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후기

20161207 뮤지컬 팬텀 낮공

by All's 2016. 12. 19.


캐스트 - 박효신 김순영 박철호 신영숙 손준호 이상준 황혜민 윤전일 이윤우
공연장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매진이 괜히 매진이 아닌지 마틴네인데도 사람이 진짜 많았다.

3층에서 봤는데 2열분이 인터미션 때 앞사람 머리에 너무 가린다고 어셔에게 항의했는데 매진이라 자리 못 옮겨드린다고 죄송해했을 정도!

그냥 어느 공연장이든 위층 1열 같은 건 좀 비워둬야 할 텐데 말입니다.

딴 얘기는 그만하고 공연 이야기!

초연 때 팬텀 후기를 보면 에릭이 아이 같다는 말이 많았는데 정확한 연령은 팬텀마다 다르겠지만 '이 얘기겠구나!'하는 걸 느꼈다. 6일에 본 동팬텀보다 오늘 만난 쿄팬텀이 확실히 어렸다.

쿄팬텀, 그래도 레슨 씬까지는 굉장히 필사적으로 어른인 것처럼 행동했는데 마지막 레슨부터 점점, 그리고 비스트로를 기점으로(특히 샹동과 크리스틴의 로맨스가 피어나는 걸 보면서 절망하는 것부터) 굉장히 10대 후반의 청소년 같은데 몸은 다 자랐는데 속이 덜 자란 바로 그 청소년 특유의 덜 자람이 느껴져서 어제 본 동팬텀보다 학대받은 '아이'라는 감상이 커져서 공연을 다 보고 나니 조금 다른 느낌으로 가슴이 아팠다.

세상에 제대로 발 못 붙힌 덜 자란 어른 올뉴모촤 때 쿄촤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실제 본인 나이보다 왠지 더 어린 기분이 들게 하는(어릴 때 데뷔한 연예인들에게서 많이 느껴지는 세상 물정 모르고, 철이 덜 든 것 같은 뭐.. 그런 느낌이기도 하고) 배우 본인의 고유한 분위기와 잘 맞는 지점이 있어서 연기 그 자체로는 뮤지컬을 할 때의 특유의 들뜬 톤이(그래서 더 아이 같기도) 여전히 좀 아쉽지만, 꽤 만족스러웠다. 노래할 때는 목소리를 다양하게 잘 내는데 왜 연기할 때는 실제 본인 목소리를 좀 다르게 내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못 하는 걸까. 그것만 좋아지만 배우로서 참 좋을 것 같은데ㅠ

넘버 소화에 대해서는 어제 동졔페어는 성악 전공자 페어라 창법의 기반이 비슷하고, 그 사이에서 음색의 차이로 갈리는 부분이 있어서 동졔 자체의 목소리 합이 좋은 건 아니어도 같은 계열 안에서 노는 거라 귀가 편안했다면, 오늘 쿄순영은 서로 창법도 다르고, 음색도 완연히 갈리는 게 확실히 서로 장르가 다르구나 싶었다. 쿄팬텀은 성량은 어제 동팬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아쉽기는 하지만, 목소리의 차이, 창법의 차이가 그냥 차이로 상충하는 게 아니라 쿄순영 쪽이 상보적이라 합이라는 기준에서는 어제 공연보다 오늘 공연이 더 좋았다. 그리고 쿄는 대사 칠 때는 참 아쉬워도 노래할 때의 감정은 난 참 좋아서 노래할 때가 대사 칠 때보다 워낙 좋기도 했고ㅎㅎ

오늘 만난 순영 크리스틴은 젊고 어린 아가씨였던 졔크리랑은 좀 다르게 (물론 이쪽도 젊고 사랑스럽지만!) 세상 물정을 알면서도 마음속에 꿈을 간직한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었고, 에릭을 대하는 태도가 에릭을 유난히 특별하게 대한다기보다는 원래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 주는 박애 적인, 어딘가 인류애 같은 느낌까지 드는 애정이라 정말 달랐다.

그게 모성애 그런 건 아닌데, 워낙 좋은 사람, 따뜻한 마음의 현신 같은 사람이라 피트닉에서 에릭의 얼굴을 보고 도망갔을 때 어린아이인 에릭이 세상 자체에 버림받는 느낌이라 그게 참.. 어제랑 다른 느낌으로 마음이 찡했다. 쿄에릭이 아이 같은 에릭이라 거기에 맞춰서 연기하는 건지, 순크리 본인의 크리스틴이 그런 인류를 품을 것 같은 따스함을 가진 인물로 아예 고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오늘은 그래서인지 '크리스틴.. 에릭 사랑하긴 하지. 다쳐서 상처 입은 어린 아이를...'이란 맘이 강하게 들어서 세상을 떠나는 에릭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감싸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는 크리스틴의 마지막 이마 키스가 에릭에게 구원보다는 위로하는 것 같았다. 물론 아무 위로도 받지 않고 떠나는 것보다야 나은데, 어제 쌍방 연애 느낌이던 동졔의 마지막 장면이 마치 에릭의 사랑의 완성 같아서 구원에 가까운 느낌을 받고 에릭 가엾다 가엾다 하면서도 크리스틴의 사랑을 받아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을 했던 것과 다르게, 마치 좀.. 성냥팔이 소녀의 엔딩을 본 것 같아서 '거참 가엾구나.. 다음 생은 행복하기를.. 벨라도바랑 카리에르같은 부모 말고 순크리같이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나서 사랑받으며 살렴.'이런 생각을 했다. 그게 에릭 개인을 놓고 보면 비극적인 감상이라 마음은 아픈데, 그렇다고 순크리에게 왜 에릭 남자로 안 사랑했냐고 떼는 못 쓰겠는게, 어린애를 어떻게 이성으로 사랑하나 싶었다.ㅠ 쿄에릭 정신 연령에 맞추어 서로 사랑하기에는 순크리는 그의 아이 같은 면을 따스하게 보듬어주기에 충분한 성숙하고 좋은 어른인 게 둘 사이의 가장 큰 장애물이자 비극이었고, 그런 엇갈림이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큰 사람이 성숙한 사랑을 주기 힘든 세상의 현실과 맞닿은 점이 있어서 극으로서의 설득력은 충분했다.

어제 동졔를 본 뒤에 크리스틴이 에릭에게 느끼는 게 연애감정이기를 바란다고 썼다만 그것도 좀 연령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지 싶었고, 지금의 엇갈림은 또 나름의 설득력과 비극성이 있어서 뭐가 더 낫다 아니다 자웅을 겨룰 문제는 아니었다. 여튼, 일단 김크리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졔크리와 순크리 다 각자의 장점이 있으니 쌍방 사랑을 원하는 쪽은 졔크리, 에릭의 짠 내 강화를 원하시는 분은 순크리 보시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순크리는 진짜 와.... 졔크리 비스트로도 좋기는 했는데 앞의 넘버들도 다 그랬지만 비스트로 진짜 '아 현역 성악가가 낼 수 있는 간드러짐이 이런 거구나'싶었고 진짜 너무 좋다ㅠㅠ 잘해잘해 너무 잘해ㅠㅠ 목소리도 보드라우셔서 너무 좋고 개인 취향으로 연기도 아쉬운 구석 없었고 쿄릭이랑 애드립도 능청스럽게 주고받고ㅎㅎ 순크리 정말 좋았다.

원래 성격 같아서는 셋 중에 둘 봤으니 김크리도 보겠다고 할 텐데 공개 뮤비였던 홈이... 어제오늘 실제로 들었던 노래에 비해 너무 별로라 보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그리고 인류애도 좋고, 연애 감정도 좋은데 왠지 김크리 모성애로 보듬을 것 같아서 차마 돈 주고 보고 싶지 않…. 젊은 아가씨가 낳지도 않아본 애 키우는 감정으로 감싸는 거 싫어요ㅠㅠ 너무 편견 같지만 편견인지 아닌 지 내 돈과 시간으로 확인하기 싫다. 누가 보고 와서 얘기 좀 해줬으면. ㅠㅠ

쿄는 동보다는 아쉽지만 무난, 순영씨는 지혜랑 서로 다르게 비등비등하게 좋은 상황에서 어제보다 오늘 캐스팅 전반적으로 좋았다. 손샹동은 배우 손준호씨 오늘 처음 봤는데 연기는 매우 심심한데 노래 나쁘지 않은 게 다운그레이드 이지훈 느낌이었고, 카리에르는 어제 희정배우랑 굉장히 싸웠던지라ㅋㅋ…. ㅋㅋ 철호파파 목소리 좋고 대사 톤이 훨씬 낫다. 신카를롯타는 못 하는 척하는 게 너무 티가 나서 영주 카를롯타가 궁금한데 마지막 티켓 오픈 때 스케줄 봐야 볼 수 있을지 말지 알 수 있을 듯.

발레리나는 어제와 같고 발레리노가 달랐는데 혜민벨라는 어제도 오늘도 좋았고, 젊은 카리에르는 어제 본 엄재용씨가 더 좋았다. 윤전일은 누군지 기억이 안 났는데 전에 댄싱나인 나왔을 때 봤던 것 같고, 그때도 내 취향은 아니셨던 것 같은데 뭐 그렇네ㅎㅎ

주연 배우 기준 6명 중에서 4명 보고 나니 나머지 두 분도 궁금하고, 쿄지혜랑 동순영도 궁금하다.

근데 쿄지혜는 왠지 소리 합이 굉장히 안 좋을 것 같고, 동순영은 잘 맞는데 좀 심심할 것 같고, 일단 보기 전 짐작은 그런 상황.

은팬텀을 보게 된다면 은지혜나 은순영을 보고 싶은데... 아 진짜 몬테만큼만 할인이 있었으면 일단 은졔나 은순영 중에 하나라도 더 잡을 텐데 현재는 너무, 너무 표가 잘 나가서 그럴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ㅠㅠ

뭐 하여튼, 배우 개인에 대한 만족도는 어제 공연이, 공연 전체의 조화로는 오늘 공연이 더 좋았다.

이엠캐가 미친 척 은팬텀 할인 풀어줘서 은도 볼 일 생기기를 기원하고 바랍니다.

p.s 어제 졔크리는 같이 지하 무덤 탈출하자는 카리에르한테 '그분은 저한테 그런 취급 받으실 분이 아니에요.'라는 뉘앙스의 얘길 했고, 순크리는 자기가 떠날 준비가 되면 떠나겠다고만 한 것 같아서 서로 대사가 다른 건지  내 기억이 잘못된 건지 궁금했는데 대사가 다른 거라는 답을 들었다. 각자의 노선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ㅎㅎ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