾸려온 삶을 책임지는 이야기. 그런 계기가 되는 사랑이 너무나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이기에 또 안타까움이 교차되는 게 좋았고, 그렇기에 한 사람의 이야기면서 로맨스가 쭉 가는 게 행복했다.
극 자체가 2막 가족의 귀환 이전까지 쭉 프란과 로버트의 사랑이기에 연애물 보는 마음으로 둘이 불륜이지만 솔직히 흡족하다ㅋㅋ
맘에 드는 사람 앞에서는 얼이 빠지게 되니까 사고가 유연하지 못해서 시답잖은 헛소리를 하게 되고, 평소라면 안 했을 행동들을 자꾸 하게 되면서 괜히 한 번이라도 말을 더 섞고 싶어서 만드는 멋쩍은 상황들 굉장히 귀엽잖아. 그런 시작부터 사랑을 인정하고 애절해지는 흐름이 다 있고... 좋아서ㅠㅠ 내 주변을 가득 채운 관크쟁이 머글님들 다들 나중에는 우시던데 소문 많이 내셔서 극장 좀 가득 채워주셨으면 좋겠다는 감상으로 이만 줄이기.
극 좋아요..
관심있으면 봐주세요ㅠ
전 선우버드도 좋았지만 자주 안 해도 노래는 많이 아쉬우니 노래 잘하는 상현버드 회차로 봐주시면 됩니다.
대극장 뮤지컬보다 대극장 연극 좋아하는 분들이 오히려 좋아할 것도 같은 극이다 싶고, 섬세하고 좋다ㅠ
(덧)
의상 디자이너 누군지 보려고 산 플북에 스태프들 필모를 보니 쇼노트가 대체 뭘 협력하는 건가 싶었는데 쇼노트 쪽 작품한 제작진이 좀 보이더라. 하려면 홍보도 같이 협력하지.. 안타까워해보기ㅠ
*트위터 단상
탱연출 햇빛 들어오는 연출 하나만큼은 진짜b
생각보다 많이 울어서ㅠ 이대로 나가면 도르미에게 붙들릴 것 같은데(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
빈 구석을 담고 떠돌던 사람이 찾은 안식처가 어딘가가 아니라 누군가라는 것, 마음 속 깊은 그리움과 잊고 있던 자유에 대한 꿈을 일깨워주고 이해해주는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
탱연출에게 히보 이후로 두번째 닿지 않을 사과를... 죄송해요. 로맨스 연출 가능?하고 매디슨 공연 올라온다, 탱연출이다 했을 때부터 왜!!!하고 걱정했던 거 사과합니다ㅠ 제가 편견에 쩌들었네요ㅠ 내가 나빴네 정말ㅠㅠ 로버트 자꾸 벗기는 거 빼고 진짜 하나도 안 싸웠다ㅠ 커튼콜에서 프란체스카랑 로버트 함께 걸어나올 때도 또 오열할 뻔ㅠㅠ 커튼콜 연출 진짜 잘하고... 매디슨 아름다웠고.. 말 정리가 안 되고 아 좋았네, 좋았네 계속 그 생각만 난다. 유리아배우 너무 좋은 분이지만, 등장하는 장면 중 페스티벌 장면은 아무래도 장면 전환과 무대 전환 및 대극장 공연이니 신나는 넘버 하나쯤!!의 느낌으로 넣은 것 같은.. 그런 부분.. 그거랑 프란체스카의 언니에 대한 묘사 몇 부분 심히 거슬리는데 (아 싫은 구석 있네ㅋㅋㅋ) 잘 정돈되었고, 과하지 않고, 극이 원래 가진 그대로 배우와 음악의 힘을 믿고 흐르는 감정을 몰아붙이지 않고 잘 전달해낸 그런 게 정말 좋았다. 무언가를 강요하면 반감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게 없었고, 좋았다 정말. 한밤개는.. 좋은 극이었지만 그때 괜찮은 부분이 있지만 대극장 연출하는 탱연출과 진짜 안 맞는 부분들이 굉장히 도드라져서 걱정 많았는데 나를 불편하게 했던 그런 부분들이 좋은 의미로 많이 정돈되어서 굉장히 편안한 관극이었다. 앙상블들이 세트, 도구 옮기는 거 걱정 많이 했는데,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감시에 대한 암시를 너무 자주 주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번잡하지 않았고, 흐름이 중요한 극인데 세트 전환을 위해 앙 활용을 하지 않고 대신 암전이 잦았다면 그게 더 별로였을 것 같아 이런 흐르는 감정이 중요한 극들은 개인적으로 취향이고 좋아하고, 그래서 보고나서 행복한 것과 별개로 후기가 잘 안 써져서 참 힘들다ㅠ 각 인물에 대한 감정이나 감상을 풀고 싶은데 그게 세트로 가다보니... 확실한 건 옥프란과 은버트가 극 속에서 나에게 보여주는 감정들의 흐름과 설렘과 번뇌와 그리움과 애틋함을 나는 느꼈고, 이 두분은 정말.. 노래를 잘 하고, 성량 참 대단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삶의 의미 또한 존중하는, 그리움의 시간을 영원히 알았을 것 같은 그 애틋함이 내 마음을 울렸다는 것. 다리를 살피는 로버트, 그런 그와 잠시 멀어져 그림을 그리는 프란체스카. 처음 만났던 날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던 그 풍경이 그들이 함께 했다면 가졌을 일상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 평화로운 순간이 커튼콜 때 떠오르면서 함께 했던 시간 속 새로운 시간들을 계속 떠올린다는 로버트의 노래 속 가사와 함께 마음을 울려서 너무 슬펐던 것 같다. 처음 만난 날에도 함께 있다는 것으로 자연스레 만들었던 아름다운 순간을 일상으로 만들어줄 사랑을 만났음에도 버드의 손을 잡고 오하이오로 와서 꾸렸던 가족에 대한 애정과 그리고 그때의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가족을 선택한 프란체스카의 선택도, 그리고 그런 프란체스카의 마음을 알기에 그런 그녀에게 먼 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로버트의 존중까지 아름다웠다.
매디슨 보고 나니까 소울메이트가 너무나 보고 싶어지네ㅠㅠ 솔메 마지막 회에서 수경이 동욱에게 우리가 운명이라는 이유로 함께 떠난다면, 그 전에 했던 사랑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가 될 것 같아서 그와 떠날 수 없다했던 게 떠올랐다. 그런 수경의 선택을 존중해서 혼자 미국으로 떠났던 동욱의 사랑까지도. 로버트와 프란체스카가 함께 떠난다고 해서 그들의 사랑을 비난하고 싶지도 않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그 마음까지 사랑이기에 그것마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로버트를 만나고 다시 찾은 자신도 프란체스카이지만, 그 이전의 삶을 살았던 프란체스카도 자신이기에 그녀는 떠나지 않는 것을 택한 거겠지. 순간 수탉들의 싸움 속 존도 떠올랐는데, 그때 W를 선택하지 않고 M에게 남은 존이 자신을 잡지 못 했기에 그의 선택이 안타깝고 M과의 삶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던 것과 달리, 로버트와의 4일 간의 시간으로 그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된 프란체스카가 가족을 사랑하는 자신이 어떤 것인 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기에 로버트와 떠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지만 확신을 가지고 한 선택이기에 평생을 가슴에 담고 살 그리움과 사랑임에도 가족이 줄고,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알아서 꾸려가는 와중에도 전화기를 들지 않은 거겠지. 이제 세상을 유랑할 수 없기에 프란체스카에게 전화가 온다해도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라는 로버트도, 그렇게 그녀만을 기다릴 로버트를 알테지만 그를 흔들지 않은 프란체스카도, 서로를 위해 그렇게 살아간 거니까, 모든 것이 끝나고 다시 시작한 세계, 세상 속 자유로운 세상 속에서 다시 만나길.. 선우버드 노래하는 목소리가 취향이 아니라서 처음에 좀 별로였는데, 아내를 사랑하지만 일상을 유지하는 것에 치여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미루는 서툰 촌부의 전형같은 사람이라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하는 장면에서 참 말 못할 동정심이 들어버렸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가족이 붕괴되어가는 조짐을 느낀 불안함과 그것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서툶, 모두 다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함께 다시 가족이 뭉쳐지길 바라는 그런 인간적인 연약함. 가족이 돌아오기 전, 마지와 찰리의 대화에서 찰리가 마지가 바람을 핀다면, 그건 마지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떠날 것이다라고 하는 장면이 이런 감정들에 대한 암시일거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흔들리는 프란체스카의 마음을 깨닫고 함께 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이 간청하는 느낌을 준다는 게 좋았고, 다행이었고. 로버트를 바라보지 않고 뒤돌아서서 프란체스카의 선택을 기다리는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다시 가족을 선택한 프란체스카와 남은 삶들을 아이들과 그들의 가정을 지키며 사는 것이 가능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아직 자식이고 아마도 남은 삶들도 자식으로서 살겠지만... 마이클이랑 캐롤인 진짜 너무 깡깡거려서... 아 내가 자식이지만 정말 너무 시끄러운 사춘기 아이들... 엄마아빠가 포기 안 하고 잘 키워서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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