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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70305 뮤지컬 아이다 낮공

by All's 2020. 6. 19.

 

캐스트 - 윤공주 이정화 민우혁 박성환 강은일 김덕환 김선동

 

 

아이다는 오페라 아이다를 학교 음악 시간에 비디오로 틀어줬을 때 보면서 줄거리 극혐.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다의 솔로 넘버인 댄스 오브 로브라는 넘버와 암네리스 넘버 my strongest suit를 들어본 본 적이 있다. 정도가 뮤지컬 아이다 관극 전 제 배경 지식의 전부인데.... 배경지식과 아이다에 대한 꾸준한 비호감 고백을 가지고 각오했던 것보다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너무 극혐이라 좀 충격적이었던 관극이었어다. 뮤지컬이 오페라랑 줄거리가 아주 아주 큰 줄기는 비슷해도 디테일이 다른데 다른 디테일 하나하나가 격렬하게 혐오스러워서 남녀 주인공 튀어나올 때마다 괴로운 건 슬프더라. 배우들 노래도 연기도 넘버 자체도 맘에 들어서 더 슬픈ㅠㅠ 이렇게 노래도 잘하고 훈훈한 배우들이 저렇게 열심히 귀에 괜찮은 멜로디를 부르는데 넘버 가사가 극혐이니 미치겠네^0^ 상태였달까. 여튼 상상을 뛰어넘는 혐캐들이었다. 심지어 뮤지컬 시작이 현대에서 다시 만나는 거였을 줄이야. 오페라 줄거리로 기억하는 수준으로도 재수없는 애들인데 쟤네 만나면서 시작해? 진짜 싫다하고 짜식으면서 시작했는데 다행히 장면 전환 되고 보이는 무대세트 색감이 예뻐서 집중이 바로 되었으니 다행이었다. 그래봤자 아이다랑 라다메스 싫은 이유 줄줄이 풀 거지만ㅋㅋㅋㅋ

 

예전 왕족들이나 귀족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지는 모르겠지만 난 귀족 이상의 계급을 가진 사람들, 요즘 세상 기준으로 정치인 등의 특권 계층이 특권을 가진 만큼 자신이 얻는 혜택에 대한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싫으면 누리는 것도 버리고 진짜 자기 맘대로 살던가, 내 맘대로 하고 싶은데 특권도 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징징거리는 거 꼴보기 싫은데 라다메스랑 아이다 너무 그런 인물들이고, 특히 아이다는 그 와중에 갈팡질팡하는 척까지 하면서 남의 생각은 1도 안 하는 혐성 오브 혐성이라 정말 너무 싫었다. 혐성이라는 말 잘 안 쓰고 싶은데 정말 너무 혐성이었다. 일단 기억을 스치는 인물들 중에는 가장 혐성이었고.. 생각할 수록 혐성이네ㅋㅋㅋ (책임감 관련해서 돈 잘 버는 재벌 쪽에 바라는 책임감의 종류는 좀 다르다. 자기 고용인과 거래처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한다고 보는... 특권 계층 얘기하다보니... 안물안궁이겠지만 그렇다.) 제가 계급 사회 시절에 태어났다면 귀족 이상 왕족 이하의 특권 계층이었을 가능성이 적은 것은 물론, 심지어 운이 더 나빴으면 노비였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그런 인물들을 바라봐서인 게 크겠지만, 혹여나 특권 계층이었을거라고 생각해도 주는 거 없이 받으려고만 하는 그런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면 스스로가 혐오스러울만큼 싫은데, 특권 계층이 평민이나 노비들이 그들을 귀한 존재로 대우하며 특권을 누릴 수 있게 세금을 바쳐주고 떠받들어주는 만큼 최소한 그들을 지탱하는 울타리인 국가와 민족을 위해 노력은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정말 그런 부분을 절실하게 느낄 필요까지는 없지만,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동안 받아먹은 것이나 큰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도 그런 책임감은 가졌으면 좋겠다. 그게 안 되서 왕정 국가 다 무너지는 거잖아. 여튼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지. 반드시 일대일 대응이 될 필요는 없지만 너무 받아먹으려고만 하면 착취당해주는 입장에서 억울한데, 그런 위정자로서의 책임감이라는 게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살거나, 있는 척 하고 사는 인물들이더라고. 라다메스랑 아이다는. 둘이 왜 첫눈에 반했는 지 알겠다 싶을 만큼.

 

라다메스는 천지분간 못 하고 빽빽거리며 자기한테 대들다가 정말 위험할 것 같으면 꼬리를 내리는 아이다에게서 자기 맘대로 하고 싶지만 결국 정복 전쟁을 핑계로 돌아다니면서 결혼을 미루는 것 밖에 못 하는 자기와 같은 혐성러의 동질감을 느꼈겠지. 자기가 가진 것들이 부담스럽다 느낄 만큼 가진 게 많은 이들도 드물고, 거기에 대해 감사하고 지켜야한다는 책임감을 가지지 않으며 그 나이까지 성장하기도 쉽지 않잖아ㅋㅋㅋ 아이다는 뭐 얼빠이고 상황적으로 자기를 구해주기도 했는데 그 다음에 마주치면 마주칠 수록 동질감을 얘도 느꼈겠지. 아 정말 너무 싫은 세트다.

 

나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랑 지상주의자는 아니지만, 극 중에 사랑이라는 감정에 모든 걸 바치는 인물이 있을 때 그 인물을 응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랑에 달린 운명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개인의 행복이 걸린 정도라면 모를까. 자신의 삶과 선택에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목숨과 행복이 걸려있는데 끝까지 갈등하기만하고 만만할 때만 소리를 치는 무책임한 인물에게는 이입을 할 수 없더라. 내가 이 공연을 보면서 눈물 흘린 순간은 댄스 오브 로브였는데, 아이다에게 자신들의 지도자가 되어줄 것을 간청하는 백성들이 너무 가여워서 눈물이 났다. 저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 그래도 희망이라고 떠받들지 않으면 비참한 삶을 살아갈 의지를 이어갈 수 없는 노예의 삶은 도대체 어떤 걸까. 저게 나일 수도 있는 거잖아.라고 생각하니 그게 너무 슬프고 억울해서 눈물이 났고, 끝까지 백성들의 간청을 거절하지 않고 로브를 입은 아이다가 정말 격렬하게 혐오스러웠다. 애초에 메렙한테 내가 공주라는 거 말하지 말라고 한 것부터가 지금 백성들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보다는 공주 자리가 버거워서인 사람이잖아. 목숨을 부지하려면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야 하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노예로 끌려온 거, 공주라는 신분의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노예로 끌려와서까지 그 짐 지기 싫다는 거 너무 싫더라. 그 갈등을 공주아이다가 너무 잘 표현해서 더 싫어ㅋㅋ 연기를 못 하면 그냥 어리고 철없고 멍청해서 그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결을 꼼꼼히 넣어서 전달이 너무 잘 되는 슬픔ㅠㅠ

 

아이다의 생각 자체가 이해가 안 되지는 않는다. 공주의 자리는 무겁지. 하지만 한 나라의 공주로서 그저 자신의 호기심으로 나일강 유역을 기웃거리다 이집트 병사들에게 잡힐 만큼 생각없고 나약한 자신은 백성들의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자기같은 멍청한 사람을 섬기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고 결국 값 싼 동정으로 그들이 건네는 로브를 받는 거 너무 싫었고, 그래서 눈물이 날만큼 증오스러웠는데 그 이후에 하는 짓은 계속 더 극혐이고ㅋㅋㅋㅋ 왜 극혐인지 하나하나 다 쓰고 털어버리려고 했는데 싫은 이유 쓰는 것도 힘들다. 암네리스와 라다메스는 아이다 보고 옳은 말만 한다고 하지만, 난 아이다가 그냥 기분대로 내뱉기만 하는 철부지라 정말 싫었다. 널 가지려고 한다면 지금 명령하나로도 충분하다는 라다메스에게 이제 자신은 공주의 시녀이기에 당신 명령 반드시 안 따라도 된다고 할 때처럼 자기 유리한 부분 귀신같이 알고 이용해먹는 기회주의자 주제에 정의로운 척 하는 거 끔찍했고, 로브를 받아든 이후에도 라다메스에게 매정하지 않다가 심지어 사랑을 나누고, 그랬다가 공주와의 결혼을 위해 네헤브카가 자기 대신 죽은 상황에서 굳이 그에게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찾아가서 우리 이별해요.라고 해놓고, 왕과 도망치는 순간까지 라다메스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그에게 자기 변명을 하느라 시간을 끄는 것까지 하나하나 극혐이 아닐 순간이 없음에 극혐이었다며 이놈의 극혐 소리를 이제 줄인다.

 

극의 여주인공이자 타이틀롤을 맡은 인물이 저 모양인 와주에 혐성과 비중을 비슷하게 끌고 가는 라다메스도 동생처럼 사랑하지, 여인으로 사랑하지는 않는 암네리스를 약혼녀로서 존중하기는커녕, 아이다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 그녀를 모욕하는 짓을 해놓고도 암네리스가 상처받았을까 걱정도 하지 않는 부분을 비롯해, 왕에게 충성스러운 신하라 출정해서 영토를 넓히는 척 하지만 아버지가 자신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있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 도망다니는 수준이라는 것도 싫고.... 얘도 여러모로 싫었다. 그나마 이 놈에게는 스토리적으로 면죄부가 주어진 부분은 있긴 하더라. 누비야의 국왕이 탄 배의 밧줄을 끊어서 그를 도망치게 한 뒤 조세르에게 아버지와 자신의 운명이 엮여있으니 도망치는 게 좋을 것이다라고 말할 때, 자신을 반역자로 만드는 것으로 국왕을 독살하고 라다메스를 왕으로 세우고, 그런 뒤 왕의 아버지로서 이집트 왕국을 손에 넣겠다는 조세르의 야망을 멈추는 게 하는 의미있는 선택을 단 한 번 하는?ㅋㅋㅋ 아이다가 백성을 위해 고민하고 눈물짓는 마음에 감동받아 바뀌었다는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설득력이 없었지만.. 그래서 라다메스의 그 선택을 통해 아이다와 라다메스에게 주려고 했던 면죄부를 나는 느끼지 못 했지만 극적으로는 이 둘을 긍정적인 인물이라고, 가여운 인물이라고 하려한 맥락을 알 것 같았고, 그 기준에서 잔인한 운명의 굴레에 상처받은 연인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라는 울림을 주려고 했구나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내가 그렇게 느꼈냐면 답은 아니요.지만 줄거리가 주기는 했다.

 

원작인 오페라 아이다부터가 이집트 장군과 패전국의 공주였다가 포로가 된 아이다의 사랑 이야기였으니 지금의 인물 구도 자체를 다 틀어버릴 수야 없겠지만, 지금의 서사로는 사랑 얘기라면 껌벅 주는데 로맨스적인 비극은 못 느끼겠더라. elaborate lives 장면은 특히 너무 힘들었다. 이 극은 저 둘을 구제하려면 넘버 괜찮았지만 저 장면 들어내고 이야기 구도 좀 확 바꿔버려야 할 것 같다. 왜 굳이 둘이 중간에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나눠야하는 지 모르겠어. 함께 생매장 당하는 마지막을 맞이하기 전까지 그냥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 답답해하면 안 되는 건가? 숨기고 싶어도 사랑이 흘러나오지만 그럼에도 아니라고 부정하는 게 더 애틋하고 더 비극적이지 않나? 자꾸만 돌리게 되는 시선과 떨리는 목소리로 사랑을 감추지 못할지언정 왜 둘이 서로 그러는 지.. 이제 진짜 둘 사이를 가로막는 이가 아무도 없는 무덤 속에서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죽음 앞에서 모든 속박을 끊어내고 사랑을 고백했다면 난 눈물 펑펑 흘렸을 거야. 굳이 듀엣송을 중간에 넣고 싶으면 아이다가 암네리스와 라다메스를 결혼시키기 위해 조세르가 자신을 죽이려고 하니 날 사랑하면 암네와 결혼하라고 함께 도망가자는 라다메스를 매몰차게 떠나보내고 아버지와의 탈출을 준비하고, 그녀가 사실 누비야의 공주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라다메스가 국왕과 함께 도망치려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위해 돌아선 채 서로 그렇게 다른 곳에서 서로를 그리워하고 열망하면서 눈물짓는 장소는 다르나 노래는 하는 따로 또 같이 듀엣을 넣던가.. 내가 생각하는 비극은 그런 거라 오늘 본 서사에서는 그닥 비극.. 못 느꼈네. 자비로운 암네리스는 죄인들을 함께 마지막을 맞게 하고, 수천년의 시간이 흐른 뒤 자유로운 그들을 함께 하게 했지만, 나는 그들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인물에 대한 비호감에 불호를 열심히 쏟아냈지만 뮤지컬 아이다 관극 자체는 좋았다.

 

스토리 연결 안 되는 부분 없고, 인물이 혐캐라서 그렇지 인물들 모순된느 구석도 없고, 끊임없이 전환되는 무대는 아름답고, 잉여로운 조명 사용도 없고, 넘버도 좋고, 연기하고 노래하는 배우들은 앙상블들도 다들 참 잘 하고 좋더라. 샤롯데 2층은 처음 가봤는데 가보았던 대극장 공연장 2층 중 가장 객석과 가까웠고, 난간 시방도 크게 없어서 그 부분도 좋았다. 극 자체는 상업 뮤지컬로서 좋은 극이었고, 메인 주인공들에게 극혐을 쏟아내는 중에도 재미는 있더라. 그리고 암네리스라는 좋은 인물도 있어서 그걸 지켜보는 것도 좋았고.

 

자신이 가진 지위가 특권이 무엇을 요구하는 지에 대해서 무의식적이나마 알고 있었고, 그만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리고 자리가 가지고 있는 힘과 그 배경이 된 세상의 흐름을 알게 되면서 자리에 걸맞는 단호함과 자비심까지 모두 갖추게 되는 인물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경험인데 암네리스가 바로 그렇더라. 암네리스와 비교되어서 아이다가 더 혐캐라는 후기를 읽었는데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인간성이 너무 비교가 된다.ㅋㅋㅋㅋㅋ 여튼 암네리스를 아끼는 분들이 많아서 기대가 컸는데 기대만큼 좋은 역할이었고 오늘 만난 정화배우는 인물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잘 전달하는데, 목소리도 취향적으로 좋아서 기뻤다. 화장이 실물보다 안 예쁘게 되어있지만 이집트 미인 느낌이 나는 부분은 있어서 크게 불만은 없었다.

 

정화 암네리스 좋았다고 쓰기는 했는데 다른 배우들도 다 맘에 들었다. 민우혁 라다메스 빼고 오늘 공주 아이다, 정화 암네 여주들은 목 컨디션이 좋지는 않은 지 고음부에서 힘드신가봐 싶은 부분들이 몇 있기는 했는데 거북스러울 만큼은 아니었고 노래도 많던데 피로 누적 만렙일 일요일 공연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뭐 나쁘지 않았다. 앞에 쓴 것 같기도 한데 윤공주 아이다는 연기를 잘해서 아이다라는 인물의 혐성을 너무 잘 전달해줘서 슬프기도 했을 만큼 좋았을 만큼 괜찮았고, 민우혁은 앙졸라로 한 번 봤었는데 여전히 잘생겼고, 노래는 조금 더 는 것 같고, 앙졸라 어쩌다가 이런 놈이 되었니ㅠ하고 잠시 눈물지었지만 젊고 철없고 가벼운 인물로서 표현한 민우혁 라다메스 나쁘지 않았다. 오늘 본 배우 중에 불호의 영역에 가까운 감상을 준 사람은 강은일인데.. 배우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쇳소리 되게 안 좋아하는데 목소리 계열이 좀 그렇다. 그런 개인적인 불호를 젖히면 키가 작아서 커리어 이어가기 힘들겠다는 게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거 빼면 존재감도 있고 연기도 나쁘지 않아서 노래 부를 때 빼면 괜찮았다.

 

앞에 두세문단을 아이다와 라다메스 혐이다라고 채워놓고 결론은 '아이다 재밌었다'다.

무대, 조명, 안무, 앙상블, 넘버, 스토리, 주조연 배우들 어느 것 하나 태업하지 않은 극을 보는 건 즐거운 경험이었고, 앙상블 퀄리티 정말 좋더라.

생각해보니 생일 쿠폰을 쓸 수 있었는데 카톡 플친 할인으로 보는 멍청한 짓을 했는데.. 그거 아쉽지 않게 돈 값 해주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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