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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60605 연극 킬미나우 낮공

by All's 2016. 6. 7.

 


캐스트 - 배수빈 오종혁 이지현 이진희 문성일
공연장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 트윗 감상 옮김


(쭉 스포) 이쯤되면 안 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이크를 보내고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는 조이를 보면서 다시 울음이 터져나왔다. 킬미나우를 보면서 데미안을 문득 생각한다. 사랑했던 왕국의 수호자를 지키기 위해 왕국을 부수고 아픈 홀로서기를 결심했고 그리고 끝까지 그 곁을 지키는 조이의 울음이 너무나 강하면서도 새로 세상에 태어나 울음을 터트리는 아기를 만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아이를 지키고 키우고 보살피고, 아이는 어른이 되면 점점 약해지는 부모를 보살피다가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것. 생로병사를 겪으며 꽤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겪는 그 이별의 과정을 그들도 겪는 것이고 그렇게 인간으로 태어나 보통 사람들이 겪는 아픔을 그들도 느끼는 건데 그 아픔이 너무나 빠르게 매몰찰만큼 빠르게 그들을 덥쳐온다는 게 아픔을 도닥이고 익숙해하며 인정해갈 수 있을 세월이라는 방패없이 닥쳐온다는 게 너무나 아프고, 그 슬픔을 제이크를 지키기 위해 받아들이는 조이와 모든 사람들의 깊은 사랑의 힘은 내 안에 깊이 맺힐 것이다. 자첫도 자둘도 배우들이 만들어낸 인물의 깊이와 진솔함에 감명받았었는데 그 사이에 더 깊어져있음에 또 감탄했고 감사했다.

조이와 제이크의 공원씬. 조이는 독립을 천명하고, 제이크에게는 인체의 쇄락이 덮쳐오는 바로 그 순간. 그 이전부터 천천히 그 기류가 보이지만 그 순간을 기점으로 조이는 어른이 되어가고, 제이크는 노인이 되어가며 조이는 제이크의 아들에서, 제이크는 조이의 아버지에서 조금씩 멀어지며 그렇게 혼자가 되어가면서 서로의 가족이 아니라 한 사람, '조이'와 '제이크'가 되어가고, 조이의 졸업식 날, 이제 사회적으로도 성인이 된 조이의 도움으로 그 사람의 앞에서 제이크는 아버지로 다시 태어났었고, 누군가의 오빠였고 숨겨진 연인이었으며 아버지같은 존재였던 사람을 놓고 온전한 자신이 되어 욕조 속에서 욕조를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간다. 욕조에 누워서 끊임없이 제이크에게 미안하다 말했던 조이와 정반대의 위치에서 조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제이크의 모습은 언제나 아프지만, 그가 선택한 이별이 많은 사랑하던 이들을 아프게 했지만 그 사랑하는 이들이 제이크와의 관계에 매여 자신을 희생하는 시간을 줄여줄 것이며, 제이크 역시 다시 태어나게 할 또다른 탄생의 순간이라는 느낌을 받았기에 제이크에게도 희망에 가까운 순간이라는 느낌 또한 받았다. 제이크에게는 약에 의지하며 보험금을 위해 고통을 견디며 억지로 생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가족들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그를 감싼 번데기였고, 그의 마지막 선택은 사랑하는 이들이라는 세상을 찢고 나와 자신에게 솔직한 새 삶을 만나는 우화였다고, 그러니 제이크의 죽음은 조이의 홀로서기 뿐 아니라 제이크와 조이 모두의 자유와 탄생이었다는 걸 이제, 이제 진짜 느낀 것 같다. 그들은 이별은 비극만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그들의 이별을 보며 미친듯한 우울감만이 아니라 어떤 뭉클함까지 느껴온거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아 너무나 다행이고 다행이다.

작고 단단한 묘목같은 나무조이는 세상을 홀로설 싹이 보여서, 조금 더 예민하고 여린 떡잎같은 종혁조이는 제이크의 아픔 이후 쑥쑥 자라나는 그 성장의 속도의 드라마틱함이 좋아서 두 조이 다 정말 좋다. 조금 속도는 다르지만 둘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번뇌와 벽이 더 두터웁기에 무너짐이 마음을 무너트리는 극적인 석준제이크와 얉은 벽 너머 일렁이는 서글픔을 흐르듯이 흘려보내며 가슴을 적시는 수빈제이크 역시 좋다. 오늘은 흔들리며 커가는 종혁조이와 아이를 위해 점점 말라가는 수빈제이크의 합 또한 아름답다는 걸 알 수 있어서 기뻤다. 동그랗고 맑게 울렁이는 눈망울이 서로 닮아서 그게 참 애틋하고,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 제이크와 조이의 교차가 성장의 과정 그 자체 같기도 해서 더 그랬다.

저번 관극이 6일이었구나. 진짜 거진 한달만에 다시 만난 성일배우의 라우디가 더 좋아져서 그게 참 좋았다. 통통 튀던 에너지와 사랑스러움을 그대로 안고 가면서 감정과 목소리의 완급이 더 유연해져서 조이와 제이크를 위해 조이에게 혼자가 되는 것의 의미를 전하며 화를 낼 때의 힘이 더 커진 것이 좋았고, 누구보다 고독했고 아픔을 안고 살아왔기에 기쁨에 솔직하고 행복을 위해 웃고 말하고 노력하는 씩씩함이 감사했다. 라우디가 틱이 나타날만큼 당황하고 아픈 뒤에 누군가를 달래고 안아준다는 걸 알게 되어서 뭉클하고 참 애틋했다. 다른 사람 신경쓰지말고 행복해지라고 트와일라에게 말하는 그런 사람이면서 누구보다 자기 아픔보다 아끼는 이들의 눈물과 슬픔을 도닥이고 품기 위해 앞장선다는 게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혼자가 두려워 솔직해질 수 없고 슬픔을 두려워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라우디는 태어날때부터 혼자였기에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을 통한 강해짐을 갖게 되는 것의 대비가 있어 스터디 가족의 손발과 담요가 되어가는 라우디의 모습이 사랑이라는 이름이 주는 또다른 희생으로 보이지 않고 스터디 가족과 로빈과는 다른 의미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라우디가 정말 좋고, 그 라우디를 내가 느낄 수 있게 만들어낸 성일배우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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