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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604 연극 엘리펀트 송 낮공

by All's 2016. 6. 5.



캐스트 - 박은석 고영빈 정재은
공연장 -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트윗 단상 옮김

엘송은 아주 마음에 쏙 드는 극은 아니지만 볼수록 재미있을 종류의 극이구나ㅡ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관극이었다. 나타날 결말을 아는 입장에서 예정한 결말을 맞기 위해 달려가면서 미안해하고 아파하고 그와중에도 상처받고 또 기대하는 은석마이클의 이야기와 아플 결말을 피할 수 있었으나 마이클을 정말 걱정했기에 함정에 빠져버린 영빈 그린버그, 그리고 그 아이를 너무나 사랑했으나 결국 지키지 못한 재은피터슨의 절망까지 아프게 닿은 공연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가족에게나 가버리라는 마이클의 절규를 보며 돌아서지 못 하고 지금 그 행동도 너를 도와달라는 간절한 외침이냐고 말하는 순간 나에게 닿은 절망감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단 한 순간일지라도, 혹은 그때부터일지라도 그린버그가 마이클을 그냥 로렌스의 행방을 알기 위한 단서를 얻기 위해 불러낸 병원의 그냥 환자1이 아니라 마이클 알린이라는 사람 그 자체의 절망을 두고갈 수 없을 만큼 그 아이에게 진심이었기에 마이클이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는 게 참으로 아팠다. 사랑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노래를 천상의 목소리로 부를 지언정, 자신의 아이보다는 자신의 노래가 중요했던 엄마로 인해 사랑받지 못 했다는 상처에 갇힌 마이클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사랑한다 말해준 이에게 버림받았다는 혹은 버림받을 수 있다는 것에 죽음을 꿈꾸고, 그 아이를 사랑하는 이의 눈을 피해, 자신을 찰나일지라도 진정으로 애정한 사람을 이용해 그것을 이루어냈다는 게,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게 너무나 가슴아팠다.

은석배우의 마이클은 로렌스가 가지고 있던 사진 속 소년과 자신은 다르다고 말하는 게 와닿는, 사랑받지 못한 어린아이를 속에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에 머물러있지는 않은 듯한 마이클이었고, 사랑스럽고 개구진 말투와 대조되는 텅 빈 눈동자가 가슴아팠다.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다정한 피터슨, 그 아이를 이해해주고 아껴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있지만 더 사랑해야할 다른 사람이 있는 그린버그, 이둘이 간호사와 의사가 아니라 마이클의 엄마, 혹은 아빠 둘 중에 누구 한 명이라도 그 아이가 안소니를 지키듯 그 아이를 지켜줄 부모였다면 평생동안 날 버리지 않고 사랑해줄 사람은 없을 거라는 절망에 빠져 마이클이 아픈 자유를 찾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너무나 슬펐다. 자신의 아들을 미카엘이라 불렀던 마이클의 아빠와 엘런이라고 말하다 알린이라는 마이클의 짜증을 신경쓰지 않는 듯 하더니 어느새 세번째 통화에서부터 알린이라고 제대로 부르던 그린버그의 대조와 코리끼의 죽음에 놀란 마이클에게 안소니를 주고 자신의 무대로 떠난 엄마와 오로지 마이클의 생각과 기분과 안위만을 걱정하는 피터슨의 대조가 크게 와닿았다. 영원을 보장받을 사랑을 얻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모든 걸 계획해놓고 그 마지막 게임 속에서 자신을 향해 비추는 피터슨과 그린버그의 다정함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은석마이클의 사랑스러운 웃음에 마음이 아팠다. 은석배우의 마이클은 자신을 진료했던 의사들이 보이는 호의에 사랑을 기대했다가 좌절하고를 반복하면서 점점 더 영원한 사랑에 대한 기대를 버려가다가 로렌스로 인해 그것을 그 어느 때보다 꿈꿨고, 가깝게 느꼈고, 그랬기에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특별했던 로렌스와의 상담시간에 자신이 아니라 누나를 위해 눈물 흘리는 로렌스를 보며 결국 진짜 가족에게는 밀려나는, 혹시라도 로렌스가 자신을 섹슈얼한 쪽의 애정까지 느끼는 연인으로서의 사랑을 갖게 되더라도 가족으로 연결될 수 없을 것이며, 자신은 평생 그런 가족을 이룰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그 아이를 받아줄 가족을 찾을 수도 없게 될 것이라는 절망을 갖게 되었기에 생을 끊을 맘을 먹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하게 되었다. 피로 엮인.. 생명이 다하는 동안에는 절대로 분리될 수 없는 그런 관계는 자신에게 없으니 더는 이 생을 버텨낼 의미를 찾을 수 없던 사람. 누구보다 영민하고 예민했기에 로렌스, 피터슨, 그린버그의 감정의 깊이와 순수함까지 모두 알았겠지만 그 애정들에 행복하고 고마웠던만큼 결국 그게 자신만을 위해 평생 쏟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절망적이었고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미안하다고 외치면서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 오늘 만난 은석배우의 마이클이 다시 태어났을 때 자신을 위해 울어줄 수 있는 가족을 가진, 온 힘을 다해 매순간 그 아이를 사랑해줄 가족을 가진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원하고 싶다. 사랑스럽고 아픈 사람이여.

수희피터슨이 참 좋았어서 재은피터슨하고 안 맞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그냥 봐도 말랐는데 자꾸 피터슨보고 뚱뚱하다고 하는 마이클의 대사가 이상하다는 거 빼면 재은 피터슨도 정말정말 좋았다. 영빈그린버그는 전에도 좋고 오늘도 좋았고 은마와의 합도 좋고.. 특히나 오늘은 그린버그가 의사를 그만두고 원장일을 하게 된 건 피터슨이 자꾸 환자를 감싼다고 뭐라하는 그 자신이 환자만을 자꾸 생각하고 그들의 아픔때문에 너무 상처받기에 진료를 보지 않는 경영 쪽으로 진로를 바꾼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마이클을 무시하지 못 하고 그 아이의 상처를 자꾸만 보려고 하는 다정함이 더 와닿아서 한달 전보다 더 좋았다. 영빈그린버그가 너무 좋았어서 오히려 석준그린버그는 어떻게 다를 지 궁금해졌는데 갖고 있던 늘석표를 다 양도...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싶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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