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정원조, 윤상화, 김수현, 이형훈
공연장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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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훈1. 사이드석은 왠만하면 가지 말자.
교훈2. 잠안오는 감기약이라는 말은 믿지 말자.
교훈3. 주변이 산만하고 감기약 때문에 졸려서 자꾸 눈이 감겨도 이야기는 이야기다.
현매 자리가 중블은 싹 다 나가서 A구역 젤 뒷줄에서 봤는데 아무래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게 사실이었다. 이야기는 서로 마주보고 하는 것이기에 카투리안과 투폴스키 중 한 명의 표정은 거의 반드시 안 보였고 안 졸린 거라던 감기약 기운이 겹쳐져서 난 분명히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졸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자리보다 감기약 때문일수도 있지만...여튼 난 답답해서 사이드석은 별로ㅠ 마지막, 카투리안에게 심문을 하고 매달리는 그를 바라보는 에리얼의 표정이 보여서 자첫 때 제대로 보지 못한 에리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카투리안이 아이들을 죽이지 않았다고 생각하자 기묘한 동질감에 그를 살리고픈 에리얼의 마음이 느껴진 거 말고는 장점을 잘 모르겠다.
앞에 계속 쓴대로 인물들의 말을 행동을 이야기를 더 보고 듣고 싶은데 눈이 감기는 앞 뒤 안 맞는 상태였는데 그래서 의도치않게 귀로 많이 듣게 된 필로우맨의 '이야기'자체가 흥미로워서 정말 잘 짜인 이야기구나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 이야기 속의 주요인물인 네 사람은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모두 마음을 울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대도 이야기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형을 죽인 카투리안이 사형을 당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위해 필로우맨을 만난 형이 그를 그냥 보냈을 것이라 이야기를 짓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대한 작가로서의 집념과 광기가 가장 섬뜩하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면, 자신이 쓰거나 쓸 그 어떤 이야기보다 매력적인 이야기를 마이클이 남겼을 것이라 쓴 「작가와 작가와 형제 이야기」가 카투리안이 얼마나 마이클을 사랑했는 지에 대한 반증같아서 그럼에도 형을 죽였다는 게 또 무서워지기도 하고... 참으로 잔인하고 무서운 경애심.
컨디션때문에 (억울해ㅠㅠ)가수면 상태라 공연을 제대로 잘 보았다고는 못하겠지만 자둘이라서 전보다 더 깊이 느낀 구석은 있다는 게 좀 다행이었다.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진실이 아니라는 것과, 끊없이 이어지는 투폴스키의 약속 미이행이 그가 전체주의 국가 속 고위 경찰 간부인 내가 그 약속을 지킬 것 같아?라고 하는 말을 꾸준히 지키고 있는 거라는 묘한 일관성의 아이러니 같은 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자신이 한 말을 꾸준히 지키는 웃기지도 않는 웃기는 상황.
오늘 낮공도 있어서 배우들도 피곤했는 지 다들 대사 한 번씩 어물거리기도 하고.. 내 컨디션이 너무 시망이었어도 그래도 결국은 좋은 기분으로 나왔으니 제대로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남은 자리는 다ㅠㅠ
그래도 영민배우도 봤고, 지현준배우도 봤고, 운선배우도 보는 덕후가 계를 타는 신기한 경험을 했으니 좋은 게 좋은 걸로는 그냥 레알 딴 소리구나ㅋㅋ 여튼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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