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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20150814 연극 트루웨스트

by All's 2016. 3. 10.

 


캐스트 - 김준원 문성일 차선희 이승원
공연장 - 대학로 A아트홀



이전 트웨를 못 봐서 전 시즌하고 비교는 못하겠고 김준원 호감배우고 문성일 본진이라 보러 간 건데 잘 웃고 좀 찡해하면서 나왔다.
재미도 있고 곱씹을 구석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취향에 딱 맞지는 않지만 괜찮은 부분이 더 많은 공연이었어.
우선 정신없이 웃긴 구석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난 굉장히 후하다(웃긴 거 좋아함ㅋㅋㅋ)

이야기 자체는 제목이 트루웨스트인데 서부극이나 형제이야기라기보다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세상이 아닌 세상과 삶에 대한 갈망과 질투에 대한 이야기더라.
뭐 그게 나빴다는 건 아닌데 웨스트를 많이 강조해서 마초적인 향기를 풍기는 서부극의 진득한 정서를 기대하고 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조명이 노래서 고전 서부극 화면 필터 같다는 것 말고는 비추하고 싶다.

자첫 전에 트루 웨스트 관련 인터뷰를 보면서 리 역할한 배우들이 '리'는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꿈꿔보는 역할이라는 말을
자꾸 해서 그런 코멘트가 나오면 내가 꼭 하게 되는 나쁜 생각을 했었다. '그만큼 다 알만큼 오래된 공연이라는 건가?'라는 거?
그런데 검색을 돌려보니 198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연극같은데 그거보다 더 극이 좀 올드한 느낌이었다.
줄거리 자체나 분위기의 올드함도 있지만 내가 배우로서의 만짱을 참 좋아하지만 연출에서도 좀 뻔하고 올드해서 더 그 느낌을 받은 것 같다.

공연장 자체도 작고 뭐 극 자체가 특별하게 확 세련되질 구석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만 암전도 잦고 조명도 그냥 너무 무난하고... 연기적인 디렉션은 정말 꼼꼼하게 한 건지 오늘이 이 조합 첫공인데도 동선도 딱딱 맞고 연기 합도 마뜨지 않고 잘 이어져서 지루하지 않게 잘 보고 나왔지만 그 부분을 빼면 사울 키머와 엄마를 굳이 따로 쓰는 것 포함해서 연출적으로는 별 감흥은 없었다.

결국은 공연이 재밌었던 게 리랑 오스틴이 지지고 볶고 난리치는 게 재밌었다는 건데 사울 키머랑 엄마는 말로만 등장하는 아빠보다 안 중요한 인물같아서 제끼면 리와 오스틴은 인물 자체가 둘 다 매력적이고 좋더라!

리랑 오스틴 형제들 가족 상황을 보니 약간 유리동물원이 떠올랐는데 사라진 아버지. 자기 세계에 집착하는 엄마, 자기 삶이 싫은 애들이라는 점에서 그랬던 듯.
절도범이자 투견꾼 등 삼류인생을 전전하다 사막까지 내몰리며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동생의 삶, 진짜 자기 것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삶을 꿈꿔봤을 리도 모든 것이 정돈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머니의 세상을 벗어나고 싶고, 그냥 조사해서 만나는 껍데기같은 세상이 아니라 진짜 생생한 진짜 세상을 겪어보고 싶은 오스틴도 다 매력적인 인물이었고 각자의 드라마가 서로 엉키면서 리의 계약 성사를 전후로 리와 오스틴이 입장이 바뀌는 듯하면서 어차피 이놈들은 다 똑같은 비극을 겪는 놈들일 뿐이라는 걸 보여주는 구조도 나쁘지 않았고 오스틴이 술취하기 시작하고 리가 대본쓰면서 둘이 치고박고 난리치는 게 너무너무 웃겨서 그때부터 흥미가 확 생겼다ㅋㅋㅋ

 

그리고 그러면서도 진짜 인물들의 속내와 비하인드를 드러내는 부분은 또 감정 전환도 좋고 비극적이라 괜찮더라. 스토리가 엉망은 아닌데 여튼 등장인물 넷이라도 비중이 2인극 수준이라 평소에 싸우거나 안 맞는 배우로는 절대 보지 말아야 할것 같더라. 난 두 배우 연기 스타일도 오늘 보여준 연기합과 인물 완성도도 좋았는데 기피배우 있으면 피하라고 하고 싶다. 둘 다 평소 연기 스타일과 딱히 다르게 하는 거 없는데 난 그게 좋은 거라!

전에 트웨보고 나서 문성일 오스틴 어떤지 쓰겠다고 해서 문성일만 따로 좀 보태서 쓰면... 오스틴 역할이 엄청 귀엽더라!!
시놉시스만 보고 리 받쳐주는 우등생인데 열폭캐일 줄 알았더니 이야기 진행따라서 감정의 폭 넘나드는 부분도 크고 덕후적으로 주정부리는 대부분의 장면이 굉장히 귀여워서 아주 재밌게 보고 나왔다. 첫공인데 문성일 첫공치고 연기 로딩도 매우 많이 된 편이라 아버지랑 중식당 갔던 얘기하다가 비슷한 대사 두번 친 거 빼면 (그것도 좀 술주정같아서 괜찮다고 난 사실 넘김..) 문성일 공연 자첫 기준으로 제일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특유의 까랑까랑한 목소리, 예민한 대사 처리, 표정같은 거 안 좋아하거나 피하는 사람들 있다면 이번에도 피하라고 하고 싶다. 다른 오스틴을 아직 못 봤으니 비교는 못하겠는데 일단 문성일의 오스틴은 굉장히 문성일 호이거나 팬인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개인의 매력이 많이 반영된 연기를 하고 있고, 초반에 소심하고 얌전한 척 굴 때, 일이 틀어져서 열받았을 낼 때, 주정을 부릴 때, 아버지 생각을 하며 슬퍼할 때, 엄마의 등장 이후 형이 떠나려고 하자 막 나가는 느낌까지 문성일적으로 괜찮다. 최근작인 15 모범생들 서민영이나 14년 여신님이 보고계셔 주화 를 기준으로 15 연기, 14 잔망으로 괜찮았던 사람에게는 추천. 아닌 사람에게는 문성일을 비추하며 이만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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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14 트루웨스트 김준원 문성일 재미도 있고 곱씹을 구석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취향에 딱 맞지는 않지만 괜찮은 부분이 더 많은 공연이었다. 형제이야기보다는 다른 세계에 대한 갈망과 질투에 대한 이야기. 트웨 관련 인터뷰를 보며 '리'는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꿈꿔보는 역할이라는 말을 많이 봤는데, 사실 그런 코멘트가 나오면 그만큼 다 알만큼 오래된 공연이라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만짱을 참 좋아하지만ㅠ)연출에서 조금 혹은 역시 좀 올드한 느낌을 받기는 했다. 크게 나쁜 구석도 없는 연출이었지만 그렇다고 세련되지도 않은? 장을 구분하는 암전도 잦고 조명도 그냥 무난함. 그래도 연기적인 디렉션이 정말 꼼꼼하게 이루어졌다는 건 첫날인데도 딱딱 맞는 동선과 마뜨지 않고 이어지는 그 많은 대사들에서 느낄 수 있었다. 리와 오스틴은 둘 다 매력적인 인물이었고, 첫 공연인데도 연기가 참 만족스러웠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참 깊어질 것 같아서 다음달 자둘이 기대된다:)

인물들에 쓰고자하면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잘 정리가 안 되서 못 잇고 있다. 나에게는 진짜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엄마의 모조 사기접시를 챙기던 리와 이 집을 떠나고 말거라고 울부짖던 오스틴의 목소리도, 초반에 각자 서로의 삶을 상상해봤다는 부분도 다 맘이 아팠다. 웃음이 나는 포인트가 아주 많은 재밌는 극이지만 인물들이 참 깊이 있어서 지금도 계속 곱씹게 된다. 서로 같은 인물들은 아니고 상황도 다른 부분이 있지만 유리동물원이 떠올랐다. 사라진 아버지. 남겨진 엄마와 아이들. 그리고 떠나고 싶은 아이들. 절도범이자 투견꾼으로 삼류인생을 전전하다 사막까지 내몰리며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동생의 삶을, 진짜 자기 것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삶을 꿈꿔봤을 리의 마음도 모든 것이 정돈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머니의 세상을 벗어나고 싶고, 그냥 조사해서 만나는 껍데기같은 세상이 아니라 진짜 생생한 진짜 세상을 겪어보고 싶은 맘 속의 깊은 공허함을 품고 사는 오스틴의 마음도 다 안쓰러웠다.

막과 2막. 리의 계약 성사 이후 리와 오스틴이 1막에 서로가 뒤바뀐 듯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 부분이 웃기면서도 비극적이라 정말 좋았다. 둘은 결국 형제구나.가 아니라 결국 같은 비극을 가졌구나.싶어서.. 준원리도 핫스틴도 첫공인데 어쩜 이렇게 좋지? 사실 극은 약간 안 취향인데 둘 다 연기도 인물도 합도 너무 좋잖습니까!! 이러다 12일 전에 자둘할지도 몰라서 무섭😱 또 보고 싶잖아요ㅠㅠ

사족이자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인데 처음에 안경에 셔츠에 니트티 받쳐입고 머리도 생머리로 착 드라이해서 깔끔하고 귀엽고 까칠한 비쥬얼이던 핫스틴이 점점 극 진행될수록 흐트러져서 머리 헝클어지고 안경 벗어던지고 물도 맞으니까 섹시함.

심지어 하는 짓도 소심했다가 성질도 냈다가 주사고 부리고 눈물도 또르르 흘리고... 네... 그러니까 하는 짓도 비쥬얼도 종합선물세트라구요ㅠㅠ  하... 핫스틴 너무 좋아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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