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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610 연극 엘리펀트 송

by All's 2016. 6. 12.


캐스트 - 전성우, 이석준, 고수희
공연장 -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 트윗 감상 옮김

성우마이클이 자유를 찾아 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만큼 아픈 이유를 좀 더 확실하게 느끼고 싶었고, 궁금했고, 알고 싶었고, 그걸 만난 것 같다. 더 정확히는 마이클이 왜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다고 여겼는지를 느끼고 싶었는데 그걸 내 나름대로는 느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엘송에 대해서 초콜릿이 나온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첫을 했고 성우마이클이 전하려는 큰 줄기의 이야기는 분명히 그가 한 만큼 전해졌지만, 히보랑 헤어지기 며칠 전, 킬미나우를 만나고 얼마 후라는 심적 상태로 얼마나 좋을 수 있을까하고 회의적으로 공연장에 들어갔던, 제대로 그 극만을 볼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만난터라 한 극을 온전히 만날 여백이 없는 내가 씁쓸하기도 했었다. 다시 보는 거니까 이번에는 성우배우가 잡아놓은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만나고 싶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내맘대로 그게 된 것 같아서, 참 좋았던 수희피터슨을 다시 만나서 또 좋았다.

은석마이클을 보면서 사랑을 기대했다가 상처받고 버림받은 윤회와 그 상처를 하나하나 가슴에 쌓은 아픈 어른과 그 속에 아직 남은 아이를 느꼈었는데 성우마이클을 처음 만났을 때 생각했듯이 성우마이클은 로렌스 이전에 엄마와 아빠를 제외하면 사랑받는다는 것에 대한 진짜 희망을 품어본 건 로렌스가 처음인 여전히 벌어진 상처를 아둥바둥 숨기고 있는 23살의 몸과 지능 속에 숨어있는 15살의 소년이었고 아이였다.

성우마이클은 로렌스가 아무리 자신을 사랑한다고 해도 자신이 그에게 가장 소중한 이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자신이 바라는 사랑의 정도와 깊이를 스스로의 결함으로 이룰 수 없음에 절망하고 그동안 꿈꾸기만 했던 마지막 자유를 얻길 결심한 것이리라. 그저 그들 사이에서 태어났기에 부여된 가족의 사랑을 떠나 피가 섞이지 않은 누군가와 서로의 온 마음을 나누고 가꿀 수 있기에 영원할 수 있는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그 사랑을 나누는 주체는 그만큼 성숙한 사랑을 소유한, 혹은 만들 수 있을만큼 자라날 어른이어야 되는데, 사랑받지 못한,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상처에 갇혀 자랄 수 없는 자신을 깨달았기에 마이클은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만큼 온전한 사랑을 기대하며 삶을 이어가는 것을 포기한 것이리라. 코끼리 시리즈에 웃긴 웃음소리를 내며 자신을 위해 폭소하는 연기를 하는 피터슨의 애정 그 자체에 자유를 위한 게임을 위해 피터슨을 멀리해야함에도 그 애정에 행복에 겨워 피터슨의 품에 파고들어 응석을 부리는 마이클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가슴이 아팠다. 이건 너무 나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가장 오랜 시간 가장 사랑을 주길 원한 엄마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성우마이클은 모성을 원하고 그것을 질투하나 여자에게는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없고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 양쪽으로 그것에 만족할 수 없도록 망가진 것은 아닐까, 그래서 누구보다 자신을 마이클로 사랑하는 사람임에도 피터슨에게서는 자신이 원하는 완전한 사랑을, 그것이 어떤 형태든 느낄 수 없기에 끝내 피터슨에게는 기댈 수 없었고 기대하지 않았기에 버림받지도 않았지만, 로렌스는 그렇지 않았기에 희망을 가졌고 그래서 상처받은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혼자서 한 이 생각대로 마이클이 엄마에게 받은 상처로 동성애자가 되었든 되지 않았든, 그 아이는 자신이 상처를 딛고 일어나 사랑받을 수 있을 만큼의 그릇을 빚어낼 어른이 될 수 없음에 절망했을 테지만 8년의 시간 동안 마이클이 장난을 치고 응석을 부리고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며 인공호흡하듯 그래도 생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건 피터슨이 있었기 때문일텐데..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친엄마가 될 수 없기에, 그녀의 품에 파고들어 온기를 느낄 수는 있지만 그녀의 안에 들어가 다시 그녀의 아이로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이.. 그 당연함이 그저 정말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사실은 누구보다 마이클을 걱정하고 사랑했던 피터슨에게도 비극이겠지.

수희피터슨은 처음 무대에 선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오늘 아침 만났던, 혹은 로렌스가 사라졌기에 예민해졌을 마이클에게 온 신경이 쏠려있고 그 아이를 보다듬고 지키는 것에 대한 절박함이 유난히 커서 아직도 상처에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늘마가 마지막을 준비하는 와중에 피터슨의 애정에 미안하면서도 행복했을 것 같아 그래도 정말 다행이야..라는 마음을 들게 해준다. 그 짧은 등장 순간과 몇 안 되는 대사들 속에서 눈빛과 손짓, 목소리로 마이클에 대한 사랑과 걱정과 불안과두려움을 오롯이 전달해내는 수희피터슨의 절박함이 너무나 좋다. 정말 근사하시고 대단한 배우.

석준그린버그는 등장부터 굉장히 날서있고 고압적인 사람이라서 재밌었다. 고린버그는 정신과 의사였는데 이제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이클의 도발에 왠지 치부가 찔린 듯 상처입은 것 같은 뉘앙스가 있었는데 원장일을 비롯하여 지금 자신의 위치와 업무에도 프라이드가 높은 사람인 것을 비롯해서 여러 의미로 사무적이면서 오만하기도 한 날선 사람이라 마이클이 자신의 성미를 건드리고 속마음을 들여다보려는 것에서 도망치려다가 타고난 선량함에 결국 그 아이를 놓고 갈 수 없었던 고린버그와 달리, 자신의 시간이 낭비되는 것과 프라이드를 무너트리려는 것이 그를 답답하게 했기에 자신과의 대화를 정말 시간낭비로 여기고 있는 석린버그를 꼬여내기 위해 분주하게 그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마이클의 분투가 강했고, 그가 자신이 정신과 의사였다는 말을 했고 남아메리카에서 아버지와의 사파리 체험 쯤을 기점으로는 마이클과의 대화가 분명히 상담의 뉘앙스를 띄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병원에서 일어났던 예전 사건처럼 또 자신의 통제 밖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마이클에게 지금 그것도 자신을 봐달라는 절박한 외침이냐고 묻는 것 같았다. 외침을 스스로의 입으로 말한 뒤부터는 이미 마이클에게 마음을 쏟기 시작했고, 이름을 밝힌 뒤에는 정말 그 아이 자체에게 집중하던 고린버그에게는  마이클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야기의 결말을 알지 않는 사람에게 오롯이 그때의 감정을 전하고 위로받을 것이라는 미안한 기대 속에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 둘이 같이 소파에 앉은 뒤 전화가 울렸을 때의 마이클들의 반응도 그래서 투정과 응석의 기운이 있는데, first name을 알려준 뒤에도 완전히 마음을 연 게 아닌 석린버그이기에 마지막 자유를 얻기 전, 투명한 사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날아가고자 했던 계획이 흩어질까봐 그 순간에도 그린버그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또 시선을 끌고 그를 자극하고 노력하는 마이클의 분투가 안쓰럽기는 한데 또 흥미롭기도 해서 철옹성같은 석린버그와 성우마이클의 합이 재미있었다.

귀여웠던 거 쓸까ㅎㅎ 피터슨에게 꾸미는 거 없다고 소파에서 일어나서 혼자 막 이말저말하며 떠드는데 수희 피터슨이 말을 안 거는 텀이 좀 길어지니까 나 혼자 뭐하고 있는 거니 하는 거 빵 터짐ㅋㅋ 그리고 이건 진짜 안쓰러운데 귀엽고 대단한데ㅠㅠ 안소니 뺏는다!!한 뒤에 책상 아래에서 튀어나올 때 진짜 쾅!!!소리가 났다. 분명히 머리 부딪친 것 같다 싶었는데 엄청 아팠는 지 한손으로 자기도 모르게 뒷머리 살짝 눌렀다가 그거 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사하는데 엄청 아프겠다 싶은데 또 티 안내는 거 대단하고,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뒤통수에 올라갔다가 훅 내려간 손은 또 귀엽고ㅠ 크 복잡했다. 혹 안 생기셨기를! 배우는 대단해ㅠㅠ

공연 중에 피터슨이 다시 들어올 때 원래 물병을 챙겨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물병을 챙겨와서 마이클에게 먹이길래 성우제이슨이 더워해서 생긴 디테일일까, 아니면 원래 있는 건데 그동안 못 본 건가 했는데 공연 전 있었던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물도 못 마시고 계속 있어야해서 힘들다고 성우마이클이 얘기해서 챙겨다 주신 것 같다.

수희배우 세상 다정하시다ㅠㅠ

공연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동안 성우배우가 연기한 인물은 멀티 캐스트 중에서 언제나 가장 좋았던 인물 해석이었고 그게 역시 본진이라서 그런가봐하고 생각했던 지점이라 이번에 은석배우의 마이클이 더 나에게 와닿고 더 설득력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언제나 발전하고 있다고 느낀 배우였는데 뭔가 답보 상태에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저번 관극 때 오롯이 즐기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연기를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장 취향이 아닌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니 거기에 욕심 부리지 말고 인정하자.

그래야 팬질이 편하지 싶다.

덧붙여서... 이번 성우배우의 마이클. 연기도 해석도 취향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나무랄데없이 잘하고 있기는 한데...
이건 정말 사족같은 생각이지만 이 잘하고 잘해가고 있는 배우에게 (내가 본인이나 지인이 아니라 오로지 크리에잇이지만) 결핍이나 크나큰 좌절이 없다는 게 배우로서 넘어야할 큰 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타고난 외모와 목소리와 본인이 연기에 가진 재능과 인터뷰 등에서 만난 큰 굴곡없는 삶 등이 열심히 노력도 하는 것이 분명한 이 영리하고 전도유망한 배우에게 그동안은 아주 긍정적이었는데 텍스트 자체가 심연을 건드리는 깊이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때 그 사람 하나만의 능력으로 누군가의 심장을 무너트릴 수 있을 만큼의 인생의 깊이를 갖기에는 그저 젊어서라기보다는 뭔가 더 결핍이나 아픔에 대한 무언가가 아직은 부족한 게 아닐까, 그런 개인의 슬픔없이 그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연기적 발전을 위해서 성우배우에게 인생의 굴곡이나 시련이 있기를 바라는 건 절대 아니니까...
노력과 시간과 세월 그 모든 것들이 지금 나를 고민하게 한 부분을 해결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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