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 강기둥(김명준) 김슬기(박수환) 오인하(안종태) 문성일(서민영)
공연장 - 대학로 자유극장
'니 아빠 택시나 닦아..'
민영이의 그 말이 조롱이 아니라 동정이라 너무나 가슴 아팠다.
오늘의 기둥명준은 너무나 가엾고 정말 완벽했다.
기둥성일 조합의 막공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민영이의 출석부 개그에 예쁘다며 웃기도 하는 기둥명준은 참으로 민영이에게 친절하고 상냥하다.
민영이를 마음 속의 이상향으로 품고 있는 기둥명준의 노선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렇게 동경하던 민영이가 답안지를 샀을 지 모른다는 가정을 하게 된 순간 상처입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명준이의 얼굴도 인상적이지만 시험지를 사지 않았다는 선언과 이후 이어지는 세상에 대해 계도하는 민영이의 말에 분개하는 종태와 수환이와 달리 다시 자신의 이상향의 반석 위로 민영이를 올려세우듯 넋이 나간 듯 홀린 듯 민영이를 바라보다 채플실 이후로 '서민영'이라고 바꾸었던 호칭을 반장도 아닌 '민영아'라고 다정히 부르며 민영이에게 매달리는 민영이에 대한 기둥명준의 태도의 흐름은 그 설득력 만큼이나 너무 가여워서 가슴이 먹먹하다.
성일민영이 명준이역 배우에 따라서 노선이 꽤 달라진다는 걸 며칠 전 간만에 성훈명준과의 공연을 보고 나니 알 수 있게 되었는데, 오늘 화장실에서 성훈명준 때는 끝없이 조롱하고 짓밟던 민영이가 종태의 목을 조르며 매달리는 명준이를 보며 짓던 의아한 표정과 이어지는 명준이에 대한 동정의 말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왜 저렇게까지 매달릴까? 어차피 태어난 대로 사는 거고 바뀔 건 하나도 없는데.. 그만 용쓰고 분수대로 살아.라고 어르듯 명준이를 달래고 나가는 성일민영이 명준이가 죽어도 될 수 없는 상위 계층 0.3% 그 자체라 오늘의 기둥명준과 성일민영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민영이가 명준이를 동정했듯, 명준이는 종태를 동정하고 그러면서도 종태를 감싸안는 걸로 한층 우월한 0.1%가 되길 꿈꿨지만 결국 미래의 명준이는 상위 0.3%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매달리는 고등학교 때 그 비굴한 아이 그대로고, 잠시 다른 길을 갔지만 다시 정직하게 사는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 종태를 상위 계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명준이가 굽어보고 동정하고 귀애할 자격도 능력도 없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나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웠다.
어쩌면 컨닝을 도모하기 전의 자신보다 더 비참해진 명준이의 처지가 너무나 궁색하고 공허했는데, 명준이의 절실함을 알기에 부모님을 슬프게 할 걸 알면서도 혼자 다 떠안고 친구를 위해 희생하려던 종태와 같은 좋은 사람을 잃고 명준이는 진짜 완전히 못나고 불쌍한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되었다.
교무실 안. 종태를 위해 하는 듯 하던 명준이의 변호는 사실 자기 변호였지만 그건 친구의 위치에서 최후의 보루로 종태를 결국 이용하고 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명준이에게는 더이상 적용되지 않는 사항이다. 마지막에 '저희.. 모범생들이잖아요.'라는 말을 한참을 뱉지 못 하던 기둥명준은 그 말의 무게와 의미를 스스로 알고 있기에, 그 말을 내뱉고 나면 이제 자신은 영원히 모범생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말을 듣는 것조차 가슴 아팠다.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다면 이 멋진 공연을 보여준 기둥명준을 위해 기립할 수 있었을텐데 용기를 내지 못했다. 지금도 아쉽다ㅠㅠ
이제는 내가 본 모든 명준이 중 내 최애명준이 기둥명준임을 겸허히 인정해야 할 듯.
오늘 공연을 본 게 너무너무 다행이고 좋다.
기둥슬기 조합의 자막인 게 너무나 아쉽지만 기둥-슬기-성일 마지막 공연인 오늘을 보길 정말정말 잘했다.
둥명준 슬기수환ㅠㅠ
이 둘이 아니었다면 이번 시즌 이렇게 많이 절대 안 봤을 거다ㅠㅠ
인하종태는 나쁘지는 않았는데 아직 좀 더 터트리지 못하는 느낌?
딱 반보만 더 나가서 뭔가를 터트려준다면 굉장히 멋질텐데 아직은 몸을 사리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걱정반 기대반 했던 것보다 좋았다.
잊지 않기 위해 쓰는 기둥명준 디테일.
오늘 채플실에서 나가기 전에 민영이한테 '넌 정말 씨발새끼야.'라고 하는데 자신이 꿈꾸던 이상향을 깨트려 버린 민영이에게 상처받은 명준이의 분노같아서 너무 슬펐다ㅠㅠ
기둥성일 진짜 왜 더 없어요ㅠㅠ
기둥명준이 너무 좋았기에 기둥명준 얘기만 잔뜩 썼지만 사실 기둥명준의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더 극대화되는 게 계층의식이 뚜렷한 성일민영이랑 붙을 때라서 오늘 더 견고하고 잔인해진 성일민영도 진짜 좋았다ㅠ
그리고 오늘 종태에게 손가락으로 딱! 소리내며 주위 환기시키는 성일민영 너무 섹시해서 심쿵했음. 하다하다 손딱딱이에도 설렐 일인가ㅠㅠ
(+) 아트원에서 9월에 연장공연!! 둥슬기대훈핫-둥슬기승리핫을 보겠음. 그러겠음ㅋㅋ 그리고 슬기수환 사진도 좀 건지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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